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비약
원제 : Bell Book and Candle
1958년 미국영화
감독 : 리처드 콰인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 잭 레몬
어니 코박스, 엘자 란체스터, 자니스 룰
헤르미온느 진골드, 벡 넬슨
크리스마스 이브, 어느 아파트에 새로 이사온 쉐퍼드 헨더슨(제임스 스튜어트)은 갑자기
전화가 고장이 나자, 1층에서 진귀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길리안(킴 노박)에게 찾아가
전화를 빌려 쓰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게 되고, 쉐퍼드는 길리안이 숙모와
함께 조디악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애인인
멀(자니스 룰)을 데리고 조디악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는 길리안의 오빠인 니키가
연주를 하고 있었고, 멀과 길리안은 알고 보니 대학 동창이었습니다. 니키의 짖궂은
연주에 놀라 도망쳐나온 멀, 집으로 돌아온 쉐퍼드는 길리안이 이상한 불장난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매장에 들어오게 되고, 브랜디를 한잔 하면서 길리안의 유혹을
느낍니다. 길리안의 마력에 빠진 쉐퍼드는 다음날 멀과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도 망각하고
길리안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는데.......
'사랑의 비약'은 마녀의 이야기입니다. 킴 노박이 연기하는 길리안의 정체는 바로
'마녀'였습니다. 길리안 뿐만 아니라 오빠인 니키와 숙모까지 모두 마법사
가족입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쉐퍼드는 마녀인 길리안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마녀와 고양이
이런 마녀라면 누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까?
사시눈뜨는 연기를 그럴싸하게 한 잭 레몬
여기에 등장하는 마녀, 마법사들은 꽤 소박합니다. 무슨 대단한 마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간단한 마술 정도입니다. 가로등을 끄거나 어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열쇠없이 문을 열거나 그런 정도... 더구나 좀체로 일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마법을 부리는 일은 잘 안합니다.
마법사들은 같은 부류끼리만 어울리고 일반 보통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할 경우는 마법을 걸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빼앗고
재미삼아서 사귑니다. 마녀나 마법사는 눈물을 흘리는 법이 없고, 사랑에 빠져서도
안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냉혈한 같은 존재들이죠.
이런 마녀의 룰을 깨고 길리안이 쉐퍼드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재미나게 다루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 길리안은 처음에는 그냥
쉐퍼드가 마음에 들어서 마법을 걸어서 그를 유혹하는데, 그로 인하여 쉐퍼드는
결혼을 약속한 애인까지 차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길리안이 결혼할 생각을
전혀 안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런 쉐퍼드를 보고 길리안은 갈등을
하게 됩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킴 노박의 관능적인 눈빛과 고양이를 잘 매치시킨
신비스러운 장면
나이브한 남자를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
마녀의 유혹에 빠진 남자
비현실적인 내용인지만,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마법사나 마녀'이야기는 동화나
소설, 만화를 통해서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그런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마녀를 사악하거나 못된 존재로 다루지 않고 그냥 보통 인간들이
모르게 존재하는 다른 부류 정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킴 노박이 연기한 길리안은
보통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굉장히 순수한 마녀입니다.
톱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가 '현기증'에 이어서 다시 킴 노박과 공연하고 있습니다.
사실 킴 노박의 상대역으로 제임스 스튜어트는 너무 나이가 많습니다.(무려 25년차)
리처드 콰인이 감독했는데 리처드 콰인은 2년뒤인 1960년 '만날때는 언제나 타인'
이라는 영화에 다시 킴 노박을 여주인공으로 출연시켰는데 거기서도 임자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관능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임스 스튜어트와 킴 노박 외에도 길리안의 마법사 오빠인 니키 역으로 코믹연기의
대가 잭 레몬이 등장합니다. 잭 레몬은 두 배우에 비해서는 비중이 좀 적은 편이죠.
쉐퍼드의 연인이었지만 길리안의 마법 때문에 차이는 비운의 여인 역으로 자니스 룰
이라는 배우가 등장하는데 이 여배우는 율 브리너 주연의 '건파이터의 초대'라는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게 됩니다.
잭 레몬의 마술 시연 장면
"너 사랑에 빠졌다며?"
"오빠는 우리를 선전하려는 사람과 손 잡았다며?"
"사실은 제가 마녀랍니다"
"어이쿠, 그걸 믿으라고?"
부담없이 재미있고, 코믹한 영화입니다. 킴 노박같이 매혹적인 여인이라면 굳이 마법을
걸지 않아도 충분히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텐데, 영화속에서 고양이를 활용해서
마법을 거는 장면에서 보여준 관능적이고 신비스런 매력이 일품입니다. 그런 모습에
빠져들어가는 제임스 스튜어트는 굉장히 나이브한 타입의 남자를 연기합니다.
고양이를 이용해서 마법을 부리는 설정이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고양이도
꽤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합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 필요한 연기를 시켰는지 모르지만.
킴 노박은 제임스 스튜어트를 유혹하는 장면에서는 꽤 관능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녀 답지 않게 사랑에 빠져서 갈등하는 순정적인 여인의 모습도 함께
보여줍니다.
1960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개봉작이고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지만 이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묻힌 영화가 되었습니다. TV에서도 좀체로 방영되지 않았는데
85년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로 MBC에서 방영한 정도 뿐이고, 비디오나 DVD로도
출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TV방영때는 '사랑의 마술사'라는 제목이었는데 그 제목이
사실 더 어울립니다. 원제인 'Bell Book And Candle'이 가장 안 어울리지요.
사랑의 위기
제임스 스튜어트의 표정연기가 재미있다.
아마도 50년대가 아닌 지금처럼 특수효과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였다면
좀 더 기발한 마법장면들을 보여주면서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적 한계가 있던 시절이라 판타지 영화보다는 코미디와 로맨스에 비중을 더
많이 두었습니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그냥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입니다.
ps1 : 갑자기 찾아온 고양이에 놀라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괴상한 마녀가 주는 이상한 액체를 억지로 마실때의 표정도 재미있고.
ps2 :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다니거나 사악한 짓을 하고 손톱이 긴 일반적인
마녀의 상상과는 킴 노박의 모습은 너무 다릅니다.
ps3 : 이 영화보다는 늦게 들어왔지만 '내사랑 지니'나 '아내는 요술장이' 같은
마녀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외화 시리즈가 있었죠.
'말괄랼이 삐삐'도 마법을 부리는 소녀가 나오는 외화였고. 뭐 만화로도
'요술공주 샐리'나 '요술천사 꽃분이' 같은 것이 있었지요. 이렇게 마녀에
대한 상상적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메리 포핀스'도 일종의 그런 소재이고.
ps4 : 마녀가 사랑에 빠지면 더 이상 마법을 쓸 수 없는데 사랑의 가치가 그렇게
높은가 봅니다. 물론 여기서의 마녀는 뭐 대단한 마법을 쓰는 건 아니지만.
[출처] 사랑의 비약(Bell Book and Candle 58년) 마녀와 사랑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