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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3-Top 10전 ② 정체성을 찾아가는 노래
◾58호 홍이삭 ◀지구가 태양을 네 번(넬)
◾27호 임지수 ◀맑고 향기롭게(김광석)
◾40호 채보훈 ◀삐딱하게(강산에)
◾25호 강성희 ◀그 또한 내 삶인데(조용필)
◾68호 양리진 ◀새로운 날들을 위하여(권진원)
◉대중음악의 영역이 확대되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실용음악을 공부하려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대학의 실용음악과는 대학입시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인기 학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실용음악은 음악 생각이나 감정의 표현을 떠나 일반대중을 즐겁게 하기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실용음악은 고전음악을 제외한 대중 지향적인 음악을 통틀어서 이르는 말로 쓰이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니까 대중을 즐겁게 만드는 음악으로 이해하면 가장 쉽습니다.
◉실용음악과가 있는 4년제 대학은 50곳이 넘습니다,
2년제 전문대학도 20여 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실용음악과를 가진 동아방송예술대와 서울예술대학교처럼 3년제인 전문대학도 10곳이 넘습니다.
그 많은 실용음악과는 입시 철마다 지원자가 넘쳐 필기와 실기에서 여러 전형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이 학과 출신으로 실제 대중음악의 스타가 된 사람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이 학과에 대한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싱어게인만 해도 이무진과 김기태 김소연 같은 실용음악과 출신들을 대중스타로 만들어 냈습니다.
◉실용음악만 공부하는 전문대학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버클리 음악대학 (Berklee College of Music)은 세계 최고의 실용음악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버클리는 가장 폭이 넓은 음악 장르를 다루면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환경을 가진 세계 최고의 실용음악 전문대학입니다.
1945년에 설립돼 78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입니다.
◉이 대학은 MIT를 졸업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렌스 버크(Lawrence Berk)라는 인물이 세운 대학입니다.
러시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다양한 현대 음악의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론 중심이 아닌 실용 중심의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신이 태어난 보스턴에 ‘Berklee 음악학교’를
세우고 학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학교 이름은 2대 학장이 되는 아들의 이름 ‘Lee Berk’를 뒤집어서 Berklee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대학은 이후 현대 대중음악의 산실이 됐습니다,
◉올해까지 버클리음대 출신 170여 명이 가져간 그래미상이 332 개입니다.
라틴 그래미상도 118개 가져갔습니다.
34개의 에미상과 7개의 토니상, 8개의 아카데미상을 탔으니 이곳 출신들이 가히
미국 대중음악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말할 만합니다.
그래서 대중음악을 하려는 세계 여러 곳의 음악 인재들이 이 대학에 몰려들어
현재 6,400명이 넘는 음악도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의 대중음악인도 꽤 됩니다.
윤상과 싸이, 김동률, 서문탁, 최성수, 장기하, 양파, 이루, 말로 같은 가수와 싱어송라이터들이
버클리에서 공부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과 정원영 기타리스트 한상원 등 악기 연주자와 작곡가도 꽤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 대중음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싱어게인 3 Top 10전에서 톱 텐으로 확정된 여덟 명 가운데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뮤지션이 두 명 있어서 버클리음대 이야기를 떠올려 봤습니다.
버클리음대를 나온 27호 임지수와 버클리음대를 다니다 휴학한 58호 홍이삭이 바로 그들입니다.
두 명 모두 실용음악에 대한 공부로 바탕을 다진 뮤지션이지만 아직 ‘유명’보다는 ‘무명’에 가까운 쪽에 서 있습니다.
그것이 무명가수전 싱어게인에 번호를 달고 참가한 이유입니다.
이 두 명은 다음 차례 명명식에서 이름을 밝히고 Top 6(식스)전에 나서게 됩니다.
◉먼저 58호 홍이삭을 만나봅니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던 홍이삭은 2010년 버클리음대에 지원해 합격한 뒤 보스턴으로 음악 유학을 떠납니다.
버클리음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로도 유명합니다.
홍이삭은 학업 도중에 너무 비싼 수업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부정교합 수술을 위해 휴학하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이후 2013년 유재하 경연대회 동상입상과 슈퍼밴드 입상 등 경력을 쌓으며 음악을 계속해 왔지만
10년 이상 거의 무명 급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10년 이상 가수 생활을 하면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가수로서의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아보기 위해 싱어게인에 참가했다고 했습니다.
경연을 거듭하면서 본인이 고민해 오던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서
조금씩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에게 가장 큰 소득이 된 듯 보입니다.
◉이번에 골라 나온 곡은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라는 넬(Nell)의 노래입니다.
3인조 모던 록 밴드 NELL이 2014년 6집 ‘Newton’s Apple’ (뉴턴의 사과)에 담았던 곡입니다.
앨범의 타이틀에 맞게 이별에 대한 마음을 풀어 놓은 노래에 제목으로 우주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65.2564일이 걸립니다.
그래서 통상 1년을 공전주기로 이야기합니다.
지구가 태양을 감싸는 네 번 동안, 즉 4년 동안 잊어보려고 노력해도 마치 중력처럼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노래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4년하고도 하루 24시간이 보태지는 시간입니다.
굳이 유통기한을 꼭 알아보지 않아도 될만한 58호 홍이삭의 무대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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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삭과 같은 조에서 노래를 불러 조 2위로 Top 10 진출자로 결정된 27호 가수 임지수도
장학금까지 받으며 버클리음대에서 공부했던 뮤지션입니다.
여덟 살 때 중국에서 중국인이 공부하는 학교에 다니고 열네 살 때 뉴욕으로 건너가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어 중국어에 능통합니다. 부모가 반대하는 음악의 길을 택해 버클리에서 공부했지만
국내로 돌아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2019년 ‘보컬 플레이’라는 오디션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다른 여러 오디션에서는 여러 번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임지수 역시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 갈등을 겪으며 음악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 두 가지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은게 홍이삭처럼 그녀에게도 가장 큰 소득으로 보입니다.
◉27호 김지수는 톱 10전에서 부를 노래로 故 김광석이 1994년에 부른 ‘맑고 향기롭게’를 골라 나왔습니다.
경연곡으로는 다소 모험적인 선택이지만 예전에 즐겨 불렀던 좋아하는 노래를 들고나왔습니다.
심사위원 코쿤의 말대로 노래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 무대였습니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운동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가수 故김광석은 1991년부터 불교방송 음악 프로그램 ‘밤의 창가에서’를 진행하면서
법정 스님으로 원음(圓音)이라는 법명을 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1994년 불교 신도를 중심으로 ‘맑고 향기롭게’라는 시민단체가 만들어졌을 때 김광석은
그들의 의미 있는 활동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단체 이름과 같은 제목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노영심이예쁘면서도 의미 있는 노랫말도 쓰고 작곡까지 했습니다.
이 노래는 ‘서른즈음에’가 담긴 4집 앨범에 함께 수록됐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시민단체는 지난 30년 동안 717명의 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고
2020년부터는 99명의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좋은 향기를 날개를 달아 널리 퍼트리는 이들의 무소유 활동을 생각하며 들어보면
의미가 더욱 와 닿은 27호 임지수의 다소곳한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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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가수 채보훈도 여러 차례 경연 무대에 도전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2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 2016년 MBC 듀엣가요제 김윤아와 짝을 이뤄 5연승 명예졸업,
2019년 슈퍼밴드에서 퍼플레인 팀으로 3위 입상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연에서 잘 보이려다 보니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한 음악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Top 10전의 방향 설정을 하고 싶은 노래를 자유롭게 하는 쪽으로 바꾸었습니다.
◉채보훈이 선택한 노래는 강산에의 ‘삐빡하게’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착하게 보이려고, 또는 훌륭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고
마음 내키는 자유롭게 노래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Top 10전에서 유일하게 올 어게인을 받은 것만으로도 그의 성공적인 도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풀 액셀을 밟은 스포츠카’, ‘우리를 뛰쳐나온 야생마’ 같은 극찬으로 추켜세운 40호 채보훈의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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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ovkoS69KtE?si=KbhuqQcfaRiyaVFh
◉신촌 블루스의 보컬을 10년째 맡고 있는 25호 가수 강성희입니다.
팀의 이름은 사람들아 잘 알지만 자신은 찐무명이라고 소개했던 말 그대로 그녀와 관련해 알려진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고 어디 출신이고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도 모릅니다.
1997년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해 올해 27년 차 뮤지션이라는 사실로 그녀의 나이를 대략 짐작할 뿐입니다.
알려진 인적 사항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싱어게인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은 있습니다.
뛰어난 보컬 실력과 깊은 블루스의 감성을 지닌 가수라는 점입니다.
◉그녀는 노래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그것을 풀어내는 데는 날카로우면서도 또렷한 그녀의 음색과 그러면서도 섬세한 감정표현이 큰 역할을 합니다.
그 바탕에 그녀의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 오랜 내공이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노래 조용필의 ‘그 또한 내 삶인 데’도 그런 노래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2003년 조용필의 18집 ‘Over the Rainbow’에 실린 노래입니다.
앨범의 이름처럼 폭풍우가 지난 뒤 뜨는 무지개같이 고난과 시련을 딛고 또 다른 도전과 희망을
찾아 나선다는 주제와도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과 마주해도 나만의 희망과 강인함을 찾아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좋은 노랫말로 풀어 놓았습니다.
피어나는 꽃과 함께 세월을 느끼고 고독이 찾아와도 그것 또한 또 다른 내 삶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지친 사람을 위로해 주고 다시 삶을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음악입니다.
더는 사랑이 없다 해도 남겨진 나만의 길을 가야한다는 긍정적인 지혜를 적절하게 풀어내는 25호 강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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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조에서 3위 4위로 탈락 후보가 된 여덟 명이 내일 방송에서 Top 10, 두 자리를 놓고 패자부활전을 가집니다.
그 가운데 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순탄하게 올라오다가 탈락 후보가 된 여고생 68호 양리진의 노래를 들어보고 갑니다.
지난주 사전 인기투표 1위였다가 이번 주 3위가 된 68호라 탈락 후보가 된 것을 많은 사람이 아쉬워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장르인 발라드가 아니라 재즈로 새롭게 도전한 것이 다소 모험이었다는 평가입니다.
그녀가 선택한 노래 권진원의 ‘새로운 날을 위하여’를 들어보고 갑니다.
https://youtu.be/gn-ix83-U9k?si=Ec6mDyvZ06TIBAp8">
https://youtu.be/gn-ix83-U9k?si=Ec6mDyvZ06TIBAp8
◉지난 시즌 2에서는 매 라운드 탈락 위기를 겪었던 김소연이 여러 차례 추가합격으로 올라가 준우승을 이룬 사례도 있습니다.
그날의 컨디션과 선곡 등 여러 변수가 여전히 막판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탈락 위기에서 다시 살아닌 참가자가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런 변수가 바로 오디션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오늘이 음력 11월 15일 보름달이 뜨는 날입니다.
2023년의 마지막 보름달입니다.
동시에 일 년 중에 가장 길게 하늘에 있는 보름달이기도 합니다.
보름달은 오늘 오후 4시 30분 전후에 나타나 내일 아침 7시 50분대까지 하늘에 머물러 있습니다.
15시간이 넘는 긴 시간입니다.
인디언들은 춥고 밤이 긴 12월에 뜨는 보름달에 ‘Cold Moon’이란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겨울에는 하늘이 더 높게 보여서 달이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어젯밤에도 둥근 열나흘 달이 온 주위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달빛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든 눈 위에 내려앉으면서 겨울밤을 더욱 환하게 밝혔습니다.
오늘 역시 맑은 날씨가 낮부터 밤까지 이어집니다.
게다가 낮에는 영상을 기록하는 등 포근한 겨울날입니다.
오늘 밤 보름달과 만나서 2023년을 잘 떠나보내는 작별 인사를 하고 새해에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그들에게 좋은 일들이 이어지기를 빌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