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스 두 이과수 폭포의 위용
어제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의 엄청난 풍광에 감격했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오늘은 브라질 땅인 포즈 두 이과수 Foz do Iguacu로 넘어가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를 체험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택시를 타고 이과수 면세점을 지나 Tancredo Neves Bridge를 건너면 브라질 국경에 닿는다. 입국수속은 택시에 앉아 여권만 제시하면 택시 기사가 전부 처리해준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여서 이과수 폭포만을 관람하려는 여행자들에게는 엄격한 입국절차가 없는 듯 했다.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 방문객 센터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 입구의 택시 정차장.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은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국립공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 다른 정도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은 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아르헨티나 쪽 공원은 규모가 크고 조금은 더 자연 친화적이라라 할까. 그에 반해 브라질 쪽은 아르헨티나에 비해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런 차이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보는 이마다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겠다.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넘어오니 또 다른 화폐가 필요했다. 다행히 방문자 센터 안에 브라질 화폐를 인출할 수 있는 ATM기가 있어 이과수 폭포 투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화폐만 인출해 곧바로 투어에 들어갔다.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 안내도
티켓 부스. 이곳에서 입장권을 사서 공원 안을 운행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폭포로 진입한다.
티켓 부스에서 입장권을 사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노란색 2층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쪽 공원에서는 기차가 이동수단이었지만 브라질 쪽은 2층 버스가 그것을 대신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쪽 기차는 수시로 운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 30분 만에 한 대씩 오갔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수시로 셔틀버스가 오갔기 때문에 무척 편리했다.
버스로 성큼 들어서 2층으로 올라가자 창문이 없는 오픈형 셔틀 버스 아래로 푸르른 밀림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이내 버스는 밀림으로 난 길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큼한 밀림의 싱그러움이 코끝으로 밀려들었다.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는 산책로를 따라 대략 2-3시간 걸으면 전부 돌아볼 수 있는 코스이므로 천천히 감상하며 둘러보기로 했다.
'폭포 산책로 Cataratas Trail'가 시작되는 세 번째 정류장. 이곳에서 버스를 내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폭포를 감상하게 된다.
세 번째 정류장 앞에 있는 폭포 호텔 Hotel das Cataratas. 이과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다.
밀림 속을 달리는 셔틀버스는 총 네 군데의 정류장을 거치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정류장은 정글 투어나 그밖의 트레킹을 하려는 여행자들을 위한 곳이므로 걸어서 산책로를 따라 폭포를 감상하려는 여행자는 세 번째 정류장에서 내려면 된다.
버스가 두 번째 정류장을 지나 잠시 달리자 왼쪽에 멋진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과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일한 호텔인 '폭포 호텔 Hotel das Cataratas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내리므로 지나칠 염려는 없었다.
정류장 아래로 이어진 '폭포 산책로 Cataratas Trail'를 따라 내려가자 축축한 밀림의 습도와 함께 우거진 수풀 사이로 언뜻언뜻 폭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장대한 그 무엇인가가 눈앞에 불쑥 나타날 것 같은 기대가 부풀어올랐다. 버스에서 내린 각국의 여행자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발길을 서두르자 이내 탁트인 시원한 전망대가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지역에서 떨어지는 파노라마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제1전망대였다.
폭포 산책로의 제1 전망대. 아르헨티나 지역의 폭포가 파노라마를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서둘러 전망대 끝으로 다가가자 이과수 폭포의 전경이 그야말로 병풍처럼 활짝 펼쳐졌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수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열두 폭 병풍이었다. 폭포는 폭포인데 하나의 폭포가 아니라 둥글게 형성된 협곡을 따라 마치 반원을 그리듯한 형상으로 한 층, 두 층 단을 이루며 펼쳐지고 있었다.
한참을 둘러보는데 어딘가 낯익은 풍경, 어제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에서 보트 투어를 하던 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의 경계를 흐르는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두 나라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오늘 브라질 쪽에서의 이과수 폭포를 감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폭포 산책로 제1전망대에서 본 이과수 폭포. 사진 왼쪽에 살짝 보이는 섬이 '산 마르틴 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의 국경에 걸쳐있는 이과수 국립공원은 '산 마르틴 섬'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22만 ha 규모의 아르헨티나 이과수 지역이고, 왼쪽은 17만 ha 규모의 브라질 지역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제 보트 투어를 했던 아르헨티나 '낮은 산책로'의 보트 계류장에는 오늘도 여전히 '모험'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폭포 위에 보이는 다리는 아르헨티나 지역의 "높은 산책로"다.
폭포 산책로 Cataratas Trail의 포토존
마치 병풍과도 같은 폭포이 모습은 웅장하다 못해 경이롭다.
'산 마르틴 섬' 왼쪽으로 파노라마를 이루며 펼쳐지는 이과수 폭포는 그저 바라보는 것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폭포가 펼쳐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어마어마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어떻게 하면 가장 멋지고, 아름답고,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답은 아무런 말없이 폭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내 사진이 그걸 가능하게 표현해 줄런지는 모를 일이지만...
셀 수 없는 곳에서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하나의 숲을 지나면 하나의 풍경이 나타나고, 또 다른 숲을 지나면 새로운 전망대와 뷰포인트가 나타나 보는 이의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해준다. 어느 곳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가 떠오르는가 하면, 어느 곳에서는 예쁜 꽃들이 환영하며 얼굴 위로 가득 폭포수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1억 2천만년 이전 형성된 이 거대한 단층 계곡 곳곳에서는 쉴새없이 다양한 모양의 폭포가 쏟아져 내렸다.
빨간색 예쁜 꽃들이 뷰포인트의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꾸며준다.
악마의 목구멍 발코니 Devil's Throat Balcony
폭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멋진 풍광에 몽롱하게 취해 있던 의식이 날아드는 물줄기에 문득 돌아왔다. 드디어 브라질 이과수 폭포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 발코니'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은 폭포 한가운데로 난 발코니를 따라 들어가 악마의 목구멍을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포인트. 어제 아르헨티나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을 위에서 내려다 보았지만, 오늘은 아래 발코니에 서서 위에서 떨어지는 악마의 목구멍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악마의 목구멍 발코니 입구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흠뻑 젖은 채로 발코니를 드나들며 환희의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발코니를 걸어서 들어가려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그대로 다 맞아야만 했다. 어제 보트에서 맞았던 그 물들을 다시 맞아야 했다. 하지만 발코니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러려면 카메라를 보호해야 하는데, 부득이 우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폭포수를 경험했으니 오늘은 우의를 입기로 했다.
악마의 목구멍 발코니
발코니 입구에서 올려다 본 Naipi Spot의 폭포
떨어지는 물줄기는 그냥 물줄기가 아니라 세찬 바람을 동반한 물줄기였다.
발코니에 쏟아지는 물줄기는 단순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아니었다. 세찬 바람을 품고 날리는 폭포수는 비옷을 입지 않은 이들을 입구에서부터 당황스럽게 했다. 가방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무심코 발코니에 들어서던 여행자들은 황급히 돌아나와 다시 채비를 정비해야 했다. 비옷은 단단히 잠금새를 채우고 모자까지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비옷자락이 날리면 그 틈새로 사정없이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오니 그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갖춰야 했다.
발코니 끝에서 본 악마의 목구멍. 90미터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과히 장대하고 웅장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런 순간을 놓치고 지나가는 것은 삶에 대한 실례다.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것인가! 이렇게 만족하고 이렇게 즐겨도 좋은 것인가! 설마 이렇게 좋아한 만큼의 슬픔이 뒤따르지는 않겠지? 그러나 두려워말자. 오늘 주어진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행복해 하더라도 수고하고 애쓴 당신의 인생에는 결코 넘치는 기쁨이 아니다. 어제 아르헨티나 '악마의 목구멍'이 이과수 폭포의 시작이었다면 오늘 브라질 '악마의 목구멍'은 그 종결이었다.
왜 원주민들이 이 폭포를 '경이로운 물'이라는 이름하였는지,,, 이곳에 서보면 저절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Naipi Spot.
악마의 목구멍 발코니에서 물러나 비에 잦은 몸을 수습하는데 아무리 조심한다 했어도 카메라는 적잖이 물에 노출이 된 후였다. 서둘러 물기를 닦아냈지만 이 상황에서 바랄 수 있는 것은 카메라의 방수 기능이 우수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마지막 이과수 폭포의 여운을 느끼고자 산책로 끝에 있는 Naipi Spot으로 올라섰다. 이곳은 산책로 끝지점에 있는 전망대인데 폭포 아래부분에서부터 윗부분까지 전부를 감상할 수 있는 데크와 27미터 높이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기념품 샵과 스낵,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이곳에서는 아래서도, 위에서도 멋진 이과수 폭포를 감상할 수가 있다.
Naipi Spot에서의 폭포
Naipi Spot에서의 폭포. 이곳에 서 있으면 마치 폭포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Naipi Spot 위에서 본 폭포. 건너편은 아르헨티나 쪽 악마의 목구멍이다.
Naipi Spot 위에서 본 악마의 목구멍 발코니
이과수 폭포, 볼수록 감격적이고 볼수록 가슴 벅찬 자연의 모습이었다.
웅장하게 떨어지는 폭포 소리, 하얗게 날리는 물줄기, 억만 년 시간을 품고 유유히 흘러내린 이 장대한 폭포의 모습에서부터 브라질 이과수 폭포는 시작되고 있었다. 한 점 더하거나 한 점 빼지도 않은 검붉은 밀림의 색깔을 품고 그렇게 흘러내리고 또 내렸다. 돌아서야 하는데, 이제 그만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무엇엔가 홀린 모습으로 폭포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나 뿐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랬다. 아쉬움을 삼키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애써 돌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Porto Canoas를 향했다.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Porto Canoas로 가는 길에 나무 사이로 들여다 본 악마의 목구멍. 건너편은 아르헨티나 지역이다.
셔틀버스에서 본 밀림의 길.
이과수 국립공원을 오가는 셔틀버스
브라질 이과수 방문자 센터
브라질 이과수 폭포를 돌아보고 나온 사이 누군가가 용감하게 헬기를 타러 갔다. 이과수 폭포를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멋진 모습이 눈 앞에 어른 거렸다. 이과수 전체를 사진에 담으려면 오직 헬기를 타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데,,, 대신 아주 짧은 시간 제법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녀가 말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 정말 옳은 말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는가? 그런데, 그 지금이 지금 주어졌는데도 헬기 투어를 하지 못한 것은,,,, 단지 비용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과수 폭포
18:10 출발하는 리오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이과수 공항.
대기 시켜둔 택시를 타고 이과수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은 어느 지방의 작은 터미널 처럼 작고 조용했다. 탑승 시간이 되자 비행기가 서 있는 활주로를 향해 난 문이 열렸고 누가 나가라고 할 것도 없이, 길게 줄지어 설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 트랩에 올랐다. 램프도 없고 셔틀도 없었다. 그냥 걸어가면 되었다. 누가 사진을 찍는다고 제지하지도 않으니 마음에 드는 곳에서 편하게 포즈 취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밤 8시, 이륙한 지두 시간이 채 안된 시각 리오에 도착했다.
캡틴의 주의가 빗발쳤다. "이제부터는 절대 조심! 또 조심! 앉아서도, 서서도, 누워서도 조심!'을 강조했다.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자 아예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버렸다. 그렇다면 핸드폰은 안전할까? 위험에 처하지 않고 사진을 찍을 방도를 궁리해야했다. 리오 데 자네이로는 그만큼 강도가 심했다. 밤에 은밀하고 음습한 곳에서가 아니라 밝은 백주대낮에 대놓고 털어가는 곳이라 했다.
숙소는 코파카바나 해변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에 있었다. 모처럼 샤워실의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져 내리니 속이 다 시원했다.
첫댓글 꿈의 여행지 남미 언제나 가게될지?...비행기 모습만 봐도 가슴 설레입니다. 멋진 풍경 즐건 모습 잘 봤읍니다.
역시 비행기는 여행의 대명사죠?
저도 비행기만 보면 가슴이 설레고 뛰어가서 만져보고 싶고 그럽니다.
함께 즐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언제나 생전에 가볼수 있을지.. 장엄합니다 !
사진이 조금 더 컸으면 웅장함이 더했을 텐데 작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ㅡ 가슴으로 느끼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말 그대로 놀라웠습니다.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악마의 목구멍이나
폭포속이나 밖이나
어딜보나 지구가 뻥 뚫린듯해보여요
세계 3대폭포중 이과수가 가장 웅장한듯 합니다.
헬기투어를 하면 온몸이 짜릿짜릿해요
그맛이란게 돈 용기 건강등 요소를 갗춰야하니 ...
아쉬운 느낌드시나요?
여행이란 것이 돌아서면 아쉽고 눈에 선하고 또 다시 가고 싶고,,,그런 고얀 마력이 있습니다.
헬기투어를 하지 못한 미련이 조금 남았습니다만, 아직은 많은 여행을 해야하니 내일을 위해 남겨둔 것으로 여기고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더 멋진 날을 위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