‘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영장심사 포기… 檢, 李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규명 방침
국내로 압송된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신병을 확보한 뒤 관련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 김 전 회장, 영장심사 포기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19일 0시 40분경 김 전 회장에 대해 배임 및 횡령,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회장의 영장심사는 19일 오후 2시 반부터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김 전 회장 측이 검찰에 심사포기서를 제출해 진행되지 않았다. 영장심사를 포기한 것을 두고선 8개월여간의 해외도피로 사실상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이 2018년 11월과 2019년 10월 각각 100억 원 규모씩 발행한 전환사채(CB)와 관련해 허위공시를 한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CB를 매입한 곳은 김 전 회장 또는 친척·측근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였는데, 이를 두고 검찰은 사실상 내부거래임에도 정상적 투자 유치를 한 것처럼 허위 공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쌍방울 주가를 부양한 뒤 막대한 수익을 챙겨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김성태, 법인카드 제공과 대북송금은 인정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공여 혐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김 전 회장이 2018년 8월∼2021년 10월 이화영 전 국회의원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고 이 전 의원의 측근 A 씨를 쌍방울의 허위직원으로 등재시켜 약 3억2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약 2억5000만 원의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의원에게 법인카드 등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을 하진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대가로 경기도가 추진 중인 대북 경제협력 사업에서 우선 참여권을 보장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경기도 평화부지사였고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대표였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11월 쌍방울 임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500만 달러(약 62억 원)를 중국으로 유출한 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들에게 건넨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도 받고 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는 17일 캄보디아에서 현지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박 씨는 체포될 당시 현금 다발과 휴대전화 여러 대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주요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해 엄정하고 효과적인 출국금지 조치 등이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김 전 회장 등과 같은 장기 해외사범이 생기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