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거주 미국인들 "더 이상 미국인 아니길"
시민권 포기 수수료 3천 달러... 대기 최대 1년
해외거주자도 세금 내는 미국식 과세에 등 돌려
캐나다에서 미국 시민권 포기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 법률사무소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문의가 폭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캘거리 소재 무디스 법률사무소는 현재 시민권 포기 문의가 2017년 트럼프 첫 당선 때보다 더 많이 늘었다며, 올해는 역대 최다 신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법률사무소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시민권 포기 관련 온라인 설명회를 연 5-7회에서 최대 12회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거주지'가 아닌 '시민권' 기준 과세 국가다.
해외 거주 미국인들은 매년 복잡한 세금 신고 의무를 져야 하며, 사망 후에도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2014년부터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법에 따라 외국 금융기관들도 미국인 계좌 보유자의 해외 자산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시민권 포기 절차는 복잡하고 비용도 상당하다. 국적상실 증명서 발급 수수료만 2,350달러며, 이민 신청서, 세금 관련 서류 등도 필요하다. 일부는 출국세나 이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변호사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의 면담도 필수다. 밴쿠버의 경우 면담 대기 시간이 4-5개월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내 대기 시간이 최대 1년까지 늘어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까지 가서 면담을 보는 사례도 있었다.
포기 선서문에는 "미국 국적과 함께 모든 권리와 특권, 의무와 충성, 성실의 의무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미국 정부는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들의 명단을 분기별로 공개하는데, 2014년 가수 티나 터너, 2017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등 유명인들도 포함됐다.
시민권 포기자 수는 2016년 4,100명에서 2017년 트럼프 첫 당선 이후 6,900명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5,500명을 기록했다. 법조계는 올해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민권 포기의 주된 이유는 세금 부담이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이유도 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미국인들 사이에서 더 이상 미국과 연을 유지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