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방장 전 관응 스님은 "아리랑은 한민족의 眞言(진언)"이라고 했고 민족시인 고 은은 "아리랑은 고난의 꽃으로 한국인의 만다라"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구한말 한국에 온 미국인 선교사 H·B헐버트는 "아리랑은 조선인에게 쌀과 같다."라고 하기도 했다. 모두 아리랑에 대한 지극한 예찬으로서 민족사와 함께 한 '역사의 노래'임과 시대와 지역과 사상을 초월한 '민족의 노래'임을 말한 것이다.
실제 남과 북은 물론 해외 128개국 교민사회 어디에서나 불려지고 있고 "아버지, 어머니" 조차도 우리말로 못하는 교포 3세들까지도 아리랑만은 우리말로 부르는 유일한 노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리랑을 말할 때 "민족의 노래" 또는 그냥 "우리들의 노래"라고 말한다.
또한 음악적인 갈래로는 50여 종, 노랫말 련 수로는 6 천여 수, 분포지역으로는 우리 나라는 물론 128개국 전 교포사회에 퍼져 있다. 이것이 우리 아리랑의 총체적인 모습이다. 하나의 노래가 이렇게 많은 종류와 노랫말 수를 갖고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음은 놀랍고 신비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문집이나 족보나 향토지 같은 문헌에 단 한 줄로도 기록되지 않은, 그래서 순전히 할머니와 어머니의 가슴과 입으로만 전해져 온 것이니 그렇지 않은가.
북한에도 아리랑이 있다.
"북한에도 아리랑이 있다." 이 말은 논리상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마치 북한에는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표현이거나. 사라졌던 것이 다시 복원되었다는 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단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 말이 통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분단 57년, 한국전쟁 52주년을 맞는 세월 동안에도 북한의 아리랑을 접할 수 없어서 였다. 그래서 북한의 아리랑을 말할 때는 의외라는 식이거나 비감어린 표현을 쓰게 되는 것이다.
해외 교민들의 아리랑 상황을 말하고, 심지어는 외국인들이 지어 부른 낯설은 아리랑까지도 말하면서 정작은 우리의 반쪽 북한의 아리랑을 말하고 부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아리랑축전을 오는 4월 말부터 6월 말 까지 개최키로 하자 국내외에서 의외의 자료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민요로서는 '경상도아리랑, 영천아리랑, 랭상모판큰애기아리랑이고, 가요로는 통일경축아리랑과 강성부흥아리랑이다. 앞의 세 가지는 메나리 권역의 강원도 노래이긴 하지만 분명히 북녘에서만 불려지는 것들이고 창법상의 차이가 있을 뿐, 노랫말이나 선율에서 의도적으로 변조한 흔적은 찾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창법상의 차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우리 노래의 또 다양성으로 이해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것이지 않을 수없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해외 교민들이 부르는 아리랑이 선율과 노랫말이 낯설고 다르다고 해도 그것을 아리랑의 한 가지로 보지 않을 수는 것 이듯이 이 북한 아리랑도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의 두 가지는 일종의 혁명가요이기도하다. 북한의 가요실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아 살펴보기로 한다.
민요 아리랑
‘북한아리랑’이라고 할 때는 북한에서만 불려지는 것만을 말하고, ‘북한의 아리랑’이라고 말할 때는 현재 북한에서, 북한식 창법과 북한식 노랫말화한 모든 아리랑을 말하게 된다. 말하자면 전자는 강성부흥아리랑 같은 경우이고 후자는 노랫말 일부가 바뀌고 다른 창법으로 부르는 진도아리랑과 같은 예이다. 이번에는 후자만을 대상으로 그 실상을 살피기로 한다.
1)영천아리랑
선율면에서는 강원도아리랑을 편곡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원도아리랑의 5박자 구조와 같고, 양성발성(서양식 창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떠는 풍이 전통적인 떨림법과는 다르게 잘게 떤다. 곡은 활발하고 힘이 넘치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구성음은 La, Do, Re, Mi, Sol 5음계이며 C 조(調)로 되어 있다.
이 노래는 창작 가야금병창곡으로 매우 서정적인 것이다. 랭상은 80년대 북한식 주체농법을 성공시킨후 불려진 노래이다. 3절의 “조합의 큰애기 일못할라”을 제외한 모든 노랫말은 매우 서정적이다.
이상의 세 가지 아리랑은 남한에서는 불려지지 않는 것들로서 주목하게 되는 아리랑 들이다. 이들에서 확인되는 특징은 창법의 특징이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이 창법은 1960년대 김일성의 교시에 의해 세워진 음악정책으로 "모든 음악은 민요를 기본으로 하고, 밝고 고운 소리로 민중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하고, 그에 의해 노동현장에서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선동성이 있어야한다.."는 원칙 하에 수립된 음악 것으로 그 첫번째 정책이 서도창법을 기본으로한 민성창법과 양성창법이다. 이래야만 가사 전달이 명확하고 듣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자니 전통민요 창법보다는 높은 음계에서 불려지고 서양 벨칸토 창법이긴 하나 마치 1930년대의 축음기 소리를 듣는 듯하다.
그럼에도 다행한 것은 모든음악의 기둥을 민요에 두고 그 중에서도 아리랑을 ‘종자의핵’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가사 수정에서도 체제 선전적인 것은 배제된 듯하다.
가요 아리랑
1) 통일(경축)아리랑
인민대중이 알아듣지 못하고 즐길 수 없는 음악은 주체음악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말할 때 이런 정책가요야 말로 적격이 아닐 수 없다.
이 `통일경축아리랑`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조선노동당 창건 55돐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의 제4장 부분에서 그리운강남과 함께 이 아리랑이 불려 짐으로해서다. 그리고 지난 6월 김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다시 널리 불리게 된 노래다. 2001년 음악소조 활동 현장과 각종 경연대회에서 지정곡으로 불린 노래이기도하고 방송에서 가장만이 내 보낸 노래다.
이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로는 “중음가수 렴 청”을 꼽는데 가 북한 방송을 통해 확인, 보도한 가사는 다음과 같다.
통일(경축)아리랑
1. 헤어져 얼마냐 아리랑 아리랑
반세기 아품이 가슴친다 가슴친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통일아리랑
삼천리 내 나라 삼천리 내 나라 통일아리랑
2. 이대론 못참아 아리랑 아리랑
장벽을 부시고 하나되자 하나되자
3. 온 겨레 손을 잡고 아리랑 아리랑
자주의 새날을 앞당기자 앞당기자
박두천 작사 김운룡 작곡으로 이 형상한 작품이다. 노랫말은 전 3절에 후렴을 사용하고 있어 아리랑의 기본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요즘 우리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에서 쓰인 것이고, 김대중대통령의 환영음악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아리랑풍` 가요 붐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는 것에서 알 수가 있다.(연합뉴스 200** 민주조선 7월 17일)***) 결국 이 노래는 북한의 대표적인 관제 가요로 곡조나 가사도 전형적인 혁명가요의 형태를 띠고 있는, 곡명 그대로 분단의 아품을 딛고 “장벽을 부시고” 자주통일을 하자는 내용이다.
2) 강성부흥아리랑
2001년 8월 26일자 《로동신문》2면에는 이란 제하(題下)에 악보와 함께 노랫말 3절이 발표되었다. 작사는 조선인민군협주단 작사가 윤두균이고 작곡은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작곡가 안정호 이다. 이 노래가 발표되기 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2000년 가을- 김위원장, 아리랑에 대한 언급 또는 아리랑 주제 가요 창작 지시
2001년4월 초-김위원장, 어떤 모임에서 아리랑의 종류를 묻고, 이 때 37종이 있다고 듣다
2001년 4월 30일- 김위원장, 전선 시찰 중 강성부흥아리랑을 듣다
2001년 7월 16일-김위원장, 강성부흥아리랑 발표 시기, 방법 지시하다
2001년 8월 26일-《노동신문》과 중앙TV을 통해 지시대로 관평등과 함께 발표 함
일반적으로 북한에서는 보통의 가요는 1년에 전국적으로 5백 여편 정도가 창작되어 중앙에 보고 되고 이 중에 (위원장 작곡가 김문규 )가 년 간 10여 곡 정도를 선정, 발표한다고 한다. 그런데 위의 상황으로 본다면 이 강성부흥아리랑은 이미 작사, 작곡가가 내정된 상태에서 지시에 따라 발표되고 보급된 것임을 알게된다.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이 가사에 대해 김정일은 “특색 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하시면서 특히 이 노래의 2절이 현 시대의 요구에 맞게 잘 된데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멧세이지 라고 보는데 김일성 사후 의 고난을 넘겼다는 안도와 그것을 지켜나가자는 다짐을 보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 노래는 “ 우리 음악 발전의 획”또는 “새 세기의 가장 훌륭한 민족 아리랑” 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리랑’의 기능과 의미 체계로 보아 과연 아리랑 이라고 해야할지는 의문이 든다.
어떻든 북한은 지금 아리랑으로 떠들썩하다고 한다. 특히 앞으로 군민아리랑? 내고향아리랑? 행복의아리랑? 천지개벽아리랑? 승리의아리랑이 더 작곡되어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니 실로 아리랑이 메아리 치고 있다.
아리랑의 시대적 필요성은?
"아리랑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 서 답할 수 있겠으나 다른 것은 차지하고 단 하나의 답만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을 것일 것이다. 즉 "남북이 통일되는 그날, 나아가 한민족공동체가 실현되는 그 어느날 128 개국 교민사회들이 한 자리에서 아우를 때 그 순간에 부를 단 하나의 노래를 꼽는다면 그것이 아리랑이 아닌 또 다른 노래일 수가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렇다. 아리랑은 민족 동질성 회복에 중요한 단서로서 우리들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묶어 주는 '힘의노래'이고 내일에 불러야할 인 것이다. 그래서 아리랑은 오늘에는 물론, 내일에도 필요한 것이다. 이것
이 바로 아리랑의 시대적 필요성이고 영예로운 위상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아리랑의 이 같은 기능에 대해서는 이미 남북 단일팀 단가의 예에서 확인한 바이기도 한데 사실 아리랑이 단가라고는 하지만 국제적인 기능으로는 "Korea"의 국가(國歌)인 것이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통일 후, 국가 제정 논의 때 아리랑이 제 1 안(案)으로 제기 될 수 있고 해외 동포들을 염두에 둔다면 통일 국가에는 적어도 아리랑의 주제가 담긴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1926년 혹한의 시대에 나운규가 영화 을 통해 민족혼을 일깨웠듯이 이 시대에도 그 어떤 이에 의해 이 나타나 민족 통합의 계기를 마련해 주리라고 기대케 된다. 아리랑의 진정한 시대적 기능이 발휘되
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