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호회에 존재하는 편견과 같은 것으로, 수도권 광역전철이
- 다른 나라 시스템에 비해서도
- 속도도 느리고
- 서비스도 저질이고
- 운임만 싸다.
...라는 편견이 퍼져 있는 것을 봅니다. 실제로는 어떤가 하면,
- 속도가 느리지 않고
- 서비스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라는, 일전에 국수주의자 소리까지 들었던 발언을 또 하게 된다는 거죠.
예컨대 Tanah...님의 게시물에서 옮겨오겠습니다.
"서서가는 입석위주의 롱시트
전구간 완행 1000m마다 정차
콩나물시루 혼잡도"
이에 대해서는
1. 어디나 시내전철은 롱시트다
2. 어디나 시내전철은 다 그렇게 선다.
3. 도시권 인구가 2천만명인데 별 수 있나.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현상분석 자체가 요상하게 되어 있으니 '어디서부터 태클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겁니다.
수도권 전철의 불행은 단 하나입니다. 서울만큼 넓게 퍼진 도시권이 세계에 유일무이하다는 겁니다. 뭔 헛소리냐고요? 세계 넘버원의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에서, 광역권도 아니고 시내 지도로 cm당 500미터 이상의 축척 지도가 상세도랍시고 등장하는 건 서울과 도쿄 뿐입니다. 이렇다 보니 서울에는 이런 괴물이 존재합니다.
- 세계 최장의 도시철도 단일노선 연장 (소요산-신창) - JR의 광역권 설정을 제외한다면
- 세계 최장의 순환선
- 세계 최장의 지하철도 (5호선)
실제로 광역전철의 성능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천안-구로간 일반열차의 소요시간은 다이어그램상 97분이 소요되는데, 연장이 85km에 달하기 때문에 표정속도는 53km/h입니다. 자동차 어쩌고 할지 모르지만 천안 복판에서 서울 복판까지 1시간 반에 가기 쉽지 않지요. (고속버스 소요시간 70분) 특히나 러시아워에는. 게다가 자가용차는 의외의 맹점이 있죠. 집을 나서서 차 빼고, 다시 목적지에서 차 세우는데 소요시간이면 근처 전철역 걸어가고 남습니다. 보너스로 주차비도 있죠. "주차비는 근무처 빌딩 지하를 이용하면 무료."라는 말이 있는데 요새 주차장 무상으로 해주는 빌딩 흔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사무실에 한두대 정도. 전쟁 치러야죠.)
그런데 어디서 문제가 생기냐면, 그 잘난 시내구간입니다. 그 시내구간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특급 서비스인데 (파리 1호선의 평균 역간거리는 700m, 뉴욕은 시스템 전체로 800m 정도) 그러나 50km씩 간신히 타고 온 사람들에게는 1km씩 한번 세우는 것도 버겁죠. 평균 역간거리 2.3km밖에 안되는 RER이 훌륭한 급행서비스가 되는 건 시내에서 기존 지하철과 별도로 쌩쌩 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울은 다른 해외 주요 도시와 달리 주 도심이 어딘지 잘 정의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의 도심은 그야말로 서울역에서 종삼까지로 딱 정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영등포역에서 구 도심 사이의 이중축선과, 강남대로-테헤란로가 어느쪽이 우월한지 어렵도록 완연히 병존합니다. 게다가 중심지에서 벗어나면 좀 밀도가 줄어드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아파트붐 탓에 오히려 외곽의 신규 개발지역이 인구밀도가 높습니다. (파리의 경우 서울의 3개구 면적에 해당하는 딱 20구 범위가 이 정도) 이 때문에 외곽 (예컨대 관악구나 노원구) 조차도 도심에 준하는 교통시설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동호회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 있죠? 2호선은 급행 만들어도 버릴 역이 없다고. 그게 서울, 수도권의 도시 기능 분포가 그렇기 때문이며, 서울지하철의 퍼포먼스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원흉입니다.
또한 수도권의 스프롤링이 단순히 서울발 원심분리라면 문제가 덜할텐데, 철도-주요도로 연변의 기존 중심지가 다시금 스스로의 덩치를 키운 것도 한몫 합니다. 인천, 수원, 안양, 성남, 분당 등 사례는 얼마든지 있어요. 문제는 비슷한 현상이 존재하는 일본의 경우 역내의 수송량은 자체 인프라를 통해 충족하는 반면, 수도권에서는 각 지역이 역내 수송량까지 광역 인프라에 전가하려 듭니다. (그렇다고 전가가 되면 그나마 의의가 있건만, 각 광역전철의 수송량을 보면 대부분 실패로 드러납니다) 테헤란로에서 수지까지 동네전철이 되어 버린 분당선이 그 대표사례이고, 서울 시내노선의 연장 요구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때문에 광역기능과 단거리기능의 분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대심도전철의 발상에는 다소 무리수가 있긴 해도 실제 기존 광역전철을 제로베이스로 고찰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의미한 발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정말로 지금의 전철이 형편없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광역버스와 비교할 때 더한데, 러시아워에 광역버스에 입석으로 서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수원 블루윙즈의 홈경기가 있는 날 사당역에서 777을 타려고 해 보았습니까?) 속도를 놓고 봐도 별다른 열세는 없습니다. 자가용차와 비교할 경우, 이는 일전에 지적한 적도 있지만 자가용차의 최대 비용이 유지비용이라는 것 때문에 전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수단과는 애초에 리그가 다르다는 걸 주지합니다. 게다가 '도로의 역설' 있죠? 만약에 Tanah...님의 생각과 같이 초저비용 전기차가 나온다고 해 보세요. 그래봐야 도심에는 차 세울 데 없습니다. 오피스 빌딩에서 근무자 1인에게 부여되는 공간은 통상 10평방미터 안팎이 되게 마련인데, 빌딩에서 차 1대분의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적게 잡아도 20평방미터입니다. 세상에 어느 건물주가 임대 면적보다 더 큰 주차장 공간을 만들 생각을 할까요. 또한, 무역센터같은 대형 오피스빌딩이라면 근무자 수가 1만명은 헤아릴텐데, 이들 중 반이라도 자차를 끌고 나온다고 했을 때, 출퇴근 시간에 때맞춰 근처 거리로 쏟아지는 수천대의 차량이 빌딩 입구와 동네를 무슨 꼴로 만들지도 생각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차라리 콩시루전철이 낫죠" 고작 2천대급밖에 안되는 롯데백화점 주차장이 영등포 바닥을 무슨 난장판으로 만드는지만 보면 압니다.
요약하여, 현재의 수도권 전철 시스템의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1. 넓은 도시권에 비해 진정한 지역간 서비스가 부재하다는 점. 이의 대안은 민자를 포함해서라도 서울 시내노선과 공유하지 않는 누리로같은 서비스를 늘리는 겁니다. RER과 PATH같은 게 이런 발상이고, 사실 '고급화'에 딱 맞지 않습니까? 한가지 문제는 서울 도심부가 원체 퍼져 있다 보니 터미널역 잡기가 어렵다는 거죠.
2. 주요 축선 내는 상당히 편리하지만 축선간의 연계가 미약하다는 점. 만약에 서울 사람들이 뉴요커였다면 맨해턴 내 1개축선밖에 존재하지 않는 PATH를 수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서울 도심이 퍼져 있는 탓이겠지만, 예컨대 영등포 쪽에서 수원으로 버스 타고 가는 사람은 없는 반면 사당이나 강남에서는 수원행 버스가 있는 것, 분당선이 미묘하게 불편한 것이 다 그런 이유입니다. 만약에 도시권 구조가 축선간 교통수요를 최소화하도록 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되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분당선-신분당선 정도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팩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1. 방콕 BTS 운임을 찾아 봤는데, '6정거장만 가도 40바트'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6정거장 정도면 보통 '30바트'더군요. 그리고, 현재 네트워크에서 최장거리에 해당하는 N8-E9 (약 15km) 가 40바트입니다. 이 정도면 분명 한국보다 비싸고 또 방콕 시내버스 (에어컨 버스가 최고 19바트) 보다 비싸긴 한데, 그래도 '대화에서 압구정이면 5~6천원은 하겠군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또한, 정말로 월 5천원어치 전력으로 분당-강남을 한달동안 출퇴근할 수 있는 실용전기차량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지요. 전기자전거라면 가능해 보이긴 합니다만.
첫댓글 맞는 말이군요. 제가 하고싶은 말을 시원하게 말씀해주시네요.
공감합니다. 설령 월 5천원치 전력으로 출퇴근 할수 있는 전기차량이 있다 하더라도 서울 시내의 도로와 주차장 용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상당한 혼잡이 있을 것이고 일시에 그 효과로 자차로 전부 몰린다 하더라도 곧 엄청난 교통체증이 일것입니다. 자연스레 그보다 훨씬 빠르고 주차걱정 문제 없는 도시철도로 수요가 다시 몰리겠지요. (그런 상황이라면 서민이 자차, 중산층이 도시철도를 선택하겠죠, 그런 최악의 교통난이라면 도시철도는 현상 유지만 해도 고급수요를 가져갈겁니다.)
다만 본래글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좀 더 고급화된 서비스는 필요해보입니다. 수도권의 스프롤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며, 통근권이라 규정짓기에는 너무 먼 거리(예컨대 2기신도시의 서울로부터 40km 거리권을 너머선 확장도 이루어지고 있죠)에도 속속 인구유입이 되고 있죠. 정부가 이러한 신도시(및 각종 택지지구)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 이들을 위한 통근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좌석형 통근 열차와 급행열차의 확대에 대한 니즈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겠죠.
'고급화가 필요하다'와 '일반서비스는 끝났다'는 다릅니다. '전철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날려버려야 한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글에 실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그런까닭에 본래 글에서 밝힌 주장(일반서비스가 끝날테니 고급화전략을 써야한다)과 무관하게 고급화된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씀드린겁니다. 우리 도시철도가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절대 싸구려는 아니죠. 특히나 시설면에 있어서는 수준급이라고 보고 싶네요.
그 '고급화'에 대해서도 본문에 다소 다루고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 주십시오 ;)
네; 여수행관광열차님 글에 공감하면서 쓴 댓글이니;;; 잘 알고 있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C%A0%84%EA%B8%B0%EC%9E%90%EB%8F%99%EC%B0%A8 이미 전기자동차는 60%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을 90%까지 끌어올리고 기타 무게 감소등으로 연비향상을 꽤해서 5kWh/100km라고 하면 800km주행에는 40kWh가 들고 누진세 3단계로 6500원정도 하는군요. 차를 종이장같이 만들면 거의 가능하기는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에어컨, 라이트등 부가적인 소모는 포함이 안되었고 저런 연비가 나오는 차는 소형 차입니다. 실제 활용에서는 저정도까지 끌어내리기는 힘들고 20kWh/100km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운행비용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것은 부정하기 힘들군요.
말씀하신 대로 현재의 전기차 컨셉트는 실용차와는 거리가 먼 2인승 이하로 잡히는 일이 많습니다. (위에 Tanah...님이 언급한 사례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시티카라는 점을 고려해도 지나친 저스펙은 통용되기 어렵죠. 고작 혼자 탈 수 있는 차를 전기차라고 구입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며, 또한 현 시점에서 전기차는 아무리 운행/유지비가 저렴하다 해도 구입가가 가솔린엔진 차량에 비해 비쌉니다.
이와 관련해 상당히 실용적인 스펙이라고 볼 수 있는 스마트의 경우 (2인승 시티카, 120km/h) 는 12kWh/100km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월 800km 주행을 가정할 경우 대략 1.5만원 정도의 전력비용이 드는데, 단 현재의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될 때 그렇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4인승에 100km/h 차량이라면 14~16kWh/100km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