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로 돌아가는 군산회현중 이항근 교장
“존재감 느끼자고 말할 때 눈빛 빛낸 교사들 많아”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아이들에게 지금은 참고, 나중에 행복하자고 말하지 말아요.
지금 행복하자고 말해 보세요. 지금 행복한 아이가 나중에 커서도 행복할 수 있답니다.
지난 24일 군산에선 특별한 학부모모임이 있었다. 8월말로 4년간의 군산 회현 중학교 교장 임기를 끝마치고 군산 동산중 수학교사로 돌아가는 이항근 교장과 함께 하는 교육토크 콘서트. 군산지역 학부모기자단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6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항근 회현중학교 교장은 지난 2008년 군산 회현중학교의 내부형 공모교장으로 임기를 시작해 폐교위기를 놓여있던 이 학교를 불과 2년 만에 성공적인 공교육의 산실로 탈바꿈시켰다. 이날 학부모들의 관심은 폐교 위기에 몰린 회현 중학교를 어떻게 성공적인 학교로 탈바꿈을 시킬 수 있었나. 그리고 이 같은 성공 모델을 보통 학교에도 적용시킬 수 없나에 집중됐다.
이날 행사는 학부모기자인 박향숙, 김현옥 씨가 패널로 참석, 이항근 교장과 문답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학부모들은 질문지를 통해 자유스럽게 질의를 했다. 학부모기자단은 전라북도교육청이 학부모와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구성한 것. 이날 행사 하루 전 유력 중앙일간지는 이항근 교장과의 인터뷰를 사회면을 털어 사진과 함께 비중있게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학부모들과의 토크콘서트를 정리한 내용.
○학부모 기자: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만나보고 싶었어요. 8월말로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평교사를 고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항근 교장: 여러 군데에서 교장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평교사로 일할 계획이
다. 평교사는 원래 내가 있던 자리였고, 일선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감정을 읽어 내는
것이 교육현장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기자: 2008년 처음 회현 중학교 부임당시 학교 분위기나, 학생들의 상황은 어땠나요.
○이항근 교장: 보통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아이들도 지쳐 있었고 지역사회의 따뜻함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특별한 비전이 부족했고, 아이들은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태였어요. 물론 시골 아이들이라 착하고 순박했지만 고립되고 너무도 조용한 학교였어요. 3년 동안 학교의 유리창이 한 번도 깨진 일이 없었을 정도였죠(웃음).
○학부모 기자: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하셨나요.
○이항근 교장: 저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방학 전날 ‘야! 해방이다’가 아니라 개학 하는 날 ‘야! 학교 간다’고 반기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학교 등교하는 날이 즐겁고,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꿈을 갖게 하는 학생들이 돌아오는 농촌 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학부모 기자: 회현 중학교에서는 특별한 교육 과정, 차별화된 교육 과정이 있다던데 소개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항근 교장: 성적보다는 성장이 목표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 학년을 상대로 진로탐색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1학년은 진로캠프, 2학년은 진로체험, 3학년은 진로발표회 이런 식이죠. 또 학년별로 연극(1학년) 생태농업(2학년), 문화탐방(3학년) 수업을 받게 합니다. 오후 4시 이후엔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퍼즐, 바둑, 외국어, 밴드 활동을 하고, 저녁 7~9시엔 희망자를 모집해 수학, 영어 등 심화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 1주일에 1시간씩 학생들에게 자율시간을 둬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특히 진로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2학년 여학생이 검사가 꿈이라기에 군산 검찰청 여검사에게 직접 전화해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어요. 이런 변화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서서히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 입학 설명회 때에는 전국에서 500여대의 차가 오기도 했고, 21명 모집에 297명이 몰렸습니다.
○학부모 기자: 그럼 회현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선 성적이 좋아야 하나요? 어떻게 높은 경쟁률 속에서 일정한 학생들을 선발하죠.
○이항근 교장: 첫해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서 학생들을 선발하다보니 성적 우수학생들 위주로 입학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다음해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보지 말자고 했어요. 그 대신 논술 문제를 내서 사고력, 수행능력을 파악해 뽑았어요. 거기에다 자기 소개하기, 영화 감상문 제출, 동료학생의 평가 등도 첨가했어요. 말 그대로 입학사정관 비슷한 시도를 한거죠. 올해 입학시험엔 4문제를 냈어요. 그 중에 하나가 ‘인류 멸망의 날이 왔다. 미래 인류를 위해 절대 손상되지 않는 금고에 무엇을 넣어 두겠나’라는 질문이었어요. 돈, 다이아몬드라고 쓴 아이들이 많은 걸 보고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지 않았나 놀라기도 했어요.
○학부모 기자: 내년 2013년도 어떤 학생선발 기준을 갖고 있나요?
○이항근 교장: 회현 중학교에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저희들의 고민은 탈락하는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거예요. 내가 뭔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동창회,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할까 고민 중이예요. 그렇게 하면 떨어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학부모 기자: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이항근 교장: 군산 동산중학교 수학교사로 일하니 만큼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 가르치는 게 숙제죠. 원래 수학을 못했던 제가 수학교사를 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도 자신감을 갖고 수학공부를 할 수 있게 설득(?)할 생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 기자: 마지막으로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항근 교장: 아이들에게 지금은 참아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중에 행복해지자고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지금 행복하자고 말하는 엄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행복을 맛본 아이들이 나중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정리: 김양옥 학부모기자>
첫댓글 몇년전 회원중학교 방문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학교가 많이 인상깊었습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