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암산(帝巖山)
일자 : 2017. 10. 21.(토)
장소 : 제암산(전남 보성군, 장흥군)
동행 : 전남대학교 교수회 산행행사
◉ 교수회 산행행사
전남대학교교수회에서 매년 가을철에 연중행사로 산행행사를 한다. 오늘 그 행사에 참가하여 가을 소풍가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음식도 간식도 음료수까지 교수회에서 제공한다니 더더욱 마음이 편하다. 버스 두 대로 나누어 탄 참가자는 약 70여명이 넘는듯하다.
며칠 전부터 로스쿨 김정완 교수와 소풍삼아 B조로 가자고 약속한 터이다.
[사진 – 등산 안내도]
오늘의 행사는 세 코스로 분반하여 각자 취향대로 간다. 나이 핑계로 요즘 A코스는 벅차고 B코스로 가자고 이미 김 교수와 약속이 된바 있는데, 오늘은 주최 측의 배려인지 경로사상이 발동했는지 우리 반을 A코스라고 올려놓았다. 어쨌든 오늘도 A코스를 간다.
A 코스 : 제암산 정상 원점 회귀 (4.7km) --- 2시간 40분
B 코스 : 용추폭포 ~ 제암산 종주 (9.6km) --- 4시간 20분
C 코스 : 제암산 더늠길 트레킹 (5.2km) --- 2시간 30분
◉ 제암산 帝巖山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장동면 경계에 있는 높이 779m 산이다. 곰재산이라고도 한다. 주위에 사자산·매봉(425m)·억불산 등이 있으며, 그 지맥이 동쪽으로 고흥반도까지 이어진다. 웅치면으로 이어지는 남동사면은 완경사를 이루며, 나머지 사면은 비교적 급경사를 이룬다. 서쪽 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탐진강으로 유입된다. 넓은 풀밭으로 이루어진 산정에는 3층 바위가 있는데, 주위의 낮은 산과 암석들이 이 바위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제암이라 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다음 백과 참조]
다음 백과에는 높이 779m라고 나와 있는데, 정상 표시석에는 806m라고 표시되어 있다.
오래된 기억인데, 철쭉꽃이 만발하던 어느 봄날 향산회 친구들과 제암산에 올랐다. 그때는 별 힘들지 않고 철쭉꽃을 즐기며 산행했던 기억이 남는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웅장한 바위가 기억에 남고, 그래서 제암(帝巖)인가 보다고 회상된다.
[나중에 찾아보니 오래된 기억이 무려 10년 전의 산행이다. 사진에 2007. 5. 19. 날짜가 표시되어 있다]
◌ 오르막 길
오늘 우리의 산행 경로는 제암산휴양림 안에 있는 제암휴양관에서 전망대 쪽으로 올라 정상 찍고 반대편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하산하면서 알게 됐는데, 오늘 우리의 하산코스가 오래 전 향산회에서 올랐던 그 길이다.
[제암휴양관 - 제암산휴양림(전망대) - 1.5km(1시간) - 선바위기점/제암산 – 1.8km(50분) - 곰재 – 1.4km(30분) - 제암산휴양림 주차장]
11:20. 양채열 교수의 구령 하에 보건체조로 몸을 풀고서 산행을 시작한다. B조는 버스로 용추폭포 쪽으로 가고, A조와 C조는 휴양관에서 바로 출발한다. 눈짐작컨대 A조가 가장 많은 인원이다. 출발 직후에 나타난 전망대는 계단이 있는 정자 모양이다.
처음부터 정상까지 시종 오르막이다. 쉬어갈 장소도 별로 없다. 이정표 안내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차 속에서 배급받은 간식 봉지에는 견과류, 사탕, 식수, 소시지 등 많이도 들어있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앉아서 꺼내 먹다가 쉬다가 우리 스스로 알아서 산행한다.
행정학과 김호균 교수와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 보인다. 김 교수 형님이 화가라고 들었는데, 오늘 자세히 듣고 보니 대단하신 분이다. 김호석 화백, ‘안경 쓴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니 화가로서의 격(格)이 짐작된다.
멀리서 바라보는 정상의 바위는 위엄 있다. 쉬는 자리 옆에 고사목이 보인다. 정상사진에 어울리는 고사목이라고 떠들어 대는데, 누군가 바람을 뺀다. 말라죽은 소나무라고.
[사진- 정상이 보인다. 좌로부터 신방과 이오현 교수, 경영대 양 교수, 본인, 로스쿨 김 교수, 행정학과 김 교수]
쉬엄쉬엄 가는 둥 쉬는 둥 하다 보니 도면의 시간보다 훨씬 많이 걸린다.
13:00 정상 도착
정상의 바위는 높고 크다. 위엄 있을 뿐만 아니라 오르기에도 위험스럽다. 안전 계단이나 난간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정상 바위 위의 표시석이 조그맣게 보이는데, 바위에 오르지 못하는 우리는 읽을 수 없다. 위험하니 오르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어, 못 오름에 위안이 된다.
우리 일행 모두 오르지 않는데, 딱 한 분이 정상바위에 올라있다. 전전에 교수 산악회 총무를 맡으신 교수님이다. 워낙 날렵한 분이라 모두 그런가 하고 시비가 없다.
[사진 – 정상 바위]
맨 후미인 우리 일행이 정상에 도착하니 대부분 식사를 마치고 떠났거나, 지금 출발해 간다. 먼저 온 정 총장님도 보이고, 오랜만에 본 차성식 대학원장도 거기 계신다. 차 원장은 부부가 함께 오셨다.
정상 바위 옆의 널찍한 밥상바위에서 점심식사 한다. 모두가 같은 도시락이니 남의 밥상에 신경 쓸 일도 커 보일 일도 없다.
[정상에서 만난 차성식 교수]
한 시간의 점심시간은 여유롭다.
오늘 산행의 중심인 B조가 4시간 20분 예상이고 우리 경로(敬老)조 A조는 2시간 40분이라고 하니, 교수 산악회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한가롭게 뒹굴 수 있다.
하늘은 청명하여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날씨다.
북쪽으로 무등산이 보인다. 북동으로 우뚝 솟은 산은 아마도 화순 모후산이 아닐는지? 앞뒤로 가을 수확기를 앞둔 황금들판이 풍요롭다.
◌ 하산 길
13:50 하산 출발.
오늘 하산 코스는 오래 전의 산행에서 올랐던 길이다.
정상에서 수십 미터 내려오니 조그만 바위 위에 <제암산>이라는 표시석이 있다. 아마도 전부터 있던 표시석인가 보다.
[사진 – 제암산 표시석]
표시석을 지나면 억새밭이 나온다. 이제 막 노란 옷을 갈아입은 듯 아직은 생생한 기백이 휘날린다. 억새밭에서 바라보는 정상의 위세는 대단하다. 이곳이 문자 그대로 ‘제암산(황제의 산)이구나!’ 느낌이 온다.
우리는 이제 금방 하산을 시작했는데 B코스로 간 교수회 총무이사 김대익 교수님이 벌써 이곳에 오른다. 거의 축지법 수준으로 달리나 보다.
억새밭을 지나 하산 길에 마치 조각 작품 같은 돌탑이 있다. 돌탑을 쌓는 것도 지극정성인데, 어떻게 예술성 짙은 조각품을 이곳에 설치하다니 - (그냥 돌탑 쌓듯 얹혀 놓은 것 같지는 않다).
[사진 – 돌탑]
내리막길이 거리상은 더 멀다. 걸음 빠른 김호균 교수와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번번이 뒷사람들과 거리 조정이 안 된다. 곰재 사거리, 족구장갈림길 등 안내표시판이 나오는 곳마다 길이 여러 갈래이다. 기다리다 가다가 반복하다가 갈림길에서는 길을 헤매기도 한다.
15:40 출발지인 제암산 휴양관에 도착한다. 먼저 온 일행들이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즐거워한다.
저녁 식사는 휴양림 구내식당에서 한다. 교수회 공식행사라선지 총장, 부총장, 처장, 원장 등 대학의 감투가 이곳에 다 있다.
건배사에는 덕담이 넘실거리는데,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 한 곳에서 큰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직도 클 일이 남았나 보다.
[사진 – 10년 전의 사진]
2017. 10. 22.
이 철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