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해도 지저분하고 냄새 풀풀나는 소재가 훌륭한 글감으로 재탄생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비호감으로 여기는 소재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예로부터 의외로 '똥'이 우리에게 친근감 있게 이야기 소재로 자주 쓰인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 이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박현숙 작가도 역발상으로 과감히 개똥을 작품 속으로 가지고 오는 모험을 시도했다.
주로 이 책을 접하게 될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더럽다라는 생각보다 무슨 일이 펼쳐질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지 않을까 싶다. 떡하니 남의 가게 앞에 눈 누렇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똥의 주인이 누굴지, 사람일지 강아지일지 무척 궁금해 할 것 같다. 책의 구성도 참 특이하게 짜여 있다. 책의 한 면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3분의 2 부분은 글로, 나머지 아랫쪽 3분의 1 부분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한 면에 이야기도 읽을 수 있고 만화도 읽을 수 있다. 글밥을 최대한 줄여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부담없이 읽으라는 작가의 작은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풍경이 있다. 바로 누가누가 뭐했다라는 식의 추측성 발언들로 생기는 오해와 의심 그리고 잦은 다툼과 화해다. 특히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친구는 부모 다음으로 중요한 관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오대박은 친한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똥을 싼 범인으로 의심을 받게 된다. 당연히 친구 관계에도 금이 생길 뻔 한다. 누구보다도 친구에게 의심을 받은 것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다. 다행히도 똥을 눈 범인이 사람이 아니라 철물점 아저씨가 기르는 백구(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똥의 주인이 오대박이 아니라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음을 푹 놓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아이들 생각도 어리다라고 깔 봐서는 안 된다. 어른들조차 귀찮다고 방치한 일들을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일 때는 예쁘던 개가 덩치가 커지자 제대로 관심을 두지 않으니 남의 집 앞에 아무렇게나 똥을 눈다. 누구의 문제일까? 개의 문제일까? 개 주인의 문제일까? 이 주제로도 수업 시간에 토의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개를 키우는 주인이니까 목줄을 채워 집 밖에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목줄을 매 놨지만 개가 목줄을 풀고 나갔는데 이것조차 개 주인이 책임져야 하나? 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현행 우리나라 법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조사해 보는 활동도 재미있을 것 같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오대박과 그 친구들이 개 주인인 철물점 아저씨를 도와주고자 개 목줄을 발명하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관점에서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해 개가 목줄을 풀고 나가지 않도록 기가막힌 목줄을 발명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협업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모습은 꽤 흥미진진해 보인다. 이 대목도 충분히 수업 과정 속에서 녹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대박과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목줄 말고 우리만의 개 목줄을 만들어보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추세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반려견을 키우되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목줄을 채우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임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공부 중의 하나라고 본다.
책 한 권이 곧 나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수업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나와 친숙한 이야기는 즐겁게 읽혀진다. 다른 활동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쳐 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더러움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개똥이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고 더 나아가 우리만의 특별한 발명품까지 생각해 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작가의 대담한 소재 뽑아내기가 빛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