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를 가지고 계신 분 중에 의외로 제대로 몸이 풀린 소리를 내는 경우는 10집 중에서 2~3곳이 채 안될 겁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K오디오 사장이 전하는 하이파이 마니아의 현 주소다.
오디오 중에서 소비자를 가장 자극하는 것은 당연 스피커. 우선 소리가 직접 흘러나오는 장치인데다 여러 가지 오디오를 구성하는 기기 중에서 가장 크고 시각적인 만족도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최고 소리를 내기는 그 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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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탄노이사의 요크민스터 스피커가 세팅된 가정집. |
특히 요즘 들어 하이엔드 스피커의 경향은 넓은 주파수 대역과 폭넓게 펼쳐지는 스테이지감, 디테일을 자세히 묘사할 수 있는 해상력을 추구하고 있어 엄청나게 큰 출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초보자부터 하이엔드 마니아까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스피커의 상식을 정리해 본다.
◆ 모양에 따라 북셀프부터 톨보이까지스피커는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흔히 책꽂이 넣어서 쓸 수 있다는 소형 북셀프(Bookshelf) 스피커와 모양이 마치 서 있는 소년같다고 해서 불리는 톨보이(Tall boy) 스피커, 거실이나 홀 등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플로어스탠딩(Floor Standing) 스피커로 분류한다.
북셀프 스피커는 영문 뜻에서 알 수 있듯 서가에 책을 꽂듯이 넣어서 쓸 수 있는 소형의 스피커를 말한다. 보통은 고음을 울려주는 유니트인 트위터(Tweeter)와 저음을 내주는 우퍼(Woofer)로 구성돼 2웨이(Way) 스피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처럼 주거 여건상 크기가 2~3평에 불과한 방에서 듣는 경우에는 북셀프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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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사의 포커스 110 북셀프 스피커 |
하지만 북셀프 스피커를 듣는 방법 중에서 가장 안좋은 것이 서가에 꽂아서 듣는 형태다. 스피커는 통상 유니트에서 나오는 소리보다는 통울림과 스피커의 후면과 천정 등으로 반사된 소리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즉 그만큼 최적의 음질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몇십만원짜리 북셀프 스피커에 거의 스피커 가격에 육박하는 철재 스탠드를 사용하는 것도 최고의 음질을 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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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스탠드로 무장한 소너스파베르사의 대표적인 북셀프 과르네리 메멘토 |
북셀프의 최대 약점은 스피커 인클로저(통)의 용적이 작기 때문에 제대로된 저음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하이엔드 스피커업체인 다인오디오(Dynaudio)의 포커스110, 영국 스털링(Stirling)사 3/5A 스피커 등이 북셀프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톨보이 스피커는 북셀프보다 유니트 숫자가 많은 경우가 많다. 고음을 내는 트위터 외에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Mid-range) 유니트와 우퍼 등 3웨이로 구성되거나 고음과 중저역으로 분리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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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802D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모습 |
톨보이는 북셀프에 비해 해상력이 높고 주파수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지만 우리나라같은 환경에서는 저음에 따른 부밍(저음이 퍼지는 현상)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JMlab사의 디바유토피아, 베리티오디오의 파르지팔, B&W사의 노틸러스 802 등이 대표적인 톨보이 스피커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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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보이 스피커들. 좌로부터 JMlab사의 디바유토피아, B&W사의 802D, 베리티오디오(Verity audio)의 파르지팔 |
플로어스탠딩형은 흔히 말하는 대형 스피커를 총칭하는 것으로 보면 무방하다. 사실 톨보이와 플로어스탠딩형은 같은 의미로 혼용된다. 톨보이가 형태라면 플로어스탠딩은 사용공간의 특징으로 분류한 차이점 때문이다. 통상 스피커업체들은 자사의 최고 기술력을 결집한 이른바 플래그십(Flagship) 모델로 플로어스탠딩형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아메리카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JBL사의 과거 플래그십 모델 에베레스트(DD 55000)를 비롯해 영국 탄노이(Tannoy)사의 전설적인 명기 오토그라프와 웨스터민스터 로얄, 현대 스피커의 대명사 B&W사의 800D모델, 프랑스 하이엔드업체 카바세(Cabasse)사의 스피어(Sphere) 등이 플로어스탠딩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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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의 간판급 에베레스트 DD 55000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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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일본 하이파이저널 제품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카바세사의 스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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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트의 특성에 따른 스피커 구분하기스피커 인클로저 안에 부착된 유니트는 음역별로 스피커의 소리를 네트워크라는 장치로 구분해 전송한다. 이 때 사용하는 유니트의 종류에 따라 스피커가 여러가지 명칭으로 나뉜다. 동축형부터 혼형, 멀티웨이형, 리본형, 정전형 등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고음부터 중음, 저음까지의 모든 대역의 소리가 하나의 유니트에서 나오도록 설계된 형태가 동축형(Coaxial)이다. 전문가들이 동축형을 가장 이상적인 스피커의 형태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현악기를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첼로를 연주할 때 줄의 간격을 좁게할 경우에는 고역의 소리가, 넓히면 저역의 소리가 나지만 고역이나 저역 모두 통울림을 통해 하나의 악기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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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축형의 대표모델 탄노이사의 웨스트민스터로얄의 동축형 유니트 |
동축형은 그래서 빈티지 시대 탄노이 모니터 블랙, 레드, 실버 유니트에서부터 젠센 동축형 유니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개발이 이뤄져왔다. 동축형 스피커의 최대 장점은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혼(Horn)형 스피커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뿔이라고 불리는 혼은 금관악기의 대명사. 마치 나팔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혼 스피커는 중고음에서의 높은 해상력과 자연스러움 때문에 아직도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형태다. JBL을 시작으로 클립쉬(Klipsch), 독일 아인슈타인(Einstein)의 오데온 시리즈, 오릭스(Aurix) 그리고 최근에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방가르드(Avantgarde)까지 혼 스피커는 꾸준히 오디오 마니아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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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사의 혼형 스피커 미니어쳐 |
멀티웨이형도 한 트렌드다. 현대적인 스피커는 극도의 해상력을 추구하다보니 멀티웨이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앰프로 유명한 매킨토시(Mcintosh)사는 3웨이형을 근간으로 가장 많은 유니트를 사용한 스피커를 만들기도 했다. 매킨토시 mc30모델은 한 채널 당 트위터 25개와 미드레인지 30개의 유니트가 붙어있고 별도의 우퍼를 마련한 스피커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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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웨이, 멀티유닛의 대명사 맥킨토시 MC30 스피커시스템 |
프랑스의 하이엔드 업체의 하나인 트라이앵글(Triangle)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마젤란은 사람 키보다 큰 2미터가 넘는 높이에 고음과 중저음을 사용하는 유니트 6개를 전면에 배치하고 후면에도 별도 트위터를 배치해 대형 공간에서 해상력이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정전형 스피커도 빼놓을 수 없다. 미세전류가 두께가 얇고 넓은 필름 재질의 평면을 흐르면서 발생한 소리를 내주는 구조다. 영국 쿼드(Quad)의 ESL-57이 처음 소개된 이후 마틴 로건 등 정전형 스피커는 보컬 재생에서 최고의 효력을 발휘하지만 고온다습한 국내 기후여건에 맞지 않아 고장이 잦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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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사의 정전형 스피커 모습 |
이밖에 트위트가 리본 형태를 띄고 있어 청아하고 맑은 고음을 내기에 적합해 수퍼트위터로도 활용되는 리본형, 베릴륨 재질을 사용해서 소리를 내는 JMlab의 베릴륨 트위터, B&W사의 다이아몬드 트위터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스피커들이 사용되고 있다.
◆ 저음을 구동하는 방식스피커가 저음을 어떤 형태로 만드느냐에 따라 스피커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일단 고출력을 내는 앰프를 통해 유니트 자체에서 내는 소리를 중시하는 밀폐형 스피커가 있다. ATC 사운드를 만든 영국의 ATC사의 20~100까지의 대형기 시리즈는 대부분 밀폐형을 채택해 평균 음압이 85db를 밑돌아 구동력이 높은 앰프와 매칭해야 한다. 영국 BBC 방송국의 모니터용 스피커들이 대부분 밀폐형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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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털링사의 완전밀폐형 3/5 스피커 |
밀폐형이 아닌 경우에는 스피커 인클로저의 일정 부분에 포트(Port)를 만들어 통안에서 만들어진 저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설계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도 대부분의 스피커는 후면에 포트를 만든다. 덴마크의 스피커 명가 다인의 대부분 스피커와 가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소너스파베르(Sonus faber)의 스피커는 모두 후면 포트형이다.
하지만 전면 포트를 배치한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 3대 하이엔드 오디오사인 카바세사는 대부분 스피커의 포트를 전면 하단부에 가로로 눕혀 배치해 좁은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부밍을 내는 기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 JMlab사의 주요한 톨보이 시리즈도 대부분 포트가 앞쪽 가운데 위치한다. 포트가 있는 스피커의 경우 스펀지나 양말로 포트의 일부를 막아 저음의 양을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은 부밍을 없애주는 일반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스피커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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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lab사의 디바 유토피아의 전면 포트 모습 |
백로드(백 로디드 혼) 방식도 저음을 배출하는 한 형태로 인기를 끈다. 주로 클래식 소편성에 적합한 이 방식은 로더사의 런던 시리즈와 탄노이 오토그라프 등 저음이 통 안의 일정한 길을 돌아나오면서 자연스러운 음을 내게 된다. 다만 저음이 도달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스피드가 빠른 음악을 듣기에는 부적절하다.
이 밖에 방향성을 아예 없애버려 어디에서나 비슷한 성향의 소리를 듣도록 설계한 무지향성 스피커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MBL사의 121, 111모델 등을 비롯해 저가향으로는 듀에벨사의 플래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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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사의 121 무지향 스피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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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에벨사의 플래닛 무지향스피커의 인클로저 윗면에 위치한 유니트의 모습 |
◆ 고음압형과 저음압형스피커를 고를 때 꼭 알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스피커의 음압이 어느 정도 되느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스피커가 저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힘이 없는 상태를 보이는 경우 음압에 맞는 댐핑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앰프와 매칭한 경우다.
현대 스피커 기술은 발달한 앰프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댐핑 능력을 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ATC를 비롯해 소너스파베르, MBL, 틸(Thiel) 등 1990년대 이후 명성을 얻고 있는 스피커들이 대부분 이 같은 성향을 보이는 경우다. 반대로 과거 빈티지 스피커들은 출력이 10와트에도 이르지 못하는 2A3나 300B, 211 등 소출력 3극 진공관으로도 소리를 울릴 수 있는 고음압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탄노이부터 알텍, 젠센 등 빈티지 하이엔드 브랜드 스피커들의 주류는 고음압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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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틸사의 최신형 저음압형 3.7모델 |
따라서 스피커를 선택할 때 음압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90db대 초반의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성향의 트랜지스터 앰프로 충분히 구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80db대의 앰프는 상당히 고출력을 요하며 댐핑팩터가 좋은 앰프로 매칭해야 한다.
조영훈 금융부장 dubb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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