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예술과의 조우 24＞ : 영화 - 놉(NOPE)

[흐르는 등불]

영화 - 놉(NOPE)

1. NOPE의 부정적 의미처럼, 영화 놉은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지만 결국 허무하게 끝이 난다. 하지만 표현방식에서는 희망의 대상이 특이한 우주 괴물이라는 점과 함께 각종 장르가 섞이면서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할리우드 영화사에 촬영용 말을 공급하는 농장을 경영하는 가족은 아버지가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에 사망하고, 촬영장의 실수로 인해 아들은 영화사에서 해고된다. 긴급하고 치명적인 경제적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때 고향으로 돌아온 딸은 하늘에서 묘한 물체를 발견하고 UFO일 수 있다는 희망에 오빠를 설득하여 촬영 장비를 설치한다. 영화 초반은 이렇듯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는 가족과 UFO 등장을 라이브쇼로 이용하려는 이웃 주민의 이야기가 긴장 속에서도 유쾌하게 전개된다.

2. 하지만 영화 중반 이후 분위기는 공포물로 전환된다. UFO 라이브쇼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나타난 것은 UFO가 아니라 우주 괴물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실종되고 농장 가족은 우주 괴물을 촬영하기 위해 영화 촬영기사와 함께 모험을 감행한다. 우주 괴물을 유혹하고 맞서 싸우는 과정은 어쩌면 80-90년대 유명했던 에일리언 시리즈의 투쟁과 유사하다. 이렇듯 영화는 두 개의 다른 우주적 감성을 하나의 영화 속에 결합시킨다. 우주에 대한 신비와 우주에 대한 공포를 함께 버무린 것이다.

3. 영화는 몇 사람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두 남매가 기지를 발휘하여 우주괴물을 처치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렇지만 일확천금의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그것을 통해 재기하려던 가족의 꿈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미국 영화답게 영화는 무의미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티격태격하던 남매가 괴물과의 싸움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괴물을 물리친 잔해 속에서 말을 타고 오는 오빠를 보며 환하게 웃는 동생의 얼굴로 영화는 종결된다. ‘나쁜 희망’이자 ‘실패한 희망’이었지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희망이자 사랑이었던 것이다.

[보보]

SF 영화의 긴장감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