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관광을 고민해본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 -다카하시 아유무-
퇴직 후 전국일주라기에는 민망하지만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마다의 정서와 낯선 풍경들과 접하고 있다. 그렇게 움직이다보니 내 지역에 관한 관심과 애정은 물론 관광지를 찾을 때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영암의 관광요인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일주일 가까이 계속하다보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여행은 분명 젊음과 동반하여야만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절실해지는 부분이었다. 이를 계기로 내 삶의 행복과 내가 사는 지역을 관광지로 택하여 찾는 여행자들을 위하여 지역관광을 고민해본다. 보편적으로 지정관광지의 개발배경을 보면 대부분 대상지역이 보유한 자연 및 문화적 자원의 가치를 중심으로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자원 중심의 관광개발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역의 자원을 중심으로 한 관광개발은 환경과 경제 및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제약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동네. 여유와 햇살이 넘치는 동네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는 없는 것일까? 문득 지나는 길에 나를 만나기 위하여 영암을 경유하는 지인들은 늘 우리 지역만의 여유로움에 한껏 반하고 간다. 또는 이곳에 빈집 하나 쯤 없느냐고 묻는 분도 계신다. 아주 살고 싶단다. 이렇듯 하드웨어가 반짝거리는 관광지보다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무기로 관광객의 생애주기적 라이프 스타일을 큐레이션 해주는 마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미 여행시장은 대규모 관광에서 소규모 개별 관광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정보를 얻고 여행을 예약하는 방법이 pc웹사이트 검색에서 모바일 검색과 예약, 결제로 카페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바뀌고 있다. 트랜드는 또 어떠한가. 다수의 보편타당성을 내세운 패키지 관광에서 개인의 성향과 경험 중심의 특수목적 여행으로 바뀌고 있으며 트레킹 캠핑 펫투어 웰리스 관광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여행정서는 곳곳의 관광지를 다니면서 특별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파주 마장호수와 포천의 인공호로 잘 알려진 산정호수를 다녀왔다. 이런 호수는 농사 목적으로 둑을 쌓아 만들어졌던 인공 저수지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여가 휴식처로 호수의 명칭으로 변해버렸고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국민관광지가 된 이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호수의 둘레길이 낭만적인 곳으로 주말가족과 연인들의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었다. 여행 중에도 그것은 평소에 내가 꿈꾸던 내 지역에 두고 싶은 풍경이었다. 지금도 날마다 꿈을 꾼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산세가 아름다운 월출산과 사찰 일원이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도갑사가 있으며 영산강의 지류를 형성하는 구림천이 4km 남짓 상대포까지 이어져 있다. 도갑저수지에서 상대포까지 구림천을 따라 걷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러한 자연적인 자원을 정비하고 가꾸고 관과 민이 지역사랑으로 관리한다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을뿐더러 지역민들의 문화적 가치 또한 차고도 넘치리라 여겨진다. 또한 산이 배경을 이루고 봄이면 벚꽃과 유채꽃의 축제가 열리며 가을이면 국화 가득한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빼어난 산책로를 거니는 낭만이 넘칠 것이다. 이러한 주어진 자연의 자원은 지역민과 위정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함께라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속에 파묻힌 듯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연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찾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더 많이 바운하게 할 수 있는 지역 관광의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심미적 환경을 개발하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우리나라 지방들은 산 넘으면 또 비슷한 마을 그리고 다시 산 넘으면 또 비슷한 마을이어서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으면 예쁘지가 않다. 그렇다고 한 지역이 지닐 수 있는 심미적 가치는 약간의 투자로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자연 경관의 자원을 풍부하게 지닌 지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을 수십 수백억을 들여서 대규모 건축물로 포장하기에는 단기적이며 어려움이 있어서 심미적 가치야말로 문화가 융성하고 절정에 달했을 때에 하나의 지역이 지닐 수 있는 가치이다. 또한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시각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서울의 거주자 평균 연령이 42세란다. 100세 시대를 두고 보면 꾀나 젊은 도시라 볼 수 있겠다. 그러한 젊은이들이 수도권의 대도시를 벗어나서 지역에 방문하여 누리고 싶은 것은 산과 논밭이 펼쳐진 자연 경관만은 아니다. 지역 특유의 예쁨이다. 즉 눈에 보이는 디자인들은 늘 새로운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카페가 참 많아졌다. 심지어 밥값보다 커피 값이 더 비싼 것은 당연하고 식사시간보다 차를 마시고 예쁜 찻집을 찾아 몇 시간을 달려가서 혼자라도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거나 하물며 학생들까지도 노트북을 챙겨 도서관보다는 편안한 카페를 찾는 것은 일단 예쁘고 편하다는 것, 이처럼 심미적 가치는 일상에서 쉽게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루어보아 우리나라의 지역 개발 투자라고 하면 수십억 단위로 대형 토목건축 공사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땅을 파고 건물을 올리는 것만이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조명 하나, 벤치 하나, 안내 표지판 하나하나까지 지역 관광 발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디자인은 단지 심미적 가치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관광객들의 길 찾기를 도와주거나 관광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지역관광 개발은 지역에 애정이 있는 디자인과 관심만으로도 문화적 가치를 더해 줄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즉 소소함부터 챙기고 지역의 소소한 자원을 살려내는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실천하면서 시대가 원하는 지역 관광개발방향으로의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져햐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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