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웅교수의 북한문예산책]평양의 ‘전국인민소비품전시회’와 ‘평양국제상품전람회’
지금 평양에서는 ‘전국인민소비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09년 9월 10일 평양의 중앙경공업제품견본관에서 개막된 전국인민소비품전시회에서 평양 시민들이 제품들을 둘러보는 사진을 전송했다.
북한은 ‘소비’보다는 ‘생산’이라는 낱말을 훨씬 더 좋아한다. “소비생활”이라는 용어의 뜻이 “생산보다 소비를 주로 하는 경제활동”이니 더욱 그럴 수 밖에. 더군다나 북한은 2009년 4월 시작한 대중동원형 경제운동인 '150일 전투'가 끝나는 대로 연말까지 '100일 전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북한은 1974년에 '70일 전투'를, 1971년과 1978년, 1980년 세 차례에 걸쳐 '100일 전투', 그리고 1988년에는 '200일 전투'를 벌리는 등 국가 경영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대중동원형 경제운동을 벌려왔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소비’와 ‘생산’은 ‘주체사상’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요소이다. 결국 이 두 요소를 통해 경제활동이 이뤄져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평양 시내에선 새로운 판매업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평양 도처에 염소불고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선 염소젖 발효유를 일컫는 러시아어(語)인 케피르를 비롯해 염소젖가공품유가공품들도 판매하고 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9월 11일 소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각 구역에 자리 잡은 케피르 분점들은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수많은 손님들로 언제나 흥성이고 있다"고 전하고 "수도의 거리마다에 케피르 매대가 생겨난 것은 여름철의 유다른 풍경"이라고 했다. 그리고 ‘평양시 평천구역 북성1동에 있는 염소불고기 식당은 케피르, 치즈, 고기케피르즙구이, 치즈감자빵가루튀기, 염소고기 완자 등 10여 가지 음식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평양에 러시아제 남녀 계절옷과 가방, 신발, 화장품을 비롯한 경공업 제품, 보드카를 비롯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러시아상품 전문상점가 처음 문을 열었다. 금영합작회사의 한 임원은 "재러시아 동포들과 공동으로 러시아 상품의 전문판매점을 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평양, 도로 새로 포장하고 건물도 새로 칠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지인은 ‘도로 아스팔트를 새로 깔고 노후한 아파트를 새로 칠하는 등 시내 모습이 산뜻해졌다’고 얘기했다. 105층짜리 류경호텔도 전면 유리공사를 거의 끝내고 옆면 유리공사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이는 북한의 대표적 관광상품인 예술공연 <아리랑> 관객 유치가 한 몫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평양에선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가 열릴 예정이다. 북한은 매년 봄, 가을에 국제상품전람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 기업들이 주로 참가하지만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기업과 러시아, 쿠바, 싱가포르, 대만 등의 기업들도 참가한다. 올해로 5회째인 가을철 전람회는 북한 무역성 산하 조선국제전람사가 주관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경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월 들어 그는 함경북도 경성군과 명천군의 경제시설들, 그리고 성진제강연합기업소와 김책대흥수산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기준 임금을 예년처럼 5%만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는 북한이 2008년 6월 요구했던 월급 300달러(종전의 4~6배 수준) 인상안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자 제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다. 모쪼록 북한이 앞으로 순리적 경제활동을 벌려 제대로 된 소비활동을 이뤘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