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 살 청년 학영씨는 자폐인입니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을 마치고 함께 집으로 오다가 아파트가 좌우로 서 있는 도로에서 신호 대기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집들.” “학영씨 집은 어디에요?” “엄마.” “엄마는 어디 살아요?” “중흥에스클래스.”
집을 엄마라 했습니다. 논리가 아니라 연상으로 사고하는 학영씨가 집을 엄마라 한 것은, 엄마가 있는 곳이 집이라는 것이지요. 중흥에스클래스가 집이 아니라 엄마가 있기 때문에 중흥에스클래스가 집이라는 겁니다. 아파트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있는 곳이, 집입니다. 집은 시스템이나 건물이라기보다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집입니다.
제도나 건물도 무시할 수 없지요. 제도나 건물이 열악하거나 무너지면 힘든 게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사랑하며 잘 지낼 수 있는 제도와 건물은 꼭 필요합니다. 집이려면, 가족이라는 제도와 사각형 공간으로 세워진 건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다 가족을 이루고 번듯한 사각형 건물이 있어, 그냥 그렇게 살만하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살기 위해 애쓰지요. 가족을 위해 번듯한 사각형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애씁니다만, 세상 사람들이 다 가족을 위해 번듯한 건물을 마련하진 못합니다. 이게 이상합니다. 애쓰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것, 이게 이상합니다. 애써도 잘 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기도합니다.
복 받기를 기도합니다. 저도 복 받기를 기도합니다. 내 신앙도 기복신앙입니다. 저는 우리교회 식구들이 다 예쁘게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어 번듯한 사각형 건물에서 잘 살면 좋겠습니다. 이미 결혼한 가정은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자라고, 아이들은 자기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가며 건강하게 잘 자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기도합니다. 내 신앙은 기복신앙입니다.
예수님의 신앙도 기복신앙입니다. 누가 복 받는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5:3~10)
우리가 다 복 받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을 말씀하시며, 복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꼭 집어 말씀하십니다. 심령이 가난한 사람, 애통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긍휼히 여기는 사람, 마음이 청결한 사람, 화평하게 하는 사람,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이 복 받는 사람이라고 꼭 집어 말씀하십니다.
진정 복 받고자 한다면, 복 받을만한 사람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복 받기를 기도하려면 복 받을만한 사람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심령이 가난한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애통하는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온유한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긍휼히 여기는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마음이 청결한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화평하게 하는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 되게 해 달라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에 응답하실 때, 여기 땅에 하나님나라가 임합니다.(사2:11,17) 저는 우리 삶의 자리에 임하실 하나님나라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복 받을만한 사람들이 여기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하기를 기도하고 기도합니다.
학영씨에게 엄마가 있는 곳이 집인 것처럼, 하나님 계신 곳이 천국입니다. 하나님이 계시면 그 어디나 천국이요, 엄마가 있으면 그 어디나 집입니다. 혹 번듯한 사각형 건물이 아니어도 거기에 엄마가 있으면 집이고, 높다란 첨탑 없어도 여기에 하나님이 계시면 천국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곳이 따뜻한 ‘집’이요, 우리가 모이는 자리가 거룩한 ‘천국’이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없어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천국’을 열어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이렇게 복 받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신앙 본받아 내 신앙도 기복 신앙입니다.
“내가 반드시 너에게 복 주고 복 주며 너를 번성하게 하고 번성하게 하리라”(히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