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방계곡따라 봄내음 맡으며 깔닥고개까지 올라본후 온천장으로
2017.04.01.(토, 안개비/싸락눈)
반고코아루(07:30)→반곡역(07:55)→희방사역(09:05)→희방주차장(09:40)→희방폭포(11:00~10)→깔닥고개(11:40)→희방사(12:10~30)→희방사역(13:10)→풍기온천장(13:30~17:00)→소백산관광농원(~17:40)→희방사역(17:50~18:20)
강원산간지방엔 눈비가 온다한다.
그럴지라도 온종일 방안에 같혀 있을수는 없지
소백산 희방계곡따라 봄향기에 취해본후 풍기온천욕으로 속세에 시달린 심신을 쉬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짙은 안개속을 달려간다.
반곡역 승객대기실엔 한 젊은이가 있을 뿐이니 달려가는 거대한 철마를 서게 한다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여전히 객차안은 따뜻한 안방같은 분위기다. 간간이 뵈는 승객들 대부분이 깊은 잠에 빠진 듯하다. 또와리굴이 아직도 이용되고 있다했으니 오늘만은 꼭 찾아 느껴보고 싶다
일제 강점기에 치약산속에 원형으로 철로가 건설되어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데 몇 번 지나보았지만 또와리굴을 지나간다는 느낌은 가져보지 못했다.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직선철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듯 했는데...
몇 개의 터널을 지나니 지난번 보았던 금대리 버려진 철로 기둥구조물 옆을 지난다.
드디어 또와리 굴로 들어서는지 창밖으로 뵈는 터널벽체가 계속 돌아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직선 철길처럼 부드럽게 달려가는 듯 하더니만 드디어 조금 전에 보았던 건물들이 또다시 보이고 30여m 아래로 지나왔던 철길도 반짝인다.
높이차를 극복하기 위한 터널을 바위산속에 원형으로 만들었으니 그옛날 참여했던 자들의 노고가 참으로 대단했을 것 같다.
원형굴을 빠져 나오니 치약역을 지난다.
헐떡이던 숨도 잦아들었고 산과 산사이를 이리저리 뚫고 빠르게 달려간다.
대전과 영월 태백 정동진행이 갈리는 제천역에 잠시 쉬었다 단양역으로 더더욱 빠르게 달려간다.
세멘트 공장들이 철길 가까이 여기저기다.
인근산에서 석회석을 채굴해서 공장까지 이송하는 설비, 가열 분쇄하여 수요처로 수송하는 설비들이 밤낮없이 깊은 산속 정막을 깨며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 같다.
길고 긴 죽령 터널 빠져 나오자 마자 희방사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산객 5명이 전부이다.
희방사계곡 따라 올라볼까 하며 두리번 거리는데 젊어 뵈는 한분도 희방사로 올라 연화봉 비로봉으로 향할 계획이란다.
장거리이니 정상속도로 앞장서 가시게 하고 느긋하게 희방계곡 봄향기를 맡아보니 금년에도 여지없이 여기저기 활기찬 생명의 봄기운이 찾아들고 있건만 내마음속은 무겁게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는 듯 하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춘하추동으로 자연계는 질서에 충실하며 예전모습 그대로 변함없건만 왜 우리들의 삶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가면서 많은 문제를 잉태하는 것일까?
마치 해변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파도처럼 우리들의 삶은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듯 하니....
모든 것 내팽게치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 들면 조용해질 것 같은데....
갑의 옷을 입고 있는 동안엔 무슨 언행을 해도 문제되지 않고 당연시 되지만 옷이 버껴지는 순간 단번에 단죄되어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직행할 수도 있고....
천국에 있는 동안엔 광채가 워낙 세게 빛나 모든 흠들이 감추어지건만 광채가 잃게 되면 이런 저런 흠들이 부각되면서 한순간에 짓밟힘을 당할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 그같은 죽이는 것을 즐기며 위안을 삼는 자도 있으니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삶이라면?
이세상에 흠없는 자 누구련가?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쉬운 것인데 함께하는 때와 주변 사람들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들이 실로 다양해질 수 있고
저마다 흠이 많다보니 변해가는 모습들도 언제나 옳다고 볼 수도 없어 언제나 살얼음판 같은 우리들의 삶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조용한 산속에 들어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금옷을 벗어보는 것도 필요하고 배고품도 겪어 보는 것도 필요하고
우리들의 생각은 처한 입장에 따라 가치관도 다양해 질 수 있고 같은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없으니....
노인의 아품은 노인이 되어 봐야만이 알 수 있는 것이고
이렇듯 때가 차야만이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곤고하다 할 것인가?
가지마다 은구술이 맺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짙은 안개속에 살짜기 피어나는 희방계곡은 생명의 물소리가 가득한데 희방사를 지나 깔닥고개로 향하는 길은 싸락눈발이 날리며 눈폭탄이 가끔 머리위로 떨어진다.
짙은 안개속에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오를수록 가지마다 눈송이들로 한겨울같은 아름다움으로 반겨주는 것 보니 연화봉에 올라보면 한순간에 청명한 하늘로 변해 멀리 비로봉에 이르는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산길도 어려울 것 같으니 깔닥고개마루에서 기념사진 남기고 오늘만은 온천욕으로 쉬고 싶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린다.
희방사 처마밑에서 대충 만들어간 김밥으로 에너지를 충진하고 주차장에서 새로 조성된 산책로 대크길로 내려간다.
풍기-도계 국도확장공사가 이곳 죽령길도 포함되는가 보다.
길따라 시계가 열리는 곳도 있고 통행차량도 워낙 뜸하니 걷기에 좋은 것 같다.
희방사역 주변 마을도 한눈에 내려다 뵈고....
드디어 풍기온천장이다.
노천탕에서 귀농했다는 분의 애기가 들려온다.
가까이 다가가 함께 하다보니 한전정년퇴직해서 이곳으로 귀농하여 소백산관광농원을 차렸단다
저와 같은 직장의 인연을 가진 분이니 더욱더 애기가 깊어진다.
사과과수원이 많이 보이는데 사과농사가 좋지 않습니까 여쭈지 간단히 볼 것이 아니란다.
내 생각엔 심고 가지치고 거름 주면 맛좋고 보기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아보였는데 이세상에 농약 않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보기와는 달리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자신도 사과농사는 않한다 한다.
그것도 나름대로 전문적인 감이 있어야만이 그런대로 수확을 볼 수 있다니...
고령의 농민도 하는데 왜 못할 것이 있습니까
때를 모르면 그분이 하는데로 따라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배우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노인을 못따라갈 이유 있겠습니까
실제로 해보면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 노하우가 그속에도 있다는데...
심는 깊이도 감이 있어야지 깊어도 않되고 낮으면 새가 쪼아먹어버린다며...
이런 것 모두가 수년간 몸소 체득된 노하우라며 배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모를땐 모든 것이 희망적으로 보였건만 알면 알수록 망설이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인 것 같다.
젊었을땐 망서려지는 것도 경험을 쌓기 위해 도전해야겠지만 노후엔 보이는 돌다리도 두둘겨 가는 방식으로 신중을 기하고 되도록 욕심을 버리는 삶이 바람직할 것 같다.
욕심을 오래도록 품으면 화가 된다는 말도 이런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이것도 인연이라며 자신의 집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가라며 도솔봉 가는 들머리에 위치한 소백산관광농원으로 안내한다.
3년째 가꾸었는데 이정도만으로도 할 일이 무척 많다한다.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쁜지 그분의 안내를 따라 여기 저기 살펴보는데
내 눈에 달리 바쁠 것이 없어 보인다.
나무하는 일로 바쁘십니까?
30평 정도의 밭과 팬션건물 1동, 연회장1동, 연못2개소,
주변에 이런 저런 유실수(호두) 묘목을 심어 놓은 것이 전부인 것 같은데..
트럭 한 대, 흙분쇄기 1대가 보인다.
산자락인데 밭작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삼밭으로 경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인삼농사는 투기에 가깝다며 그것도 농약을 주어야 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이 세상에 쉬어 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창조주가 땀흘려야만이 그것으로 먹고 살게 하신 것 같다 하신다.
노년기에 할 일이 있어야 좋다지만 그것도 유분수지 힘에 겨울 정도가 되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다.
홀로 살아갈지라도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스스로 찾아 익히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새로운 일을 벌리기 보다는 주변을 가볍게 정리하면서...
남이 하는 것이 좋아보인다며 공격적으로 흉내 내려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세월이 깊어질수록 갑자기 많아진 시간도 자칫 화가 되기 쉬우니....
날로 변해가는 자신을 인정하고 욕심을 비우는 것도 노년기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비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