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담배 피는 여자에 관해 100% ‘타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발랄하고 때론 엉뚱하기까지 한 H양이 실연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했다. 이유를 캐물었더니 그녀는 입술만 연신 실룩거리다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그러고는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쯤으로 여기고 싶은 실연의 사유를 털어놓았다. 영 ‘필’이 꽂히지 않아 숙제하듯 세 번 만난 그에게, 이제 그만 만나자는 말을 전하려 네 번째 만났는데 그만, 우연히 그의 가슴털을 훔쳐보고 만 그녀(유난히 가슴털에 집착한다)는 느닷없이 화르르 그에게 쏟아지고 말았다. 그러나 바로 그날, 그 남자에게 어이없이 차이고 말았다. 이유는 딱 한 가지. 그녀가 ‘담배 피는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담배 피는 여자를 두고 왈가왈부하느냐고 태연한 척하겠지만 아마 당신도 담배 피는 여자에 대해서 ‘드세 보인다, 언짢다, 세련된 여자가 피고 있으면 봐 줄 만하다, 다른 여자는 다 돼도 내 여자는 안 된다’등 이 범주를 벗어난 그저 나와 같은 ‘취향’을 지닌 여자쯤으로 심플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혹시 당신 주변에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담배를 피워대지만 당신의 여자 친구, 아내, 어머니, 여동생, 형수님, 제수씨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안도하고 있는가. 만일 당신만 모르게 그녀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면?
올 봄 기어이 결혼에 골인한 노처녀 A양은 담배 피는 여자를 영 마뜩찮아 하던 남편이 될 그 남자의 속내를 일찌감치 간파한지라 지인들에겐 담배를 끊은 척, 남편에겐 담배란 애초에 ‘남자의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남편을 만난 시간은 담배와 함께한 희로애락의 시간에 견줄 수 없었을 것이고, 만나고 헤어지기를 수십 번한 절절한 옛정은 쉬 뿌리칠 수 없었을 터. 참고, 참고 또 참았지만 어느 깊은 밤 추적추적 심금을 울리며 내리는 빗소리에 담배 한 대가 간절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이 완전히 골아떨어진 틈을 타 살그머니 남편의 담배를 빼내서 베란다로 나섰다. 남편의 개코가 냄새라도 맡을까봐 밭일 나가는 며느리마냥 머리에 수건까지 뒤집어 쓰고는 행여나 같은 동에 사는 시부모님이 볼세라 쪼그리고 앉았는데 오랜만의 해후여서인지 자신의 궁색맞은 주도면밀함 때문인지 목이 메더란다.
그녀뿐이랴. 삿갓 쓴 유림들이 봄 가을로 버스 대절해서 드나들며 동성동본 결혼 결사 반대하던 학교를 배회하던 L양은 졸업 전까지 담배는 자신과 ‘너무나 먼 그대’ 였다. 그녀는 훗날 자신이 어스름한 저녁 동네 공원에서 ‘고딩’들에게 담뱃불 빌리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졸업 후 첫 직장의 여자 선배들이 헤비 스모커들이었던 터라 쫄래쫄래 따라만 다녀도 그녀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아찔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장난삼아 권해보는 선배들에게 그녀는 손사래를 치다 못해 온몸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고 마는 법, 담뱃불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뻐끔담배’를 피며 켁켁대는 그녀는 ‘허파꽈리가 요동을 치도록 흠뻑 들이마시라’는 선배들의 혹독한 훈련에 힘입어 비로소 담배와 애틋한 연인이 되었다. 물론 그녀 역시 그와의 열애에 장애가 없었겠는가. 우연히 그녀의 흡연 장면을 목격한 여동생은 “언니, 사는 게 그렇게 힘들어!”라며 울먹였고, 여행 갔다 온 딸내미의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다가 호주머니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한 어머니는 질겁을 하고 달려와 풋잠이 든 딸년을 흔들어 깨우며 담배꽁초의 알리바이를 캐물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와 혼곤함 속에서 그녀는 ‘파도에 휩쓸린 꽁초가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황당무계한 알리바이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훗날 제대로 물증이 잡혔는데 그때는 이미 담배를 끊은 후였지만 남은 담배를 챙겨오는 알뜰살뜰한 습관 때문에 무심결에 챙겨온 담배가 딱 걸린 것이다. 원통하고 절통한 나머지 그녀는 그만 행여나 내 딸이, 하던 부모님에게 “나 끊었단 말이야!”라고 외치고 말았다. 어디 그녀들뿐인가. 남자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담배와 관련한 눈물겨운 비화를 여성 흡연가들은 한 권의 책으로도 쓰고 남음직하다(실제로 얼마전 한 주간지 여성 편집장이 자신의 담배에 얽힌 비화를 엮은 기발한 문화사 <흡연여성잔혹사>를 출간했다).
미니스커트를 검열의 대상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나왔지만 여전히 담배 피는 여자를 구성원으로서 부적절하게 보는 남자들의 시선엔 변함이 없다. 남자들은 왜 담배 피는 여자들을 심난하게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서 그녀들에게 ‘주홍글씨’를 아로새기는 걸까. 남자들에게 담배는 그저 기호품 중 하나일 뿐인데 여자들이 피우는 담배는 왜 불온의 상징물로 비춰질까. 남자들끼리는 담배를 매개로 어느 이해 집단 못지않은 동지애를 과시하며 낯 모르는 이들에게도 선뜻 불을 당겨주기도 하면서 말이다(어느 영화 감독은 갑자기 차 안에서 담배 한 대가 간절해 정지선 앞에 차가 멈추자 허둥지둥 담배를 찾고 있는데 그때 옆 차에서 창문을 내려보라는 신호를 보내길래 길을 물어보는 줄 알고 문을 내렸더니 담배 두 개비를 아무 말 없이 던져주고 가더란다).
남성들의 여성 흡연자에 대한 강박은 그녀들로 하여금 ‘커밍아웃’을 망설이게 하고 오늘도 남몰래 연기를 피워 올리면서 푸념하게 한다. 담배를 피우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는지, 인생이 꼬이면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담배를 ‘함께’ 핀다는 이유로 ‘마녀 사냥’을 나서는 것은 남성들의 자기 영역에 대한 과장된 경계심리와 관계장애에서 비롯된 일종의 콤플렉스는 아닐는지. 담배 피는 여자 동료가 왠지 비위에 거슬리고 언짢고, 담배 피는 여자 친구가 현모양처로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쩍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여, 그저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의 봉홧불’을 피워올릴 뿐인 그녀들에 대한 모든 억측은 이제 그만!
2004.06.28
글 | 이선화 (GQ Korea)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니 문제지!)
성별을 떠나, 자기 돈 들여 자기 수명 단축하겠다는데 뭐랄건가?
건강이 걱정되면 다들 알아서 담배부터 끊더라.
첫댓글 담배 안좋죠.. 여자라서 끊어야한다는 건 웃기는 일이구요,여자든 남자든 해로우니까 끊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담배를 기호식품이라고 옹호하시는 분들 많은데, 간접흡연이라는 피해를주는 이상 담배가 기호식품이 될 순 없잖아요~
백만번 옳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데 자기 몸이라고, 기호식품이라고 하는 거 보면 무지 기분 나쁨.
건강이 걱정이면 이 매연가득한 도시에서 숨쉬며 화학제품 잔뜩든 음식들 먹고 세상을 사는것 자체가 더 타격이 크다고 봄. 비흡연자들을 철저히 배려하고 흡연량을 조절해서 핀다면 담배는 인생의 괜찮은 동반자.
지겹네~어제부터 담배얘기..~맨날 하는 말이지만 흡연석에서 피우는데 뭔 상관이여~ 일부 남자들 여자들이 '남자들만의 영역' 이라고 생각했던거 침범?한다고 생각하면 마구잡이로 날뛰는 꼬라지하고는..담배에만 국한된거 아님.결국 콤플렉스지 뭐
길거리에서 지나가면서 피거나 비흡연구역에서 피거나..이것만 제외하고 흡역구역에서의 담배는 절대 나쁘지 않다고 봄..담배는 기호 식품이며 끊어야 한다면 단지 건강을 위해서일 뿐이죠..모든 흡연자들을 마치 죄인으로 몰아가는 이런 풍토 나빠요..
>무플방지위원회 알바< 여자한테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서 필꺼 모하러 피냐고 하는 남자들&여자들.. 여자가 숨어서 피게한건 누군데!! 우리나라에 뚜껑없는곳에서 여자가 흡연하면 벌금무는법.. 없어졌나 모르겠네.. 담배는 남자&여자 모두에게 나쁨!! 남자, 담배맛을 안다면 여자에게 손가락질 하지마라-
없어졌데요~~어떤 경찰은 아직까지 막 잡아간다고하고 그러ㅗ던데..
흔히 남자들은 담배피는 여자는 성적으로도 개방적이라 쉽게 생각 하는 경향이 많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여자가 들어내고 담배피는거가 논란의 주제가 된다는 그 자체가 넘 짜증나요...내가 흠연자도 아니고 그리고 솔직히 담배 피는사람 옆에 있으면 짜증나긴 하지만 여자 흡연자들은 박해받는듯......저번에 택시 기사아저씨가 길거리에서 담배피는 여자 보고 미쳤다고 해서 남자가 그러면 미쳤다고 했겠냐고 했떠니 아니라고
순순히 인정 하더라는.......하여튼 짱나삼...
오우~ 남자가 그러면 미쳤냐고 했겠냐←말잘하셨어여ㅋㅋ
길에서 담배피다 계단서 배를 발로 까인 여자가 있었죠... 상대 남자는 끝까지 자기가 잘못한건 없다고 하는 행동.. 어디 여자가 라는 그 남자 기억에 남네요..
여자는 임신을 하니까 담배피지 말라는거겠죠 사실 저도 정말 힘들땐 담배피고싶은데 저희아빠가 금연하는게 제 소원인데,그거 생각하면 진짜 피고싶어도 차마 피진 못하겠더라구요
↑남자나 여자나 담배펴서 아이한테 안 좋은것 거의 비슷해요. 나쁜 성분은 정자에도 모두 전달된다고 하던데요 뭘, 전 남자든 여자든 길에서만 안피면 좋겠어요; 정말 머리 아프거든요;
보면 주위의 10명중7명은 담배피는 현실인데 건강에관한건 개인의 문제이고 당당하게 흡연했으면 좋겠어요.여자들 화장실에서 담배피는거 정말 싫어요.사회적 분위기도 정말싫고.
저는 여자라서 담배피지 말라 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한 생명을 낳고 잉태하는 엄마로써는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화장실에서 담배피는건 싫어요..저도 흡연자지만..근데 그게 습관인가봐요..저 아는 언니는 궂이 화장실에서 펴야 마음이 편하대요..밖에서 피면 쫓기는 기분이란..왜 숨어서 펴야만 하는지 생각해 보면 참 ..암튼 길거리에서 걸어다니면서 피는거 최고 짜증나요;;
여자가 담배피면 안되는 타당한 이유 10가지만이라도 누가 좀 말하지-_- 아기땜에 그런다해도,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고... 물론 여자가 더 직접적인 영향이 크겠지만. 미친듯이 담배피는 여자는 애기 안나면 될거아냐..그건 엄마 자격이 없는거니깐~ 입양을 시키던가 ... 왜 다 여자한테만 모든 이유를 몰아세우는지
잡지에서 봤는데 다른나라에서는 길에서 남자가 담배피우면 게이로 본대요~
아예 신경을 끄고 사는 게 속 편하지..-_- 이민을 가고 말리라!!
화장실에서만 안폈으면 좋겠음... 여자화장실이 흡연실입니까.. 그런 냄새 푹푹 베어있는 곳에서 볼일 보기 싫어요.
흡연자들 연기 내뿜는거 너무 싫음. 하지만 여자니까 끊어라. 는 더 싫음.
길거리에서 담배피고있으니까 어느 남자분이 쓰레기보듯 보고 지나간적있음..ㅡ.,ㅡ(나 여자)
정말 우리나라만 여자 담배피는거 박해하는것 같아요..길에서 피면 완전 범죄자처럼 쳐다보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