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슈퍼마켓 식자재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달걀. ‘무관세 수입 달걀’ 실효성 논란 왜 나오나 30개 한판 가격 국산과 비슷 당초 물가 안정 취지 못살려 6월까지 무관세 물량 5만t 유통업체 감독 철저히 해야 예방적 살처분 정책 제고도 일부 유통업체들이 수입 달걀에 과도한 이익을 남기고 있어 정부의 사후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6월까지 상당 물량이 무관세로 수입될 것으로 예상돼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비싼 수입 달걀, 사후관리 소홀이 원인=일부 유통업체들이 통상적인 유통마진을 넘어 수입 달걀로 이익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물가당국의 사후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외국산 달걀에 대한 무관세 수입을 주도해놓고, 정작 국내에서 외국산 달걀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수입 달걀을 저렴하게 판매한 곳은 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외에 뚜렷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코스트코는 설 직전 한판(30개)당 4990원에 미국산 신선달걀을 판매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공급가격인 4450원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나마도 설 이후에는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판매를 중단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들은 아예 수입 달걀을 판매하지 않았다. 식자재마트·전통시장 등 소매업체들은 수입 달걀을 어느 정도 가격에 판매하는지 정부가 파악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수입 대기물량 많아 논란 지속될 듯=이달말까지 수입될 물량은 2640t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6월까지 신선란 1만4500t, 달걀가공품 3만5500t 등 모두 5만t을 무관세로 수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2월 이후 수입될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까지는 기존 27∼30%인 수입 달걀의 관세가 0%가 되지만, 민간 수입업체 단독으로 수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 달걀값이 만만치 않아서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달걀 한판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현지 달걀 구매값 및 항공운임비 등을 포함해 8990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된 달걀을 국내 선별포장업체가 포장작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1416원)까지 더해지면 미국산 달걀 한판의 공급원가는 1만400원에 달한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결국 정부가 aT를 통해 공급원가와 실제 공급가격(4450원)의 차액만큼 국민 세금으로 지원했을 것이란 게 채란업계 다수의 추정이다. 정부는 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당시에도 외국산 달걀 수입비용의 일부를 지원한 바 있다.
◆사후관리 강화해야=전문가들은 당장 무관세 수입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유통업체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세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주 건국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로 세금을 들여 외국산 달걀을 수입·유통한다면 해당 예산이 목표에 맞게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유통업체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는 대규모로 이뤄지는 현행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축산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반경 1·3㎞ 컴퍼스를 그려 일괄적으로 살처분을 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면서 “농가 방역수준·지형·역학과 함께 수급 상황 및 물가 등을 검토해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