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의 창조자는 반신반인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실수투성이인 인간들이다. 강박증과 손상된 인격을 가진”
- 테오도르 아도르노
거짓말같이 봄이 달아나버리고, 문득 정신을 추스르고 보니 무더위를 걱정해야 할 6월이네요.
이번 달 책은 어떠셨나요?
명확한 지향점도, 잘 짜여진 형식도, 연대기적 일관성도 없는 무정형(無定形)의 자유분방함... 제프 다이어 특유의 문체와 구성 때문에 혹시 읽기 힘든 책은 아니었을까? 선정위원장님의 조바심과 달리, 참석자들 대부분은 꿀잼이었다고 하네요.
듀크 엘링턴과 해리카니의 자동차 여행을 축으로 하여, 검정색에서 출발하여 점점 어둠이 옅어지는 각 Chapt별로 레스터영, 텔로니어스 멍크, 버드 파월, 찰스밍거스, 쳇 베이커, 아트 페퍼 등 전설이 된 재즈뮤지션들의 특정 단면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요,
재즈 뮤지션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작가가 본 모습을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자유분방하게 풀어나가는 매력이 돋보였지요.
특히 감성적이고 시적인 표현들, 절묘한 묘사와 아름다운 문장들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200쪽 4~11행의 문장(19禁이라 인용 생략ㅋㅋ)을 읽으면서 쳇 베이커의 연주에 관하여 어쩜 이렇게도 적확한 묘사를 할 수 있을까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는 분도 있었고요,
레스터 영에 대하여, “그는 콜먼 호킨스와 같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밴드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자신처럼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기 삶에서 내쫓길 상황에 처했다”... 이 역설적인 문장에 記者의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술과 마약,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어둡고 굴절된 삶으로 찌든 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에도 아름다운 면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는 고백도 있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말이지요.
이 책에 등장한 뮤지션 상당수가 망가진 삶을 산 이유가 오롯이 그들만의 책임일까요? 그 어떤 정당성의 근거도 없이 자행된 인종차별, 그 연장 선상에서 공권력의 이름 아래 가해진 무자비한 폭력, 자율성을 말살시킨 군대... 記者는 책을 읽는 내내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이들에 대한 사진을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한 분도 있군요. 하지만, 뷰파인더를 통해 고정되어 버린 피사체보다 상상력 넘치는 글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요?
마치 고정된 악보의 틀을 넘어 무한히 확장되는 재즈의 즉흥연주처럼요..
부산에도 멋진 재즈바들이 있다며 한번쯤 가보시길 강추하는군요.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주고 받는 연주에 관객들의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한답니다.
재즈가 빈민들의 음악이었는데, 왜 한국의 재즈바는 고급 문화로 소비되고 있나요? 이 질문이 던져지자 피자나 스파게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로 시작하여 토론은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악보를 탈피하여 자유분방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김해에 새로 생긴 피자집에서 출발한 즉흥연주는 이주여성 문제, 청소년 마약 확산 문제를 거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지나 섬진강변을 따라 구례읍으로 건너가더니 명창 ‘송만갑’에서야 끝이 났습니다.
어느듯 시계바늘은 2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네요
7월의 책은 필립로스의 ‘미국을 노린 음모’입니다.
(*부산독서아카데미는 매월 둘째 화요일 오프라인 토론회를 가지는 부산독서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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