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제자들은 배가 고픈 나머지
안식일임에도 밀밭에서 밀 이삭을 뜯어 먹었다.
그것을 본 바리사이들은 제자들이 율법을 어겼다며 예수님께 따진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법을 비롯한 율법의 근본정신은
자비와 사랑이라고 강조하신다 (마태 12,1-8)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일하신 뒤에 쉬셨으므로
우리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자 정해졌습니다.
안식일의 휴식은 하느님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안식일은 노동을 한 사람들에게 하루를 쉬게 함으로써
인간을 존중해 주고자 정한 날입니다.
안식일 법에는 안식일에 추수나 타작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추수나 타작은 노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쉬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안식일의 본디 의미는 희미해지고
세부적인 규정들이 더 중요한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안식일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이 많았습니다.
금지 사항의 기준은 자신의 이득을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에게 득 되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상거래가 가장 첫 금지 사항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장사의 수단이 되는 생업을 금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추수, 곧 곡식을 거두는 일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제자들은 배가 고파 밀 이삭을 뜯어 먹었습니다.
밀 이삭을 비벼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를 먹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이 안식일이어서 바리사이들은 그 행위를
추수 행위로 간주하여 제자들의 행동을 비난하였습니다.
명색이 지도자라고 하는 이들의 생각이 이 정도였으니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조용히 반론을 제기하십니다.
다윗 임금도 배가 고팠을 때는
성전에 들어가 제사 빵을 먹은 예가 있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바리사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예수님께서는 마침내 폭탄선언을 하십니다.
“내가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우리는 매사에 따지기를 좋아합니다.
타인의 조그마한 잘못에도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자비심을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희생 제물과 자비
사람들이 있는 곳에 문제는 항상 있다.
그 문제를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마태 12,7)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서 문제를 일으킨 제자들을
예수님을 무너트릴 희생 제물의 시선으로 보았다.
우리는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얼마나 많이 희생 제물을 찾고 있는가?
그리고 그 희생 제물을 찾으면 바리사이들처럼
얼마나 많이 비판하며 자기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처럼 행세하는가?
하느님께서 바라는 것은 그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의 시선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자비의 시선으로 해결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