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대표 : 송 정 열 목사
호박꽃은 농촌의 대표적인 꽃이다. 내 어릴 적 보릿고개 시절, 아침 일찍 소를 몰고 들녘을 가노라면 밤이슬 담뿍 머금고 피어난 호박꽃의 환한 모습을 볼수 있다. 척박한 땅에 뿌리만 내리면 돌보는 이 없어도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호박꽃은 장미나 튤립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인심 좋은 외할머니 같은 꽃이다.
호박꽃은 원산지가 아시아 남부지방으로 박과에 속하는 일년생 넝쿨식물이다. 왕성하게 뻗어나가는 줄기처럼 꽃도 크고 푸짐하다. 그래서인가, 흔히들 '꽃은 꽃인데 호박꽃`이라 폄하하여 못생긴 여인을 이에 견주기도 한다. 어째서 이런 말이 생겼는지 짐작이 안 간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대하고 푸대접을 받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꽃이 너무 커서인가? 아니면 너무 흔해서 희소가치가 없어서인가? 그도 아니라면, 색상이 다양하지 않은 노랑 일색여서인가? 황국도 있고 황장미도 있는데, 왜 호박꽃만이 그렇게 천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무더운 올 여름에 호박이 곳곳 마다 있는 것을 보았다 공처럼 동그랗게 열려 커 가는 모습 또한 어느 화초 못지않게 곱고도 귀했다. 처음에는 대추만한 것이 탁구공만 해지더니 정구공으로, 나중에는 밥사발 만하게 살이 찐다. 이윽고는 파란 빛이 노란빛으로 깊어지며 익어 가는 것이다. 그런 것이 서너 개 넝쿨에 매달려 가을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우리네 허허로운 삶도, 마냥 무덤덤하지 않은, 기다리며 사는 보람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호박꽃에도 벌, 나비가 찾아든다. 생명력이 있고 꿀이 있음이다. 그러니 호박꽃에는, 아낌없이 남에게 베프는 덕이 있다. 벌이든 나비든 찾아온 손을 마다하는 법이 없다. 아침이든 한낮이든 배고파 찾아온 객에게 단 꿀을 나누어준다. 어쩌다 뒤늦게 찾아온 굼뜬 벌에게도 꿀을 배불리 주고 잠까지 재워서 느긋하게 보내지 않던가.
그래서 덕이 있는 꽃이다. 덕은 베푸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외롭지 않다. 따라서 호박꽃처럼 그 누구에게나 사랑을 베풀고싶다. 그래서 나는 호박죽을 좋아하고 그 어떤 꽃보다 호박꽃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울산장애인복지선교회는 토요일 예배와 한방으로 치료하는 복지 사역이 있다. 호박꽃 같이 선교와 복지라는 꽃으로 피는 토요일에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모임이라고 생각 한다. 그러나 환경이 척박해도 무럭무럭 자라는 호박처럼 우리 복지회 곳곳마다 재정적으로 힘들어도 선교와 복지의 꽃이 피어나도록 열정을 쏟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