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수인(囚人)>,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장편소설, 김주원 옮김, 문학동네, 2012.
이 책을 선정한 <크루>
이 소설은(특히 1부 바람의 그림자) 개인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생시킨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20년도 더 전인 30대 초반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우연히 서점에서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읽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요소인
1. 미스터리 스릴러(음산한 배경 및 인물)
2.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함 (스페인내전 이후 프랑코 독재시절)
3. 매력적인 등장인물(악역포함)들의 사랑,우정,질투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 및 탐욕을 표현
4. 성장소설, 로맨스소설, 판타지적 요소 포함
5. 책을 매개로 미스터리 진행, 액자구조(이야기 속의 이야기)
와 같은 작가가 이야기 했듯이 소설이 갖추어야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총 4부로 거의 20년 동안 작가가 써왔는데 각 부는 독립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은 연결되기 때문에 마지막 4부(영혼의 미로)까지 모두 읽어야 제대로 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선정한 3부 '천국의 수인'은 4부를 위한 도입부에 불과하며 4부에서 훨씬 큰이야기가 진행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오랜 세월에 거처 저자(카를롤스 루이스 사폰)가 책을 출간할 때마다 읽어왔는데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여름숲>
연작소설의 세번째 고리인 이 책은 시대적으로 앞과 뒤의 다른 작품을 연결해주는 역할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작품을 단독으로 놓고 보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소품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은 스페인 근현대사속 고달팠던 시대상을 잘 볼수 있다. 1931년까지 왕정이던 스페인은 선거를 통해 공화파가 집권하고 집권 후의 개혁을 우파정부가 들어서며 되돌리고 이후 프랑코의 쿠테타와 3년에 걸친 내전 그리고 1975년 프랑코 사망까지 독재가 진행되고 이후 과거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였다. 그 과정 중 내전 후 혼란하고 무도했던 인권탄압의 모습을 작품 중 교도소의 모습을 묘사한 것에서 잘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글의 유려한 문체와 등장인물들의 개성(특히 바람의 그림자에서..) 및 탄탄한 구조도 있겠지만 이 작가와 작품이 스페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것도 스페인 국민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면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작인 바람의 그림자를 먼저 읽고 난 후 읽으면 더 풍부한 독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가을햇볕>
현란함을 넘어서 현학적이기까지 한 대화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다.
시대배경이 스페인내전 시기이고 공간적 배경이 바르셀로나여서 당시의 복잡다단한 이념들을 다루었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대단히 흥미있고 가독성 좋은 소설이었다.
저자는 '소설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담긴, 아주 특별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그 목적을 완벽히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소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다 읽고 나서 연작소설이었음을 알았고, 그래서 호기심을 저지 억제할 수 없어 다른 부분도 찾아 읽었고 또 읽고 있다. [천국의 수인] 자체로도 훌륭한 소설이지만 약간 개운한 맛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다른 부분을 차례로 읽어보니 훨씬 더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순서는 아래와 같다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1. 바람의 그림자 1,2
2. 천사의 게임
3. 천국의 수인
4. 영혼의 미로 1, 2
2 -> 1 -> 3 -> 4의 순서로 읽을 것을 권함.
(2는 1의 프리퀄)
<강철>
이 책은 카를로스의 4개의 연작소설들
1. 바람의 그림자 2. 천사의 게임 3. 천국의 수인 4. 영혼의 미로
중의 3번째 책이다.
위의 다른 책은 어떤지 몰라도 이 <천국의 수인>만으로는 책의 느낌과 완성도가 별로다.
기회가 되면 다른 것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이 공화파들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1939년과 여전히 독재정권을 유지하던 1957년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가 없다던 몬주익 언덕(황영조가 마라톤에서 올림픽 금메달 딴 그 곳)의 교도소에서 천신만고 끝에 ‘페르민 로메로 데 토레스’가 탈출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시간이 흐른 1957년에 페르민의 탈출을 도와준 ‘다비드 마르틴’이 페르민이 아들 ‘다니엘 셈페레’와 함께 운영하는 책방에 와서 뭔가를 전달하면서 과거의 교도소 생활들의 사연들이 전개된다.
어차피 프랑코 독재시절의 이야기라 교도소장인 발스의 야욕과 전횡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나중에 어찌어찌해서 문화부장관이 되는데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독재정권이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겠다.
이 책의 배경이 프랑코 총통의 독재 시절인데 그런 이야기는 배경으로 나올 뿐 구체적인 상황이야기는 안 나온다. 그런 혹독했던 시절의 교도소의 이야기는 끔찍했겠지만 가끔씩 나온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프랑코 총통의 독재시대가 종식되고 1970년대부터 스페인이 그나마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남겨진 조상들의 찬란하고 특유의 문화유산 때문에 ‘오버투어리즘’이 될 정도로 외국의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있어 요즘 들어 주민들의 불평이 많다고 한다. 나도 올해 초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다녀왔는데 나름 관광자원들을 짜임새 있게 잘 활용하고 있었고 사회-국가가 전체적으로 활력이 있었고 여유가 느껴졌다.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