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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언어 개선 강연 자료]
우리 말글이 살고 빛나야
우리 겨레와 나라가 빛난다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 이대로
일찍이 120여 년 전 나라가 기울던 대한제국 때 주시경 선생은 “나라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는 생각으로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려고 애썼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그는 나라를 빼앗긴 뒤에도 한 사람에게라도 더 한글을 가르쳐서 한글로 겨레와 나라를 되살리겠다고 한글책 보따리를 들고 하루에도 여러 학교를 바쁘게 다니다보니 학생들로부터 ‘주보따리’라는 별명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14년 39살 젊은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그리고 일본 식민 통치에 우리말과 겨레까지 사라질 뻔 했으나 그의 제자들이 조선어학회를 만들고 한글맞춤법과 로마자표기법, 표준말을 제정하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어 광복 뒤에 우리 말글로 교과서와 공문서를 쓰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멀리 1300여 년 전 통일 신라 때부터 중국 한문으로 말글살이를 하고 외국 말글에 짓눌려 살다가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는 우리 말글 독립시대가 눈앞에 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배우고 길든 일본 한자말(행정용어나 전문용어)과 일본 말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률 문장과 공문서와 교과서에 그대로 있다. 거기다가 요즘 영어와 영문 말투가 늘어나니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고 나라가 흔들린다. 일본 식민지 때 일본이 강제로 창씨개명까지 시키며 우리말을 못 쓰게 한 것을 비난하면서 오늘날 우리 정부와 국민은 스스로 미국식 영문 창씨개명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한 나라는 그 나라의 말로 뭉치고 한 덩이가 되어 이루어지며 한 나라의 말에는 그 나라의 얼이 담겨있다. 그 나라 말글살이가 어지럽고 흔들리면 그 나라 얼이 흔들리고 어지러워서 얼빠진 나라가 된다. 그래서 튼튼한 나라를 만들려면 먼저 그 나라 말을 잘 지키고 그 나라말로 바른 말글살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나라 사람들이 한 덩이로 뭉쳐서 힘 센 나라,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000년이 넘는 동안 중국 한문을 섬기던 버릇이 뼈 속 깊게 박혀서 그런지,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을 버리지 못하고 한자 공부에 돈과 힘을 바치고 있어 우리말과 나라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미국이 쓰는 영어를 지나치게 섬기고 받들고 있어 더 걱정이다. 이 현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2012년에 1500여 시민, 학술단체가 모여 언어문화개선범국민연합이란 모임까지 만들고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자고 나섰다.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고 빛내야 나라와 겨레가 빛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은 말할 것이 없고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 공무원들도 이 일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왜 우리 말글을 살려야 하는지, 오늘날 말글살이 모습을 살펴보고, 어떻게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야 할까를 따져보려고 한다.
1. 쉬운 말, 바른 말 쓰기는 세상 흐름이다.
먼저 말이란 무엇이고 글자란 무엇인가부터 알아보고, 우리말과 공공언어가 무엇인가 알아보자. 그리고 좋은 말글살이는 무엇이며, 왜 쉽고 바른 말글살이를 해야 하며, 어떻게 우리말과 우리 글자인 한글을 살리고 빛낼 것인지도 함께 생각해보자. 이런 것을 먼저 알아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오늘날 말글살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1.1. 말이란 무엇인가?
말이란 사람들이 서로 제 생각과 느낌, 앎과 뜻, 삶 따위를 나타내거나 알리는 목소리(글)요 그 연모다. 그런데 이 말은 겨레마다 그 겨레끼리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짜임새(약속과 말법)와 틀(일정한 형식이나 격식)이 있다. 말소리는 바로 사라지고 멀리 갈 수 없어서 글자로 적는 글말이 생겼다. 그래서 말(언어)은 목소리로 나타나는 소리말(음성언어)과 그 소리말을 글자로 적은 글말(문자언어)로 나누어 일컫기도 한다.
1.2. 우리말이란?
우리말은 우리 겨레가 5000년 동안 살아오면서 쓰는 말로서 우리 겨레끼리는 그 말소리를 듣고 모두 서로 알 수 있는 말이다. 우리 겨레끼리 서로 알아들을 수 없고 다른 나라 글자(한자나 로마자)로 써서 눈으로 봐야 알아 볼 수 있는 말은 우리말이 아니고 남의 말이다.
우리말은 토박이말과 들온말로 나뉠 수 있다. “집, 하늘”같은 말은 토박이말이고 “학교, 공부”같은 말은 한자말이지만 우리가 모두 알아들을 수 있으니 우리말이다. “버스, 라디오”같은 서양에서 온 외래어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말이라도 귀로 들어서 알아들을 수 없고 한자로 써야만 알아볼 수 있는 한자말이나 영어나 외국에서 온 외국말도 로마자나 외국 글자로 써야 그 뜻을 알아볼 수 있는 말을 우리말이 아니다.
1.3. 우리 글자 이름은 ‘한글’이고 우리말 이름은 ‘한말’이다.
일찍이 대한제국 고종 때에 주시경, 지석영 선생들은 우리 글자를 ‘국문’이라고 부르면서 나라 글자로 인정하고 정부 안에 국문연구소도 만들고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어 나라 힘을 키워서 쓰러져가는 나라를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1910년 일본제국에 강제로 나라를 빼앗겨서 우리 글자를 ‘국문’이라고 할 수 없으니 ‘한글’이란 새 이름을 지어서 부르고, 우리말을 ‘국어’라고 할 수가 없으니 ‘한말’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서 부르며 우리 말글을 지키고 살리려고 애썼다. 그 때까지 우리 글자 훈민정음을 “언문, 암클”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겨레의 글자, 세계 으뜸 글자라는 뜻을 담아 ‘한글’이라고 부르고, 우리말을 한겨레의 말, 으뜸 말이라는 뜻을 담아 ‘한말’이라고 지어 불렀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던 ‘조선어강습원’을 ‘한글배곧’으로 바꾸었고, ‘국어연구학회’는 ‘배달말글몯음’이라고 바꾸었다가 ‘한글모’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렇게 ‘한글’이란 이름은 일제 때에 ‘한글’이란 학술지도 내고, ‘한글날’도 만들어 부르면서 뿌리를 내렸으나 ‘한말’이란 말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날 이 말을 살려 쓰자는 생각에서 우리말과 우리 글자를 통틀어 말할 때엔 ‘한말글’이라 부르는 것이다.
1911년 조성중학교 학생에게 준 졸업장에 ‘한말익힘곳’이란 직인과 명칭이 있다.
1.4. 우리 글자는 한글이다.
우리 글자는 두말할 것 없이 1443년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훈민정음)이다. 어떤 이들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중국 한자를 우리가 썼으니 한자도 우리 글자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제 식민지 교육으로 일본식 한자혼용으로 길든 이들이 한글만 쓰는 말글살이가 불편해서 하는 억지소리다.
일본 식민지 때에 일본 글자로 공문서도 적고 우리가 썼다고 해서 우리 글자라고 할 수 없고, 지금부터 영문을 많이 배우고 쓰게 되면 영문 로마자도 우리 글자라고 할 수 없듯이 한자를 우리 글자라고 말하면 안 된다. 세계 어디에 가서 한자가 어느 나라의 글자냐고 물으면 중국 글자라고 말하지 한국 글자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중국인들이 한자를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말하니 우리도 동이족이라면서 그런다. 그러나 중국인이 말하는 동이족은 중국 북부에 사는 만주족, 여진족과 여러 중국 종족도 동이족이고, 우리와 일본도 동이족이다. 그들 말에 넘어가면 우리도 만주족처럼 중국 소수민족이 되는 것이고 그들의 동북공정 정책에 말려들어가게 된다.
또 어떤 이는 고조선 때에 우리 글자가 있었으며, 세종이 만든 한글은 그 글자를 본 떠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매우 잘못된 말이고 위험한 말이다. 세종과 한글을 깔보게 만들어 한글이 빛나는 것을 가로막게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세종실록에 만든 때와 만든 사람과 만든 목적과 만든 원리와 그 쓰임새까지 완벽하게 적혀있는 한글이 우리 글자다.
1.5. 한글은 세계 으뜸 글자요, 민주 경제 글자다.
오늘날 세계에서 쓰이는 말은 3000여 종이고 글자는 100여 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말은 쓰이는 인구로 보면 10위권인데 우리 글자 한글은 훌륭하다. 글자 발달 과정을 보면 이집트나 수메르인들이 쓴 그림글자, 중국 한자 같은 뜻글자, 영문 로마자나 한글 같은 소리글자로 발전해왔다. 소리글자가 가장 발달된 글자인데 그 소리글자 가운데 로마자보다도 한글이 더 훌륭한 글자라는 것은 세계 이름난 언어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로마자 ‘a’는 apple에서는 ‘애’로 발음하지만 day에서는 ‘에이’로, father에서는 ‘아’가 되듯이 8가지로 발음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 ‘ㅏ’는 ‘아’로만 발음된다. 그래서 영어는 발음기호가 따로 있으며 음성인식 컴퓨터 개발도 한글만 가능하다. 일본의 글자 ‘가나’는 제 글자만으로 제 나라말을 모두 적을 수 없어 한자를 함께 쓴다. 그래서 한자를 혼용하고 있는데 그 말글살이가 세계에서 가장 불편하고 미개한 말글살이다. 그런데 훌륭한 한글을 가졌기에 한글만으로 말글살이가 가능한 우리가 그들처럼 한자를 혼용하자는 것은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버릇을 버리지 못해서 하는 바보 소리요 어리석은 일이다.
거기다가 한글은 만든 사람과 만든 때와 목적이 뚜렷하고 만든 원리와 체계가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 한글은 백성을 생각해서 만들었기에 민주글자요 쓰고 배우기 쉬우니 경제 글자이며, 원리와 체계가 과학에 바탕을 두었으니 과학글자요 우리 자주문화 창조 무기로서 오늘날 민주, 과학, 경제 전쟁, 자주문화 창조시대에 딱 맞는 글자다. 그리고 영문 로마자나 한자는 수천 년 동안 여러 민족과 나라를 거치면서 개선하고 만들었으며 만든 사람과 원리가 한글처럼 뚜렷하지 않다.
1.6. 우리말 독립이란?
우리는 1945년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되었지만 우리 말글살이는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말이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말 독립이란 우리말이 남의 말이나 글자를 빌리거나 기대지 않고 우리 말글만으로 말글살이를 하는 것인데 지금도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를 벗어던지기 못했다. 공문서나 법률문장, 전문 학술용어에 일본 한자말이 아직도 많아서 우리말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말이 독립할까? 첫째,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만 적는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책도, 정부에서 쓰는 공문서도, 누구나 읽는 신문도, 시와 소설도 우리 말글로만 쓰는 것이다. 둘째, 사람이름과 회사이름, 모임의 이름도 우리 말글로 지어야 한다. 중국 한자나 미국 영문이 아닌 우리 말글로만 이름을 짓고, 낱말을 만들어 쓰는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 셋째, 우리 말법과 말투로 될수록 우리 토박이말을 한글로 써야 한다..
우리말은 우리 조상의 숨결이 담긴 우리 얼이고 삶이다. 우리말이 독립할 때 우리 얼도 겨레도 나라도 독립하고 힘센 겨레가 되어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다. 또한 교육도 제대로 되고 자주문화가 꽃피며 노벨문학상을 탈 좋은 문학작품도 많이 나온다.
1.7.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말글을 쓰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의 우두머리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은 말할 것이 없고, 바람과 햇빛, 돌과 흙과 물까지도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할 수 있다. 사람보다도 힘이 세기는 코끼리와 고래가 더 셀 것이고, 사납고 용맹하기는 호랑이나 사자가 더할 것이지만 사람이 그들을 지배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말글을 쓰기 때문이다.
말과 글로 지식과 정보, 생각과 뜻을 주고받고 기록하고 전해준다. 또 많은 사람이 하나로 뭉치고, 무기와 도구를 만들고 다루는 기술을 말글로 가르치고 배워서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말글로 머리를 더 좋게 깨우치고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을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거나 알아듣기 힘들다면 그 말은 말이 아니라 개나 돼지, 짐승들이 내는 소리와 다를 바 없어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 그래서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그 겨레끼리는 그 겨레 말글로 말글살이를 해야 가장 잘 통하고 좋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을 더 우러러보고 받드는 사대주의 근성이 뼈 속 깊게 박혀서 똑같은 국산품도 이름을 외국말글로 써 붙여야 더 비싸게 팔린다. 이건 매우 잘못된 것으로 하루빨리 버려야 할 못된 버릇이다.
1.8. 좋은 말글을 가지고 잘 다룬 겨레는 강했다.
제 말을 제 글자로 쓰고 제 말글을 잘 다룬 민족은 힘센 민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라가 강한 나라가 되었다. 고대 세계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황하 문명, 인도 문명도 그들 글자를 가지고 제 말글살이를 해서 그 문화 문명이 꽃폈다. 일찍이 동양에서 중국이 한자란 글자를 가지고 그걸 잘 이용해서 문화가 발전했고 힘센 나라가 되었다.
중세에 서양에서 영국이 우리 한문과 같은 라틴어로부터 영어를 독립해서 섹스피어 같은 유명한 문학인이 나왔고, 대영제국이 되었다. 이태리도 제 말을 살려서 단테와 같은 문장가가 나오고 힘센 나라가 되었으며, 스페인도 이사벨 여왕이 라틴어로부터 스페인어를 독립시켜서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라는 훌륭한 작품이 나왔고 힘센 나라가 되었으며, 독일도 근세에 라틴어로부터 국어독립운동을 하면서 괴테 같은 시인이 나오고 강대국이 되었다.
1.9. 우리도 우리 말글을 빛내면 힘 센 나라가 될 수 있다.
이 지구상에 언어는 3000여 종, 글자는 100여 개가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우리말은 사용 인구로 13위이고 글자는 가장 훌륭하다. 우리가 얼마나 어떻게 우리 말글을 잘 이용하고 빛내는가에 따라서 우리도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을 더 섬기고 우러러보면 안 된다. 오늘날 똑같은 국산품에 그 이름을 외국말로 지으면 더 비싸게 많이 팔린다고 한다. 우리 토박이말 ‘알몸’은 우습게 여기고 ‘나체’라는 한자말은 더 고급스런 말로 생각하고, 그보다 ‘누드’라고 하면 더 좋은 말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는 우리말이 힘센 말이 될 수 없고 우리 말글이 독립할 수 없다. 외국말보다 우리말을 더 사랑하고 즐겨 쓸 때에 우리말 빛나고 나라도 빛난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도 중국 한자로부터 벗어나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면서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어 국민수준이 높아졌고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우리 자주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나 아직 일본 한자말(전문용어 학술용어)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서 선진국 문턱까지 와서 헤매고 있다.
1.10. 쉽고 바른 말글살이는 세상 흐름이다.
말이 통해야 마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해야 사랑도 하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개나 짐승이 짓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서로 귀로 들어서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가 가장 좋다. 다른 나라 말이나 글자로 말을 하고 글을 쓰면 알아보기 힘들고 통하지 않아 불편하다. 제 나라 말법과 규범에 맞는 말글살이를 해야지 어기면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되어 국민정신이 흔들리고 세상이 혼란스럽다.
한 나라 국민이 그 나라 기본교육을 받았는데 공문서나 은행이나 보험 약관, 의약품 이용 설명서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알아보기 힘들다면 잘못된 것이다. 일찍이 1971년 영국 크리시 메이어(Chrissie Mahar) 여사가 정부 복지 문서를 몰라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을 보고 쉬운 영어쓰기 운동을 시작해서 온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고 지금은 그 모임이 커져서 어려운 공공문서를 쉽고 바르게 잡아주고 어려운 행정용어와 법률 문장을 쉬운 말로 바꾸고 있다.
스웨덴은 2005년부터 문화부가 앞장서서 언어정책을 만들고 “1. 스웨덴어는 스웨덴의 국어가 되어야 한다. 2. 스웨덴어는 사회에 이바지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완벽한 언어여야 한다. 3. 공용 스웨덴어는 간명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 4. 누구나 스웨덴어를 배우고 발전시킬 권리, 자기 소수 민족어를 발전시킬 권리, 외국어를 배우고 쓸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4대 방침을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 오바바 대통령도 쉬운 미국말 쓰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오래전부터 국어순화운동을 주장하고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하지만 일본식 한자말을 한자혼용하자는 세력과 영어 섬기기 정책에 밀려 성공을 못하고 있다. 쉽고 바른 말글살이는 세상 큰 흐름이다.
2. 왜, 누가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나?
오늘날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은 학교도 못 다니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이 배운 학자와 언론인, 힘 있는 정부, 돈 많은 대기업이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쉬운 우리 말글을 쓰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어려운 말을 쓰고 외국말을 마구 써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그런 것은 줏대 없이 외국인이 쓰는 말을 그대로 따라서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말글이 독립하지 못하고 계속 남의 말과 말투에 시달리고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며, 그런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공공언어를 중심으로 그 실태와 현상은 살펴보자.
2.1. 뿌리 깊은 언어사대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한자에서 해방되지 못한데다가 지나치게 영어를 섬기고 마구 쓰는 풍조는 통일 신라 때부터 내려온 뿌리 깊은 언어 사대주의와 이기주의에서 비롯되었다. 멀리 통일 신라 때 당나라 말글과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중국 한문을 지나치게 섬겼다. 그 때부터 공문서와 교과서, 관직 직제와 땅 이름, 사람이름까지 모두 중국 한문으로 써왔고, 중국 한문을 많이 알고 쓰면 출세하고 잘 살 수 있다는 흐름이 조선시대까지 내려오다가 일본 식민지가 되면서 일본말이 국어가 되고 우리말이 사라질 위기까지 몰렸다. 이렇게 지난 1300년 동안 힘센 나라의 말글을 섬기던 버릇이 우리 정신과 뼈 속에 뿌리내렸다.
그 못된 버릇은 오늘날 영어 섬기기로 이어져서 멀쩡한 우리말이 있는데 쓰지 않고 영어로 이름을 짓고 영어 편식 교육으로 우리말과 나라의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일본 식민지 때 일본이 강제로 일본식 창씨개명하게 한 것을 탓하면서 오늘날 우리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1300여 년 전 신라 때 중국 문화를 섬기고 중국식 창씨개명을 한 것은 우리 글자가 없었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을 때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오늘날 대한민국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글자, 한글이 있는데 그러는 것은 바보짓이고 어리석은 일이다.
2.2. 공공기관이 더 앞장서서 말글살이를 어지럽힌다.
먼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으뜸인 서울시가 ‘하이 서울’이란 구호를 내세우더니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따라서 모두 영문 구호를 만들어 쓰고 있다. 그 뒤 서울시 공문서엔 “희망플러스 통장,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클린재정. 서울비전체계, 시민패트롤, 서울사랑커뮤니티, 서울리뉴얼, 비전갤러리, 그린트러스트, 하이서울리포트, 서울메트로 모니터, 시니어 패스, 하이서울 페스티발, 서비스 매뉴얼, 비전서울 핵심프로젝트, 희망드림프로젝트, 시민행복 업그레이드, 클린운영, 보육보털 사이트, 서울형 데이케어 센터” 들처럼 영어가 섞인 말이 늘어났다.
위 그림은 몇 해 전에 서울시가 길거리와 버스에 붙인 광고문이다. “일어서自!”는 우리말도 아니고 한문도 아니고 영문도 아닌 말장난이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쓴 광고물들과 함께 이런 알림글은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을 어긴 것이다. 법과 규정이 없더라도 공공기관이 일반 국민보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그러니 이런 광고문과 알림글이 자꾸 더 늘어나고 있다. 우리말을 죽이는 것임을 몰라서 일어나는 모습이다.
중앙정부를 보자. 중앙정부 누리집(홈페이지)을 보니 “칼럼&피플, 브리핑룸, 정책플러스,아카이브, 기타써비스, 사이트맵, RSS서비스, 뉴스레터, 이벤트존, 국민아이디어” 들들 외국어가 많다. 이 말들은 한글로 썼다고 모두 우리말이 되는 건 아니다. 전에 정부가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고, 대전시 유성구가 새로 생기는 마을 이름을 ‘테크노동’이라고 지은 것을 새삼스럽게 들추지 않더라도 정부와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우리말을 버리고 있다. 정부기관에 국어책임과도 있으며 공무원이 일반 국민보다 더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써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다. 이건 잘못된 일이고 바로 바로잡아야 한다.
2.3. 정부기관 누리집 알림글에 나타난 우리말 짓밟기 실태.
정부기관 누리집을 소개하는 방의 명칭과 알림창, 동영상을 보면 국어기본법이나 말글 규범은 지키지 않는 것을 넘어 우리말을 비틀고 짓밟는 정도가 지나치다. 영문과 외국어 뒤범벅이고 말장난하는 꼴이다. 한글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우리 문화가 나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나라 밖에서는 우리 말글을 배우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데 우리 정부는 우리말을 더럽히는 잡탕말로 만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누리집에 있는 알림판 모습은 한글, 한자, 영어 뒤범벅이다.
외교부 누리집을 소개하는 각 방은 ‘PO, 이슈별 자료실, 뉴포커스, 관련사이트. G20, OECD, APEC(외교부)’ 둥의 이름을 쓰고 있었으며, 외교부 소식지(468호])에는 ‘알go 챙기go 떠나go~ 해외안전여행 캠페인 동영상 공개!’ 등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사례를 보였으며, 외교부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너 do 나 do 공공외교 모자이크로 만나다’ 등을 쓰고 있다.
해양수산부 누리집을 소개하는 방에는 ‘WTO/FTA소식’, ‘수산물이력제/HACCP소식’ 등을 쓰고 있으며, 알림창에는 ‘2014년 어식백세 수산물 브랜드 대전’이라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말을 쓰고 있다.
새만금 개발청은 ‘Why?새만금!’을 시작으로 마스터플랜, 비전 및 개발전략, 국가성장엔진, 新문명 글로벌 시대 선도, 투자인센티브, 행사&이벤트, 원스톱서비스, 새만금35경, 새만금여행코스, 시즌별, 종교역사코스, 뉴스레터, 포토갤러리, 새만금 CI 소개, 심볼마크, 로고타입 시그니처, 슬로건, 엠블럼, 전용칼라, home, Step1. 신청, Step2. 접수 및 처리, Step3. 열람, Step1. 등을 마구 씀으로써 우리말글을 어지럽히고, 국민과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다.
2.4. 학자와 공무원과 언론이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힌다.
일본시대부터 쓰던 일본 한자말 행정용어와 전문용어도 아직 그대로 쓰면서 이상한 외국어가 자꾸 늘어나 우리 말글살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외국어는 학자와 공무원이 먼저 쓰고 그 말을 언론기관이 퍼트리고 있다. 여기서 “이벤트, 재테크”란 외국말이 어떻게 널리 쓰이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이벤트’란 말은 25년 전 쯤 한 신문이 말글정책 주무부처인 초대 문화부 장관 대담 기사를 전면에 실었는데 그 기사 제목에서 ‘이벤트’란 말을 크게 쓴 일이 있다. 나는 그 때 문화부와 그 신문사에 항의한 일도 있다. 그런데 내가 염려한 대로 그 뒤에 다른 신문과 방송도 그 말을 자꾸 쓰니 빠르게 널리 퍼졌고 일반인들까지 쓰게 되었다. 그 때 그 장관과 언론이 퍼트린 이 외국어는 지금도 널리 쓰이고 정부기관 알림 창에도 쓰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청년일자리창출위원회 알림 창에 있는 “프로젝트,이벤트”란 외국말이다.
‘재테크’란 말도 이런 식으로 퍼진 말이다. 20여 년 전 한 신문사 보도 기사 제목으로 “기업들 재테크 열심”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로 그 말뜻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말을 쓰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 기자는 “재무부 보도자료”에 그런 말이 나왔는데 마땅한 우리말을 몰라서 그대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날 한겨레신문은 “기업들 돈 굴리기 열심”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은 것을 봤다. 그러나 이 말도 신문과 방송이 자꾸 쓰니 일반인도 따라서 쓰고, 어떤 얼빠진 이는 ‘시테크’란 말까지 만들어 퍼트리고 있었다.
이 두 말처럼 다른 외국어와 이상한 말장난도 학자와 공무원과 정부기관이 먼저 쓰고 언론이 널리 알리고 퍼트려서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2.5. 아직도 판치는 일본 행정용어와 외국 전문용어 문제
우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수천 년 동안 중국 한문 속에 살았다. 그리고 100여 년 전에는 일본 식민지가 되어 36년 동안 일본말이 국어가 되어 일본 말글 속에 살았다. 조선시대 교과서는 한문이고, 왜정시대엔 일본 말글로 된 책으로 공부했다. 공문서도 그랬다. 그래서 지금도 공공기관 행정용어나 학술 전문용어는 한문이나 일본 한자말이 많다. 이런 행정용어와 전문용어는 한글로 쓴다고 우리말이라고 할 수 없고 어렵다.
아래 사진에 나온 ‘차집관거’란 말은 일본식 토목공사 전문용어로서 일본 식민지 때부터 쓰던 말인데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일제가 물러간 지 70년이 되었는데 쉬운 우리말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런 말을 예로 들면서 한자말은 한자로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遮集管渠’라고 한자로 쓰면 쉽게 그 뜻을 알아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읽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일본식 한자말들은 빨리 버리고 토박이말을 살려야 한다.
요즘 동대문구청에서 내 건 펼침막이다. 차집관거? 이 말을 국민은 잘 모른다.
올해가 일본 식민지에서 풀려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아직도 법률문장이 일본 식민지 때 쓰던 문장을 베낀 게 그대로이며, 일본 식민지 때 길든 일본식 한자말로 된 행정용어와 전문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더욱이 학자, 정치인, 대기업인들이 이런 일본 한자말 계속 쓰자니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이런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 써야 한다.
2.6.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 관리법을 지키지 않는다.
말글살이 관련법과 규정은 광복 뒤부터 “공문서는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제정한 한글전용법(법률 제6호)이 있었고 2005년에 그보다 폭넓게 강화된 국어기본법이 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옥외 광고물은 말글규정에 따라 한글로 적는다고 정하고 시행하는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이 있다. 모두 우리말을 한글로 적어 온 국민이 알아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그 법들을 보자.
옥외광고물 관리법 시행령 제12조(일반적 표시방법)를 보면 “① 법 제3조제3항에 따른 광고물 등의 표시방법은 이 장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②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하여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倂記)하여야 한다.”고 되어있고 광고물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게 되어있다. 그런데 잘 지키지 않는다. 위반한 광고물은 지장바치단체가 관리 감독해야 하는 데 공무원들이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국어기본법 “제14조 (공문서의 작성) ① 공공기관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어야 하고, 국어책임관도 전문지식을 가진 이가 그 임무에 전념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이 없어도 잘해야 하는 데 법과 규정이 있어도 그러니 법을 강화해야 공공언어 개선이 가능해진다.
서울 명동거리 모습이다. 한글은 보이지 않고 온통 영문이라 뉴욕거리 같다.
3. 우리 한말글이 살고 빛나는 길은?
3.1.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를 버려야 한다.
쉽고 바른 말글살이를 하려면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 한자말을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고, 일본 말투를 버리면 글이 훨씬 매끄럽고 그 뜻이 뚜렷하다. 토박이말을 우리 말투로 말하고 글을 써야 쉽고 바른 우리말이 된다. 그 몇 가지만 들어 본다.
일본말이 우리말과 말 순서가 같아서 일본글을 그대로 뒤친(직역)글이 많은데 일본글의 뼈대를 이루는 ‘-的’과, 일본 말투 토씨 ‘-の’를 너무 많이 그대로 옮겨 쓰고 있다. 이 두 일본말투만 우리 말투로 바꾸어도 글이 우리말답게 된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라는 말에서 ‘-적’이란 말을 빼고 “전국에서 비가 온다.”고 해도 된다. ‘전국(全國)’이란 한자말 뜻은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면 “온 나라”다. 그래서 “온 나라에서 비가 온다.”라고 하면 더 우리말답고 좋다. 그런데 여기서 ‘-적’이란 토씨는 토박이말에는 붙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이란 한자말을 ‘온 나라’란 토박이말로 바꾸어 “온 나라적(的)으로 비가 온다.”라고 하면 이상하다.
되도록 ‘-적’이란 말을 안 쓰면 토박이말을 살리는 길이 된다. “일시적 과오”는 “한 때 잘못”인데 ‘일시(一時)’란 한자말에는 ‘-的’이 붙지만 ‘한 때’란 토박이말에는 ‘-적’이 붙을 수 없다. “한 때的 잘못”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학교 다닐 때에는 어른들이 쓰는 것을 보고 많이 썼지만 지금은 하나도 안 쓰는데 오히려 글이 더 깔끔하고 좋다.
다음으로 일본말 조사 '의(の)가 들어간 일본말투를 그대로 직역한 말들이 늘어나는 문제다. 우리말은 동사나 형용사가 발달하고 일본말은 명사가 발달했는데 그 명사를 쓰려고 많이 쓰는 조사 '의(の)'를 우리도 따라서 그대로 쓰니 우리말이 이상하게 된다. 우리말에서는 토씨 ‘의’를 아주 드물게 쓰는데 일본말 토씨 '의(の)’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많이 쓴다. 멀쩡한 우리말 동사를 명사형으로 바꾸어서 그러니 큰 문제다.
서울 서초동 고속도로 입구에 있는 “만남의 광장”도 “만나는 곳(광장)”이라고 해야 우리말답다. 어떤 자연농법 이야기를 쓴 책에 “비료 안주기의 이론”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이 말도 “비료 안주기 이론”이라거나 그냥 “비료 안주는 농업”이라고 해야 우리말답다. 옛 노래에 “나의 살던 고향”이라는 노래도 “내가 살던 고향”이라고 해야 하고, “혈의 누”라는 소설책도 “피눈물”이라고 해야 우리말이다.
‘~와의(~との)’나 ‘~에의(‘~への)’도 마찬가지다.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하지 말고 “범죄와 전쟁”이라고 하고, “대학에의 초대”라는 말도 ‘의’를 빼고 “대학에 초대”라고 해야 우리 말투다.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책 읽는 계절”이라거나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해야 한다. “범죄와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정부에서 “입장, 역할”이란 말이 일본 한자말이니 쓰지 말자고 했는데 자꾸 쓰고 있다. “네 생각을 밝혀라.”라는 말도 “네 입장을 밝혀라.”로 말하고 “내 처지가 곤란하다.”는 말도 “내 입장이 곤란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 태도, 처지, 생각 들들” 말을 ‘입장’이라는 말 하나로 통틀어 쓰니 그 말뜻이 뚜렷하지 않다. “네 역할이다.”라는 말도 “네 할 일이다.”라고 하면 된다. 일본책을 그대로 베낀 법률문장과 책을 모두 버려야 한다.
3.2. 중국 연변 동포들로부터 배울 점
중국 연길시 거리 간판은 한글을 위나 앞에 쓰고 중국 글을 아래나 뒤에 썼다.
우리 동포가 많이 사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에 가면 간판에 우리 글자인 한글이 위에 쓰거나 앞에 쓰고 중국 글자는 아래에 쓰거나 뒤에 쓴다. 자치주에서 그렇게 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이 규정을 어기면 벌금을 물거나 처벌하고 있다.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도 그러는 것을 보고 우리도 옥외광고물관리법에 그런 규정을 만들었으나 우리는 지키지 않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인도는 오랫동안 영어를 쓰는 영국 식민지였으며 수백 년 동안 영어를 공용어로 했지만 거리 간판에 영어 간판보다 인도 글자 간판이 많다. 그 정신과 태도, 우리가 배울 일이다.
3.3. 토박이말을 살려서 써야 우리 얼말글이 산다.
일본 한자말을 한자로 쓰자는 이들은 우리말 가운데 한자말이 70%이기에 한자를 배우고 쓰지 않으면 우리 말글살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 글자가 없어서 중국 한문을 써왔고 105년 전에 일본 식민가 되어 한자를 섞어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본말을 국어로 배우고 썼기에 한자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는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다. 이제 쓰지도 않는 일본 한자말과 외국말을 가득 담은 사전이 아니라 토박이말을 많이 담고 그 쓰임새를 알려주는 말광(말모이)이어야 한다.
광복 뒤에 국어사전을 만들면서 일본 식민지 교육을 받은 일본 식민지 지식인들이 우리가 쓰지 않아도 되는 일본 한자말은 많이 넣고 우리 토박이말은 오히려 넣지 않아서 그런 모습이 되었고 그 근거로 한자말이 70%라면서 한자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말 사전에서 그런 한자말을 빼 버리고 지방에서 쓰는 지방말까지 우리 토박이말을 많이 넣고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면 우리 토박이말이 70%가 될 것이다.
3.3.1. 헐버트 선생과 그가 한글로만 쓴 배움책 ‘사민필지’
처음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기 시작한 대한제국시대부터, 일본 식민지 시대와 대한민국 시대까지 우리 토박이말을 애써 찾아서 쓰고 만들어 쓰려는 일과 사람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세계 최초로 한글로만 쓴 ‘사민필지’란 교과서를 만든 미국인 헐버트를 소개한다.
헐버트는 1886년(고종 23년)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서양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育英公院’의 영어 선생으로 온 미국인이다. 그 전에 우리 교육기관은 한자와 한문으로 교육하는 성균관, 서원, 서당들이 있었으나 고종은 서양 문물이 밀려오는 개화기를 맞이해서 영어나 다른 외국말과 외국 문화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기에 고급관리 아들딸과 초급 관리에게 그 교육을 하려고 새 교육기관을 세운 것이다. 그 때엔 ‘학교’라는 말도 없어 ‘공원:公院’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헐버트가 이 나라에 와 보니 영어를 적는 로마자보다도 더 훌륭한 조선 글자가 있는데 이 제 글자는 안 쓰고 배우고 쓰지 힘든 한문으로 말글살이를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3년 만인 1889년에 그 글자로 ‘사민필지 [士民必知]’란 세계 사회지리책을 낸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은 그 때 쓰는 입말을 그대로 한글로 적었기에 오늘날 ‘지구:地球’라고 쓰는 말을 ‘땅덩이’ 라고 적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우리 토박이말이 많이 나온다.
한문만 쓰던 그 시대에 조선 사람들이 쓰는 입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쓴 배움책을 만든 것은 놀라운 일이다. 헐버트는 그 책 창간사에서 “생각건대 중국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며 널리 볼 수가 없고 조선 언문은 본국 글일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쉬운데 쓰지 않으니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마는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아니하고 오히려 업수이 여기니 어찌 아깝지 아니하리오.”라면서 우리 말글을 글을 쓰고 배워야 이 나라가 일어난다고 외쳤다.
외국인 헐버트가 순 한글로 쓴 세계 최초 교과서 ‘사민필지’ 머리글이다.
3.3.2. 주시경 선생과 토박이말 살리기
주시경 선생은 1896년 서재필 박사와 미국인 헐버트와 함께 한글로 독립신문을 만들고 그 신문사 안에 국문동식회라는 우리 말글 연구모임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우리말을 한글로 쓰는 세상을 만들려고 무척 애쓴 분이다. 상동교회에 조선어강습원을 만들고 우리 말글을 가르쳤으며 1908년에는 그의 제자들과 지금 한글학회인 국어연구학회를 만들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뒤에 책 보따리를 들고 여러 학교를 바쁘게 다니며 한글을 가르치니 ‘주보따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1910년에 나라를 빼앗기니 그는 우리 글자를 국문(나라글자)이라고 할 수 없게 되니 우리 토박이말로 ‘한글’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 부르고, 우리말은 ‘한말’이라고 했다. 국어연구학회는 ‘배달말글몯음’이라고 바꾸었다가 ‘한글모’로 바꾸었으며, 조선어강습원은 ‘한글배곧’이라고 바꾸었다. 자신의 한자 이름도 버리고 ‘한힌샘’이라고 지어 부르고, 자식들 이름도 한자 ‘산’을 토박이말 ‘메’로 바꾸어 큰 딸 ‘송산’은 ‘솔메’로, 큰아들 ‘삼산’은 ‘세메’, 둘째 아들 ‘춘산’은 ‘봄메’, 셋째 아들 ‘왕산’은 ‘임메’라고 한말글로 바꾸었다. 또 오늘날 ‘사전’이라고 하는 말을 ‘말모이’라는 이름으로 만들다가 39살 젊은 나이에 급체로 돌아가셨는데 일제에 독살을 당했다는 말도 있다. ‘학교’가 아닌 ‘배곧’이라 한 것이 참 좋다.
졸업장이란 말도 토박이말로 ‘익힘에 주는 글’이라고 쓰고 국문연구소 연혁을 ‘한글모 죽보기’라고 쓴 주시경 선생의 뜻과 삶은 얼마나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애썼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이 분이 이루지 못한 토박이말 살리기를 오늘 우리가 해 낼 것을 다짐해보자.
왼쪽부터 독립신문과 한글모죽보기 겉장, 주시경이 그 제자 최현배에게 준 졸업장.
3.3.3. 그 밖에 일제 때 토박이말 살린 일과 사람.
왼쪽은 1920년대 중국에 세운 최준례 여사 빗돌, 오른쪽 김두봉의 조선말본이다.
1920년 대 일본 식민지 때에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김두봉이 지은 조선말본과 중국에서 돌아가신 백범 김구 선생 부인 빗돌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가르쳐준다. 맞춤법은 오늘날과 다르지만 “신문각 출판, 문법”이라고 안 하고 “김두봉 짓음. 조선 말본. 서울 새글집 박음”이라고 토박이말로 쓴 것이 좋고 그 안 문법 용어도 토박이말로 이름씨, 그림씨 들로 되어 있어서 좋다. 최준례 묘비에서도 “탄생이라는 한자말이 아니고 ‘남’이라고 하고 묻엄, 세움이란 토박이말을 쓴 것이 좋다.”
그 때부터라도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썼다면 우리말이 살고 힘 있는 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토박이말이 더 낯설다. 김두봉은 최현배와 함께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인데 모두 주시경 선생의 정신과 뜻을 살려 토박이말을 쓰려고 애쓴 사람들이다.
3.3.4. 1948년 이기인 교수가 만든 “새 사리갈말 말광”
1945년 일본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되니 조선어학회 최현배와 여러분이 일제가 못 쓰게 한 우리말을 도로 찾아 한글로 쓰자는 운동을 했다. 그러나 일본 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일본 식민지 교육을 착실하게 받은 경성제대 출신 이숭녕, 고려대 초대 총장 현승종 들은 발 벗고 반대운동을 했으나 서울사대 생물학과 이기인 교수는 일본말과 영어로 된 5000 여 생물학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 “새 사리갈말 말광”이란 생물학술영어사전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사전’을 ‘말광’이라고 했으며, ‘학술용어’를 ’갈말‘이라고 바꾸고 ’위‘를 ’밥통‘이라고 했다. 그 때 모든 학자와 정치인들이 이 분처럼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말로 가르쳤다면 지금 이 나라는 몰라보게 발전했을 것이다. 그 때 많은 애국자들이 우리말 도로 찾아 쓰기 운동을 했는데 언론인들이 ’건널목‘이란 토박이말도 만들고 많은 토박이말을 찾아 쓴다. 그러나 그 때 공무원, 교수와 선생, 언론인들이 거의 우리말과 한글보다 일본 말글을 더 잘 알았기에 이 운동은 성공을 못했으나 이제라도 그 정신과 뜻을 살려야 한다.
왼쪽은 ‘새 사라갈말 말광’ 겉장, 오른쪽은 그 말광 속 24쪽 찍그림. ‘위’를 ‘밥통’이라고 했다.
3.3.5. 광복 뒤에 토박이말로 이름을 지은 분들과 한글이름짓기 운동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광복 뒤에 사람 이름도 우리말로 지은 분들이 있다. 깨어있는 선각자, 애국자들이 그랬다. 음악가 금수현님은 아들 이름을 금난새로, 사회운동가 김철님은 아들 이름을 김한길로, 불교철학자 정종님은 아들 이름을 정어지로로 지었다. 이름난 음악 지휘자인 ‘금난새’,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한길’, 대학 교수 ‘정어리루’ 같은 사람의 이름은 우리말 이름이다.
내 대학 스승인 정철 교수님은 광복 뒤 당신의 아들딸 이름을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지어 호적에 올리려니 면서기가 받아주지 않아서 도청까지 가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따지고 없다는 답변을 받아내어 우리 말글로 호적에 올리게 했다고 한다. 뜨거운 나라사랑, 한글사랑 정신을 실천한 선구자 개척자였다. 금수현 선생은 “따옴표, 도돌이표” 같은 음악 용어를 우리말로 만든 분이다.
1967년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는 ‘고운이름 자랑하기’ 행사를 하면서 5000년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말과 글자로 이름을 짓는 바람을 일으켰다. ‘김유신’처럼 세 글자로 한자 이름을 짓는 것은 1300여 년 전 신라가 중국 당나라 세력을 끌어들여서 백제와 고구려를 쓰러트리고 중국식 제도와 이름을 지으면서 뿌리내린 것이 지금까지 왔다. ‘왕’이라는 이름도 지증왕이 처음 썼는데 그 전에는 “마립간, 거서간”처럼 우리식 이름이었고, 땅이름도 “달구벌, 서라벌”처럼 우리 이름이었고, 사람이름도 “박혁거세 연개소문”처럼 우리식 이름이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가진 오늘날도 한자로 이름을 짓고 쓰자는 이가 많고, 영어로 이름을 짓는 이들까지 늘어나니 슬프다. 우리 말글살이를 우리 말글로 해야 우리 겨레 얼이 살아나고 튼튼한 나라가 되어 우리 자주문화가 꽃핀다. 이제 우리 이름부터 우리 한말글로 지어 불러서 살리고 빛내어 신라 때부터 뿌리 내린 사대주의 근성부터 뽑아버려야 한다.
마무리 말
우리는 앞에서 “말은 지식과 정보, 마음과 뜻을 사람끼리 서로 주고받는 연모요 수단이고, 이 연모와 수단은 배우고 쓰기 쉬워야 하고, 가장 쉽고 바른 말글살이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란 것도 알아봤다. 또한 지난날 세계 역사서도 제 말글을 살리고 잘 이용한 겨레나 나라가 잘 살고 힘센 나라가 되고 발전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한말글을 살리고 빛내자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중국 한문에 눌려서 살았고, 일본 식민지가 된 뒤에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에 길들어서 아직도 한자로부터 완전하게 해방되지 못하고 공문서와 교과서, 신문에 그 일본 한자말을 그대로 쓰면서 그 한자말을 한자로 쓰자는 이들이 있어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고 학생과 국민이 고생할 뿐만 아니라 우리 말글이 빛나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를 가지고서도 어려운 일본 한자말과 영어를 더 섬기는 풍조 때문에 드는 비용이 한 해에 수천억, 수 조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는 말글살이가 자리 잡았으면 훨씬 줄일 수 있는 비용이다. 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수출만 많이 하는 것이 잘 사는 길이 아니다.
광복 뒤에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이들이 모두 일본식 한자혼용을 좋아하는 일본 식민지 지식인뿐이라 어쩔 수없이 그들이 정치인, 공무원, 교육자, 언론인, 기업인으로 이 나라를 지배하고 이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우리말을 한글로만 쓴 글이 일본한자말을 한자로 쓴 글보다 읽고 쓰기가 불편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글 맞춤법도 잘 모르니 자신들의 밥벌이를 위해서도 한글전용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제자들과 후손들이 대를 이어서 일본 한자말과 한자를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섞어 쓰자면서 한자 교육을 강화하자고 한다. 일본이 좋아하고 바라는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어려서부터 길들이려는 것이다. 일본 한자말은 분명히 외국말인데 우리가 예부터 한자를 써왔기에 외국말로 여기지 않는다. 거기다가 오늘날 힘센 나라인 미국을 따르고 섬기다보니 미국 말글이 판치고 있다.
외국어는 외국인과 소통하고, 외국의 좋은 문화와 지식과 정보를 받고 우리 것을 외국인에게 알릴 때 써야 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더라도 무분별하게 우리말에 섞어서 쓰고 우리말을 버리고 외국어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에겐 우리 말글이 가장 편리한 정보 소통 연모요 수단이이고 가장 좋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중국 한문을 배우고 잘 하는 것이 출세 수단이었고 남보다 잘사는 길이었기에 언어 사대주의가 뿌리박혀서 오늘날에도 우리 말글을 업신여기고 있다. 통일 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문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생각하고 말글살이를 하다가 일본 식민지 때에는 일본 말글이 국어가 되어 그 말글을 잘하고 섬기는 버릇이 들었는데 거기다가 오늘날 힘센 미국에 지배를 받게 되니 영어 섬기기로 바뀌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늘날 회사나 상품 이름과 거리 간판은 하루가 다르게 영어로 바뀌고 있으며, 정부 직책과 정책 명칭, 공문서에도 영어가 뒤범벅이다. 많이 배우고 힘센 학자와 언론인, 권력과 돈을 많이 가진 공무원과 대기업이 제 말을 짓밟는데 앞장서고 있다. 왜정 때 일본이 강제로 우리 말글을 못살게 굴면서 창씨개명까지 시킨 것을 비난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미국식 창씨개명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그래서 어렵게 지키고 살려낸 우리 말글이 다시 남의 말글에 짓밟히고 우리 말글살이는 어지럽고 나라까지 흔들리고 있다. 똑 같은 국산품에도 영문으로 이름을 붙이면 더 비싸게 잘 팔린다고 아파트 이름이 영문으로 짓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일찍이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제 민족어와 함께 이중 언어생활을 하는 인도와 필리핀은 우리보다 더 못살고 힘들다. 영어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일찍이 청나라를 세우고 온 중국을 통치하던 만주족은 제 겨레 말글을 지키지 못하고 한족의 글자인 한자를 즐겨 쓰다가 제 겨레의 말글이 죽어 겨레까지 사라졌다. 제 겨레말을 지키고 빛내지 못하면 그 겨레도 사라진다.
세계 으뜸인 우리 글자인 한글로 우리말을 적고, 제 말로 생각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살아야 우리가 살 길이 열린다. 그래야 공부도 잘 되고 빨리 똑똑해져서 나라가 빨리 발전한다. 이제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말을 다듬어 힘 센 말로 만드는 일에 모두 함께 힘써야겠다. 우리말을 살리는 길은 우리 겨레와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우리 겨레끼리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입말을 살려야 우리말이 산다. 공공기관과 공직자들이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일에 모범을 보여줄 것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