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논평]
잇따른 서울-경기 버스 논란,
핵심은 소유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
- 민간 사업자에 의존한 현행 버스시스템으론 ‘상식적인’ 문제해결 어려워
- 이용자의 관점이 우선순위인 버스 시스템 고민해야
현재 버스시스템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버스준공영제가 사모펀드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과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버스 노선들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초래한 것은 근본적으로 현재 버스시스템 민간 사기업의 자의적인 사업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간 강조해왔던 것처럼 주요한 선진국 중 버스 운영체계를 이토록 민간사업자에 좌우되도록 운영하는 곳은 없다. 그만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버스 사태는 극히 한국적 버스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
의정부의 경우
최근 논란 중인 의정부~종로 간 운행하는 106번 간선버스의 폐선은 놀랍다. 8월 3일로 운행종료가 결정되었는데 급기야 지난 7월 15일에는 의정부시장까지 나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노선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한마디로 촌극이다. 해당 노선은 1970년부터 운행하던 오래된 노선으로 당연히 이를 통해서 의정부와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로선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 그런데 서울시가 강동구의 지역개발로 인해 버스 수요가 생기자 이를 해당 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버스업체에 노선 운행을 요구하고, 해당 업체는 기존 106번으로 운행하던 차량을 빼서 신설 노선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매우 상식적인 의문이 생긴다. 왜 106번을 놔두고 새로 차량을 마련해 신설 노선에 투입하지 않았는가? 또한 왜 의정부의 버스업체는 이와 비슷한 노선을 운행하지 않는걸까?
첫 번째 의문은 간단하다. 대원여객이라는 버스업체가 그러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원여객은 의정부에 있던 차고지를 매각했다. 그래놓곤 차량 충전이 어렵기 때문에 의정부 운행이 힘들다는 핑계를 댄다. 이 업체는 용산차고지의 사용계약은 연장함으로써 사실상 용산~강동 간 사업을 확대 강화하기 위하여 기존 경기도 노선을 없앤 것이다. 사기업의 경영 방침이 변경이다. 문제는 이런 탓에 54년 동안 동일한 노선을 통해서 이동해온 의정부와 서울시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되었다.
두 번째 의문 역시 간단한다. 의정부 버스를 16년째 단 하나의 회사, 즉 KD운송그룹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106번을 대체할 노선을 운영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필요는 시민들의 필요가 아니라 해당 회사의 경영 상 필요다. 즉 106번 노선의 종말은 준공영제든 아니든 특정 민간버스회사에게 버스 운영을 맡겨놓았을 때 시민들의 이동권이 어떤 상황에 놓여지는 지를 보여준다.
파주와 양주시의 경우
최근 파주와 양주의 버스 사례는 좀 더 극적이다. 기존 서울시 버스업체인 제일여객이 다른 버스회사인 한남여객운수로 매각되면서 노선 3개가 사라진다. 하나는 양주시 장흥면에서 서울역까지 운행하는 704번이다. 무려 70년 정도 유지되어온 노선이다. 그리고 파주시의 773, 9714다. 이 노선들은 경기도와 서울을 연결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늦은 시간까지 운행해왔기 때문에 심야 이동자들의 소중한 교통수단이 되어 왔다. 그런데 이 노선들이 해당 노선을 운행했던 버스회사가 다른 회사에 매각되면서 소위 ‘사업정리’ 차원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역시 파주시나 양주시는 서울시만 바라보면서 해당 노선을 존치시켜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서울시는 업체의 노선 폐지 신고를 별다른 제한 조건 없이 수용함으로써 업체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라는 태도를 확인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의정부 106번과 마찬가지로 민간사업자에게 의존하는 버스 시스템의 고유한 문제가 있다. 일단 제일여객을 인수한 한남여객운수 입장에선 해당 노선을 운행하려면 양주나 파주에 차고지가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없어서 그렇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기존 제일여객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건 파주시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신성교통이라는 회사가 기존 제일여객과 같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였던 덕분이다. 그러니까 제일여객은 신정여객의 차고지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매우 이상하다.
첫째 가족회사라 하더라도 엄연히 법적으로 분리된 별개의 회사이고 당연히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의 인프라를 이용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조건, 이를테면 임차료나 이용료와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맞다. 제일여객이 한남여객운수로 인수되었더라도 해당 조건이 유지된다면 노선을 폐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단지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법인의 사업 구조가 바뀐다는 것은 얼마나 버스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인지 보여준다.
둘째 해당 노선은 분명 적자이긴 해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즉 공익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노선의 조정이나 폐지는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과 필요하다면 설득을 수반해야 한다. 하지만 파주시나 양주시 시민들은 해당 노선이 폐지된다는 통보만 들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파주시나 양주시는 손을 놓고 있고, 서울시는 시민들의 입장은커녕 업체의 편의만 봐준다.
바보야, 문제는 소유구조야
한국의 버스 시스템은 형식적인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해당 사업자에게 재정지원금을 주어서 버스 운영을 ‘부탁하는’ 방식의 운영 관행을 보인다는 점에서 후진적이다. 필수 서비스인데 그것이 적자라 민간사업자가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연히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 아주 제한적으로 공공성을 이해하더라도, 공공서비스의 시장 실패에 대해 공공기관은 이를 유지하고 제공해야 할 책임 있다.
하지만 현행 버스시스템 하에서 민간업체들은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해도 절차상의 형식만 유지하고 있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당연히 그 가운데 이용자 시민들의 목소리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현행 버스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구태의 버스시스템에서 벗어나 새판을 짜야 할 때다.
우선, 현재 계획 중인 노선 폐지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경제성이 없는 노선이란 그 자체로 가난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노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주차장은 주차요금으로 경제성을 갖출 수 없지만 그렇다고 주차장을 없애지 않는다.
다음으로 법에서 보장한 서울시와 의정부시, 양주시, 파주시의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운수사업법엔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사업자에 대해 운행명령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이 타당하다면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경제성의 이유로 노선을 페지하려는 한남여객운수에 서울시장은 기존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관철해야 하고, 양주시나 파주시는 차고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기존처럼 차고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는 가능하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버스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수령하는 민간사업구조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폐선하는 노선만이라도 공영노선으로 지속운영하면 어떤가? 어차피 사업자가 운영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는 매입이나 보상 대상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행정 정의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버스 사태는 정작 버스 운영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능을 확인하는 좋은 실증적 자료이기도 하다. [끝]
2024년 7월 24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