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인으로서 후배와 대전 배구를 위해 조그만 보탬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자꾸 알려지는 게 쑥스럽네요.”
▲ 김흥남(사진 오른쪽) 부회장이 대전배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린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장남 김진하씨와 함께 기념촬영했다.
최근 대전배구협회 대의원총회에서 협회에 사비를 털어 5000만원을 기탁한 김흥남 부회장(69)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부회장을 맡아 대전 배구 발전과 후배 양성에 열성적으로 나선 김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도 5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협회에 기탁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제가 배구인으로서 보탬이 안 되고 떠난다는 게 죄송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한 일이라면 힘이 닿는 한 하고 싶다”며 “이번에 기탁한 것은 후배나 동료들이 '당신들도 내놔봐라'라는 의미도 사실 있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부회장을 그만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물부터 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임원들이 더 해 달라고 했는데 이제 일흔이 다 돼 후배들을 위해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전배구협회 정준수 고문의 권유로 시작한 부회장직을 15년 간 맡아오면서 참 많은 정도 들고, 더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게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회에 김 부회장과 함께 찾은 아들 김진하(43)씨는 “어머니께서 배구로 번 돈은 배구를 위해 쓰는 것이 맞고, 또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면서 “훌륭하신 생각이라고 가족들이 모두 환영했다”고 했다.
이규만 대전배구협회장은 “김 부회장님처럼 배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가진 분은 없다”면서 “이번에 사비를 기탁해주신 것은 물론, 그동안 매년 300만원씩 총 4000여만원을 지원하시는 등 대전 배구 발전에 쏟으신 열정과 사랑에 정말 감사드릴 따름이다. 앞으로도 대전배구협회 고문으로 계속 계셔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김 부회장님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고, 고문으로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1959년 군산중앙여중에서 배구와 인연을 맺은 뒤 실업팀을 거쳐 1968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그 해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한 정통 배구인으로, 1974년부터 1975년까지 카네이션 어머니 배구대회 충남도 대표로 참가한 뒤 한국야쿠르트 배구단에 입단했다.
3년 후 배구를 인연으로 (주)한국야쿠르트 신탄진 대리점을 개설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복지시설 2곳에 기부를 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많은 봉사를 하고 있다.
한편, 대전배구협회는 이날 총회에서 전년보다 1100여만원 증가한 올해 총 1억4439만1000원을 배정했으며, 대회 지원금 및 격려금, 경상비 등으로 집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