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총재(고문)는 1월 3일 정각원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이사장 성우스님을 비롯 교직원들로부터 삼배를 받았다. 옥상옥의 건학위원회를 만들어 법인 이사장 위에서 군림하는 건학위원회. 이날 자승 총재는 장학금으로 3억원을 전달했다. 2021년 4월 건학위원회 출범 이후 총 17억을 전달했다고 한다.
머리와 수염을 기른.....옥상옥 무관의 제왕으로서의 기괴한 행위는 새해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세계불교사에서 이런 장면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보기 힘들 것이다.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귀쪽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리지 못했다. 그의 유발은 이미 당연한 듯 취급된다. 율장을 바꿔야 할 정도다. 머리와 수염을 기르며 한국 종단에서 가장 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그는 이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종정 이상의 존재가 됐다. 동국대 이사장이 그를 일러 "큰스님"으로 칭송하고, 그를 찬양한 시집을 낸 교수가 총장이 된 것은, 그가 사실상 한국불교에서 가장 큰 지위와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기괴한 현상이 수년 간 유지되어도, 교단의 주요 지도자와 율사들은 침묵한다. 저마다 파계의 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거나, 아예 관심을 끊어버렸을 것이다.
그가 지금껏 동국대 장학금으로 준 16억원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난 출가 비구가 수십억원의 장학금을 재보시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많은 이들이 그 재보시를 찬탄하지만, 난 그 수십억원을 왜 그 비구가 소유하고 있는지, 의문이기도 했다. 비구는 수행하고, 재가는 보시하는 게 교단의 물적 기반의 기본인데, 현재의 한국의 불교 교단은 수행자의 물적 기반은 부자 수행자가 가난한 수행자에게 던져주는 돈에 의존한다. 붕괴된 공동체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익부빈익빈의 늪이다. 교단에서 출가 이후 목표를 잃어버린 수행자가 이권에 진입하려고 애쓰는 까닭이기도 하다.
교단의 건강성은 재가자의 보시에 기초하는데, 재가자는 갈수록 교단의 공동체에 보시하길 주저한다. 때문에 교단의 지도부는 끊임없이 교단 내 유형 무형의 문화재를 기반으로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으려고 하며, 이를 위해서 정부와의 긴밀한 밀당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열었던 승려대회 이후 정부로부터 70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조계종 노조 카페)도 그런 관계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다. 작년 승려대회 이후 그(들)가 주장한 <종교편향과 불교왜곡 근절, 자주권 수호>가 현재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는 까닭도 애초부터 허상의 이슈를 통해, 서로의 잇속을 챙겼기 때문이다.
그(들)가 올해 가장 큰 행사로 인도순례를 예정한다. 이른 바 겨울 한철 수행한 '상월결사'의 인도순례판일 것이다. 이 '상월결사'를 한국불교 수행의 결정판으로 자랑하듯이, 이 인도순례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다. 알고 있다. 그 <겨울철 3개월 수행>이 역설적이게 현재 한국불교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였을 것이다. 그게 아프다. 고작 그게 최고치란 게. 나는 낯뜨거운데, 그들은 자랑스러워한다. 고작 그정도가 한국불교 수행의 끝이라면, 거기에 찬탄과 경외감을 갖고 삼배를 올릴 정도라면, 많이 쪽팔리지 않은가.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보이는데, 이권 카르텔로 묶인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출가수행자가 돈과 권력과 명리에 어떻게 종속되면서 파멸의 길로 걸어가는가를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계속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황 중계의 경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