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릭스(Freaks)
1932년 미국영화
감독 : 토드 브라우닝
출연: 월리스 포드, 라일라 하이암스, 올가 바클라노바
헨리 빅터, 해리 얼스
최근 개봉하여 호평받고 있는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주인공 바넘은 장애가 있거나
신체적 기형인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서커스단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그 쇼는 큰
성공을 거두지요.
바넘은 실존인물이며, 실제 그가 운영한 쇼단에서 어떤 사람들이 있어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이런 소재를 활용해서 만든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토드 브라우닝 감독이
만든 '프릭스'라는 영화입니다.
토드 브라우닝은 무성영화시대에 많이 활동한 감독이고 우리에게는 1931년 '드라큐라'
라는 영화를 통해서 알려진 인물입니다. '드라큐라'는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는 아니지만
브람 스토커 원작의 '드라큐라 백작'의 이야기를 처음 만든 영화였고, 그래서 유성영화
시대의 원조 공포영화로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벨라
'루고시라는 유니버셜 호러 스타를 발굴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관객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남자
한스와 프리다
한스를 꼬시는 클레오파트라
그 영화보다 1년 뒤에 발표한 영화가 바로 '프릭스' 입니다. 장애인, 기형인간들로
구성된 서커스단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보다 4년전인 1927년 토드 브라우닝은
'괴인 서커스단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발표했으니 서커스단 소재가 처음은 아니지요.
그가 서커스단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영화들을 만드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장르상 '호러'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제가 보기에 '프릭스'는 전혀 호러영화 다운 부분이
없습니다. 굳이 호러장르로 분류한 이유가 아마도 여러 기형인간들이 나오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그런 이유라면 좀 넌센스지요.
서커스단의 이야기지만 서커스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커스단 사람들이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4명의 정상인(육체가 정상적이라는 의미)가 등장하고
있는데 2명은 착한 사람이고 2명은 악한 사람입니다. 한스라는 1미터 남짓한 난장이가
막대한 돈을 상속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클레오파트라는 한스에게 접근하여 그를
꼬십니다. 클레오파트라는 헤라클레스 라고 부르는 크고 힘쎈 남자와 놀아나고
있었고, 그 두 사람은 한스를 이용해서 돈을 차지할 사악한 계획을 세운 것이었죠.
한스를 좋아하는 프리다 라는 여인은 한스와 키가 비슷한 작은 여성인데 한스가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고 사악한 클레오파트라에게 홀리는 것을 슬퍼합니다. 결국
한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유혹에 넘어가 결혼하게 되고, 클레오파트라는 한스의 술에
독약을 타서 그를 서서히 죽이려고 합니다. 그날 술에 취한 클레오파트라는 서커스단
장애인들을 향해서 험한 독설을 퍼붓습니다. 결혼 후 클레오파트라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한스에게 계속 독약을 먹이려고 하지만 이 음모를 눈치챈 한스와 장애인 동료들은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를 응징합니다.
반남반녀, 이건 아마 분장이 아닐까 싶음.
실제 엉덩이가 붙은채로 태어나서 평생 그렇게
살아간 힐튼 자매
사악한 두 남녀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
육체는 멀쩡하지만 정신은 사악함.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 커플과는 대조적으로
선한 커플로 등장한 비너스와 프로소
등장인물중 가장 불편한 장애를 가졌을 것 같은
얼굴만 정상이고 사지가 모두 없는 인간이 등장.
영화가 시작되면 바넘 같은 사람이 등장하여 쇼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믿을 수 없이
놀라운 무언가를 소개하고 관객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뭔지 화면에서 보여주지
않은 채로 사회자는 과거에 벌어진 일을 들려줍니다. 관객이 비명을 지른 그 대상,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게 바로 한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여러 장애인이나 기형인간들은 분장이나 특수효과가 아니라(사실
1930년대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효과는 매우 한정적이었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샴 쌍동이로 알려진 데이지와 바이올렛 힐튼 자매(이들은 실제로
쇼를 이용하여 돈벌이에 이용되었던 사실로 유명합니다.) 한스와 프리다로 실제로
작은 사람들이었고, 그 외에 말을 더듬은 남자, 하반신이 없는 남자, 양팔이 없이
발을 팔처럼 활용하여 지내는 여자, 비쩍 마른 인간, 마징가 Z의 아수라 남작처럼
반은 여자, 반은 남자인 인간 등 꽤 여러 종류의 장애인들이 등장합니다.(대부분
실제라고 하죠)
한스는 점점 클레오파트라의 꼬임에 넘어가고...
한스를 좋아하는 프리다의 마음은 상처를 받고
한스와 클레오파트라의 결혼식에 모인 서커스단 단원들
한스와의 결혼에 성공한 클레오파트라는
그를 독살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런데 영화속에서 가장 심한 장애인은 누구일까요? 육체적 장애보다 정신적이 문제가
있는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겠죠. 한스를 좋아하는 프리다 같은 여성은 비록
작은 난장이 여인이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순정적입니다. 반면 정상적인 육체를 가진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는 사악한 악마의 마음을 가진 인간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발표되던 시점 당시 굉장히 논란을 일으켰고, 영국에서는 30년간 상영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지금 시대와는 달리 1930년대
당시는 차별과 편견이 훨씬 심하던 시대였던 만큼, 서커스단 장애인들의 분노가
폭발되는 후반부와 결국 그들이 승리하고 사악한 정상인 2명이 응징당하는 결말이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말로 보이는데.
4명의 비장애인 중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라는 악역 캐릭터 2명의 비중은 높은데
선한 2명인 프로소와 비너스 라는 커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좀 약했던게 아쉬운 부분
입니다. 마지막에 '닭 여인'으로 변한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이 공개되는 장면은 좀
호러스러운데 그런 부분때문에 호러영화로 분류되기도 했겠죠.
클레오파트라의 사악한 계획은 탄로나고...
장애인들의 복수....
닭 여인으로 변한 클레오파트라...
이건 분장인것 같음.
1시간 약간 넘는 짧은 영화이며 유성영화입니다. 초기의 유성영화 작품이지요.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가 응징당하는 날이 비가 퍼붓는 밤으로 설정된것이
더욱 처절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 설정 등 여러가지로 기괴한 영화인 것은 맞지요.
내용자체가 유쾌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부유한 한스의 삶이 보여지고
다시 찾아온 프리다와의 해피엔딩 형식의 결말로 끝나는 것은 토드 브라우닝의
나름의 아량이었습니다. 뭐 토드 브라우닝보다 제작자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
같지만. 여러 장애인들을 등장시켜서 상업적으로 이용한게 아니라 육체만 멀쩡한
진짜 '사악한 정신 장애인'들을 응징하는 내용으로 꾸민것, 서커스 장면이나 그런
것을 배제시킨 것은 나름 토드 브라우닝이 진지하게 주제를 갖고 전달하려는 의지가
보인 것 같습니다. 사지가 멀쩡하다고 과연 정상인인가? 정신적 사악함에 대한
위험을 그는 멀쩡해 보이는 두 악당 커플을 등장시켜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편견과 차별이 심했던 그 시대에 토드 브라우닝은 육체의 불편함보다 훨씬 더 위험한
정신적인 사악함에 대해서 준엄하게 꾸짖은 것 아닐까요?
ps1 : 이런 오래된 영화를 비교적 좋은 화질로 볼 수 있는 참 좋은 시대입니다.
ps2 : 토드 브라우닝은 82세가 되는 1962년에 사망했지만 이 영화 이후에는
4편의 영화만 더 만들었고, 1939년 이후에는 한 편의 영화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프릭스'로 받는 논란이 아무래도 그의 연출이력에 악영향이
되었을 것입니다.
ps3 : 마로니에 북스의 "죽기전에 꼭 봐야 할 1001편의 영화'에 포함된 작품입니다.
[출처] 프릭스(Freaks 32년) 토드 브라우닝의 기괴한 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