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날의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2, 3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갈라 디너는 맛있는 데이트 코스로 인기 만점이다. 사진은 인터컨티넨탈 폴 솅크 주방 이사와 그가 선보인 사슴 고기 스테이크. 4 고급 코스 요리와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네 드 셰프.
최고의 럭셔리 데이트 코스는 ‘자연과 문화,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데이트 레퍼토리는 비슷하지만 심적·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요즘 젊은 층의 데이트는 조금 남다르다. 높은 문화 수준과 안목으로 데이트 역시 가치 있게 즐기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G건설 마케팅부 대리로 입사한 정수현 씨. 15년의 뉴욕 생활이 그에게 가져다준 최고의 데이트 키워드는 ‘자연과 문화’다. 도심 복판에 자리한 센트럴 파크,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고즈넉한 이스트 빌리지까지…. 그곳에서 데이트는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즐겁고 풍요로웠다. 여자 친구 손을 잡고 산책만 해도 볼 것 많고, 경험할 것 많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 귀국한 여자 친구와 당시의 느낌을 잊지 않으려 서울 곳곳을 둘러본다.
부모님 시대의 데이트 코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커플도 있다. DCN미디어 엄홍식 대표는 부모님의 최고 데이트 코스가 성북동 ‘곰의집(762-1447)’이었던 걸 기억한다. 자동차가 귀하던 1970년대, 아버지와 어머니는 북악스카이웨이를 한 바퀴 돌며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주로 찾던 유명한 경양식집에서 스테이크를 즐기곤 했단다. 지금이야 자신의 차로 벚꽃 흐드러지게 핀 북악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하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최상의 스테이크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만, 여자 친구와 함께 가끔 부모님의 추억이 깃든 데이트 장소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꽤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의 이런 흐뭇한 사연을 들은 여자 친구 역시 만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맛집 탐방, 갈라 디너 등 다양한 다이닝 데이트 선호 ‘데이트 코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저녁 식사.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연인들의 다이닝도 천차만별이다. 해외 거주, 유학, 해외여행 등을 통해 미슐랭 스타가 빛나는 슈퍼 레스토랑은 물론 이탈리아 토속 음식 ‘리볼리타’가 맛있는 몬탈치노의 숨은 레스토랑까지 안 가 본데 없고, 안 먹어본 것 없는 그들이다. 서울에서의 다이닝이라고 다를 바 없다. 청담동의 팔레드고몽?가온?아시아차우 등 럭셔리 다이닝으로 소문 자자한 고급 레스토랑에 관심 많은 그들이지만, 도심 골목에 숨은 유명 음식점을 찾아가 긴 줄을 기다려 맛보는 ‘맛집 탐방’ 또한 환영한다. TV나 잡지, 블로그 등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룬 명소를 찾아다니는 이색 데이트는 맛있는 음식과 낭만적인 추억을 동시에 선사하기 때문이다. 연인과 함께 참여하는 세계적 셰프의 와인·갈라 디너도 새로운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작년 롯데 호텔은 파리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하는 요리계의 피카소 피에르 가니에르를 초청해 1인당 60만 원에 달하는 특별 만찬을 선보였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폴 솅크 주방 이사 또한 정기적으로 특별 이벤트를 주최한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부 김현숙 대리는 “최근 커플들의 갈라 디너 신청 비율이 60%를 훌쩍 넘어섰다”고 말한다.
1 헤이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 카메라타. 2 클래식 애호가들이 편애하는 마리아 칼라스 홀. 3 특별한 드라이브를 선사할 리무진 서비스.
프리미엄 영화관, 초호화 리무진 서비스, 고급 펜션 등 새로운 데이트 코스 부상 설렘으로 시작하는 연인들이 가장 쉽게, 또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영화 관람이다. ‘영화관’은 예나 지금이나 연인들을 위한 최고의 아지트. 최근 완벽한 프라이버시와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영화관까지 등장했는데, 그중 압구정동에 있는 ‘시네 드 셰프’(3446-0541~2)는 여유 있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말 저녁 관람료가 일반 영화관의 10배를 훌쩍 넘는 10만 원이지만, 프라이빗 공간에서 고급 코스 요리를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어 각광받는 곳이다. 좌석은 단 30석으로 제한했는데, 800만 원을 호가하는 넉넉한 전동식 의자는 아랍 왕족 개인 영화관에 설치한 프랑스 퀴네트 갈래사社 제품이다. 11.1채널 사운드, 바닥에 설치한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온몸을 휘감는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프리미엄 영화관만 찾는 것은 아니다. 섬세한 감각과 더불어 문화적 취향이 다양한 그들은 작가주의 예술 영화 상영으로 명성 높은 광화문 ‘씨네큐브’(www.cinecube.net)와 대학로 ‘하이퍼텍나다’(www.dsartcenter.co.kr), B급 웰메이드 영화 전용 상영관 ‘씨어터2.0’(www.theater2.co.kr) 등 색다른 인디 영화관도 선호한다. 영화관 외에도 문화적 감성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다양하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살롱형 음악 감상과 실내악 연주 공간인 대치동 ‘마리아 칼라스 홀’(558-4588)과 아나운서 황인용 씨가 운영하는 헤이리의 음악 감상실 ‘카메라타’(031-957-3369) 역시 빼놓지 않는다. 소수를 위한 오페라 강좌와 실내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고 저명한 클래식 음악 동호인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어 음악적 정서를 교감하기엔 그만이다.
드라이브는 과거나 지금이나 데이트족의 열렬한 편애를 받는다. 스카프를 휘날리며 녹음이 짙은 풍경을 달리는 기분은 데이트의 새록새록 가슴 떨리는 감정과 가장 잘 어울린다. ‘마이 카’를 보유한 이들이라도 때론 화려한 리무진을 대여해 기분을 내기도 한다. 국내에도 호사의 상징 리무진을 대여하는 서비스 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리무진의 내·외관은 화려하다. 9m가 넘는 안락한 소파, 샴페인과 간단한 스낵을 즐길 수 있는 미니 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LCD 모니터, 콘서트홀을 방불케 하는 음향 시스템을 갖춘 초호화 리무진은 연인의 로맨틱한 드라이브 데이트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서울리무진’(720-7708) 최중규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파티 등 리무진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본 유학생과 파티 문화의 영향으로 리무진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4 건축가 민규암 씨가 설계해 화제가 된 양평의 생각속의집.
연인이 함께 떠나는 여름휴가 역시 빠질 수 없는 데이트 중 하나다. 해외 유명 휴양지 풀 빌라 못지않은 고급 펜션이 인기가 높은데, 대표적인 곳이 청평의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자리한 ‘보르도펜션’(031-585-8265). 1박에 100만 원을 호가하지만 CF와 영화 촬영 장소로 자주 등장할 만큼 고급스러운 외관과 시설을 자랑해 1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또 건축가 민규암 씨가 설계한 양평의 ‘생각속의집’(031-773-2210)은 천편일률적인 펜션 디자인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건축물로 통한다. 모든 객실에 노천 저쿠지를 설치했고, 가구는 모던한 세덱Sedec 제품으로 채워 감각을 더했다. 품위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특급 서비스 외에도 프라이빗 파티와 건축·클래식·재즈 문화 강좌를 지원하는 차별화 컨셉트가 돋보이는 곳이다. 생각속의집 김영관 대표는 “연인을 위한 파티 이벤트와 로맨틱한 객실 데커레이션이 잘 준비되어 있어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높다”고 전한다.
그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 그것이 ‘데이트’ 아닌가. 심적·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커플이라고 해서 오직 호화로운 데이트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즐길 때 즐기지만 누구보다 현명하고 알뜰하고 똑똑하게 즐길 줄 아는 ‘젊은 부자’들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곳이 곡 금박을 두른 곳일 필요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