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준비차
조주영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그의 온 가족과의 술자리로 이어져 밥까지 먹고
술에 취해 차를 두고 왔다.
식목일 아침은 골치가 지근거린다.
늦을수도 없어 겨우 양치질하고 지하철에 버스타고 백동에 내린다.
차 한잔도 거절하고, 화순읍에 나와
등 구부리고 순두부를 먹고 김밥 두 줄을 산다.
천상 모후산이다.
유마사 아래 도착하니 10시가 못되었는데 주차장은 비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을 청한다.
30여분 비몽사몽 헤매는데 차안이 더워진다.
문을 열고 차비를 하고 나오니 10시 40분쯤
유마사의 현관은 없어졌다.
사진을 찍어두었기에 그나마 위안된다.
참 서운하다.
포크레인이 요란하게 석축을 쌓고 있다.
먼지나는 흙길을 오르니 경내 끝에 철조망으로 막아두었다.
절집치곤 속이 좁다.
무엇을 가두려 한 것일까?
개천을 오르는데 또 철조망이다.
무언가 있겠지 하면서도
이 자연에 절 사람들이 무슨 권리로 이렇게 쇠가시를 걸었을까를 생각한다. 옷에 걸린다.
용문재 아래 옹달샘은 낙엽에 가득하고 물이 없다.
땀은 비 오듯 해 두건을 매고 모자를 쓴다.
안경에 두건에 모자에-- 우습다.
용문재 올라 작은 봉우리까지 숨차게 올라 쉰다.
정상은 고요하다.
시야가 조금은 열렸는데 불안하다.
정상 아래 바위에 앉아 김밥과 맥주를 마신다.
술끝에 또 술이니 이를 해장이라 하자
술은 술로 푼다.
나는 반 술꾼이 되었다.
술 마시기 위해 산에 오른다.
중봉 쪽으로 내려 작년 비온 날의 길을 따라 급경사를
내려간다. 신발은 크나 양말이 도와 줘 그제의 일요일 길보다 낫다.
계곡 암반에 내려와서는 모두 벗고 작고 맑은 물에 들어간다.
햇볕이 좋으나
허리까지 오른 물은 차다.
금방 나오기를 반복하며 머리까지 적시며
온몸을 씻는다. 아랫쪽 발은 추워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땀에 절은 셔츠를 햇볕이 말려주어 입으니 상쾌하다.
차가움이란 좋은 느낌아닌가?
이 암반 위 물에서 삼겹살 구워먹을 생각을 하는
나는 천상 소인배다.
절 쪽 포기하고 내려오니 오후 2시다.
시동걸어 동면 바테리에서 술 마셨다는 심옥재 만나
순대 국밥집에 가서 또 소주를 세병 마시다.
봉선동에서 기홍이가 목욕시켜 주고 저녁밥을 사 주다.
또 소주 한병 마시다.
그와의 이야기는 부담없어 좋다.
첫댓글 이 날의 계곡에서 몸 씻은 일로 4일간 심한 목감기와 몸살을 앓았다. 건방지지 말라는 좋은 공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