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양대 장로교단인 예장통합과 합동의 헌법에는 장로의 자격을 "상당한 식견과 능력이 있는 무흠 세례교인(입교인)으로 7년을 경과
하고 40세(합동 35세) 이상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감리교의 경우는 "신앙이 돈독하고 전도할 능력과 열심히 있는 권사로 5년 이상 연임하고 35세 이상된 이로 가족이 교회에 나오는 이"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교회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각 교단 헌법이 정한 자격 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담임목사의 눈에 들어야 하고 만만찮은 경제적 부담도 따르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임마누엘 교회(박성화 목사, 인천시 계양구 작전3동)의 담임목사가 12명의 장로 후보자들에게 지난 6월 경 전달한 '일종의 지침'에서도 이런 까다로운 조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장로 피택자들을 향하여'라는 문건의 내용은 임마누엘 교회에서 장로가 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알 수 있게 만든다. 일단 가장 눈에 띠는 조항은 '십일조와 기타 교회 모든 헌금에 앞장서며 이번 장로로 선택될 시에 2000-3000만원의 헌신을 할 수 있느냐'는 것.
임마누엘교회 외에도 몇몇 대형교회에서 장로가 되기 위해 거액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목사가 당사자에게 직접 문건으로 액수를 적시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이 문건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내용은 '사모님과 조금도 의견이 다르지 않을 것과 앞으로도 그러하겠다고 생각될 때 하라'는 단서 조항. 사모가 교회 일에 깊게 개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교회 정서와는 전혀 다른 요구다.
임마누엘교회서 사모의 위치는 담임목사가 장로 후보자들에게 사모의 의견과 조금도 달라서는 안된다고 강조할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목사에게 이 문건을 전달받은 이규종 집사는 "사모가 교회 재정과 행정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이것뿐이 아니다. 가령 7번째 조항은 "지금까지 목사가 한 일에 마음이 뒤틀린 일이 있으며 지금도 그러한가"라고 묻고 "그렇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목사와 장로는 100%일치가 되는 것이 교회 평안이 되기 때문입니다"고 덧붙이고 있
다.
이 조항을 3번째 조건인 "평생 '아니오'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나"는 것과 기타 조항의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목사님 목회 방향 등에 100% 아멘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하라"는 것과 비교하면 장로가 될 사람은 목사가 하는 일에 절대 순종해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된
다.
결국 박성화 목사가 장로 후보들에게 배포한 문건의 내용은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의 헌금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목사와 사모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절대적 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강선 사모 등 교회 관계자들은 "이 문건을 액면 그대로 '문자적 의미'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즉 임마누엘 교회의 형
편과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우선 거액의 돈을 요구한 대목과 관련, 장로 후보자인 임종환 집사는 "반드시 돈을 내야만 장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장로 될 자의 헌신의 마음과 믿음의 분량을 재기 위한 조건이다"는 변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임 집사와 정 반대 주장도 있다. 역시 장로 후보자 중의 한 사람인 이규종 집사는 박 목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매우 황
당함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돈이 필요할 때 빚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교회의 경우에도 그렇게 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
이 집사는 박 목사에게서 장로가 될 사람이라면 이 정도 헌금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음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두 사람의 장로후보자가 똑같은 문안을 놓고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사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우선 이강선 사모 본인의 얘기다.
"한국교회에서 사모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알지만 만약 교회가 어려울 때 나까지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곤경을 겪었을 것이다. 교회가 단돈 몇 백만원이 없어서 넘어갈 지경에 처해 있을 때 오직 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사람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가 있다. 임마누엘 교회 교인들은 나의 역할을 다 인정하고 있다."
이 사모의 주장은 교회의 유일한 시무장로인 정선배 장로를 비롯해 장로후보로 결정된 유태경 이학인 임종환 집사 등 여러 교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문건의 내용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은 10여명의 안수집사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성경 어디에 교회의 장로들이 사모님께 순종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매우 어이없어 하고 있다.
현재 이들 안수집사들은 가칭 '임마누엘교회를 사랑하는 모임(임사모)'을 결성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우선 박성화 목사에게 문건에 대한 질의 및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교회 재정이 사모와 몇몇 측근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재정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예로 박 목사의 결혼한 딸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보조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사모는 "이미 제직회에서 다 통과된 내용인데도 뒤늦게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결혼한 딸의 생활비 보조에 대해서 "다른 교회의 경우 목사 자녀가 서너명일 경우에도 전부 유학시키고 학자금을 대주고 있다"며 "단지 1명의 자녀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마누엘 교회의 '장로 문건'과 관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기문 총무는 "목사 중심주의를 넘어 '안방정치'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으며, '매관매직'이라는 말까지 생각날 정도다"고 호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