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금), 아침에 일어나니 맑은 날씨더니 출발시간에는 흐리고 가랑비가 오락가락한다. 오전 8시, 80년 전에 건설했다는 다시(大溪)교를 출발하여 하천 길로 접어들었다. 타이베이를 출발하던 날, 시내에서 곧장 하천으로 접어들어 이틀간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부터 다시 하천 따라 타이베이에 입성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大溪)의 아름다운 계곡 길
전날 끝 무렵부터 무성하게 자란 부추 밭이 많이 보이더니 오늘도 하천 주변에 잘 자란 부추 밭이 계속 이어진다. 하천의 댐을 새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보수작업을 하는 곳도 많다. 한 시간쯤 걸어 한적한 동네의 진(陳)씨 선조(先祖) 사당 앞에서 휴식하는 동안 같이 걷는 陳坤明씨에게 선조냐고 물으니 손을 가로 젓는다. 걸으면서 이(李)씨, 진(陳)씨 종친회 간판을 본 적이 있어 모두 한 종친인가 싶어서 물어본 것이다.
두 시간쯤 걸으니 어느새 타이오웬(桃園)시를 벗어나 신베이(新北)시로 하천관할기관이 바뀌었다. 흐린 날씨가 개며 어제만큼 덥다. 마키노 씨에게 몇 도인가 물으니 온도계를 확인한 후 34도라고 대답한다. 음료와 과일로 목을 축이며 열심히 걸으니 11시 반에 버스에 오르라고 한다. 신베이(新北) 시내의 음식점에서 자장면 등 가벼운 요리로 점심을 든 후 다시 하천 길로 돌아가 12시 40분부터 오후 걷기에 나섰다.
점심 직후인데다 따가운 햇볕으로 걸음이 늦어진다. 30여분 걸은 후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바람이 약간씩 불며 숨통이 트인다. 하천 너머는 높은 빌딩숲이 이어지고 하천부지는 푸른 초장으로 잘 가꾸어져 경관이 쾌적하게 느껴진다.
한 시간쯤 더 걸으니 판교구(板橋區, 성남시 판교처럼 번화하다) 수림촌(樹林촌), 오늘의 도착지에 이른다. 오후 2시 10분, 22km를 걸었다. 예정거리가 26km여서 한 시간쯤 더 걸어야 할 것으로 여겼는데 모두들 반가운 기색이다. 숙소는 도착지에서 가까운 板橋회관, 수백 명을 수용하는 대형회관이다. 대만 일행들의 가족이 숙소로 찾아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일주일간 함께 걸었던 왕진충 씨와 왕영혜 부녀, 반갑게 다시 만나 저녁식사도 함께 하였다. 함께 온 왕영혜의 친구 고숙군 씨는 일행들에게 손수 만든 소품을 나눠주며 반기기도.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식사 장소에 이르니 영화등산회 이 지역 인사들이 박수로 맞이한다. 일식고급체인점의 메뉴는 생선회를 비롯하여 맛과 향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만찬은 친선과 우정을 다지는 좋은 기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아리랑, 후루사또, 밤에 피는 꽃 등 세 나라의 노래를 합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9시가 가깝다. 숙면을 취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자.
연일 이어지는 흥겨운 만찬, 타 타이오웬(桃園)의 식당에서 세 나라가 함께 노래부르는 모습
* 일본의 카미조 메이코 씨에게서 메일이 왔다. 골인을 앞두고 다른 분들도 성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성원해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김태호 선생님
드디어 내일 골이네요 !
긴 기간의 걷기여행,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함께 대만을 여행한 기분입니다.
그리운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성대하게 골을 축하하는 파티 해 주십시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도쿄에서 카미조 메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