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잊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본 세월 속에 새삼스럽게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난 이후로
기회가 되면 자주 만나 얼굴을 익히고 서로를 알아가자는 취지와 다르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바쁜 일상이 발목을 붙들고
공적으로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불거져 서로가 보고 싶다는 말을 되뇌이긴 했어도 의외로 쉽게 만나지지 못했다.
가끔 번개라고 이름 지워진 만남을 빙자하여 개인적인 일들로 엮이면 전부가 아니더라도
서로 재량껏 합류가 가능한 친구들끼리 호시탐탐 만나질 기회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것도 성에 차지 못하였다.
물론 전부가 아닌 일부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기엔 아쉬움이 가득하기에.
하여 굳이 "찾아가는 동창생"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안성에 둥지를 틀고 마련한
무설재 -霧雪齋 이외에도 한 예 일곱가지의 한자 뜻을 가진 무설재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순용이는 無舌齎를 좋아하는 듯- 라는 공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 기꺼이 무설재 입성을 권유하였더니만 어째 쉽사리 찾아들 기회가 오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지난 6월에 찾아들겠노라는 전언을 받았건만 그놈의 "메르스"가 전국민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바람에 불발.
그다음 기회를 7월 18일로 잡는가 했더니 그 즈음엔 일부 친구들이 한국에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25일 즈음으로 변경이 될 것 같다는 소식에 그렇다면 굳이 휴가철엔 찾지 않겠구나 싶어
개인적으로 30일 부터 8월 1일 까지 대부도 트레킹 코스를 친구 가족과 함께 동행하기로 스케줄을 잡았었더랬다.
기꺼이 대부도 트레킹 코스를 추천하고 변해버린 대부도와 잔존하는 과거의 대부도를 촬영할 참이었지만
25일에도 여의치 않은 친구들이 있어 다시금 8월 1일로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속으로는" 아뿔사 이게 어쩐 일이라니" 난감하였으나 차마 친구들에게 불가능 하다는 내색과 말은 하지 못하고
먼저 약속을 하였던 친구에게 트레킹을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그들만의 여행을 하도록 트레킹 코스에 대한 설명만 덧붙였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은 펑크가 났어도 찾아들 친구들을 위해 메뉴를 짜고 밑반찬을 만들며 기쁜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하는데
참 그 마음이라는 것이 정말로 설레고 기분 좋을 뿐만 아니라 기쁜 일상으로 다가오니
얼굴도 잘 모르다가 그저 한 울타리 안의 동창생이었다 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너무도 쉽게
너나들이로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집을 찾는 동창생들에게 쥔장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예우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최선을 다해 음식 준비를 함은 물론이요 소장한 도예 작품 그릇들을 총동원하여 기꺼이 최상의 대접을 하고
비축한 온갖 주류들을 총출동 시켜 그들이 준비하는 기본적인 소주 맥주는 물론이요
소장한 주류는 종류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선택하여 마실 기회를 주자 뭐 그런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온갖 준비를 다하고 막상 8월 1일이 되니 과연 동창들이 잘 찾아들까 싶었지만
요즘은 네비 친구가 있어 전국 어디나 안내를 척척해주니 다들 무사히 도착을 하겠지 싶었어도
또 헤매는 친구는 있기 마련이라 두어팀이 그러했다는 후문에 혹시나는 역시나.
어쨋거나 한대 두대 각자 장소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짝을 이뤄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찾아드니 열네명.
일본행이라는 진식, 말레이지아행인 창학이를 빼곤 다들 속속 무설재로 입성을 하였으니 그야말로 무설재가 꽉찬 느낌.
아니라도 다양한 부류의 동창생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팀에 합류한 동창생들은 그 정도 쯤이고 보면
참여의사 여부를 확인하여 다른 친구들의 모임 동참이 더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보았다.
좌우지간 잘 찾아온 도시 친구들은 단박에 실내로 들어오지 아니하고 다들 초록의 향연에 눈을 떼지 못한채
무설재 뜨락의 산속 공기를 흡입하느라 서성이며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너, 정말 누구나 꿈꾸는 사람살이를 하는구나"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그러게...그러니까 진작에 찾아오라고 했잖아. 누구던지 개인적으로 찾아들어 구속받지 않은 이 자연의 혜택을 누리라고 말했구만.
자랑질이 아니라 나 혼자 무설재 이 공간을 즐기기엔 너무 아깝잖니"
이어지는 한담과 차실 구경을 끝내고 이 더위에 죽어도 운동을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아우성인지라
굳이 운동을 한답시고 한판을 뛰겠다던 족구와 피구는 물 건너 갔고 순용 친구가 준비해온 투호 역시 불발.
그리하여 실내로 들어와 준비된 점심을 나눠 먹으며 와글와글...웃다가 뒤집어지다가 인생 제 2막을 준비하는 우리 스스로를 "위하여"를 연발하며 희희낙락.
그러나 할말은 많고 시간을 넉넉하지 않아 준비해온 다양한 놀이는 폭염 밑으로 사라지고 겨우 다트 던지기가 전부였으니
상품을 준비해온 우리들의 회장님 근수의 성의가 무색할 지경이고 온갖 준비물과 플래카드를 마련해온 순용친구의 배려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폭염이 언제였던가 싶게 마구잡이로 내리꽂히는 천둥번개 비바람에 야외놀이는 어차피 언감생심이었고
할일 없이 다시 대화를 빙자한 알콜 흡수 수순이 진행되었으나 먼길을 나설 입장이어서 그런지 다들 적당하게즐길 뿐이니
역시 이름하여 시골놈들이 지칭하는 서울촌놈들은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넘치는 것이 없는 사리분별의 지존임이 분명하다 뭐 그런 말씀이 되겠다.
어쨋거나 실내에서 14명이 복닥거리고 온갖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다음 여정 1박 2일을 계획하는 와중에
설설설설說設舌舌이 춤을 추니 결국 날짜만 확정되고 추후 공지를 통해 장소를 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뒤이어 막간을 이용해 인생 후반부 삶을 위한 놀이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친구 희장과 용자의 댄스 실력을 발휘되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쥔장은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관계로 멋진 공연을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천안에서 찾아들 예정이었던 색소폰팀과 보컬 및 사회자는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참석 불가" 가 되었으니
높았던 기대치 만큼이나 실망도 컸으나 다음 기회를 예약하였다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뜨락으로 나서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우신의 플래카드를 옮겨다는 일이었고
바베큐를 위한 숯으로 불을 피우기 였으나 갑자기 쏟아진 빗발로 인해 젖어든 불판들이
숯불 붙이기 난감한 상태로 돌변하였으니불 피우기에 도전한 친구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음이다.
하지만 또 사람의 힘은 그야말로 안되면 되게 하라였던지 일단 어렵게 일어나기 시작한 불이 불꽃을 피우기 시작하니
이후로는 그야말로 불의 위력을 낱낱이 보여주고 그 열기에 힘입어 으라라차 파이팅이던 친구들이 하나둘
불꽃 위세에 눌려 두손 든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고기와 불을 책임지는 사태가 벌어지는 사단이 일어났지만
군말하지 아니하고 돌아가며 그 폭염에 제 역할을 해주던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긴 수다와 흥겨운 댄스 한판 삼매경도 끝이나고 아쉬움은 접어둔 채로
다들 제 집으로 귀소본능을 챙기며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고 남겨진 쥔장과 울산에서 올라온 화순 친구와 둘이서 나머지 잔재들을 치우는데
그래도 비가 오락가락 하였어도 무사히 친구들과의 만남을 치뤄냈다는 사실에 다리가 풀리고 넘치던 에너지는 방전되었지만
무엇이든 마무리가 필요한 법이니 서둘러 일을 정리하고 막 피곤한 다리를 뻗으려는 순간 무설재 신선이 어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참에 마님의 소싯적 친구들에게 장소 제공을 하기 위해 두말도 아니하고 휴가를 반납당하고
하루종일 다른 일정을 계획했을 무설재 쥔장 신선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그 남자, 남편의 이해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일이 아니던가 싶어 새삼스럽게.
그러고 나서도 늦도록 화순 친구와 후일담을 나누면서 화기애애하다 깊은 잠으로 스르륵.
예전과 다른 체력에 힘들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짙은 피곤이 몰려오더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에도 또 다른 발길로 찾아든 사람들과 이어진 점심 야외만찬은 폭우 속에서 아주 색다른 경험을
화순이 친수 딸내미 가족과 맛보았고 뒤늦게 찾아든 동생네 가족들과는 저녁 바베큐가 계속 되었다...
첫댓글 에효 체력전이었네 그려 동창들은 찾을 엄두를 안내게 되더이다
사진중에는 누가 화순인지 패션이 바뀌어 알아 볼 수 가 없네 그려
트랙킹 5.2KM하고 나도 땡칠이 될뻔 했다우
그날 내가 안가길 다행이지 얼굴도 모르는 남의 동창들과 에효
난 연주팀이 온다기에 당겼었는데 안가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그려
또 다른 인연과 엮기는게 번거로워 난
그런것 보면 그대의 에너지도 대단해요
화순인 다음편에 딸내미 가족과 함께 등장.
천둥 번개 비가 요란하니 연주팀은 언감생심....어제 정말 피곤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