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는 갑옷에 있어서 두 가지 주요한 양식이 있었다. 이탈리아인들은
단순한 선과 크고 둥근 표면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독일인 경쟁자들은 1460
년대에, 날씬하고 길쭉하며 또한 잔물결 모양의 주름 무늬로 강조된 형태의
갑옷 형식을 개발하였다. 모든 관절 부위는 얇은 판을 겹쳐 이은 박층 구조
로 되어 있어서 유연성을 늘렸으며, 판금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붓꽃 문양
(fleur-de-lis - 프랑스 왕실의 문장[역자 註])에 기초한 무늬로 구멍이 뚫
려 있었다. 가끔씩 테두리를 황동으로 도금함으로써 그 장식 효과가 보다 높
아졌다. 이런 형식의 갑옷은 끝이 가늘고 뾰족하며 격자 무늬로 장식된 고딕
레퍼토리와 길고 뾰족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유사하였기에, 그로 인해 19
세기의 작가들은 고딕이라는 용어를 이런 종류의 갑옷에 적용하게 되었다.
독일의 고딕 갑옷은 1480년대에 그 최고점에 도달하였는데, 반대쪽에 보이는
훌륭한 갑옷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당시였다. 말 탄 사람의 갑옷은 그 무
게가 60파운드(약 27.2Kg[역자 註])이며, 말의 갑옷은 그 무게가 66파운드
(약 30Kg[역자 註])가 넘는다. 여기에 안에 껴입은 사슬 갑옷의 무게가 더해
져야 할 것인데, 그 무게는 22.5파운드(약 10.2Kg[역자 註])에 달한다.
기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커다란 두려움이란, 석궁 혹은 장궁에서 발사된
치명적인 화살이 그의 갑옷에서 좁은 틈새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래에 보여지는 목판 조각 작품은, 14세기의 기사가 등에 화살이 박혀서 말
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딕 갑옷은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
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심지어 장식용의 주름 무늬조차 그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기능이란 발사물이나 다른 무기가 몸을 찌르는 것을
급소로부터 비껴 내기 위한 것이었다. 막시밀리안의 갑옷(반대쪽)에서는, 등
과 어깨 전체가 서로 겹쳐 있는 판금들로 덮여 있으며, 투구(샐릿[sallet] -
15세기의 바스치네트를 계승한, 가벼운 반 개방형 투구[역자 註])의 뒷부분
은 아래쪽으로 경사져서 목을 보호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엉덩이 부분은 말
을 탔을 때에 장갑을 댄 높은 안장으로 가려지게 되었다. 이 갑옷은 아우구
스부르크(Augsburg)의 로렌츠 헬므슈미트(Lorenz Helmschmied)에 의해 제작
된 것으로, 황동으로 도금된 테두리로 장식되어져 있다. 뉘렘베르크
(Nuremberg)를 상징하는 문양이 있는 샐릿이 이 갑옷에 딸려 있다. 이 갑옷
에 딸리는 원래의 샐릿은 아마도 다음 페이지에서 보여지는 것일 것이다.
고딕 갑옷에 딸려 있는 투구의 형태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샐릿이
라는 우아한 형태의 투구였다. 이 투구는 강철 한 판을 교묘하게 벼려서, 금
속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앞으로 와서 이마를 가리도록 하였다. 가운데를 따
라 볼록 튀어나온 부분으로 인해 내구도가 추가되었는데, 그것은 샐릿의 위
부분을 따라 나 있어서 조금은 그것이 뒤집힌 보트와 같은 모양을 하도록 하
였다. 이러한 투구의 대다수에는 따로 떨어진 면갑(面甲)이 달려 있고, 거기
에는 눈구멍이 가로로 나 있다. 위에서 보여지는 샐릿에는 꼬리 부분이 관절
로 연결되어 있어서, 머리 뒷부분 역시 가려질 수 있었다. 이 투구는 42페이
지에서 보여진 갑옷에 속하는 원래의 투구일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반대쪽
에서 보여지는 갑옷은 41페이지에서 말을 탄 모습으로 보여진 그 갑옷이다.
주목할만한 두 가지 특징은 비버(bevor)라고 알려져 있는 턱과 목 가리개,
그리고 길게 잡아 늘린 퀴스(cuisses)의 위 부분을 가리며 매달려 있는, 태
싯(tasset)이라고 불리는 뾰족한 허벅지 가리개이다(퀴스는 허벅지를 직접
감싸는 원통형 방어구이나, 태싯은 허리와 엉덩이를 가리는 치마 모양의 폴
드(fauld)의 아래쪽 가장자리에 경첩으로 달아 두어 아래로 늘어뜨려 허벅지
의 위 부분을 가리는 보호구이다[역자 註]).
반대쪽에서 보여지는 뮐라우(Muhlau)(인스부르크[Innsbruck])의 카스파 리
이더(Kaspar Rieder)가 제작한 건틀릿보다도, 기묘하게도 길고 뾰족하면서도
또한 우아한 고딕 갑옷의 모습을 더 잘 보여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손가락
부분의 판금들은 따로 떨어져 있으며, 또한 건틀릿 아래에서 끼는 장갑의 손
등 부분에 꿰매어져 있다. 고딕 갑옷을 입는 것이 단지 독일에서 만으로 국
한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기념 황동판들은 보여 주고 있다. 위에서 보여지는
영국의 기념 황동판은, 이러한 유형의 갑옷에 있어서 전신을 따라 발끝까지
내려오는 뾰족한 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발 부분은 사바통(sabatons)이
라고 불리는 판금 방어구로 감싸져 있다.
출처: <Arms and Armour 해석본, 저자 - Howard L. Blackmore, 역자 - 문제청년(박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