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뉴스룸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 카페 밖에 연말에 왕리본 트리를
만들어 두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시더란다.
그래서 카페 사장님이 나가셔서
리본 앞에서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 드리고 손주한태 보내세요 하고
할아버지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릴 때 겨울철이면 우리 할아버지가 썰매를 만들어주시곤 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가만히 듣더니 내가 만들어줄까 해서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한다.
설마 정말 만들어주신다는 건
아니겠지!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며칠 후 할아버지가
썰매를 만들어 카페로 가지고
오셨다는 거다.
20여 년 전이 생각났다.
겨울이면 강화도 김포 수로에 눈이
쌓여 붕어 얼음낚시를 친구랑
자주 갔다.
따뜻한 계절엔 꼬마 아들을 데리고
가면 무거워 들지도 못한 낚싯대로 붕어를 잡아 아빠 잡았다
하고 소리쳤다.
눈이 펑펑 내려서 하얀 세상이다.
이번 주 낚시나 갈까 하고 친구한테
얘기하니 옆에서 아들 녀석 따라가겠다고 한다.
추워서 겨울이라 안 된데도
따라간단다.
마침 날씨도 따뜻하다.
김포평야에 논이라 얼음이 얼어
썰매나 태워줄까 하고 시간을 내어
눈썰매를 만들었다.
가게에 각종 공구가 있어 나무를 잘라 바닥에 쇠 파이프를 박고 앞에는
끈을 묶어 당기도록..
그리고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김포평야에서 눈썰매에 아들을
앉히고 태워 주고
붕어 낚시도 하고 저수지에서 빙어도 잡아 튀겨 먹고..
서너시간을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다가 보니 썰매가 안 보인다.
재민아 너 썰매 어딨니? 하고 물으니
모르겠단다.
교회 유치원 끝나면 문방구 앞
땅바닥에서 쪼그리고 앉아
100 원짜리 게임 하느라 잠바도
벗어 두고 집에 왔던 아들.
아들은 혼자 하얀 눈과 놀고
나는 낚시 하느라 신경을 안 쓰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보니 어느
논에다 두고 와버렸다는...
아들은 울상이다.
찾으러 가기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냥 가자 다음에 또 만들지 뭐.
이 할아버지 손님이 카페 사장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준 건 사장이 먼저 이 손님에게 베푼 작은 친절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