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예수님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4,8-12
그 무렵 8 베드로가 성령으로 가득 차 말하였다.
“백성의 지도자들과 원로 여러분,
9 우리가 병든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한 사실과
이 사람이 어떻게 구원받았는가 하는 문제로 오늘 신문을 받는 것이라면,
10 여러분 모두와 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11 이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12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1-18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11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12 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러면 이리는 양들을 물어 가고 양 떼를 흩어 버린다.
13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14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15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
16 그러나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
17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그렇게 하여 나는 목숨을 다시 얻는다.
18 아무도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것이다.
나는 목숨을 내놓을 권한도 있고 그것을 다시 얻을 권한도 있다.
이것이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받은 명령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댈러스에 있으면서 뉴욕에서 왔다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제가 살던 동네에서 왔다는 분을 만나면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서로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가던 공원, 즐겨 가던 식당, 미술관, 공연장 등을 주제로 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제가 살던 명동에서 왔다는 분을 만나면 분위기가 더욱 좋아집니다. 명동 근처에는 갈 곳도, 볼 곳도 많습니다. 한옥마을, 남산, 청계천, 경복궁, 대학로, 남대문 시장이 있습니다. 먹을 곳도 많습니다. 광장시장의 빈대떡, 종로의 닭 한 마리, 북창동의 해장국, 명동의 칼국수, 을지로의 골뱅이, 남대문의 갈치조림, 장충동의 족발, 명동의 냉면 집이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주특기’가 있습니다. 운전, 행정, 통신, 공병, 정보, 헌병, 의무, 군종, 보병‘과 같은 주특기가 있습니다. 다른 할 이야기도 많지만 자신의 주특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에서 빛이 나기 마련입니다. 저는 행정 업무 그 중에서도 동원 예비군에 대한 업무를 보았습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의 주특기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기도, 선교, 성경, 나눔, 봉사, 성지순례’와 같은 것들이 주특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고, 교회에서 정한 ‘성소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그러니 하느님께 추수할 일꾼을 청하여라.”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부활 제4주일을 성소주일로 정했습니다. 추수할 일꾼인 ‘성직자와 수도자’가 될 젊은이들을 교회로 초대하자는 의미로 성소주일을 제정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성소주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습니다. 제가 5년 동안 교구에서 성소국장으로 사목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주된 업무는 신학생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신학생들이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교구의 서품식과 성소주일 행사를 주관하는 것입니다. 성소국장으로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 3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사제’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100만 명이 넘게 보았고, 지금도 예비자 교리에서 사용하는 성당이 있다고 합니다. ‘사제’라는 작품을 통해서 사제가 되는 과정, 사제 서품식과 새 사제의 이야기, 다양한 사목의 현장을 담았습니다. 혹 관심이 있으신 분은 유튜브에서 ‘사제’를 검색하면 볼 수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제가 제작했기 때문에 저도 잠깐 출연합니다.
두 번째는 예비신학생을 위한 기숙사입니다. 신학교 옆에 5층 건물이 저렴하게 매물로 나왔습니다. 교구에서는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건물을 어느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관리국장 신부님은 원로 사목자를 위한 숙소로 사용하자고 하였습니다. 신학교 옆에 있으니 신부님들도 좋아하실 거라고 하였습니다. 청소년국장 신부님은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님을 위한 숙소로 사용하자고 하였습니다. 신학교 옆에는 가톨릭 회관도 있고, 명동과도 가까우니 신부님들도 좋아할 거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예비신학생들 위한 기숙사로 사용하자고 건의 하였습니다. 예비신학생들이 신학교에 가까이 있으면 사제성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결정은 추기경님의 몫이었습니다. 저는 식사를 마치고 추기경님과 산보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추기경님 저 건물을 어디에 투자하시겠는지요?’ 원로 사목자를 위한 용도라면 과거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청소년 사목자를 위한 용도라면 현재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비신학생을 위한 용도라면 미래에 투자하는 하는 것입니다. 추기경님은 어디에 투자하기로 하셨을까요? 맞습니다. 추기경님은 저의 손을 들어 주셨고, 건물은 예비신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되었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난 일입니다.
세 번째는 ‘교황방한 준비위원회’입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아시아 청년대회와 124위 시복식을 위해서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교황방한 준비위원회에서 ‘영성신심분과’를 맡았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제가 성소국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임무를 주었습니다. 저는 124위 시복식을 위한 기도문을 제작하였고, 시복식에 필요한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그런 소중한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소국장으로 5년 동안 있으면서 외부로 드러나는 일은 하였지만, 저 자신이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로 살아가는 데는 많이 부족하였습니다. 신학생들의 아픔과 고뇌를 이해하는 것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 겸손한 사제가 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