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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여행기 2편 시작! 초고층 빌딩들이 재크와 콩나무처럼 하늘로 쭉쭉 뻗은 도시 홍콩. 그 중에서도 IFC 타워를 비롯해서 웬만큼 유명한 초고층 빌딩들은 1편에서 말했듯 센트럴 쪽에 모여 있습니다. 이해 쉽게 비유해 설명하자면 우리나라는 한강을 기점으로 강남에 고층빌딩이 몰려 있고, 강북은 상대적으로 빌딩들의 키가 낮죠? 그래서 한강 야경은 강북(성동구/용산구)에서 강남(강남구/서초구)을 바라 보는 게 훨씬 멋있잖아요. 최고급 빌라가 한남동 UN 빌리지에 모여 있는 이유죠. 작은 동네뒷산 같은 성동구의 응봉산이 DSLR 유저들 사이에서 한강 야경의 최고 뷰 포인트로 입소문 난 것도요. 홍콩도 그래요. 초고층 빌딩이 모여 있는 센트럴을 바라보는 야경이 멋있습니다. 침사추이 쪽에서 센트럴을 바라 보는 게.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란 노랫말 아시죠? 하늘이 맑아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노래한 게 아니라 밤이 되면 빌딩들이 쏟아내는 조명이 별보다 더한 반짝거림으로 경탄을 자아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요. 특히 ‘홍콩 아가씨’ 노래가 발표되던 그 시대에 번쩍번쩍 화려한 야경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홍콩의 야경은 홍콩을 한 단어로 표현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언입니다. 그런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키려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 쇼’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매일 저녁 8시, 침사추이 빅토리아 하버 쪽에서 바다 건너 센트럴 쪽을 바라 보면요. 센트럴에 빼곡히 들어선 어마어마한 초고층 빌딩들이 주인공이 되어 레이저 쇼를 하거든요. 그걸 보려고 어마어마한 인파가 매일 저녁 인터콘티넨탈 앞 항구에 개미떼처럼 모이더라고요. 맑든 흐리든. 저도 살짝 보긴 했는데 제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었어요. 다소 유치찬란하게 느껴지는 쇼라서요. 빌딩의 조명이라는 것 자체가 인위적이지만, 거기에서 더 인위성을 보탠 레이저 쇼를 하는 것보다는 침사추이의 고층 호텔이나 고층 빌딩 스카이 라운지에서 조용히 센트럴의 화려한 조명을 보는 게 훨씬 더 멋지다 생각했거든요. 아니면 아예 센트럴 뒤에서 병풍 역할을 하는 빅토리아 피크에 산 전망대에서 보는 게 훌륭하죠. 유명 사진가들이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 홍콩 스카이 라인을 찍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죠.
센트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IFC 타워에 홍콩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요. 하지만 화려한 초고층 빌딩이 모여 있는 반대 편, 그러니까 침사추이 쪽에서 센트럴의 야경을 즐기는 게 멋지므로 여행자들은 대개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 항구로 모여듭니다. 하지만 최고의 뷰는 침사추이 카우룽(Kowloon: 구룡) 역에 위치한 ICC가 아닐까 해요. 여긴 홍콩 최고의 전망대로 유명한 sky 100이 있거든요. 입장료 내고 초고속 엘리베이터 타고 100층까지 슝~ 1편의 마지막 사진으로 W호텔 키친 레스토랑을 보여 드렸잖아요? ICC도 인접해 있어요 W호텔과. 침사추이 중심부에서 살짝 외곽인데 상대적으로 덜 혼잡스럽고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라 이 곳이 딱 제 취향인데 최근 홍콩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떠오르는 신개발 지역이라 완전 대공사판이라는 아쉬움도 있어요. 럭셔리 호텔이나 홍콩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이 근처에 몰려 있는데 W호텔 홍콩과 리츠칼튼 홍콩이 여기에 있고, 엘리먼츠 몰이 지하에 있는 홍콩 최고의 레지던스 아파트 ‘The Arch’가 여기 있으니까요. The Arch는 가까이에서 보면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파트인데 아파트를 보며 입이 쩍 벌어진 건 또 처음였어요. 우리나라의 고가 아파트는 명함도 못 내밀 만한 포스를 풍기고 있거든요. The Arch의 펜트 하우스가 우리나라 돈으로 300억원 중반의 가격대에 거래됐다고 하는데 홍콩의 대부호인 젊은 여자가 샀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게 홍콩 최고의 부동산 거래로 기록됐다던데, 그 후로 The Arch 근방에 컬리난 트윈 타워라고 2동 짜리 타워 아파트를 분양했다는데 거긴 훨씬 더 비싸대요. 펜트하우스가 약 430억원대쯤? 그건 분양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The Arch는 현재 홍콩 초호화 아파트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싼 초고층 럭셔리 아파트 The Arch 가운데 아주 큼직하게 구멍을 뻥~ 뚫어놓은 거에요. ‘어머 저게 뭐야~’ 했더니 같이 여행한 친구가 “언니~ 중국에서는 고층 빌딩 가운데를 뻥 뚫어서 용이 지나가라고 일부러 비워둔대요.”하며 이유를 알려줬어요. 상상 속 동물인 용이 이렇게 중국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고요.
리츠칼튼 홍콩은 앞서 말한 스카이 100 전망대가 있는 ICC 타워의 102~118층을 사용하고 있어요. 호텔 로비가 구름 속, 무려 103층에 있다는 게 상상이 되시나요? 세계 유명 여행 매거진의 에디터들이 손가락 치켜 세우며 꼽은,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야경 명소로 리츠칼튼 홍콩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죠. 굉장히 높다는 것, 그리고 침사추이 쪽에서 센트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경험해 보기가 만만치 않은 게 야경이 멋진 방향은 죄다 스위트 룸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거! 그리고 카페나 레스토랑, 바 이런 덴 예약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 제 경우에도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친구가 1달 전에 리츠칼튼 102층의 TOSCA에 애프터 눈 티를 이용하고 싶다고 예약메일 보냈다가 예약 다 찼다고 약 2개월 전쯤 예약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고는 털~썩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홍콩에 가 보니, 딱 봐도 ‘홍콩이란 도시에 왔음 꼭 경험해봐야만 뷰 포인트가 바로 저예요~!’하는 게 훤히 보이더라고요. 예약은 실패했어도, 가서 대기자 명단에라도 올려놓고 뷰가 덜한 자리라도 앉았다 와야겠노라 싶어 갔는데, 정말 신기하게 자리가 나서 조금 기다렸다가 토스카에서 애프터 눈 티를 즐기고 올 수 있었어요. 우리 다음 손님들부턴 아예 대기자 명단에도 안 넣어주고 돌려 보냈거든요. 운이 좋았어요.
어쨌든~ 이렇게 바로 통유리 아래로 아찔하게 홍콩 바다가 펼쳐지고 빅토리아 피크 정상도 눈높이 아래로 펼쳐지는 TOSCA의 창가 좌석은요~ 2개월 전쯤 예약을 해야 하구요, 아님 호텔 룸을 예약하면서 같이 예약하면 좀 더 수월하단 얘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밤엔 와인에 간단한 파스타나 샌드위치, 치즈 플레이터 같은 걸 즐길 수도 있어요. 그리고 리츠칼튼 홍콩엔 TOSCA 외에도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딤섬으로 매우 유명한 레스토랑 틴룽힌도 있구요. 여기서 잠깐! 사실 홍콩에서 딤섬으로 유명한 파인 다이닝을 논할 땐 무려 미슐랑 3스타를 받은 포시즌 홍콩의 룽킹힌을 빠뜨릴 수 없대요. 제가 홍콩 놀러 간다고 하니까 친구가 룽킹힌은 비싸도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가려 했는데 역시나 예약 실패! 홍콩의 유명한 레스토랑들에 예약하기란 너무 힘들어요. 제가 황금연휴에 가서 더 그랬던 것도 같고. 아님 다이렉트로 예약할 수 있는 인맥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어요. 자~ 다시 리츠칼튼 홍콩으로 돌아와서! 리츠칼튼엔 모던한 바에서 홍콩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오존바도 있는데 오존바 창가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야경도 진짜 멋지대요. 미리 서둘러 예약에 성공했거나 아님 현장에 몇 시간 전에 가서 대기자 명단에 넣고 자리만 배정 받을 수 있음 같은 ICC 타워에서도 입장료 내고서 스카이 100에서 인파에 휩쓸려 야경을 보느니, 그보다 더 높은 층에서 여유롭게 조금 더 비싼 돈 내면서 그에 걸맞는 먹거리를 편안하게 즐기면서 야경을 보는 게 훨씬 낫긴 하겠죠? 서울에서 매일 그렇게 호사스럽게 놀 순 없지만, 여행지잖아요.
전 그래서 로망 하나를 품고 돌아왔어요. 언젠가 리츠칼튼 홍콩 스위트룸 중에서 위의 사진처럼 침실에서 편안하게 파노라믹 뷰가 가능한 룸에 반드시 묵고 말겠다는 로망요. 홍콩 야경쯤은 그냥 호텔 룸에서 와인 마시면서 뱅앤올룹슨 스피커로 음악까지 근사하게 곁들이며 편안하게 감상하는 걸로! 상상만으로도 피부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랄까요? 리츠칼튼 홍콩이 오픈하기 전, 홍콩의 랜드마크인 럭셔리 호텔은 페닌슐라, 포시즌, 인터컨티넨탈 이런 데였는데요, 이젠 리츠칼튼이 그들을 압도하고 있어요. 도쿄도 그렇지만 홍콩의 호텔도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땅값 때문에 진짜 비좁거든요. 물론 이런 럭셔리 호텔들이야 꽤 넓죠. 그래서 1박에도 헉 소리 절로 나오는 금액인 거고. 그런데 누구나 이런 데 묵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런 초고급 호텔 말고 비교적 저렴한 호텔 중에서 비좁은 홍콩 호텔에 질리지 않으려면요, 미리 사전 조사를 좀 해야겠죠? 룸 사이즈가 제법 넓은 편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곳으론 YMCA 솔즈베리 호텔이 한국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아요. 그리고 W호텔도 홍콩 호텔치곤 꽤 넓고 쾌적한 편인데다, 뷰가 워낙 괜찮고, 조식 레스토랑은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렸다시피 괜찮기 때문에.. 가격 대비 만족도로는 베리굿인 호텔이라 저는 제일 만만(?)하게는 W호텔 홍콩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블로그 같은 데 보면 룸 사진 많이 나와 있을 거에요.
아참!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 어딘지 아세요? 1위는 상하이의 파크 하얏트 호텔이에요. 높이가 무려 494m나 된다고 하는데,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 센터의 79층에서 93층 사이에 위치해 있대요. 상하이 스카이 라인이나 야경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 하던데, 그에 이은 2위 호텔이 바로 리츠칼튼 홍콩이에요. 하지만 그건 단순히 빌딩 꼭대기의 높이를 따져서 2위가 된 것 같아요. 파크 하얏트 상하이가 기록상은 1등이지만 실제 객실의 평균 위치를 고려한 높이는 오히려 리츠칼튼 홍콩이 더 하늘 꼭대기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에 꼭 경험해 보고 그때 운 좋게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랍니다. 구름에 가리지 않고 말이죠. 이렇게 초고층 호텔 스위트 룸에 큰 맘 먹고 묵었는데, 하필 여행 기간 구름 속에 파묻히면 엄청 속상하잖아요. 이번에 TOSCA에서 애프터 눈 티를 즐길 때에도 하필 흐려서 구름이 눈 앞으로 훠이 훠이 지나갔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환상적인 뷰였지만.
그러고 보니 저 10년쯤 전에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를 보구서요. 그 뒤로 몇 번을 다시 보며 그 영화에 푹 빠졌더랬어요. 윤주메일에서 전에 얘기했던 건데.. 영화 배경지였던 도쿄 신주쿠의 파크 하얏트 도쿄에 나도 언젠가 묵어보리라 그랬거든요. 그게 제가 호텔 로망을 품었던 첫 기억이에요. 그렇게 몇 년을 맘 속으로만 그리다 파크 하얏트 도쿄에 갔을 때, 호텔 로비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빌 머레이가 떠올라 짜릿짜릿했었어요. 바로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들보다 훌쩍 큰 키로 홀로 어색해했던 영화 속 빌 머레이가 떠올라서.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이랑 반갑게 조우했던 장면이 떠올라서. 그 곳에 내가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리고 제가 스테판 폼푸냑의 Hotel Costes 시리즈를 비롯해서 그가 작업한 앨범들을 참 좋아하는데요(그런 라운지 뮤직은 저음이 강한 보스 스피커와의 궁합이 짱), 스테판 폼푸냑이 DJ로 있는 호텔이 파리 생 토노레 가(Rue Saint Honoré)의 Hotel Costes잖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러브리티, 특히 미국 헐리웃 스타들이 파리에 오면 묵는 호텔인데, 저는 스테판 폼푸냑 때문에 여기가 되게 궁금했더랬어요. 그렇게 저의 2번째 호텔 로망은 호텔 코스테였고, 그것도 실현이 됐죠.
그리고 저는 이제 리츠칼튼 홍콩을 대상으로 3번째 호텔 로망을 품습니다. 이렇게 특정 호텔 때문에 그 도시로의 여행을 맘 속에 품는 거요, 제겐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에요. 남들에겐 호텔 로망이 뭐냐면서 피식 웃을 수도 있지만, 제겐 일상으로 돌아온 하루 하루에 성실을 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서요. 리츠칼튼 홍콩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해져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가보리라 했던 바람은 잠시 숨 죽어 있어요. 제가 홀라당 반해 버린 홍콩의 야경, 한번 보실래요? 해외 사이트 서핑해서, 정말 근사하게 나온 밤의 홍콩 사진을 보여 드릴게요.
사실 홍콩이 이렇게 아시아 최고의 대도시가 된 건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에요. 흑백사진 시절 홍콩 센트럴 쪽의 사진을 찾아 보고, 바뀐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니까 너무 뻔한 표현이긴 해도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홍콩의 심볼 중 하나가 정크 보트거든요. 중국 정통 방식으로 만들어져 빈티지함이 폴폴~ 풍기는 작은 배죠. 밤에 정크 보트를 보면서 중국이 옛날부터 빨강색을 참 좋아했었구나 싶었거든요. 보트의 돛 색깔이 빛 바랜 빨강색이라. 흑백 사진 시절에도 다녔을, 그러니까 유물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정크 보트가 오늘도 둥실둥실 홍콩 바다를 떠다니고 있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변하든 말든 옛 색채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정크 보트를 타고, 이렇게 아시아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센트럴 쪽을 조망하는 것, 홍콩 여행에서 빠뜨리면 서운하지 않을까 해요. 특히 정크 보트는 조명을 받은 빈티지한 빨간 돛 때문에 밤에 더 예뻐요. 그걸 타고 홍콩 야경을 감상하면 왠지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겠죠? 전 이번엔 못 타봤고.. 다음 기회에 타보려고요.
전 그 대신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10분 만에 이어주는 스타페리 2번 탄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해요. 버스나 지하철, 택시도 다른 물가에 비해서는 굉장히 저렴한 홍콩이지만, 타는 재미를 따지면 아무래도 스타페리가 킹왕짱이거든요. 홍콩 달러로 대략 2불, 주말 공휴일엔 2.8불인가 그랬을 거에요. 평일엔 우리나라 돈으로 대충 300원도 안 된다는 게 믿겨지세요? 가격을 잘못 봤나 했다니까요. 고작 그 가격인데, 유람선을 타고 한강을 쭉~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짜릿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저렴한 스타페리 타고 침사추이와 센트럴을 왔다갔다 하는 거! 홍콩에 간다면 꼭 해 보세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도 괜찮아요. 홍콩의 밤거리를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있어서 소개할 건데요, 이 곳을 쇼핑이 목적이 아닌 오직 구경을 목적으로 하기에 좋은 곳으로 소개합니다. 바로 1881 HERITAGE라는 곳인데요, 특히 레스토랑들이 홍콩의 분위기에 심취하기 딱 좋아요.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붉고 어두운 조명의 인테리어라서요. 직접 가서 보면 마치 옛날 홍콩 영화 속으로 타임 슬립을 통해 빨려 들어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 거랍니다. 동양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유럽적인 느낌도 나고 말이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외에도 럭셔리 브랜드 샵과 부티크 호텔이 있어요. 하지만 쇼핑은 남의 이야기! 홍콩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상하이 탕이나 IWC(요즘 롤렉스보다 더 인기 있는 고가 명품 시계 브랜드죠), 티파니, 반 클리프 앤 아펠 같은 초고가 럭셔리 샵만 즐비하거든요. 하지만 워낙 고풍스러우면서도 야간 조명이 홍콩에서 가장 예쁜 건물이기에 그런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 해도 눈으로 즐기기만 해도 충분히 근사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거에요. 첫 번째 사진은 1881 헤리티지의 전면부를 밝히는 노란 조명이고, 두 번째 사진은 공중에서 바라 본 1881 헤리티지의 사진인데 딱 봐도 아시겠지만 제가 찍은 사진이 아니고, 그 아래부터가.. ^-^;
옛날에 홍콩 해양경찰청 건물이었대요. 그래서 해적을 수용하던 유치장 같은 것도 남아 있고, 빈티지한 시계탑이나,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멋진 아름드리 나무도 남아 있어요. 그러면서 거기에 유럽의 성이나 왕궁 같은 멋스러움이 공존하는 거에요. 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을 현장에서 보면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끊이질 않아 발걸음이 다른 곳으로 안 떨어지더라고요. 사진으론 1881 헤리티지의 아름다움을 남아내기가 힘들다고 포기!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는, 밤에 정말 예쁜 빌딩이에요. 저는 호텔이 바로 이 근처이기도 해서 2번이나 갔는데요, 건물 전면부에 시즌에 따라 달리 설치되는 대형 조형물 앞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서 찾기 쉬울 거에요. 제가 갔을 땐 거대한 노랑 개와 초록 개가 우릴 맞아 주었어요.
홍콩엔 사실 어디에나 럭셔리 샵이 널려 있죠. 루이뷔통 롤렉스 이런 건 한 블록 건너면 나오고, 또 나오고. 질릴 정도에요. 그러고 보면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아시아 헤드 오피스가 죄다 홍콩에 있잖아요? 우리나라에는 안 들어온, 또는 금세 품절된 인기모델이 홍콩에는 다 있다면서 명품 브랜드 좋아하는 사람들은 홍콩 쇼핑을 그래서 좋아하더라고요. 홍콩이 가격이 싸서 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 전 그런 거엔 통 관심이 없어서.. 오히려 슈퍼마켓을 천천히 돌아보고, 거기에서 소소한 쇼핑을 하는 게 백 배 더 신났더랬어요. 특히 홍콩처럼 세계인들이 모여 사는 곳엔 각종 항신료나 소스, 차(tea) 같은 거 쇼핑하기가 진짜 좋거든요. 그리고 전 향수나 향초(캔들), 바디 로션이나 오일, 홈 디퓨져처럼 좋은 향기가 나는 화장품류에 관심이 워낙 많다 보니 그런 걸 구경할 때도 엄청 신이 났었어요. 맞다~ ‘MARVIS(마비스)’라는 이탈리아 치약 브랜드 아세죠? 치약계의 명품으로 하나에 만 원 훌쩍 넘는 애죠. 전 마비스에서 가글까지도 나오는 줄은 몰랐거든요. 테스트한다고 드링킹할 수는 없었고, 그냥 뚜껑을 열어 가글 향만 맡아 봤을 뿐인데 사올 걸 그랬다며 엄청 후회했어요. 125ml던가? 그렇게 작은 가글 한 병이 대략 2만원쯤이나 하기에 사치스럽다고 안 사왔는데 이전엔 도무지 맡아보지 못했던 상쾌하기 그지 없는 가글 향이 자꾸만 절 아쉽게 해요. 게다가 다 쓰고도 절대 버리지 못할, 마치 향수 병 같은 저 어여쁜 보틀의 자태란~ 으~ 이런 걸 발견하는 것도 여행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죠.
제가 향초나 디퓨져에 진짜 관심이 많은데 그걸 모르던 시절과, 알고 난 후 삶의 질이 달라졌달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좋은 향초나 디퓨져가 많이 들어와 있지 않아 늘상 아쉬워하거든요. 그나마 아시아에서 가장 세계적인 도시인 홍콩이나 되니까 그런 거 구경할 거리가 어찌나 많던지. 작년 봄, 신세계 강남점에서요, 난생 처음 보는 디퓨져였는데 왠지 촌스럽게 생겨서 그냥 지나치려다가요, 내추럴한 새콤달콤 향기로운 꽃향이 너무도 매력적이라 아보데 아로마(ABODE AROMA) 유주 플라워(Yuzu Flower)을 사서 잘 썼거든요. 걔도 파는 거에요. 그런데 가격이 국내 반값. 설마~ 하고 여행 다녀와서 정보를 찾아보니 영국에서도 우리나라 반값., 우리나라에선 왜들 그리 비싸게들 파는지 짜증나요. 물론 향별 재고 관리가 어렵고, 향초나 디퓨져 같은 품목은 관세폭탄도 맞아야 하고, 또 국내 수요가 아직 적기 때문에 그런 여러 부담이 다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겠지만, 이번에 홍콩에서 숱한 캔들이나 디퓨져 구경을 하면서 속상하고 짜증났어요. ‘우리나란 너무 비싸!’ 이러면서.
IFC몰에 있는 TWG Tea매장에도 갔었거든요. 그런데 여긴 한적하게 차를 즐길 곳은 안 되더라고요. 싱가포르 IFC몰에 있는 TWG Tea랑 달리 좁고 천장이 답답해요.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나라 청담동의 TWG Tea 살롱이 더 낫겠더라고요. 그런데 세상에나~ TWG Tea에서조차 향초가 나오는 거에요. 하긴 가장 향기 좋은 차를 파는 브랜드니까 그 향기에 맞춰서 향초를 만든 거 어색하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컨셉은 좋았는데.. 막상 향을 맡아 보니 그냥 쏘쏘~
그리고 전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 즐기는 거 좋아하거든요. 다른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작년 윤주메일에서 에일 맥주 얘길 한 적이 있죠? 맥주의 여러 종류 중에서 ’향기’가 좋은 맥주가 에일이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죠. 그런데 이번에 진짜 맘에 쏘~옥 드는 에일 맥주를 마셨어요.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KAGUA라는 일본의 프리미엄 에일 맥주인데요, 와~ 진짜 제 평생 마셔 본 에일 맥주 중 얘가 최고예요. 더운 나라를 여행하던 중 마셔서 그 분위기에 더욱 취해서 맛과 향이 월등히 좋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 상쾌한 향기로움이 도무지 잊혀지질 않고 미각에 아로새겨져 있어요. 국내에선 전혀 구할 수가 없어서 발만 동동~
아참! 그리고 시티 수퍼에서 카구아 맥주랑 같이 먹을 안주로 일회용 도시락 팩에 담긴 연어를 사왔는데 이게 또 대박! 신선하기만 하다면 훈제연어보단 그냥 생연어가 전 더 좋거든요. 그런데 홍콩 슈퍼마켓에선 진짜 질 좋은 생연어를 팔더라고요. 노르웨이에 가면 도대체 연어가 얼마나 맛있으려고 홍콩에서조차 이렇게 연어가 맛있을까 했거든요. 야들야들한 질감의 차가운 연어 한 점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아이스크림마냥 녹아 내렸어요. 긴 설명 필요 없이 그냥 최고! 호텔 브런치 때 눈 앞에서 잘라 서빙해 준 연어보다, 청담동 유명한 일식집의 연어 한 점보다 훨씬 더 맛있었을 정도! 역시나 여행이란 기분 탓일 지도 모르겠지만 홍콩 연어는 왜 이렇게 맛있냐며 같이 간 친구랑 동시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어요. 제가 경험했던 1회용 팩에 담긴 연어는 하버 시티나 IFC몰에 있는 시티 수퍼, 또는 엘리먼츠 몰 지하에 있는 쓰리 식스티 슈퍼마켓 같은 데에서 살 수 있답니다.
전 특히 하버 시티에 있는 시티 수퍼가 되게 좋았어요. 와인이랑 사케 등의 주류 코너가 굉장히 넓게 자리잡고 있거든요. 워낙 넓다 보니 한 편에는 아예 시음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 저렴한 데일리 추천 와인을 원하는 대로 시음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데 매우 친절했어요. 와인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먼저 다가와 시음을 권유하시더라고요. 다른 물가는 비싸도, 면세지역이기 때문에 와인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거든요. 와인경매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도시 홍콩이지만 비싼 와인 말고 저렴한 와인도 이런 슈퍼마켓에서 다양하고 팔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이 맘에 쏙 들었어요. 화이트 와인 중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난 클라우디 베이, 요즘 전세계적으로 인기잖아요? 것도 우리나라보다 당연히 더 싸고. 시음해보고 괜찮다 싶어 사온 게 Muddy Water Dry Riesling이었는데요, 리슬링은 독일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인데 그 품종을 뉴질랜드에서 들여와 재배해 만든 거죠. 너무 단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 가격 대비 굿!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대충 25,000원쯤밖에 안 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역시 가격 부담 없는 신세계 와인 중에서, 특히 화이트(블랑)로는 요즘 뉴질랜드 와인이 대세인 듯합니다.
그리고 Jean Luc Colombo, Les Abeilles(장 뤽 콜롬보, 레 자베이)라는 화이트 와인이 있었는데 이건 시음도 안 해 보고, 장 뤽 콜롬보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래서 2병 집어 들고 왔던 와인이에요. 이 와인에 대해서 블라블라~ 막 긴 글을 적었었는데, 그 부분을 퇴고하면서 싹둑 잘라내 버렸구요. 너무 얘기가 길어지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이 와인 얘기를 풀어낸 원고는 다음 기회에 다시 다듬어서 단독으로 보내도록 하죠. 저렴한 와인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제 맘을 확 사로잡았다는 힌트만.
전 원래 레드를 주로 마시는데, 더울 땐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 이런 게 딱이잖아요? 이렇게 홍콩에서의 와인 추억을 떠올리니까요, ENOTECA(에노테카)라는 와인 편집샵에서 대낮 오후에 진짜 기분 좋게 샴페인 한 잔 마셨던 걸 잊을 수 없네요. 에노테카는 일본의 와인 편집샵 이름이자 거대 와인 유통사 이름인데요~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원랜 갤러리아의 와인 편집샵 브랜드였거든요. 그러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점점 커지니까 일본 에노테카에서 직접 진출을 했고 그렇게 압구정 CGV 근처에 매장이 있답니다. 홍콩에는 IFC몰에 있어요. 전 아이폰 충전기를 안 챙겨가서 잠깐 핸드폰 충전하러 들렸는데, 굳이 그런 핑계거리가 없다 하더라도 애플 스토어엔 꼭 한 번 들려보세요. 거대한 통창 밖으로 멋진 바다가 펼쳐지는 애플 스토어는 다른 도시에선 만나 볼 수 없을 테니. 그렇게 애플 스토어도 구경하고 그러다 IFC몰에서 에노테카를 보고 샵 인테리어가 모던하니 예뻐서 와인 구경하려고 들어갔는데요, 매장 한 쪽에 작게 바를 만들어 놓고 와인을 한 잔씩 파는 거죠. 젊은 남자 직원들이 친절하기도 하고. 샴페인을 시원하게 칠링되어 있길래 확 땡겨서 오후 대낮에 그렇게 한 잔을 하곤 발그레한 얼굴로 돌아다녔더랍니다. 여행지에서만 즐기는 대낮 음주. 전에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어느 와이너리 정원에서 점심 도시락과 함께 대낮의 와인을 즐겼던 추억이 오버랩되면서 굉장히 행복했더랬어요. 평소와 달리 조금 풀어져도 좋은 게 여행지의 매력이 아니겠어요.
이렇게 2편을 마무리 지을게요. 마지막으로 꼭 소개하고 싶은 매장이 하나 있어서 그 얘기로 마무리할래요. 센트럴의 대표주자 쇼핑 센터가 IFC몰이라면 침사추이엔 하버 시티가 있습니다. 둘 다 없는 게 없는 거대 쇼핑 센터! 제 관심을 사로잡는 매장들은 대개 IFC몰에 있었지만 하버 시티에 있는 스타벅스만큼은 꼭 가보셨음 해요. 1편에서 최고의 커피라며 소회를 적은 IFC몰의 퓨엘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스타벅스의 커피 맛과 향은 별로에요. 허나 커피란 음료는 맛과 향보다 때론 더 중요한 게 함께 한 사람, 그리고 분위기잖아요? 하버 시티 3층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창을 지닌 카페로 두고 두고 기억될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처음 간 날엔 사람이 너무 바글대서 명당 테이블뿐 아니라 앉을 자리 자체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옆에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에 가서 딤섬만 맛있게 먹었었는데.. 돌아오는 날 밤 너무도 아쉬워서 늦은 시각에 다시 찾았더니 매장도 한산하고, 마침 눈 앞에서 이 명당 자리가 나더라고요. 그렇게 저 예쁜 창으로 홍콩 야경을 감상하고 돌아왔답니다. 인테리어가 근사한 스타벅스 매장은 많죠. 최근엔 스타벅스의 탄생지 미국 시애틀은 물론 국내에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생기면서 고급 취향의 드립 커피를 제공하고, 시크 모던의 절정을 뽐내는 매장 인테리어로 차별화를 두곤 하잖아요? 그런 리저브 매장만 해도 인테리어는 멋지거든요. 하지만 세상 또 어디에 이처럼 예쁜 창문을 단 스타벅스가 있을까요? 아니 이렇게 예쁜 창을 지닌 카페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저 작은 창 밖으로 경이로울 정도로 장엄하게 펼쳐지는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풍경, 그건 직접 가서 꼭 느껴보셨음 해요. 제가 CF 감독이라면 바로 이 테이블에서, 비 오는 날 감성적인 커피 CF를 찍음 딱이겠다 속으로 그랬어요. 어설픈 여행객이 찍은 사진만으로도 그 분위기가 조금은 느껴질 것 같죠?
아무 준비도 안 하고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예쁜 창,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감탄하고, 그렇게 푹 빠져 있다 돌아온 경험만으로도 이번 홍콩 여행은 제게 좋았습니다. 아마 제가 홍콩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 창이 이처럼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언제든 맘만 먹음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을 테니. 새삼스럽게 스타벅스의 작은 창 하나에도 큰 의미가 부여되는 건, 거주자와는 다른 여행자의 시선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창을 지닌 스타벅스, 여러분도 꼭 느껴보셨음 해요.
그러고 보니 사람 많은 거리를 너무도 싫어하지만, 홍콩에선 경쾌한 마음으로 그 북적이는 거리를 기꺼이 즐겼더군요. 그 역시 아마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지 도시인들과는 다른 속도로 쉬엄쉬엄 거닐었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게 여행은 장소를 즐기는 것과 동시에 시간을 즐기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사진으로 홍콩 여행을 추억을 정리하다 웃음이 피식 나왔어요. 여행 전엔 ‘중국인들은 왜 그리도~’라는 시각으로 중국인들의 금, 용, 그리고 빨강색 사랑에 대한 열렬한 취향을 촌스럽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여행 후엔 거부감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정도 들어버렸더라고요. 마카오 시티 오브 드림즈 카지노 입구에서 봤던 천장에서 매달린 거대한 황금색 용 사진을 보면서도 이 녀석이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죠. 음~ 그리고 홍콩에 널린 게 명품 샵이고, 그래서 전혀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레인 크로포드 편집샵은 되게 기억에 남아요. 남자들도 세련된 옷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된 행거 사이 사이를 들춰 보며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요. 게다가 미술관에 들어선 듯 감각적인 매장 인테리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건축의 미학이랄까요? 편집샵이나 명품 매장들의 건축이 하나 하나 다 감탄스러웠던 것도 전혀 건축과 관계 없는 저인데도 되게 부러웠어요. 특히 레인 크로포드와 아그네스 비 편집샵을 구경하면서 뭐 하나 산 것도 없지만, 특급 햇살이 매장 내부로 눈부시지 않은 화사함으로 비쳐 들어오는 걸 감탄하며 바라 봤던 제가 있었네요. 아니 에이솝 같은 화장품 브랜드 샵만 하더라도 어찌나 멋지게 인테리어를 해 놓았던지.. 제품 디스플레이 좀 보세요! 화장품이 아니라 무슨 예술작품 오브제 같지 않나요? 저에게 중국은 너무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돈만 많은 나라다 싶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홍콩 다녀오면서 그런 시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또 홍콩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더 그랬겠지만.
2층 버스를 타고 유유자적 홍콩 시내를 돌아다녔던 윤주와 함께, 사진으로나마 홍콩 여행 잘하셨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반 단체사진에 정말 작게 나왔지만 팬티가 찍혀 남자애들에게 놀림 당한 후론 피사체가 되는 걸 너무도 싫어하는 저에요. 하지만 홍콩에서의 제 모습 살짝. 요가로 단련시킨 팔뚝 덕에 저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닐 수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사진 후기를 전할 수 있었네요. 2층 버스가 정말이지 좋았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홍콩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순간, 그리고 홍콩 구석구석을 둘러 볼 수 있어서요. 지저분한 뒷골목과 세련된 앞골목이 공존하고, 호텔보다 더 럭셔리한 화려한 레지던스 아파트 뒤 어딘가에는 또 무섭도록 비싼 땅값의 홍콩에서 몸 하나 겨우 누일 만한 비좁은 곳에서 온가족이 거주하는 홍콩 서민들이 있다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구요. 이 도시가 지닌 멋진 뷰가 몹시도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의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그랬더랍니다. 모두가 동일한 크기의 부와 행복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는 걸 체감하면서요.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홍콩의 극과극을 체험할 수 있는 사진을 보여드리는 거에요. 어쨌든.. 중국이지만 전혀 중국 같지 않은 도시, 아시아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도시이면서 과거의 옛스러움을 곳곳에 남겨 놓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반전 매력의 Hong Kong, 이게 저의 홍콩 이야기입니다.
W호텔 홍콩 키친에서 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홍콩의 한 커플, 도촬을 들킬 새라 휘릭 찍었던 이 사진, 1편에서 살짝 보여 드렸었죠? 저의 다음 여행은 누구와 함께일 지 모르겠어요. 친구일 지, 가족일 지, 아님 혹시 이 까탈스러운 남자 취향에 맞는 짝이 생겨 연인과 함께일 지. 하지만 엽서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이런 미쟝센을 저도 연출할 수 있길 소망하며.. 그렇게 다음 여행을 꿈꾸며, 저의 비슷한 하루 하루에 설렘과 생동감을 오늘도 더해 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여행을 꿈꿨으면 합니다.
첫댓글 지난 크리스마스 남편과 함께 하는 홍콩여행때 윤주님의 메일들을 먼저보고 여행했더라면 또 달라지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과 5개월전 여행인데도 잊혀져가고 있었는데 윤주님 메일 덕분에 홍콩여행을 다시 다녀온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ㅎㅎ 저도 첫번째 홍콩은 친구와 두번째 홍콩은 남편과 다녀왔는데 같은 장소일지라도 누구와 함께이냐에 따라 또 색다른 기분과 감정이 느껴지는 경험이 좋더라구요^^ 여행 또 가고싶어졌어요!ㅎㅎ
반가운 루나 님~ ^^ 와~ 홍콩은 루나 님에게도 그런 의미 있는 장소였군요! 지글지글 뜨겁고 무더운 7~8월은 피해서, 온화한 기후가 매력적인 홍콩, 언젠가 또 시도해보세요. 남편분과 여행경비 차곡차곡 모아서 리츠칼튼 홍콩 1박이라도 시도해보심은 어때요? 저 진짜, 이 호텔 완전 로망이 되어가지구.. ㅋㅋ 아예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아놨어요 리츠칼튼 야경 사진을 힛~ : )
저도 하버시티 스타벅스 너무 좋아요~ 자리잡기가 쫌 많이 어렵다는점 빼고요^^ 사진으로 너무 멋지게 나와서 제가 모르는 다른 스타벅스인줄 알았어요^^ 윤주님 덕분에 저도 지난 홍콩여행이 떠올라 기분이 좋네요^^
그쵸? 저도요. 저 역시도, 자리 잡기가 참 어려운 곳이겠거니 하고 못 앉겠다 싶었다가 그렇게 밤에 들려서 여유롭게 저 명당을 차지하고 앉아 있노라니.. 잠깐이나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어 진짜 되게 행복했어요. 힛~
아 떠나고 싶네요. ^^
홍콩과 마카오 안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인데..그리고 화려하고 멋진 곳만 보여주신 게 아니라 홍콩 서민들의 삶도 살짝 보여주셔서 더 가보고 싶네요. 어디나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미리 여러가지 생각하게 하고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윤주님 덕분에 몇년 전의 홍콩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저는 주로 식료품이나 티매장에서 서성이다가 온 기억이네요.^^
와~ 디모 님도 저랑 취향이 좀 비슷~하신 듯해요. 홍콩하면 주로 명품 매장 브랜드에도 관심 많이 갖던데.. 저 역시도 식료품에 관심이 많아서요~ 힛~
저는 홍콩에 살면서도 윤주님 같은 감성이 없어서 그런지...ㅎㅎ 윤주님 언급하신 곳 다시 한 번 가보렵니다.^^
힛~ 이제 슬슬 홍콩 굉장히 무덥고 습해지기 시작할 때죠? 그래도, 동남아 같은 미친 습기까지는 아니니까.. 그 활기 찬 도시에서의 여름, 에너제틱하게 그리 보내시기를 응원해요!
아,,가보고 싶네요^^
저도.. 또 가보고픈 걸요. 올해 안에! ^^
이상하게 몇 번이나 홍콩여행이 취소되어 저도 여태 한번도 못가봐서 계속 찜해놓고 있다가 윤주님 멜 보고 급 관심 상승! 올 겨울에 윤주님이 언급한 곳 모두 ~~ 여유롭게 다녀올 계획입니다. 겨울의 홍콩은 어떤지. 잘모르겠는데 여름이 좋은지..겨울이 나은지..등등요.^^
어느 도시든 야경은 예쁜가봐요^^ / 여름휴가를 시드니와 쿠알라룸프루로 다녀왔는데요.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홍콩역시 쿠알라품프루와 비슷할거 같지만... 그에 따른 매력도 흠뻑 빠져볼 수 있을거 같아요^^
홍콩여행살짝이준비중인데~해외첫여행으로 홍콩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