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 본 농사 일지
김옥순 주부
초보 농군 딱지도 벗을 때가 됐건만 웃긴다.
이웃 어르신들의 조언으로 "그렇게하면 안돼"를 삼 사 년 지나서야 "그렇구나"를 알다니 보낸 세월이 아깝기도 하고 "참 나 ~ "하고 허망하기도 하고 "왜?" 라는 의구심도 드는 오후다.
감자니 고구마니 텃밭의 작물들을 이웃들에게 나눠 줄 수가 없었다.
속이 상할 만큼 죄다 벌레가 찝어 곰보라서 말이다.
"뭐 어때 이해하겠지" 하고 박스에 담다가도 도루 풀어놓기를 매년 반복.
주고도 욕 먹을 짓은 안해야지 하는 맘에서다. 받아보고도 만족스럽지 못했을 분들한테 올해는 깻잎도 따보내고
콩도 따보내고 ^^
그래야겠다는 희망을 부풀게 다짐하고 이듬 해를 맞은 오늘, 만감이 교차한다.
비 바람에 작물이 쓰러져 있기도 했지만 돌아다 보고 곱씹다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작물을 심기 전 밭을 만들 때 토양 살충제도 친다. 용량대로 정량을 뿌린다.
그런데도 캐 보니 엉망. (벌레가 다 긁어놔서 그야말로 엉망이다)
냉큼 들고가서 "어르신 이거 왜 이래유?"
"약을 쎄게 쳐~!!" 침 튀기시며 던지신다.
이듬해 쎄게 친답시고 쪼끔 더 .(많이치는것 같아 쫄아서.) 또 실망 (일년 또 지난다).
"아~ 두 배 세 배 쳐야 돼 마이~!" 하시며 또 침 튀기신다,
그 다음 해엔 시키는대로 세 배는 쫄아서 못치고 곱을 친다 ( 속으로 찔끔하며).
예쁘게 올바르게 나오기는 한데 다는 아니다 헐~
올해는 기후가 안 맞았다나 어쨌다나(또 일년 지났다).
에라 모르겠다. 약이 약하나, 벌레들이 센 거나, 내가 미실이 짓을 하나 한번 해보자.
기후는 왜 하필 이 모양인가?
하여간 긴 세월 팔자주름 짙게 그어지도록 농사의 깨달음이 4년이란 세월을 먹었다.
직접 농사 지으면 질 좋은 것만 먹게 될 줄을 알고 있던 고정관념은 깨지고 어쩌구저쩌구 농사를 말든지 텃밭만 들여다보고 수구리고 앉아 벌레랑 노라리를 하든지.
주말 농장수준은 아니니 유기농을 하시는 분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테지.
그래서 나는 전적인 유기농은 못하나부다. 두 가지 일을 하다보니 농사의 평수가 버거운 건 사실이다. 기초부터 배워야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초보라기 보단 무지하고 어설픈 농삿군이라 함이 옳겠다는 생각이 마무리를 하다보니 들게 된다.
무지한 어설픔이 내 얼굴에 미소를 준다. 4년째지만 아직도 모르겠는 농사는 이제 내게 즐거운 일상이고 삶이다.
좀 고단하지만 봄이면 희망 그 자체니까.
욕심을 내면 실망스런 가을일 테고 욕심을 내려 놓으니 즐겁고 보람될 것 같은 가을이다. 비 개인 하늘이 유난히도 높고 푸르다. 등허리가 따갑도록 내리쬔다. 햇볕이 눈이 부시게.
첫댓글 강원도 원주, 너무 멀어서 못갔다닝께.
벌레 먹고 썩어도 난 좋당께.
옥순 주부 정성이 담긴 고구마니께.
김진태 지사 내외분 불러 삶은 고구마 먹으며 함께 웃고 싶다. 강원도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