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운동회? 이마트는 우울하다!!
명랑(明朗) 1. 흐린 데 없이 밝고 환함. 2. 유쾌하고 활발함.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최근 각 점포 게시판에는 제9기 노사협의회 명의의 "명랑운동회 개최" 공지가 게시되어 있다.
경기서부권역의 게시물에는
준비물은 "즐길줄 아는 당신!"
사은품은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고 한다.
즐거운 일이다. 정신없이 일만 해온 우리 노동자들에게, 진상고객들의 횡포에 마음 상해가면서도 돈 한푼이 아쉬어 꾹 참고 감정노동에 시달려 온 우리 마트 노동자들에게, 소리지르고 막말하고 마치 머슴부리듯 갑질하는 관리자들의 뒷담화도 숨어서 몰래 해왔던 우리 이마트에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하룻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고 하니, 더구나 준비물 아무것도 필요없이 몸만 참석하면 사은품도 푸짐하게 준다고 하니 분명 고맙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게시물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날짜가 6월 14일, 두째 주 일요일이다. 의무휴업일인데?
의무휴업일.. 법에 의해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고, 마트에 근무하는 우리들은 연차, 주휴(정일)을 사용해서 쉬는 날이다. 일주일간의 고된 노동 후에 몸과 마음을 쉬게하고 재충전하여 다음 근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되어진 휴무가 연차, 주휴인 것이다. 매월말 급여근태사원은 다음 달 스케쥴작성시 의무휴업일에 사용할 근태를 지정하여 메일을 보낸다. 연차, 대휴.. 노동자들의 개인 권리인 휴무들을 일자를 지정하여 사용하라고 하는 것도 불법인데, 그 휴무일에 운동회 한다고 나오라니... 힘든 노동 후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의무휴업일 회사 행사는 당연히 유급 처리되어야 한다. 노동자 개인의 휴무를 소비하며 추진되는 모든 행사를 반대한다!!☆
명랑운동회는 희망자에 한해서 자율적으로 진행합니다? 거짓말 하지 말라!!
게시물의 맨 아래 문구이다. "....희망자에 한해서 자율적..." 이마트에 근무하는 모든 직영사원들, 협력사원들이 어이없어 하고 있다. 노사협의회 대표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언제 이마트에서 점포 행사가 사원들의 자율적 참여로 진행된 적이 있었던가? 직영사원들은 물론 협력사원들에게 까지 각 부서 미팅 시마다 참석자 확인하고, 불참의사 표시하면 온갖 압박을 통해 참석하도록 강요해 온 것이 현실이다. 물론 말단 AM, 담당들이 무슨 죄인가? 점장을 위시한 지원팀장, 인사파트장 등의 관리자들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미래의 고과를 위해 알아서 기도록 만들어온 회사의 문화, 관리자들의 행동들이 문제인 것을..
☆어떠한 참석 강요도 반대한다! 개인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다!!☆
다시 노사협의회를 고민한다!!
명랑운동회의 비용은 어디서 나오는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회사에서 부담한다. 이는 곧 이 행사가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는 마치 자신들이 주최하는 것 처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대표한다는 이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이러한 행사에 앞장서서 나서고 있는 모습은 정말 모순적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노사협의회가 노측대표가 아니라 사측대표라는 우스개 소리가 이마트 안에 돌아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갖는다는 것이 바보짓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시금 제9기 노사협의회에 요구한다.
당신들은 사측대표가 아닌 노측대표이기에 진정으로 이마트의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라! 개인의 승진을 위해, 고과를 위해 노사협의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행동으로 보이길 바라며, 더 이상 회사의 말 잘듣는 꼭두각시로 남지 않길 바란다!!
명랑운동회.. 이마트 노동자들은 우울하고 피곤한, 짜증나는 일요일일 뿐이다..
2015년 5월 26일
이 마 트 노 동 조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