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는 매트릭스의 최종 완결편입니다. 3편을 보기 위해, DVD로 '매트릭스' '애니매트릭스' '매트릭스 리로디드' 총 세 편을 집에서 복습하고 갈 만큼 기다려온 종결편입니다. 기대에는 좀 못미치는 엔딩일 수 있습니다. 역시 1편이 던져준 충격에는 약하군요. 2편도 조금 실망이었는데...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 영화 극장에서 한번 더 볼겁니다. 이전 두 영화도 그랬듯이. 왜냐구요? 로봇 기갑 사단과 센티넬 군단이 펼치는 대전투신은 어린 시절 로봇 만화를 보며 상상만 해왔던 가슴벅찬 스펙터클이었습니다. 매트릭스를 좋아해서 뉴논스톱 연출하며 허접한 매트릭스 패러디 장면은 많이 찍었거든요? 근데 그 로봇 전투씬을 보고있노라니 와쇼스키 형제의 조롱이 귀에 들려오는듯 하더군요. '이래도 따라해 볼래?'
2. 스캔들
참 뒤늦게 본 영화입니다. 어지간하면 개봉하면 바로 가서 보는데, 웬지 안당기는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격렬한 정사씬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괜히 홀아비 가슴에 불을 당길까 걱정한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고나니 참 잘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번씩 나오는 야한 장면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할 수 있을만큼... 무엇보다 어설픈 섹스 코미디 몇 편(색즉시공, 몽정기 류)을 보고 질린 터인데, 잘 차려진 성찬을 대하고 다시 입맛이 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랑인 척한 줄 알았는데 끝나고 보니, 사랑이었고, 사랑인 줄 알았는데 끝나고보니 사랑한 척 한것이었다... 참 와닿는 교훈이었습니다. 어설픈 섹스 코미디들, 이 영화보고 반성들 했으면 합니다. 사랑을 소재로 하려면 몸으로 웃기기 보다 마음을 먼저 보라고 말입니다.
3. 여섯 개의 시선
저는 워낙 옴니버스 구성을 좋아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6인의 잘 차려진 부페상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죠. 참 알 수 없는 것은 제가 보고 싶은 영화들은 참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아직도 저는 '굿바이 레닌'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영화인데, 주위에 상영관이 없더군요. 이 영화도 참 힘들게 봤습니다. 보고나니 정말 강추하고 싶은 영화인데 말입니다. 저는 웃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나는 영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이 영화가 그랬습니다. 소리내어 웃다가 한 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신체 모부위에 발모현상이 우려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이번주만 지나면 개봉관에서 사라지겠지요. 꼭 찾아서 보시길... 저는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과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가 특히 좋았습니다.
4. 참을 수 없는 사랑
영화광치고 코엔 형제 영화 싫어하는 사람있을까만은 저는 특히나 코엔 형제의 열혈추종자입니다. LD로 구해본 그들의 초기작 '블러드 심플'과 '밀러스 크로싱'에 반했고,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보며 그들의 탁월한 코미디 연출에 경탄했었지요. 어찌보면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저같은 코엔 형제 매니아에겐 약간의 배신감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의외로 좀 싱거운 로맨틱 코미디거든요. 그러나, 멋진 조지 클루니의 미소 한 방으로, 캐서린 제타 존스의 화사한 웃음 하나로 탁 풀리는 영화였습니다. 큰 기대없이 보면 소소한 즐거움이 많은 영화입니다.
5. 올드 보이
하반기 한국 영화의 최고기대작이라는 영화에, 이렇게 낮은 순위를 매기다니! 하고 의문을 품으실 분들에게... 그 기대가 너무 컸었기에 실망도 컸다고 할까요? 저는 '복수는 나의 것'이 좀 싫었거든요? 근데 박찬욱 감독님이 '복수'와는 다른 영화다, 지난 번에 너무 차가웠다면 이번은 뜨거운 영화다, 라고 말씀하신걸 듣고 조금 기대를 해봤는데... 음... 역시나 보기 조금 힘든 영화였습니다. 동어 반복을 진화라고 말할 순 없지요. 전 '복수는 나의 것'과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제가 본 목동 CGV가 영사기 포커스가 안 맞아서 가뜩이나 불편한 이야기를 흐린 화면으로 보느라 더 감흥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영사기 포커스도 안 맞추면서 무슨 고객 감동이란 말이야? (올드 보이 얘기하다 엉뚱하게 극장 얘기로 화살을 돌린건, 직접 보시고 각자 판단하십사하는 겁니다. 영화보며 즐거운 데이트를 원하신다면 굳이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6. 깝스
같이 논스톱 작업한 작가들이 하나같이 '김민식 PD님이 좋아할 영화'라고 말하길래 찾아서 봤습니다. 음... 이 사람들이 좀 황당하고 어이없는 코미디 장면이 나오면 무조껀 김민식 스타일이라고 느끼는군... 저요, 나름대로 영화는 고급스럽게 보거든요? 물론 베낄때는 아주 후지게 베끼지만... 엉뚱한 상상씬들은 정말 웃깁니다. 뻔한 결말로 치닫는 헐리웃 코미디와 많이 다르구요. 웃긴 다음엔 무조껀 울려야 코미디가 가진 원죄를 구원받는다고 생각하는 한국 코미디와도 다릅니다. 어설픈 감동이 없어도 코미디는 사람들을 웃겼다는 것 하나로 충분히 용서받는데 말이죠. 색즉시공, 오!해피데이, 몽정기 등의 영화를 보며 싫었던건 웃기는건 좋은데 왜 굳이 어설프게 울리려할까?였거든요.
7. 아이덴티티
나름대로 잘 만든 공포 스릴러 물이고, 많은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인데, 순위를 매기다 보니 꼴찌네요. 워낙 개인적인 차트이니 이해해 주십시오. 반전이 기가 막히는 영화인데, 곰곰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생각해보니 기막힌 반전에 감탄하기 보다는 속았다는 허탈함이 앞서는군요. 촬영 편집 연기 등은 흠없이 잘만든 영화입니다.
첫댓글 전 아직도 올드보이를 보고 나서의 그 불편함이 싫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다 좋다고 해버려서... 솔직히 이해가 안되거든요. 뭐가 좋은건지. 잘만든 영화일진 모르겠으나 좋은 영화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