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때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해온 구정평(취영핑)은 학교를 졸업한 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79년 영화계에 입문하는데, 홍콩 뉴웨이브 감독 중 한명인 여운항의 눈에 띄어 미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서극의 <제일유형위험>과 허안화의 <호월적고사> <투분노해>, 우인태의 <순성마>, 체계광의 <영몽가락>, 서기의 <노랑구소> 등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주요 작품에 참여해왔고, <투분노해>로 홍콩금장상에서 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인심>이나 <부귀열차> 등에서 미술을 담당했다.82년부터는 영국의 런던영화학교에서 영화공부를 했고 이듬해 홍콩으로 돌아와 <화성 The Last Affair>으로 감독 데뷔하게 된다.
이어 <몽중인 Dream Lovers>(1986) <군영난무 Profiles of Pleasure>, 양가휘 주연의 <남경적기독>(1995) 등을 만들었다. 특히 미술감독이었던 그의 이력은 세트 디자인, 색감, 영상미에서 남다른 특색을 보여주고 있는데 <몽중인>은 진시황 시대에 불행하게 죽은 한 부부가 2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환생한 뒤, 헤맨다는 환상적인 내용의 멜로드라마로 구정평의 스타일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하일군재래 Au Bevoir, Mon Amour>(1990)는 상하이의 일본군 점령에 대항하는 서사극으로 양가휘와 매염방이 주연을 맡았고, 중국 정부 요원과 홍콩 여가수의 러브스토리다. 중국인의 단결과 우월성을 바탕으로 은근한 민족의식을 겨냥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출처: [씨네21 영화감독사전]
하일군재래 리뷰:
양삼과 매이는 전쟁 와중에 사랑을 나누다 조국을 위해 사랑을 등져야 했던 사이. 양삼은 항일정부의 명령으로 암살지령을 수행하던 중 유명가수된 매이와 재회한다. 독립운동 중 양삼이 부상당하자 매이는 그녀를 사랑하는 일본인 노구찌의 도움으로 양삼을 피신시키고,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매이는 임신을 하게된다.
그러나 양삼과 매이는 오해로 인해 헤어지고, 매이는 자신을 보살펴주던 노구찌와 결혼하려 한다. 한편 강물에 빠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양삼은 다시 상하이로 오고, 이 사실을 안 노구찌는 매이를 만나보라고 권하지만 양심은 그녀의 행복을 빌며 거절한다. 양삼은 암살자 명단에 매이와 노구찌가 있음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두 사람을 일본으로 보내려 한다.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