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BE? TO COEXIST
10년 동안 옆에서 목격한 윤도현의 색깔은, 빨간색도 혹은 파란색도 아닌 하얀색이다. 사람들은 하얀 그의 얼굴에 색칠을 하고, 낙서를 한다. 때로는 가꾸어주려 꾸며주고, 때로는 침을 뱉고 염분을 뿌린다. 옆에서 보는 나는 답답해하고, 대신 억울해한다. 더럽혀진 그의 얼굴에 물을 뿌려주려 하지만, 윤도현은 그냥 통기타를 짊어지고 노래한다. 처음 윤밴과 마주친 날은 아주 더운 한여름, 어느 지방 공개방송에서 풍선들이 파도 치는 관중 앞편, 무대 뒤편의 구석 천막에서였다. 밴드들은 무덤덤하게 악기를 닦고, 튜닝을 마치고, 무릎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윤도현은 “어! 아!”거리며 목을 풀고 있었다. 좀 어려보이는 후배들은 인사하지 않았다. 스타들은 그들을 지나쳐갔다. 하지만 윤밴은 즐겁게 웃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자기들 차례를 기다렸다.
같은 처지이던 날 반갑게 맞아주고, 우린 어느덧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내가 아는 진실은 이것이다. 윤밴은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으로, 또 그들을 원하는 관객이 있는 곳으로 여행 다니는 ‘blues travelers’다. 항상 만나면 음악 이야기를 한다. 아주 시시하게, “나 이런 곡 나왔어. 아, 아!” 그리고 노래한다. 자기가 쓴 노랫말과 멜로디에 킥킥거리며, 함께 하자고 한다. 가끔 이런저런 기사들이 메인에 떠서 윤밴이 사회의 적이 되었을 때, 많은 누리꾼의 밥이 되어 꼭꼭 씹힐 때,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 특유의 무덤덤한 톤으로 윤도현은 말한다. “나 그런 인터뷰한 적 없는데. 염병~.” 그리곤 또 기타 들고 노래한다.
술에 취해서 어깨동무하고 거리를 다니며 소리 지르고, 가끔 알아봐 주는 이들에게 “고맙습니다” 하며, 가끔 무례한 취객에게도 하이파이브를 날리고 “rock n roll!”을 외치며 그들을 웃기는 윤도현은 동네 형 같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동네 형. 특히 소외되거나 왕따 당하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정이 많고, 오해받는 이들의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한다. 노브레인, 크라잉넛부터 김C, 강산에, 그리고 전인권 선배님까지 난 윤도현을 통해서 만났다. 많은 장르의 음악인들에게 연결고리가 되어 주기도 하고, 전혀 다른 계통의 인간들을 친구가 되게 해준다.
정작 자신은 숫기없고, 오해받고 무시당할 때 아무 말 못한다. 말하지 않는다. ‘overnight sensation’으로 사랑 받을 때도 윤도현은 한결같았다. 전혀 우쭐하거나, “기회가 왔구나”라며 피식거리지 않았다. 윤도현밴드는 단순히 월드컵을 응원했다. 아니 진실이 담긴 응원 소리였다. 연주가 즐거웠고, 분위기가 사랑스러웠고, 열정에 목말라하던 형들은 그저 같이 기뻐했다. 많은 방송과 광고판까지 휩쓸 때, 비판자들은 음악인으로서 그가 외도했다고 했고, 실제론 정치적이지 않은 그가 어느새 혁명가가 되고, 공공의 적이 되었다.
정이 많은 윤도현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활동할 기회를 주었다. 생각보다 작은 회사에 있는 그는 회사의 가장 노릇을 하고, 열심히 살림했다. 기타, 피아노, 드럼까지 연주하는 재주꾼이고, 영원한 소년이다. 나랑 어울리며 랩질하고, 비보이들과 어울리며 춤질하고,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이런 윤도현의 모습을 기회주의자라고 질타했다. 윤도현은 그저 꿈 많은 어린 소년이었을 뿐인데. 아름다운 아내 자랑하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지고, 딸과 아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자상한 남편이고 아버지다. 그는 혼자 냇가에 가서 노래하고, 엄마한테 가서 김치 얻어먹고, 나한테 자랑한다. 최고의 김치를 당신의 어머니께서 만드신다고, 한번 먹어보라고. 윤도현 아내의 눈물, 딸의 울음소리를 난 느낀다. ‘잘 되고 있는 놈이 뭘 그리 헝그리한 척하냐’고 모두 손가락질하지만, 윤도현은 녹음실에서 먹고 자고, 시골 산에 박혀 소리 지르고, 작은 앰프에 신기해하며 기타치고, 음악, 음악, 음악만 말하는 촌놈이다.
요즘은 그 하얗던 윤도현이 약간 누렇게 빛바래 있다. 너무도 완벽하게,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운이 찾아와, 윤도현은 사람들이 칠해준 색깔을 모른 채 노래했고, 그 색깔이 싫어진 사람들은 이제 윤도현을 욕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꼬마 로커 윤도현은 이제 눈치 채려고 한다. 하지만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다. 옆에서 보는 난 정말 억울하고 답답한데. 어쩌면 이런 윤도현의 한결같은 태도, 무뚝뚝함, 저항 아닌 저항이 윤도현에겐 최고의 용기일 수도 있다. 아직도 널 필요로 하는 팬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노래하라. (wrriten by tiger 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