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부부 / 김기수
내 사는 원곡동 아파트 위층에는
묘한 부부가 둥지를 틀었다
해도 뜨기 전 하루는 –자주 있는 일이다-
우장창창, 아~악, 죽여라 이 x새끼야, x팔놈아~~
아낙의 목청이 아파트 창을 뚫고 벽을 때린다
술 처먹은 남편 놈이랑 또 붙은 것이다
이 x팔년 이리 안 와~~
욕이 된 밤 공기는 복도에서 확성되어
더 크게 울린다
잠자던 비둘기도 놀라 퍼덕인다
해 뜰 때까지 아낙은
죽었다 살았다 몇 번을 했나 보다
욕도 지치고 내 귀도 지쳤다
(저들은 왜 저럴까 - 묘한 둥지다)
오늘 새벽은 침대가 쿵쿵거린다
박자가 잘 맞는 떡방아 찧는 소리가 분명하다
-이 또한 자주 있는 일이다-
차라리 싸우는 게 낫지 저 균형 있는 박자에
홀애비의 신경은 아주 곤두선다
이것들은 그렇게 싸우고도 저 지랄이 될까? 싶다
홀수 날은 욕지거리 짝수 날은 방아소리다
비둘기도 사람도 110동 xx호 때문에 고민이다
(저들은 정말 좋아서 저럴까 - 참 묘한 둥지다 )
모르는 부부가 냉탕 온탕을 동시에 주니
참으로 기특하다
나는 늘 동 틀 쯤에서 졸음이 온다
첫댓글 왜 싸우고 그랴행복하게
다 살아 가고 있는 내용입니다. 재밋게 써 봤습니다. ^.^
옛 사학자가 앞집 부부싸움을 보고 내눈과귀로 보고들은것도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 주제에 역사를 쓴다는게 가당치 않다며 붓을 부러뜨렸다는 옛말이 있읍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