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2월 31일.
8:51 PM.
미국,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New Haven)시 인근, 뉴욕시로 향하는 91번 고속도로 위의 한 작은 주유소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밤 하늘은 정말이지 칠흑처럼 어두웠다. 날은 차가웠고 하늘엔 별 하나가 떠 있지 않았다.
한 40대 중반의 덩치 큰 백인 사내가 화장실 문을 왈칵 열여재치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사람들이 눈길을 줄만큼 그는 꽤나 요란스러웠다. 그의 행동거짐이 부주의 한 것은 둘째 손치더라도, 그의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깜깜한 밤에 썬글라스를 착용했으며, 검정색 투박한 구두와 검정색 면바지, 그리고 흰색 와이셔츠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넥타이는 바탕에 귀여운 크리스마스 주제의 그림들이 수놓아져 있었고, 그 가운데 금색실로 대문자 S가 수놓여 있었다.
또 한, 그 붉은 넥타이에는 은색의 열쇠모양의 넥타이 핀이 하나 꽂혀 있었는데, 그 장식이나 화려함이 결코 그 사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이었다. 그것은 넥타이 핀이라기에는 조금 어색할 정도로 컸다.
그는 꽤나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화장실로 들어와 자신의 소변을 보고는, 손도 씻지 않은 채 화장실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밖에서는 한 무리의 동양인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그들 중의 한 명이 자신들 앞에 주차 된 차량의 번호판이 “미스터 크리스마스(MR X-MAS)” 인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그 붉은 넥타이의 사내가 화장실에서 나와 그 차량으로 걸어갔다.
그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자신과 그의 차량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전혀 아랑곳 않은채 자신의 차문을 열어 재쳤다.
때 마침, 편의점에서 한 동양인 남자아이가 나왔다.
그러자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차에서 하얀 물체 하나가 번개처럼 차량 밖으로 빠져나와 소년을 보며 짖었다.
"왈~, 왈~!!"
그것은 하얀털의 어린 개였다. 개의 얼굴은 둥글고 귀는 삼각형으로 오똑 서있으며, 꼬리는 동그랗게 말아져 있으고, 또렷한 두 눈은 목표를 향해 일체의 흔들림이 없었다.
“헤이, 호프! 그 녀석이 아니야.(Hey, Hope! Not that one.)”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굵직한 목소리로 개에게 말을하자, 개는 그저 그 동양인 소년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차량안으로 돌아갔다.
그 동양인 소년과 남자들은 갑작스런 강아지의 등장에 그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반응했지만,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그들의 반응쯤은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차량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 있을 때, 한 동양인 남자가 검지로 그 차량 번호표를 가리킨 후 자신의 엄지를 세워 보였다. 마치 그는 세상에 대한 흥미라고는 없는사람 마냥 무심경해보였다.
하지만,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그것이 하찮은 듯 별 반응도 보이지 않고, 급하게 차량을 몰아서 주유소를 빠져나갔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겠어.”
붉은 넥타이가 말했다.
“어, 알고 있어.”
같은 시간 뉴욕 맨하탄의 이스트 빌리지, 동쪽 7번가와 2번 대로 사이에 있는 붉은 벽돌의 한 아파트 4층 2C.
베이비 시터인 레이첼은 거실 쇼파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고, 10살 동양인 소년 우주(Woojoo)는 자신의 방안에서 혼자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우주는 자신의 장난감 중에서 아이언멘과 북극곰 거스(Gus)를 가장 좋아했다. 거스는 얼마 전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만난 북극곰의 이름이기도 했다.
우주의 상상 속에서 거스는 늘 아이언 맨과 함께 악당들로부터 사람들과 동물들을 지켜주는 최고의 영웅이었다. 그런 거스는 말도하고 온갖 신통한 마법의 힘을 가진 것 외에도 육체적으로도 감히 당해 낼자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웅이었다. 그런 거스의 이빨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이언맨의 강철 갑옷 뿐..
훗.
또래에 비해서 우주는 상상력이 꽤나 높은 아이였다.
반면, 레이첼은 한 해의 마지막을 친구들과 만나 클럽을 갈 생각을 하니 손가락 타이핑이 마치 로봇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레이첼은 거의 자신이 말을 하는 속도와 맞먹는 수준의 휴대폰 타이핑 속도를 가졌다.
그녀는 그동안의 시험공부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받은 스트레스들을 모조리 다 날려버리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다.
-Can`t wait!!new year eve n~ my birthday~!! Lol- (못기다리겠어!!! 새해 이브, 그리고~ 내 생일~! ㅋㅋㅋ)- <레이첼>
-C`mon, Rach. ur Bday was gone nov. shut t hell up n just com ri8t here. Every1 else is here, except u. :/ -(이봐~, 네 생일은 11월 이었음~ 레이첼. 걍 입 싸물고 당장 오삼. 너빼고 다 와있음. :/)- <마크>
마크와 레이첼은 뉴욕대 로스쿨에 다니는 인재들이었다. 21세기 초의 문자 맞춤법의 변형은 전 세계의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들은 다른 세기의 사람들이라면 잘 모를 많은 은어들을 만들고 사용했다.
-젠장!! 아 짜잉나~! 조낸 당장 가고싶지만 그래도 곧 끝나까 참는다ㅋㅋㅋ- <레이첼>
그 때, 우주의 어머니로부터 문자 한 통이 날아 들었다.
-레이첼, 나 정말 미안한데… 사고가 하나 생했어. 난 괜찮지만 조금 늦어질 것 같아… 혹시, 조금 더 있어줄 수 있어?- <그레이스 황>
로봇처럼 움직이던 레이첼의 타이핑이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하지만 이내 레이첼의 손가락들은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 미안해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 저녁 교회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요. 예정되로 10시에는 정말 가봐야 해요.이건 공평하지 않아요.-<레이첼>
-알겠어, 정말 미안해. 그럼 그렇게 해줘..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시간까지 못가게 되면 우주 먼저 재우고 아파트 문은 꼭 잘 잠그고 가면될 것 같아. 고마워 레이첼, 네가 최고야. 해피 뉴이어~- <그레이스 황>
-알겠어요, 우주 잘 재우고 문 꼭 잠그고 갈께요. 해피 뉴이어~!- <레이첼>
하지만 그레이스 황으로부터 답장은 오지 않았다.
9:23 PM.
미리 화장을 마친 레이첼은 우주에게 일찍 잠들어야한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주에게 새해 이브에는 잠들지 않고 있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괴물들이 온다며 겁을 주었다. 또 한, 그 괴물들은 아주 멀리서도 아이들의 눈에서만 나오는 광채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잠에 들지 않고 깨어있으면 그 괴물에게 잡혀 간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주는 아이언 맨 과 자신의 북극곰 인형 거스(Gus)를 품에 안고 잠을 청했다.
레이첼은 지루한 듯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유투브에서 각종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우주는 어두운 방에서 애써 잠을 청해보지만 좀 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설사 자신이 눈을 뜨고 있다가 그 아이들을 잡아가는 괴물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우주는 이불을 덮어 썼다.
보통 10살 남자아이들의 영악함과 활발함은 우주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9:53 PM.
레이첼은 우주의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우주를 본 레이첼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으며 다시 방문을 닫았다.
우주는 방금 자신의 방문을 연 것이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순간 적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우주는 필사적으로 잠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주는 더욱 잠에 들 수가 없었다.
9시 57분.
우주의 아파트에서 총총걸음으로 빠져나오는 레이첼을 길 건너편에서 지켜보는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OK, go~!!”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자신의 열쇠모양의 넥타이핀에 대고 나직히 말을 하자, 건너편 우주의 아파트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던 하얀 강아지가 아파트의 벽을 타며 건물을 올라갔다. 강아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마치 지면을 달리 듯이 건물을 올라갔는데, 그 강아지가 4층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단 2.12초에 불과했다.
다행히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 불빛과 주차된 차량들 뿐, 지나가는 행인이 없어 조용했다.
미스터 크리스마스 역시도 발을 움직여 우주의 아파트 쪽으로 걸어 갔다.
그 때, 한 건물에서 두툼한 콧수염을 한 건육질의 흑인 남성이 밖으로 나오며 미스터 크리스마스와 마주쳤다.
그 남자의 덩치는 미스터 크리스마스보다도 컸으며, 언뜻 보기에도 굉장한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그는 살뿐인 미스터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덩치였다.
“해피 뉴이어~”
남자가 해피를 한번 훑어 보더니, 먼저 인사했다.
하지만 미스터크리스마스는 그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그 남자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 순간, 흑인 남자가 주먹을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코앞으로 뻗어 그를 막아 세웠다. 하마터면 미슽터크리스마스의 코에 맞을 뻔 했다. 그의 주먹은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척보기에도 절도가 묻어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What the hell are you doin?!)”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화가나서 소리쳤다.
“넌, 달라.(You are different)”
흑인 남자가 말했다.
“뭐가?!(From what?!)”
“모든게., 당신의 기(Qi)는 일반적이지 않아, 마치 저 위에 사는 나의 꼬맹이 친구처럼 말이지. 게다가, 지금은 썬글라스를 쓰기에 너무 어둡지 않아?
이봐 친구, 미안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당신은 굉장히 수상해 보인다구. 알어?
(From everything. Your Qi is different like my little friend who lives in the building right there. Plus, isn't it a little too dark to wear sunglasses now?
Hey, dude. Sorry, but you look very suspicious, probably to everyone. You know?”)
“뭐라는 거야, 이녀석. 그건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잖아. 나 좀 지나갈께.(It`s not your business. Please, let me go.)”
“글쎄, 내가 뉴욕경찰(NYPD)소속 형사이고, 이 지역 주민이라면 말이 되겠지?”
남자는 자신의 뒷 주머니에서 경찰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입술을 한번 질끈 깨물었다.
“당신은 이 지역 주민도 아닌것 같은데.. 누구지? 그리고 여기엔 어떤 일로 온건지 말해 줄 수 있을까?”
형사의 질문에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당황스럽고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다.
딸그락.
여전히 잠에 들지 못한 채 이불을 덮고 낑낑대던 우주는 창문쪽에서 어떤 소리가 난 것을 들었다.
우주는 그것이 산타 클로스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들을 잡아가는 그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자신이 깨어있으면 안되는 것만은 분명했다. 우주는 잠들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탁탁.
또 다시 무엇인가가 창문을 두드린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더욱 또렷하게 소리가 들렸다. 우주는 겁이 잔뜩 나서 손과 발에서 땀이 잔뜩 나왔다. 우주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어떤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탁탁탁. 끼잉.
또 다시 창문에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번엔 어떤 동물이 우는 것과 같은 소리도 함께 났다.
-끼기이잉…-
또 다시 그 소리가 났다. 분명 울음 소리였다.
순간 우주는 자신도 모르게 덮고 있던 이불을 확 걷어내려 버렸다.
그 때, 우주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았다.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창문밖 좁은 난간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탁탁탁, 강아지는 다시 창문을 두드려보였다.
우주는 하얀 강아지가 자신의 창문 난간에 간신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한번 비벼서 다시 보았다.
틀림없었다.
4층 창문 난간에서 하얀 강아지가 서있었던 것이었다. 강아지는 두려워하기보다는 우주를 그저 빤히 쳐다 보고만 있었다.
“와, 믿을수가 없어. 이건 틀림없이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준 거잖아. 무려, 북극곰이라니!(It`s a polar bear!)”
우주는 창문 밖의 하얀 강아지를 북극곰 새끼라고 믿었다.
“미안해, 우리집은 아파트여서 굴뚝도 없고, 창문도 이렇게 잠궈놨으니..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겠지.. 내가 금방 창문을 열어 줄 테니까..조금만 참어..”
우주는 창문의 잠금 장치를 열기 위해 책상 의자를 들고 창문 쪽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10:14 PM.
“신분증? 아, 미안하지만 난 오늘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어요. 그저 친구집에 방문 하는 중이구요.”
형사가 신분증을 요구하자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당황한 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형사에게 차마 자신이 아동납치를 하러 왔다고는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형사의 눈에도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당장에 뭔가 매우 급한 사람처럼 보였다.
“가고 있는 아파트가 어느 아파트죠?”, 형사가 물었다.
“저 빌딩이요. 그럼 전 진짜 바빠서 이만..”
“오, 제 친구도 같은 빌딩에 사는데, 혹시 누구의 친구인가요?”
“이... …이봐요, 나...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냥 좀 지나갑시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는데, 형사는 그저 그런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그런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넥타이핀에 손을 대고 말을 했다.
“호프, 지금 이리로 내려와. 나 좀 도와줘야 겠어.
형사는 방금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무엇을 한건지 궁금해 할 뿐이었다
-우노쿨러스(Unoculus) - n. 시공간 여행자 ; 데자뷰현상을 격지 않는 자들.
우주가 이제 막 잠금장치를 열고 창문을 올리려고 할 때였다.
하얀 강아지는 스스로 창문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것이 우주에게는 추락한 것으로 보여졌다.
“아, 안돼!!”
우주가 소리쳤다. 하지만 강아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다면 전 당신을 연행시킬거에요”
형사가 미스터 크리스마스에게 말했다.
“말도 안돼, 난 시간이 없어! 오늘이 지나면 안돼!!”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소리치며 우주의 아파트 건물 빌딩으로 도망치듯 달렸다.
하지만 형사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뒷 목 카라를 잡아 당겨 간단히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붙잡았다.
“헤이헤이헤이~!!”
어디선가 또랑또랑한 소리가 들려왔고,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목 카라를 잡고 있던 형사의 손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기가 올랐다.
형사는 다급히 미스터크리스마스를 잡고 있던 손을 땠는데, 손은 여전히 찌릿찌릿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이건 또 뭐야?”
형사가 전기가 오른 손을 허공에 털어내면서 말을 했다.
그 때, 건물위에서 흰색 강아지 한 마리가 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 내려왔다. 강아지는 사납게 형사의 팔을 공격했고, 형사의 오른팔 옷자락이 강아지의 이빨에 찢겨졌다.
강아지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공격에 형사는 일단 뒤로 물러섰다.
땅에 내려선 강아지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바로 앞에서 형사를 향해 자신의 이빨과 잇몸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 보였다.
“호프, 우리에겐 정말 시간이 없어. 이녀석을 잠시 좀 맡아줘.”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우주의 아파트 쪽으로 달려갔다.
형사도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따라 아파트로 들어가려 했으나, 눈앞의 강아지가 이빨을 드러 낸 채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이건 개가 아니잖아.”
형사가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
그사이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그것을 본 형사도 그 건물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흰 강아지가 다시 형사에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그 움직이 일반 동물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형사는 달려오는 강아지를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다 잡았지만, 강아지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형사의 발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아지는 덩치가 큰 형사의 상체가 아닌, 가장 하단의 급소를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형사는 가볍게 점프해 강아지의 공격을 피했다. 아무리 날렵해도 크기의 차이가 너무 났다.
형사는 자신의 왼발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오른 발로 허공을 한버 돌려차며 자신의 몸전체를 반 바퀴 회전시켰다.
하지만 형사의 오른발이 아직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놀랍게도 강아지는 벌써 형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칫, 터무니 없이 성가신 녀석이군.”
형사는 자신의 오른발을 땅에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그대로 방향만 바꾸어 달려드는 강아지를 힘껏 걷어차 버렸다.
형사는 태권도의 고수였다.
그러나 강아지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자신의 네 발바닥으로 날아오는 형사의 공격을 막아냈고, 그 반동으로 약 7미터 이상 뒤로 날아가 착지 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자신의 발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다시 형사를 향해 달려 들었다.
“확실히, 이건 평범한 개가 아니군.”
형사가 자세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
10시 31분.
운동적이지 않은 미스터 크리스마스에게 엘레베이터가 없는 우주의 아파트는 그야말로 살인적(fatal) 이었다.
“오 마이 갓... 이 빌어먹을 계단… 아, 심장병.. 심장병… 헉헉..”
힘겹게 계단을 오르며 궁시렁되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셔츠는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헉헉… 젠장, 평소에 벡스 세븐틴(VAX-17)같은거라도 좀 먹어둘 걸 그랬나… 헉헉…”
그가 3층 까지 올라왔을 때,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잠시 서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 때였다.
윗층에서 곧바로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어째서인지 직감적으로 그것이 우주라는 것을 알았다. 이상하게 그의 몸에서 격한 소름(Goose bumps;기러기 살-닭살,소름)이 돋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주는 잠옷 바람에 외투만 걸치고 계단을 뛰어내려 오고 있었다. 창밖으로 떨어진 강아지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헤이~ 헤이~, 어딜 그렇게 가는거야? 잠시만 서봐~, 계단에서 뛰면 안 된다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아이를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두팔로 잡아 세우며 말했다.
피이이잉-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와 닿자 이명과 함께 데자뷰(Deja-bu)현상을 느꼈다.
‘데자뷰? 우노쿨러스인 내가 데자뷰를?’
“아, 아기 북극곰이 창문에서 떨어졌어요.”
우주가 말했다.
“뭐? 북극곰?”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순간적으로 그것이 무슨말인가 생각하다가 이내 그것이 강아지 호프를 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게 떨어졌는데.. 가봐야 겠어요.”
“아~아~, 그건 사실 북극곰이라기보단 강아지이지만..(It's more likely a... puffy than.. a polar bear though..)일단 그녀석은 걱정 하지 않아도 돼. 난 그녀석과 친구이고, 우린, 그래 같은 팀이야.”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다급했다. 그는 어떻게든 서둘러야 했기에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은 그의 주 특기라면 특기이다.
“뭐라구요? 그 녀석과 친구라구요?”, 우주는 그제서야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그는 수상하게 보였다.
“그래, 그녀석도 곧 올거야. 우리는...”
“예? 조금있으면 온다구요? 다치지는 않았어요?”
강아지가 곧 온다는 말에 우주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래, 흠집하나 나지 읺았어. 걱정마. 지금은 너와 내가 더 걱정이라구.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어. 나쁜 괴물이 널 잡으러 오고 있기때문이야.”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거짓말을 했다.
“나쁜 괴물이라면 뉴이어 이브에 나타난다는 그 괴물 말이에요?”
우주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어? 뉴이어.. 뭐?? 아.. 아아! 그.. 그래.., 뉴이어 이브의 괴물들.. 그렇지.. 우선 안전하게 집으로 들어가야자. 괴물들이 곧 닥칠 거야.”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우주를 달래고 속여 함께 우주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10시 52분.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선글라스에 안에 보여지는 시간이었다.
“자칫하다간 모든게 끝장날 수도 있어…”
미스터크리스마스의 얼굴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7미터 이상을 날아가 착지를 한 강아지는, 발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다시 땅을 차면서 형사에게 달려들었다.
도저히 일반 강아지의 속도라고는 볼 수 없는 속도로, 강아지는 형사를 향해 달렸다.
강아지는 달리면서 가속도마저 챙겨 붙였다.
강아지는 형사의 앞 약 1미터 지점에서 형사의 상체를 향해 뛰어 올랐다.
“하압~!”
그때 형사는 정 자세로 서서 날아드는 강아지를 오른 발로 올려찼다.
휙! 퍽! 팟!
순식간에 일어난 일치고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선, 작은 강아지의 뛰는 속도가 최고 80km이상 이었던 점과, 200파운드에 육박하는 근육질의 거구의 중년 남성이 그 강아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킥을 날린 것이었다.
강아지는 어른 치타보다도 빨랐으며, 중년 남성의 킥 속도는 탑격투가들보다 빠르고 정교했다.
또 한 강아지는 공중에 날아든 시점에서 날아오는 형사의 킥을 피했는데, 그것은 강아지가 공중에서 또 다시 한번 도약하여 경로를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형사는 치솟은 발을 그대로 방향만 바꾸어 자신의 공격을 피한 강아지를 다시 내려 찍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강아지는 어떤 타격도 받지 않은 것처럼 땅을 박차고 물러나 다시 아파트 입구쪽에 섰다.
하지만 그 타격으로 강아지 꼬리가 부서 졌는지, 꼬리는 더이상 동그랗게 말려있지 못하고 중간지점이 뒤틀리고 꺽여져 있었다. 그럼에도 강아지는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흐트러짐이 없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형사가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형사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댈 뿐이었다.
우주와 함께 우주의 아파트 내부로 들어온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서둘러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서 그것을 바닥에 성의 없이 내 던졌다.
“던지지 말라구, 멍청아. 늘 말하잖아~ 나 완전 정교하고 예민한 존재라구!!”
땅에 떨어진 넥타이는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일어나 미스터 크리스마스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형사가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뒷 목 카라를 잡았을 때 나왔던 그 또랑또랑한 목소리였다.
“와, 넥타이가 말을 했어!”
그것을 본 우주가 놀라며 말했다.
“에스(S)는 그냥 단순한 넥타이가 아냐.”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말했다.
“에스?(An ass?;엉덩이)”
우주가 물었다.
“아니, 대문자 에스, 슈퍼맨 할때 그(Capital S as Super man),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아틀란티즈(Atlanties`)의....”
“시끄러워, 빨리 문이나 열 준비 해.”
넥타이가 신이 난 듯 어떤 말을 하려고 할 때,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말을 잘라내며 소리쳤다.
“칫! 알겠어.”
넥타이는 뽀로통하게 대답하며 자신의 몸을 동그랗게 말아 링의 형상을 만들었다.
우주는 그저 그 신기한 광경을 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자신의 열쇠모양의 은색 넥타이핀에 손을 대고 강아지 호프에게 무전을 했다.
-이봐 호프, 시간이 없어 어서 돌아와.-
그러나 호프에게서는 어떠한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호프의 송수신장치는 호프의 꼬리끝에 있었지만, 현재 그것이 부서져 있기 때문에 미스터 크리스마스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실은 호프 역시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당장 눈앞의 형사에게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봐, 호프! 내말 안들려? 어서 가야한다구!-
미스터크리스마스는 다급했다. 서둘러 차원의 문을 열어야만 했기때문이었다.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웜홀(Wormhole)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웜홀은 12월 24일 자정부터 31일 자정 사이에만 열 수 있었다.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난 영원히 내가 온 곳을 찾을 수가 없게 돼. 그럼 모든게 엿된다구..”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중얼이면서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왈, 왈, 왈. 왈!!.”
그때, 창밖으로부터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프가 형사 마이클을 향해 짖었던 것이있다.
상대는 자신의 꼬리를 박살냈을 정도로 강하다. 그것을 호프는 잘 알고 있었다.
호프는 형사 마이클을 향해 큰 소리로 짖었다. 그것은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동시에, 미스터 크리스마스에게 자신의 신변을 알리기 위한 신호였다.
마침, 밖에서 호프가 짓는 소리가 들려오자,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먼저 창문으로 달려갔다. 시간은 11시 11분.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호프, 어서와, 가자구~!”
창문으로 머리를 반쯤 내밀고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소리쳤다.
그러자 호프는 쏜 살처럼 달려 건물 안쪽 계단으로 올라갔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호프가 벽을 타고 바로 뛰어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대충 호프쪽에도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차렸다.
형사 마이클도 따라 뛰었지만 거구의 체구와 몸무게 덕분에 호프의 스피드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프는 4층 빌딩의 계단을 단 9.452초만에 올라갔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어, 나쁜 괴물들이 너희 어머니를 잡아 갔어. 우리가 그녀를 구출하러 가야해.”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황당한 거짓말을 했다.
“예? 엄마를요?!!”
우주가 당황해하며 물었다.
“그래, 그레이스 황. 그녀가 지금 위험에 처해있어. 어서가야해, 시간이 없어!”
이번엔 넥타이가 이어서 우주에게 말을 했다. 우주는 넥타이가 말을 하자 다시 한번 깜짝 놀랐지만 곧 자신의 어머니가 걱정이 되었다.
우주에게 어머니의 신변에 대해 언급을 하자고 먼저 제안한 쪽은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아닌, 붉은 넥타이 S였다. 어머니라는 말에 우주의 멘탈은 이미 상당히 혼란스럽고 약해졌다.
그 때 마침, 강아지 호프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고,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아파트문을 급하게 닫고 문을 잠그었다. 강아지 호프를 보자 혼란 스러웠던 우주의 마음은 한결 침착해졌다.
“자, 지금부터 우리는 차원을 이동할거야. 이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니까 내말을 잘 따라줘야해. OK?”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주는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강아지 호프를 쓰다듬으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 문을 열 준비를 해줘(S, get ready to open the door)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나 시간의 여유가 남았는지 알려줘.”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넥타이 S가 만들어낸 동그란 원안에 두 발을 들여놓고, 열쇠모양의 핀을 오른 손으로 잡고 말했다.
“알겠어(OK).”
넥타이 S가 대답하자마자, 붉은 바탕의 넥타이는 순식간에 검은색 바탕으로 변했다.
“자 이 원 안으로 들어와..”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고, 우주는 말없이 미스터크리스마스의 손에 이끌려 그 원안으로 들어갔다.
“차원문 열 준비 완료, 진행. 카운트 다운 12초. 우리는 2분 7초 안에 현재의 공간에서 나가야해.”
잠시 후 검은 넥타이가 말했다.
“9초”
검은 넥타이는 서서히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자 떨어지지 않도록 날 꽉 안아야만 해.”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를 보며 말했고, 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7초”
검은 넥타이는 계속 카운트 다운을 하며 빠르게 회전했고, 그 주변으로 서서히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스믈스믈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우주를 살짝 들어서 안았다. 그러자 또 다시 이명과 데자뷰현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도 않았고, 지금은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 상황도 아니었다.
강아지 호프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가랑이 사이에 들어가 그의 바지 한쪽을 꽉 물었다.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왼 팔로 우주를 안았고, 열쇠모양 핀을 쥔 오른 손을 천장을 향해 번쩍 들었다.
“5초”
빠르게 회전하는 넥타이 주변은 온통 검은 연기들로 가득해 미스터 크리스마스와 우주가 서있는 발 주변은 이미 시커면 연기에 쌓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날 꽉 안아!(Hold me very tight!)”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소리치듯 말했고, 우주는 미스터크리스마스를 조금 더 세게 안았다.
“4초”
“더 꽉!(Tighter!)”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소리쳤다.
우주는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더욱 세게 안았다.
“3초”
“더 꽉!!(Tighter!!)”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더 크게 소리치듯 말했다.
쾅쾅쾅.
그 때, 우주의 아파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우주, 너 괜찮니?! 우주!! 아봐, 문을 열어.(Open the door!)”
형사 마이클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2초”
“아, 마이클이에요!”
우주가 문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문을 열어! 난 뉴욕 경찰이야, 열라구!!(Open the door! I am NYPD police. Open up!!)”
밖에서는 형사 마이클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1초"
“그렇게 해서는 열리지 않는다고, 멍청아.(It doesn't work in that way, idiot.)”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0. 차원의 강. 웜홀 오픈 준비 완료.”
검은 넥타이가 말했지만, 검은 넥타이는 이미 그 무엇도 아닌 미스터 크리스마스와 우주의 발목까지 감싼 검은색의 반구형의 연기로 변해 있었다. 우주는 두려워서 발버둥을 쳐보려 했지만, 이미 미스터크리스마스의 팔에 단단히 안겨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문을 열어, 당장!! 열어!!(Open the door, right now!! Open up!!)”
마이클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우주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에게 안긴채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이미 늦었어.”
미스터 크리스마스는 들고 있던 열쇠모양의 핀을 바닥을 향해 내리며 말했다.
“열어라, 쎄싸미!(Open, Sesame;참깨!)”
차원여행 (Dimensional travels)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열쇠가 검은 구체에 닿자마자 번쩍임과 함께 그들은 수직 낙하하듯 검은 연기구체 안으로 사라졌다.
풍덩-
그들이 들어선 공간은 마치 물과 비슷한 중력감과 질량감, 마찰력, 그리고 소리 전도율을 가진 물질로 가득차 있었다. 공기이지만 물과 닮은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검은 연기의 구채로부터 여전히 마이클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물속에서 처럼 소리가 울렸다.
그들이 차원의 강으로 빠져 들자, 검은 연기의 구체 속에서 붉은 넥타이 쎄싸미가 헤엄치듯 나왔고, 검은 연기와같은 구체는 주변에 녹아내리 듯 사라졌다.
붉은 쎄싸미가 돌아오자마자 형사 마이클의 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쎄싸미는 마치 뱀이 헤엄치듯 유영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바로 가야해.”
쎄싸미가 말을하며 길안내에 나서자, 미스터 크리스마스와 강아지 호프도 서둘러 헤엄치듯 쎄싸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헤엄쳐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주는 여전히 두 눈을 감고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배 언저리에 안겨서 있었다.
중력이 거의 없었기때문에 미스터 크리스마스에게 우주는 무겁지는 않았지만, 헤엄치기에 불편했다.
“여기는 차원의 강이란 곳이야. 쉽게 설명해서 웜홀이지. 이곳은 중력이 아주 미비한데다가 마찰력이 강한 공기로 가득차 있어서 마치 물속에 있는 것만 같지. 하지만 숨을 쉬거나 눈을 떠도 된단다.”
우주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에 안겨서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조심히 숨을 쉬어보니 무엇인가 물같은 것이 코로 넘어가는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고통도 없었으며 조금씩 들여마셔보니 오히려 편안한 느낌 들기 시작했다. 우주는 숨을 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주변은 온통 다양한 색상의 부드러운 연기 구름과 반짝거리는 작은 빛으로 가득했다.
“와…”
우주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주변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었다.
“너 수영할 줄 아냐?”
미스터 크리스마스은 우주가 그것을 감탄하고 있을 틈을 주지 않고, 퉁명스럽게 질문했다.
우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저기 넥타이 S가 가는 방향으로 같이 헤엄쳐서 가자구나. 우린 시간이 없어.”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말을하며 조심히 우주를 자신의 품안에서 풀어내며 말했다.
우주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품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서 함께 헤엄치기 시작했다. 가만히보니 그 물과 같은 공기는 한쪽 방향으로 아주 느린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일행들은 그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우주는 겁이 나기도 하고, 많은 것들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말 없이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헤엄쳐 갔다. 강아지 호프가 우주를 충분히 안심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프는 우주의 옆으로 따라붙어 같이 헤엄치며, 계속해서 그의 신경을 사고 있었다.
-명멍-
호프가 우주를 보며 짖었다.
-신기하구나, 처음 본 널 마치 주인처럼 따르는 것 처럼 보이는 군. 그 녀석의 이름은 호프(Hope;희망)야. 난 해피(Happy;행복)이고.-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말했다. 소리가 울렸다.
-아, 전.. 우주에요. 고 우주.(Woojoo Go)-
차원의 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나누었다.
-어… 우린 어디로 가는 거죠?-
우주가 물었다.
-널 지목한 세상으로.(The world that pointed at you to call)-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말했다.
우주는 미스터 크리스마스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피, 조금 더 서둘러야 겠어. 물이 예정보다 빨리 빠지고 있어.”
쎄싸미가 말했다.
주변을보니 주변이 점차 어두워 지고 있었고, 그들이 헤엄치던 곳의 물살과 같은 흐름이 어느세 느껴질만큼 빨라져 있었다.
“응, 서두르자구.”
미스터크리스마스는 우주의 옷깃을 잡고는 더욱 힘껏 발길질을 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겐 시간이 없단다. 제때에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우린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미스터 크리스마스가 우주에게 말했다. 죽음이란 말에 우주는 그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이 미스터 크리스마스를 따랐다.
주변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물살과 같은 기류는 더욱 더 거세져 갔다.
“해피, 다왔어. 바로 10미터 앞이야.”
그 때, 앞서 헤엄치던 쎄싸미가 말했다.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의 약 10미터 앞에는 농구공 만한 검정색 구체 하나가 떠있었는데, 그 검은 구체는 기류의 흐름에 대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저기 구체 하나가 보이지? 저것이 무슨 색깔로 보이니?”
해피가 우주에게 물었다.
“검정색이요.. 매우 까만…”
우주가 말했다.
“음, 틀림없군. 됐어, 가자구.”,
미스터 크리스 마스가 우주를 한 손으로 끌어안고 또다른 다른 한 손으로는 쎄싸미의 중앙부분을 붙잡았다.
“다들 지금부터는 기류의 흐름으로 서서히 나아가야해. 그리고, 내 계산에 의하면, 기회는 단 한번이야.”
붉은 쎄싸미는 순간적으로 다시 검은색으로 변했고, 자신의 후미 끝을 그 구체를 향해 가리켰다.
“해피! 뭔가 이상해. 차원의 물의 흐름이 지나치게 불규칙적이야. 이건 뭔가 이상해..”
쎄싸미가 말했고, 기류의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차 불규칙적으로 변해 가는 기류에 몸을 맡긴 채 서서히 검은색 구체로 접근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