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 잭 런던]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리라.
마르고 푸석푸석해져 숨 막혀 죽기보다는
내 생명의 불꽃을
찬란하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
완전히 불태우리라.
활기 없이 영원히 회전하는 행성이 되기보다는
내 안의 원자 하나하나까지
밝은 빛으로 연소되는
장엄한 별똥별이 되리라.
인간의 본분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나는 단지 생을 연장하느라
나의 날들을 허비하지는 않으리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쓰리라.
나는 시의 운을 맞춘다.
나 자신을 보려고
어둠을 메아리치게 하려고.
- 셰이머스 히니
우리는 시를 읽는다. 우리 자신을 보려고, 그리고 어둠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메아리치게 하려고 인생의 어느 시기에 우리는 자신이 무난하게 회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느낌은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무난함은 늪이다. 우주가 지탱되는 것은 행성들이 안정적으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디선가 끝없이 초신성들의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주에 새로운 입자들과 질료를 제공한다. 삶도 주기적으로 자신을 깨우는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
순회 점성술사의 사생아로 태어난 잭 런던(1876~1916)은 극심한 가난 속에서 온갖 육체노동과 방랑으로 소년기를 보냈다. 부랑아로 경찰에 체포되어 빵과 물만으로 채석장에서 중노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불타는 별똥별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 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고등학교에 입학해 석 달 만에 전 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대학에 입학했다.
하루에 5천 단어씩 써 내려갔고, 27세에 야성과 폭력이 지배하는 인간 세계를 통렬히 묘사한 장편소설 『황야의 부르짖음The Call of the Wild』을 발표해 일약 유명 작가가 되었다. 생계를 위해 식당의 접시닦이, 청소부, 통조림 공장 직공, 부두 노동자 등 다양한 경험을 거친 것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삶 자체가 그의 작품이었으며, 원초적이고 단도직입적인 문장으로 인간의 본성을 표현했다. 18 년 동안 51편의 작품을 쓰고 마흔 살 나이에 생을 마쳤다. 뜨겁게 불타고 재가 된 것이다. 위의 글은 시로서 발표된 작품은 아니며, 죽기 얼마 전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과 기자 앞에서 삶에 대해 토론하던 중 유언처럼 남긴 말이다.
스페인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썼다.
그들이 가지런히 줄 쳐진 종이를 주거든
줄에 맞추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써라.
남이 줄 쳐 준 대로 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살면 줄 안에 갇혀 버리기 때문이다.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