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94516 판결
[손해배상(기)][공2022상,97]
【판시사항】
[1]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고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행인수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2]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제3자에 대한 채무액과 같은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기 위한 요건
[3] 갑 소유의 부동산에 채무자 갑, 근저당권자 을 축산업협동조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상태에서, 병이 정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대출금채무를 정이 승계하는 대신 중도금의 전부나 일부로 대체하기로 하였고, 그 후 병이 갑과 체결한 약정에 따라 위 부동산에 관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다음 정 앞으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는데, 정이 대출금채무에 대한 인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갑이 대출금 이자 등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게 되자, 갑이 정을 상대로 병을 대위하여 채권자대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여 병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된 사안에서, 병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심리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에 관한 심리 없이 중도금 지급기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고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한다. 이행인수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한다. 매수인이 인수하기로 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원리금이 늘어났다면 그 원리금이 매수인의 이행인수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액이 된다.
[2]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제3자에 대한 채무액과 같은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기 위해서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해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그와 같은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갑 소유의 부동산에 채무자 갑, 근저당권자 을 축산업협동조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상태에서, 병이 정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대출금채무를 정이 승계하는 대신 중도금의 전부나 일부로 대체하기로 하였고, 그 후 병이 갑과 체결한 약정에 따라 위 부동산에 관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다음 정 앞으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는데, 정이 대출금채무에 대한 인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갑이 대출금 이자 등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게 되자, 갑이 정을 상대로 병을 대위하여 채권자대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병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된 사안에서, 정이 중도금 지급기일에 인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병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갑이 이자 등을 지급한 때 병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게 되며, 그때 병에게 정의 이행인수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병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심리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에 관한 심리 없이 중도금 지급기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0조, 제393조, 제454조 [2] 민법 제166조 제1항, 제390조 [3] 민법 제166조 제1항, 제390조, 제393조, 제45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6. 10. 29. 선고 76다1002 판결(공1976, 9462)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1273 판결(공1997하, 2271)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69270 판결
[2]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22833 판결(공2001하, 1860)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공2020하, 1334)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케이 담당변호사 김종수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김현우 외 1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0. 11. 17. 선고 2019나7312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가 소유하던 인천 미추홀구 (주소 생략) 104호, 107호, 203호(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는 이 사건 각 부동산 등을 공동담보로 채무자 원고, 근저당권자 평택축산업협동조합, 채권최고액 42억 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되어 있었다.
소외인은 2013. 4. 2.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104호를 4억 3,530만 원에, 107호를 4억 원에, 203호를 5억 원에 매도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르면 매매대금 지급기일은 중도금이 2013. 4. 20., 잔금이 2013. 5. 8.이고, 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대출금채무 중 각 호실의 부담부분을 매수인인 피고가 승계하는 대신 중도금의 전부나 일부로 대체하기로 하였다. 소외인은 2013. 5. 9.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자기 앞으로 2007. 1. 17. 약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다음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원고는 2013. 7. 11.부터 2018. 10. 11.까지 평택축산업협동조합에 대출금에 대한 이자와 지연손해금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부담부분을 납부하였다.
2. 손해배상에 관한 주위적 청구(상고이유 제1, 2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위적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제3자인 원고를 위한 계약임을 전제로, 피고가 대출금채무를 인수하기로 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납부한 이자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3자인 원고로 하여금 직접 권리를 취득하도록 하는 내용이 없는 사정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제3자를 위한 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손해배상에 관한 예비적 청구(상고이유 제3점)
가.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고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한다. 이행인수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한다. 매수인이 인수하기로 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원리금이 늘어났다면 그 원리금이 매수인의 이행인수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액이 된다(대법원 1976. 10. 29. 선고 76다1002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1273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69270 판결 참조).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제3자에 대한 채무액과 같은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기 위해서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해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그와 같은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22833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예비적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는 소외인에 대하여 동업 청산 약정에 따라 대출금채무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부담부분의 변제를 청구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소외인의 권리를 대위 행사할 수 있다. 피고는 소외인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대출금채무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부담부분을 인수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이러한 인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소외인은 피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 따라서 피고는 소외인을 대위한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지급한 이자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중도금 지급기일인 2013. 4. 20.부터 상사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지나 2018. 12. 24. 제기되었으므로,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다. 그러나 소멸시효에 관한 원심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소외인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권리는 원고가 이자 등을 지급함으로써 발생한 소외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다. 피고가 중도금 지급기일에 인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외인이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지는 않으므로 소외인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자 등을 지급한 때 소외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게 된다. 소외인은 제3자인 원고에 대하여 이와 같은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면 피고의 이행인수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고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임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가 나중에 채권자대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으로 추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예비적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포함된 준비서면 등이 법원에 제출된 때에 비로소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긴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소외인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심리하여 예비적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된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소외인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해서 손해가 발생한 시점을 심리하지 않고 중도금 지급기일인 2013. 4. 20.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때를 기준으로 그 전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부당이득반환청구(상고이유 제6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평택축산업협동조합에 이자 등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이득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심법원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전부 파기해야 하므로(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622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