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재판을 보러 갔다왔습니다. 바로 후기를 올리고 싶었는데 재판정까지 왔다갔다 하는 사이 밀린 일이 많아서...... ㅠ.ㅠ
항소심으로는 첫 공판이라 방청석에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예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라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열 분 정도가 모두진술을 하셨고, 세 분은 어제로 결심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법리를 적용하느냐의 문제만 남았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검찰측이나 변호사측이나 더 이상 다툴 내용이 없기 때문에 심문은 어제로 끝내고 선고공판에만 참석하시면 된다는군요.
그래서 결심을 하신 세 분은 어제 재판정에서 항소심의 최후진술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증인신문 한 사람을 했는데, 강남 자이비뇨기과 직원이었어요. 증언 내용의 흐리멍텅한 부분을 변호사들이 시원스레 박살을 내더군요.
그렇게 해서 약 세 시간만에 재판이 끝났습니다.
어제 재판만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게, 재판장이 상당히 중립을 지키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든다면, 앞쪽의 몇 분이 모두진술을 하는 사이 검찰이 이의 있다며 일어나서 하는 말이, "공소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으니 공소내용과 관계 없는 발언은 금지시켜 주십시오" 재판장에게 부탁했어요. 검사가 말한 '공소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이야기'란, 26인 형사재판 중계소 게시판에 올리신 쭈니님, 노로이세이님, 더불어님 등의 모두진술 내용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조중동의 왜곡보도 내용, 촛불집회 당시의 사회상황, 언론소비자운동의 정당성 등을 가리킨 것이지요.
이 요구에 대한 재판장의 대답은, "사건 자체가 사회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 속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가 있고 어디서부터 관계 없는지 한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발언을 제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였습니다.
모두진술을 서면제출로 갈음하고 재판정에서 모두진술을 할 기회를 주느냐 마느냐도 재판장 재량에 속하는 문제라고 들었는데, 이번 항소심의 재판장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시간제한 같은 것도 전혀 두지 않고, 모두진술을 할 기회를 주었지요.
신영철 대법관 사건 이후 서울지법 고등법원 판사들 중에서 서명에 참가한 판사가 70% 가까이 된다고 했나, 넘는다고 했나,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여러 가지로 1심보다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방청석에 꽤 많았던 사람 중에서 언소주 회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 탓하거나 하려는 건 아니고, 사실 저도 생업이 있기에 얼마나 꾸준히 참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는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선고가 가까워올 때와 처음 시작할 때의 상황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관심의 크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모두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여건이 안 될 때는 마음으로라도 응원하고, 혹시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분들끼리 서로 돌아가면서라도 방청석을 꾸준히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1심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의 판결이 나온 데까지는, 재판이 마무리되어갈 무렵 방청석을 가득 채웠던 언소주 회원들과 시민의 지켜보는 눈이 큰 힘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다시 시작된 싸움, 스물네 분 모두 다시 한번 큰숨 들이쉬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모두진술에서 인상적이었던 발언내용을 몇 마디 인용하며 맺겠습니다. 핵심 내용만 기억해서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라 사용한 표현이나 언어는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쭈니님, 노로이세이님, 더불어님, 파울홈런님의 모두진술은 재판중계소 게시판에 전문이 올라있으므로 생략합니다.
이정기님 : "밟으면 밟을수록 꿈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발 우리가 더욱 꿈틀거리게 만들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시지푸스님: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에 대해 여러 판사님들이 문제 삼고 나선 것은, 법의 정신이 훼손되는 상황에 맞서 이를 지키려는 자정노력이었습니다. 광고불매를 통한 언론소비자운동 역시 조중동의 왜곡, 편파보도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건강한 사회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자정노력이었습니다. 두 가지 상황의 동질성을 살펴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쩝쩝쩝님: "(앞서 검찰측이 재판장에게 '관계 없는 발언 제지'를 요구했던 발언을 지적하며) 검사님들이야말로 공소내용과 관계 없는 사소한 사실들을 공소장에 나열하지 말아주시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개똥이님: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이 재판 전날이라고 술을 사주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앞쪽에서 한 다음) 저도 제 돈 주고 사 먹는 술보다는 남이 사 주는 술 얻어 먹는 편이 더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남이 사주는 술을 얻어 먹기보다는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예전과 같은 생활로 하루 빨리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아, 모두진술 내용은 아닌데,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피고인들이 전화를 할 때" 어쩌고 하는 표현을 썼습니다.
듣고 있으려니 버럭 화가 났지요. 1심 재판 과정 어디서도, 판결문에서도, 24인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 사실은 증명하지 못했는데 은근슬쩍 그런 표현을 끼워넣어 선입관을 조장하려 들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재판장이 반대신문 기회를 주자 천태산인님이 피고인 질문을 하겠다며 벌떡 일어나서는 증인에게, "받으신 전화 중에 제가 한 전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물었습니다.
당연히 증인은 알 수 없다고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천태산인님, "검사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증인도 제가 전화를 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다고 하고 증명된 사실도 없는데, '피고인들이 전화를 할 때'라는 표현은 쓰시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하시더군요. 으하하, 속이 시원했습니다.
첫댓글 그곳에 가셔서 함께 힘이 되주셧다니 다행이에요 멀리서나마 을 외치고 있습니다 부디 좋은소식 바래봅니다
후기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읍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저 항상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24분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습니다 절대 용기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네요...조금이나마 재판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네요..
후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못이 없으니 당근 무죄죠
고생하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재판정 분위기를 알 수 있게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반드시 무죄!!! 현명한 재판장님의 지혜로운 판결 기대하겠습니다...ㅎ
여러분의 열정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ㅠㅠ
고맙습니다.
귀뚜라미님, 잘 정리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직장 생활 하시는 님들이 또 다시 직장 눈치 봐야 하는군요. 연설화 님 같은 젊은 아가씨들 특히 더 안타깝네요. 좋은 결과를 기도 합니다. 사법부의 정의는 죽지 않았으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