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잎 사건을 본 삶의 본질
''자~ 지금 이 시간은
유언장 쓰기 시간입니다.
유언장이란 것은 잘 아시다시피
죽음을 앞두고 가족이나
인연 닿는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을 적는 것이지요.
혹시 유언장 써 보신 분
손 한번 들어 보세요."
이 말에 다섯 명이 손을 들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면,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유언장 쓰기' 가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행자님들께 한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사실 '죽음' 이란
그림자와 늘 같이 다니지만
'삶'이란 밝음에 집중하고 치중하는
나머지 그 죽음이란 것을 잊고 산다.
나는 1999년에
서울에서'월간 해인' 편집장을
하며 수도승으로 지낸 적이 있다
그해 12월호에
'세기말에 쓰는 유서' 라는
꼭지를 기획했다가
편집위원들의 완곡한
반대에 물러선 적이 있다
모두들 새 천년이니,밀레니엄이니
하면서 희망에 부풀어 떠들썩한
이 마당에 유서를 쓰라하면
기분이 좋겠냐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그 뜻은 이해를 했다.
그러하기에 물러선 것이다.
나는 매년 12월 31일이면
유언장을 쓴다.
수행자이기에 더욱 자신의
내면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며
드러나는 삶 또한 늘 주변정리를
맑게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금몽암 카페에
단기출가 12기 졸업생인
명원님께서 가슴에 새길만한
좋은 글을 올려 주셨다
내 등 뒤에 있는 것
인디언들은 광활한 대평야를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씩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타고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자기가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 오지 못했을까 봐
그 영혼이 다시 자신에게
흡수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
그러고 보니 참
빨리 달려왔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허겁지겁 달려왔던 삶
이제 숨을 고른 후 천천히
뒤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린 나머지
나의 맑고 고운 영혼을 살피고
챙겨주는 일에 너무 소홀하다.
몸에 난 조그만 상처에도
아프다고 약을 발라주는데.
그 몸의 주인인 영혼에는
아무리 깊은상처가 나도
별로 관심도 없으며,
또한 치료방법도 제대로 모른다
그런 삶에 잠시 쉼표를 찍고
내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지친 영혼이 따라와
주길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지금 현재 나를 중심으로
이어진 수많은 인연들을 둘러보는 것
또한 남겨진 나의 삶을
점검해 보는 것이 바로
'유언장 쓰기'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장인 법륜전에
프로그램일정을 프린트해서
걸어 놓았기에
인지는 하고 있었겠지만
프로그램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에~ 죽음이란 것은 언제 어느 때
우리에게 닥쳐올지 모릅니다.
삶이란 건 무수한
불확실성의 인연들이매 순간
모여서 이어지기 때문에
내일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죽는다 하고
유언장을 작성해 보기 바랍니다'
모두들 종이를 펼쳐놓고
사뭇 진지하게
유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그러니까
2008년 5월 15일, 16기
단기출가 졸업을 하루 앞둔 날
아침 공양 후 교무회의를 하면서
저녁에 할 자자회와
삼천배 진행을 의논했다
그 날 저녁만 지내면 한 달간의
수행을 끝내고 졸업을 하는 것이다
그 때까진 그랬다.
점심 공양상에 산마늘
( 신선초)비슷한 것이 올라왔다.
평소 야채 쌈을 좋아 하던 터라
싱싱하게 보이는 이 채소( ?)가
꽤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하나를 먹어보니 별 맛도 없는
것이 산마늘은 아니었다.
오대산에는 귀한 약초와
나물들이 많이 있어
산마늘, 곰취, 누리대 등을 자주
먹어봤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마 시장에서
채소를 사왔나 했다.
세 잎을 먹었다.그리고
방에 와서 잠시 쉬는데
가슴이 답답하면서
꼭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나무 숲길을 포행 했으나
점점 더 증상이 심해졌다.
원인도 모른 채
방에 들어와 누워있으니
종무소 감로보살님으로 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행자님들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려
강릉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낮에 먹은
그 이상한 풀 때문인 것 같은데
스님은 괜찮냐고 물어왔다.
그때서야 왜 가슴이 답답하며
구토가 나오려는지 알 것 같았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호흡까지 곤란해졌다.
원주보살님이
금강루 앞에 응급차가 있으니
빨리 나오라고 인터폰이 왔다.
방문을 나서니 단기출가
졸업생인 오성법우님이 차를 대기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등을 켜고 강릉으로 가면서
차를 세워놓고 길가에
몇 차례 구토를 심하게 했다.
강릉 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행자님들의
구토와 비명으로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응급실 밖에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사들이 나와
취재를 한다고 야단들이었다
병원침대에서도 계속 구토가
났는데 나중에는 피까지 토했다
나도 급히
다른 행자님들과 마찬가지로
코를 통해 호스를
위에 넣어 위세척을 했다.
호스가 식도를 통과할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였다.
위세척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했다
감로 보살님이
점심때 먹은 그 문제의 풀은
원주스님이 비로봉 산행 갔다가
산마늘과 비슷하니까 대중상에
올리려고 일부러 뜯어 온 것이며
사약재료로 쓰였던
'박새'라는 독초라고 했다.
다행이 시자스님의 재치로
독초이름을 빨리 알아
병원에 알려 줬기에 도착하자마자
위세척에 들어갔지 아니었으면
식중독 원인을 찾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을 터였다
나는 계속 호흡이 곤란하고
혈압이 40에 60까지 떨어져
사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고를 받으니
16기 행자님 46명 가운데
40명이 이 독초를 먹었고.
스님과 직원 몇 명해서 모두
48명이 강릉시내 네 곳의 병원으로
분산 수용되었으며
우선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니
먼저 온 행자님 한 분이 말을 건넷다.
"아니 학교장스님.
어제 다들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어찌 알고 그 전날 저녁에
유언장을 쓰라고 했습니까?
학교장 스님
'한 소식' 하셨습니다. 하하."
하며 농담을 했다
어쨌든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고 나니
어제의 힘들었던 고통만큼은 아닌지
다들 퇴원을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나도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이긴 하나
이 사건으로
졸업식도 연기 되었고
중요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삼천 배'도 못할
지경인지라 내심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단기출가 책임자로서
행자님들께
미안한 마음으로 착잡했다.
그러나 며칠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퇴원 후 문제가 생겨도 병원 측의
책임이 없다는 각서까지 쓴 후
오후4시끔 퇴원을 했다.
월정사에 도착하니 먼저
퇴원한 행자님들이
법륜전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중에 퇴원하는 행자님들을
맞이하며 부둥켜 안으며 좋아했다.
마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도반들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충분히 그러했으니까.
저녁 공양은 죽으로 먹고
하루 미루어 졌던 자자회를 했다
자자회란 본디 선방에서
한 철을 지낸 수좌들이
해제 전날 조실스님을 모셔놓고
미진한 공부를 묻던지
서로의 잘못을 드러내 참회하고
탁마를 받는 시간인데
단기출가생들은
한 달 동안의 수행을 마무리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당연히 박새사건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모두들 그 죽을뻔한
중대한 사건을
큰 공부로 여기고 있었다.
수행 도중 다소 서운했던
감정들도 오히려 더 좋아졌고,
하루라는 시간동안 생과사를
넘나들었던 이번 사건처럼
온몸으로 직접 느끼며
공부할 인연이 살아가면서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삶이란 온전히
'바로 지금 이 순간'
만이 존재 할 뿐이다.
한 치 앞을 볼 줄 모르는 것이
우리들 중생들의 삶인 것이다.
생야전기현生也全機現
사야전기현死也全機現
학교장 특강 시간에 단기출가
행자님들께 들려드린 말이다.
삶을 살되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드러내 보이고
죽음에 임했을 때도 보이라,
즉 '철저히 살고
철저히 죽으라.'는 얘기다.
오직 이 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살다보면
단기 이 삶이 다하는 날이 결국
생애 최고의 날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는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그 '아름다운 세상'은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박새 잎' 이라는 역경보살
선지식을 만난지 6일째..
오늘은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약도 타왔다.
유난히 몸이 약한 탓인지
나만10일쯤 있다가 다시 와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가까운
영월읍내 의원을 찾은 것이다.
금몽암으로 돌아와 솔밭
길을 천천히 산책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월의
막바지 신록들이 너무 눈부셨다
그래, 다시 살아보자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멋지게 소풍 놀다 가야지...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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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잎 사건을 본 삶의 본질---동은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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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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