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복> 님이 보내 준 글입니다.
세발낙지와
영덕대게
수업을 하다보면 세발낙지의 발이 세
개라고 우기는 학생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바다에서
꽤나 떨어진 내륙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고유어와 한자어의 결합으로 만든
언어의 태생적인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낙지 다리의 개수는
8개랍니다.
^^
세발낙지는
가늘세(細)를 써서 낙지의 다리가 가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아예 한문으로
'세족(細足)낙지'라고 하던지
아니면 한글로 '가는 발 낙지'라고 해야 옳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세발낙지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영덕 대게도
그러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가 커서
대(大)게라고 표현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길쭉하고 곧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면 차라리
죽해(竹蟹)라고 하던지
대나무발게 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데...
간단히 대게라고 적은 것이 오해를
낳고 있습니다.
공자는 이름을 올바르게 짓는
정명론(正名論)을 주장합니다.
바른 이름으로 대상을 명확히 지칭하는
것의 중요함을 말씀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논문에서 이론적 배경과 용어의
정의를 거론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인사를 건넬 때면 으레 명함을
주고받습니다.
그건 종잇조각에 불과하여 교환가치를
갖고 있지 못한 쪽지인데
그 속엔 이름으로 대변되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 있습니다.
어차피 초고속사회에서 명함의 교환이
불가피하다면
사회적 관계망으로 점철된 진부한
명함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감성명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첫 아이 낳고 이름을 고심했습니다.
내 이름이 태완이라 보통은 태환으로 듣기에
그런 우(愚)는 피해야지 했는데
진영으로 지어 놓으니 듣는 사람은 진형으로 듣기도 하는가 봅니다.
남들은 작명소에 가서 짓느니 어쩌느니 하는데
내 맘대로 지어 놓았으니
이제 그 녀석이 40이 가깝도록 장가를 못가는게
이름 탓은 아닌지 걱정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참 별 생각도 다 해보네요
첫댓글 선생님 덕분에 또 빈 집에서 혼자 실없이 웃네요. 진영이가 어때서요? 도대체 어떤 이름을 지어야 사람들이 잘못 부를 가능성이 없을까요? 철수 정도? 저도 "정화"라고 불린 적이 많았는데, 제 딸들 역시 "다솜" "다혜"로 불릴 때가 종종 있어요. 뭐 여기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발음하는 것까지 나열하자면 좀 길어집니다만....... 저도 아주 오래 발 세개 달린 낙지와 영덕에서 잡히는 큰 게로 알고 있었음을 살짝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