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조작, 대왕고래급”이라면 감사원, 팩트 있는 그대로 알려야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의 칼끝은 크게 세 갈래로 향한다.
첫 번째는 소득 통계다.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선 2003년 조사 시작 이래 소득 격차가 최대치로 벌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주도성장’을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당시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충격과 공포 속에 황수경 통계청장이 물러났고, 강신욱 신임 청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얼마 뒤 통계청의 통계 표본수와 조사기법 등이 바뀌었고, 소득분배지표는 빠르게 개선됐다. 감사원은 당시 새로 바뀐 청장을 중심으로 통계 왜곡이 있진 않았는지, 또 청장 교체나 통계 집계·발표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여부 등까지 확인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용 통계다. 2019년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온 뒤 당시 통계청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고용동향 지표 등을 ‘마사지’한 정황을 확인하는 게 이 감사의 포인트다.
마지막이 집값 통계다. 감사원은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부동산원의 아파트값 수치와 민간기관인 KB부동산의 아파트값이 수년에 걸쳐 4차례 이상 비정상적으로 차이가 난 점에 주목했다. 이에 그 배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고, 최근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 간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컸다는 사실 등은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들의 진행 속도는 차이가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게 소득 통계 감사다. 지난해 황, 강 청장을 이미 소환 조사한 감사원은 필요하면 다음 달 청와대 고위급까지 소환해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의혹에 대해선 이미 경찰도 강 전 청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집값 통계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감사원이 가장 역량을 집중하는 감사다. 단순 표본 변경 수준이 아닌, 당시 직접적 조작 정황까지 발견한 감사원은 5년 임기 전반으로 확대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 그 파장은 핵폭탄급이 될 것이란 게 감사원 내부 기류다. 통계를 만진 정황이 너무 과감하고 대범한 데다 그 기간도 장시간에 걸쳐 있어 감사관들조차 눈을 의심했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부동산만큼 전 국민들에게 와닿는 이슈가 어딨느냐”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배신감에 치를 떨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은 감사 사건을 난도 등에 따라 최상인 ‘고래급’부터 최하인 ‘민물새우급’까지 5등급으로 나눈 바 있다. 그런 유 총장이 최근 민물새우 얘기를 직원들에게 자주 꺼낸다고 한다. 실적에 연연해 민물새우 10마리 잡는 데 힘 빼지 말란 얘기다. 이번 통계 조작 감사는 몇 등급일까. 유 총장은 ‘대왕고래’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왕고래라면 감사원은 더욱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농단”이란 여당, “먼지털이식 감사”란 야당의 주장도 의식해선 안 된다. 팩트만 확인해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면 된다. 정치는 통계에 개입해선 안 된다. 감사에 끼어들면 더욱 위험하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