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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입학사정관제가 뭐기에…‘자기주도학습’도 과외·컨설팅이 주도
2011.04.03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ㆍ공부 계획 짜주고 문제집·책 골라주며 1대 1 방문 고액 관리
ㆍ사설 자격증도 등장… 일부 학부모 직접 배워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사교육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이지만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두는 자기주도학습 활성화 정책마저 사교육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입시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타깃으로 한 1 대 1 컨설팅이나 개인과외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ㄱ자기주도학습학원 관계자는 3일 “학생의 공부방법과 학습량을 점검하고 중장기 공부계획을 짜 주고 있다”며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학생이 읽을 책도 점검하고 문제집도 골라 주므로 학원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대로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만 들으면 다른 학원은 다니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고, 따로따로 진행되는 과목별 학습 상황을 통합해 학원과 병행하게끔 진도를 짜 준다”고 답했다. 또 “학생의 상황을 봐서 특정 과목의 실력이 부족할 경우 적절한 과외 선생님 소개 등의 대책도 마련해 준다”고 덧붙였다.
이 학원의 수업료는 주2회 1시간씩 한달 8회에 56만원이다. 명문대 출신인 강사들의 수준에 비춰봤을 때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학원 측은 주장했다.
특목고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도 많다. 강남의 ㄴ학원에는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교 1·2학년생들이 많이 등록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필요한 학습계획서와 독서내용, 봉사활동내역 등을 준비하려면 최소 6~9개월은 걸린다”며 “지원 학교에 따라 강습 내용과 비용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자기주도학습은 주 2회 방문에 월 35만원, 학습계획서 교육은 1회당 10만원선”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자기주도학습 학원은 다른 지역으로도 퍼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기주도학습’을 검색하면 서울 지역에만 수십개의 학원과 과외업체가 뜬다. 이들은 ‘공부방법을 바꿔라’ ‘학습이력관리’ ‘공부동기 부여’ ‘1 대 1 학습멘토’ 등의 홍보 문구를 내세워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교육업계 관계자는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될 때만 해도 학원 형태인 ‘자기주도학습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1 대 1 방문 과외가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자기주도학습지도사’라는 사설 자격증까지 등장해 극성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명 학원들이 대학의 평생학습원과 손잡고 마련한 수십만원짜리 자기주도학습지도사 양성 과정에 등록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도사 과정을 이수 중인 김모씨(40·서울 개포동)는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 아이의 학습 습관을 바로잡아주고 입시 준비도 거들어주려고 등록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성천 부소장은 “특목고의 자기주도학습 전형 도입으로 학원가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학원들이 자기주도학습으로 금세 포장을 바꾸고 여기에 또다른 사교육 세력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부소장은 그러나 “지난해 고교 입시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이 개입할 요소가 실제로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관해 사교육업체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사실이 아닌 것이 많다”고 말했다.
▲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워 공부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학습. 교육과학기술부가 권장하는 고교 입시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계발된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가진 학생을 뽑자는 것이다. 교육청이 위촉하는 입학사정관이 내신성적과 서류(학습계획, 독서기록, 봉사·체험활동 등), 면접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외부 수상실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한겨레] 무상급식·교육이 물가 5%상승 막은 ‘수비수’
2011.04.03
3월부터 초등 무상급식 확대·전문계 고교 무상교육
'급식비 납입금 하락' 소비자물가 0.3%정도 낮춘셈
지난 1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전년 동월 대비)였다. 물론 한국은행 물가목표 상한(4%)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수치지만, 5%를 뚫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물가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애초 채권시장에서 예상한 수치는 4.9% 정도였고, 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며 "생각보다 낮은 수치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에는 금융시장 전문가들조차 고려하지 못했던 두 가지 '변수'가 작용했다. 3월부터 실시된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와 전문계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그것이다. 두 조사대상의 수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0.3%가량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학교급식비' 항목은 전년 동월 대비 21.3% 하락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3월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지자체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급식비가 포함되는 '외식비' 상승률은 2월 3.5%에서 3월 3.0%로 주춤해졌고, 전월보다는 오히려 0.4% 하락했다. 학교급식비가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9.8)를 고려해 계산해보면, 무상급식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 정도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계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전문계고 학생 전원에게 수업료·입학금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지난해 정부가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납입금' 항목이 전년보다 17.3% 하락했고, 납입금이 포함된 '공공서비스' 상승률도 2월 1.2%에서 3월 0.6%로 낮아졌다. 고등학교 납입금 가중치(7.9)를 적용해 계산해보면, 전문계고 무상교육 덕에 전체 물가상승률이 0.13% 정도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두 제도 변화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3% 정도(전년 동월 대비) 낮춘 셈이 된 것이다.
염상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두 정책변화가 없었으면 3월 소비자물가는 5%를 넘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동안 물가상승률을 상당히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채권딜러는 "물가는 3월에 정점을 찍고 4월부터는 조금씩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두 변수가 이런 추세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5%라는 상징적 숫자는 막아준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자체들의 무상급식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전문계고 무상교육도 지난해 '친서민' 바람에 밀려 마지못해 도입했다.
두 제도가 실제 물가수준을 낮추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돈을 내는 사람만 가계에서 지자체·정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은 집행부는 무상급식과 물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무상급식은 급식가격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용지출의 주체만 가계에서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이므로 실제 인플레이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다만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하는 효과는 있다"고 밝혔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경향] 등록금 뛰는데… 교육여건은 ‘뒷걸음’
2011.04.04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ㆍ전임교원·도서관 환경 악화, 학업중단율은 갈수록 늘어
한국은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 등록금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대학 등록금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다보니 등록금이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 내 교육여건은 오히려 후퇴하는 추세를 보이는 분야가 많다. 대학들이 학생들에게서 걷어들이는 등록금을 비롯해 정부의 재정보조 등 ‘수입’과 이 돈을 분배하는 ‘지출’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0 대학교육 현황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2006~2007학년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의 국·공립대 및 대학원(석사)의 연평균 등록금은 4717달러(미국 달러 기준 구매력지수 환산액)로 미국(5943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사립대 및 대학원(석사)의 연평균 등록금도 미국이 2만1979달러로 1위, 한국은 8519달러로 2위였다.
같은 보고서에 등장하는 대학 도서관 좌석당 학생 수는 거꾸로 가는 대학의 교육여건을 보여준다. 재적 학생 수를 기준으로 2002년 좌석당 5.7명이었으나 2010년엔 6.0명으로 늘었다.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3.9명에서 4.1명으로 늘어난 것은 마찬가지다.
교육여건을 가늠하는 핵심지표인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수도 되레 늘었다. 일반대의 경우 2000년 32.2명이다가 2005년 29.5명으로 개선되는가 싶더니 2010년엔 36.2명을 기록했다. 산업대 역시 같은 기간 48.9명→44.4명→68.9명을 기록했고, 전문대도 51.2명→44.1명→61.2명의 궤적을 그려왔다.
살인적인 등록금, 하락하는 교육환경,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대학생들을 옥죄는 ‘3중고’는 높은 학업중단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4년제 대학의 경우 1990년 학업중단율은 1.5%였으나 2000년에는 3.6%로 2배 이상 늘었고, 2010년엔 4.0%를 기록했다. 전문대는 90년 2.3%, 2000년 4.6%, 2010년 7.3%의 학업중단율을 보였다.
[경향] 대학은 대답 없고… 농성·수업 거부 ‘투쟁 강도’ 세진다
2011.04.04
정희완·김형규
ㆍ고려·이화여대 등 ‘등록금 인상 저지’ 집단행동
대학가의 등록금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수년 만에 성사된 학생총회에서 결집된 일반 학생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수업거부와 점거농성 등 행동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4일 ‘채플’(기독교 예배) 수업을 거부하는 공동 행동을 시작했다.
총학생회 집행부를 비롯한 학생 400여명은 예고한 대로 이날 오전 10시쯤 채플 수업이 열리는 대강당 앞에 모여 ‘채플 거부 선포대회’를 열었다. 신입생에 대한 차별적 등록금 인상 철회, 학내 복지 향상 등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 측이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미션스쿨(기독교 학교)인 이화여대에서 채플은 필수과목으로,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학생들의 채플 거부는 이화여대 125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대 총학생회는 이번주 내내 채플 수업이 열리는 동안 대강당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류이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미션스쿨에서 상징적으로 여겨지는 채플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학생처 건물을 점거해온 고려대 학생들은 이날 본관 총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고려대에서 총장실이 점거된 것은 6년 만의 일이다. 학생들은 5일부터는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 야외농성도 병행한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 철회를 핵심으로 하는 10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고려대 학생들은 일단 6일까지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인 뒤 학교 측에서 반응이 없을 경우 7일 오전 ‘총궐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 학생들은 이후 삭발과 단식농성, 수업거부 등 학교 측을 압박할 다양한 투쟁방식을 검토 중이다.
유지영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10대 요구안의 첫 번째가 등록금 문제”라며 “일단 등록금 계열별 차등책정 근거를 공개해야 하고, 근거가 합당하지 않을 경우 차등책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30일 학생총회에서 본관 점거를 의결한 직후 본관 1·2층과 총장실, 각 처장실을 포함한 9개 사무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올해 등록금 3.9% 인상안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7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등록금 투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결정한다. 서강대는 지난달 30일 22년 만에 개최한 학생총회에서 ‘등록금을 2.9% 올리되 장학금과 학생지원금을 높이자’는 학교 측 제안을 거부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업을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5일 등록금 문제와 자치권문제 등 요구안 실현을 위한 문화제를 연다. 숙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약대만 7% 인상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역시 학교 측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6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개최, 이후 단식투쟁 등 투쟁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방침이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다음 투쟁계획을 모색하기 위해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 역시 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4월 임시국회에서 등록금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정치권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한대련은 전국 대학생 삼보일배, 삭발투쟁 등의 일정을 짜고 있다. 김동규 등록금넷 조직국장은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국회의원들과 협의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재정 마련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과도한 사교육때 우울증 아이 급증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2011-04-04
과도한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서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현주 교수팀은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초등학교 5곳의 1학년 학생 761명을 대상으로 사교육과 아동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해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정신과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최근호에 실렸다.
‘소아행동평가시스템’을 통해 부모가 직접 평가한 아동 정신건강과 사교육의 상관계수는 우울증(0.137)이 가장 높았고 이어 과잉행동성(0.092), 공격성(0.073), 문제행동(0.073) 등의 차례였다. 이 수치가 클수록 두 요인 사이의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사교육 시간과 가장 뚜렷한 관련성을 보인 우울증의 경우 하루 4시간 이하의 사교육을 받은 아이 가운데 10%가량이 우울증상을 보인 반면, 4시간이 넘는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30%를 웃돌았다. 연구팀은 “하루에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흥미로운 점은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아이의 경우 사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더 길었다”며 “이는 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이 아이의 정신건강과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105곳 문닫거나 비상경영 위기 ‘死립대’
2011-04-05
국내 사립대학 105곳에서 부실 징후가 포착됐다. 사립대 3곳 중 1곳꼴이다. 특히 100%를 웃도는 사립대 평균 충원율이 10년 뒤에는 75%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부실 확산이 우려된다.
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입수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사립대 경영진단’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27곳이 전체 A~D 4개 등급 중 가장 낮은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는 강제 퇴출 등이 필요한 ‘부실대학’을 뜻한다. 또 C등급 대학은 78곳으로, 정원 감축이나 학과 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부실징후대학’에 속한다. 따라서 전체 사립대 292곳 중 35.9%인 105곳이 당장 문을 닫거나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얘기다.
경영진단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뤄졌다. 대학별로 ▲교직원 인건비 ▲등록금 의존율 ▲신입생 충원율 등 11개 지표로 구성된 재정·교육 여건이 감안됐다. 다만 해당 대학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김 의원이 교과부·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사립대 예상충원율을 분석한 결과 5년 뒤인 2016년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을 밑도는 ‘역전 현상’이 처음 발생한다. 10년 뒤인 2021년에는 입학정원 대비 미달인원이 무려 12만 7282명에 이른다. 이 경우 내년에 108.6%로 예상되는 사립대 충원율은 2016년에는 99.9%, 2021년에는 74.1%까지 떨어진다. 김 의원은 “국·공립대의 경우 입학정원 미달현상이 없는 상황에서 사립대 정원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무더기 미충원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충격은 사립대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등록금 의존율)은 70% 정도다. 충원율이 떨어지면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거나, 반대로 가장 큰 지출 항목인 교수들의 연봉을 깎아야 한다. 대학 정원을 줄일 경우 충원율은 높게 유지되겠지만, 부실을 감추는 ‘착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듯 부실 대학의 줄도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미흡하다. 교과부가 부실 대학 정리를 위해 지원하는 수단은 ‘부실 사립대 경영컨설팅’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이마저도 예산이 지난해 60억원에서 올해 40억원으로 30% 이상 깎였다. 지난해 5월 발의된 ‘사립대 구조개선 촉진·지원법’도 1년 가까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교수신문] 직급 오를수록 격차 커 … 1천만원 넘는 대학도 5곳
국립대 교원 성과급 격차 평균 597만원
2011. 04.05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올해 신규 임용 교수부터 국립대에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국립대 교원 성과급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은 교수와 가장 적게 받은 교수의 차이가 1천900만원이 넘는 대학도 있었다. 성과급 격차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컸지만 그 격차는 부교수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정책연구를 맡겼던 『국립대학 교원 업적평가 현황 분석 연구』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전국 40개 국립대학에서 2007~2009년 개인별 성과급 지급 내역을 받아 그 실태를 분석했다. 성과급 지급 유형은 직급에 따라 금액을 차등하면서 6등급 이상으로 나눠 지급하는 경우가 18개 대학으로 가장 많았다. 직급별로 차등하되 5등급 이하로 나눈 대학이 11곳, 직급을 구분하지 않고 6등급 이상으로 나눠 지급한 대학이 7곳이었다. 직급을 구분하지 않고 5등급으로 나눠 지급한 대학은 한국방송통신대가 유일했다.
개인별 성과급 지급 격차를 분석한 결과 2007년 443만원에서 2009년 597만원으로 약 3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지급 격차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직급은 부교수였다. 2007년 328만원이던 성과급 격차가 2009년에는 485만원으로 무려 47.9%나 증가했다. 교수는 2007년 400만원에서 2009년 513만원으로 28.2% 격차가 증가했고, 조교수 및 전임강사는 317만원에서 402만원으로 26.8% 증가했다.
성과급 지급액 차이 자체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크다. 2009년을 기준으로 보면 교수는 최고-최저 성과급의 차이가 513만원이었지만 부교수는 485만원, 조교수 및 전임강사는 402만원이었다.
대학별로 보면 성과급 격차가 가장 큰 대학은 지역거점 대학인 ㅂ대학이다. 2009년의 경우 평균 1천94만원의 격차가 났다. ㅂ대학의 경우 조교수 및 전임강사는 성과급 격차가 386만원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부교수는 1천918만원, 교수는 1천913만원의 격차가 벌어졌다.
ㅂ대학을 포함해 성과급의 지급 격차가 평균 1천만원을 넘는 국립대가 5곳이나 됐다. 또 다른 ㅂ대학이 1천370만원 차이가 났고, ㅅ대 1천24만원, ㅎ대 1천223만원, 또 다른 ㅎ대 1천197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수 직급에서 성과급 격차가 1천만원이 넘는 대학은 4곳, 부교수 직급에서는 3곳이었다. 조교수 및 전임강사 직급에서는 ㅎ대학만 유일하게 1천만원을 넘었다(1천35만원). ㅎ대학은 전체 평균 격차도 1천만원을 넘었는데(1천197만원), 교수는 격차가 391만원인 데 비해 부교수 1천180만원 등 직급이 낮을수록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자료를 제출한 36개 대학 가운데 81%인 29개 대학이 교수 업적평가 결과를 성과급 지급에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업적평가를 성과급 지급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은 강원대, 목포대, 부경대, 서울대, 한경대, 서울교대, 한국교원대 등 7곳에 불과했다. 교수 업적평가 결과를 연구비 지급 결과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은 전북대와 금오공대, 서울과학기술대, 진주산업대, 공주교대, 진주교대 등 6곳이었다.
연구 책임을 맡은 나민주 충북대 교수는 “비율만 놓고 보면 지금도 국립대 성과급이 사립대보다 더 세게 운영되고 있다”라면서도 “정부가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가 제도 취지대로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한겨레] “여섯달만에 교과서 만들라니…부실 불보듯”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2011-04-05
교과부, 개정교육과정 교과서 도입 1년 앞당겨
출판계 동시교체도 검토…출판계 "무리한 요구"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시작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를 애초 계획보다 1년 빠른 2013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교과서 출판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5일 교과부와 출판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과부는 지난달 중순 출판업계와 새 교과서 도입 일정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애초 2014년으로 정해져 있던 초·중학교의 새 교과서 적용 시기를 2013년으로 1년 앞당기고,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이뤄지던 교과서 교체도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의 ‘새 교과서 적용 일정 검토 협의회 회의록’을 보면, 교과부는 2013년 적용을 전제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별 교육과정을 올해 8월 초에 고시하고, 국·검·인정 교과서 구분고시 및 검정 실시 공고를 8월 말에 한 뒤, 교과서 검정 신청 접수를 내년 3~4월에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적용 대상은 초등학교는 1·2학년이고, 중학교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로 도입된 집중이수제(한 과목의 수업을 6학기 중 특정 학기나 학년에 몰아서 하는 제도)를 감안해 전 학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출판업계는 교과부의 일정 조정에 대해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검정교과서를 출판하는 ㄱ업체 관계자는 “교과부 일정대로라면 8월 말에 교과별 교육과정이 확정된 뒤 길어야 6개월 안에 새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교과서가 부실하게 제작될 수밖에 없고, 출판사와 교사, 학생 모두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ㄴ업체 관계자는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바꾸던 중학교 1~3학년 교과서를 한꺼번에 바꾸면, 출판업계 사정상 경험이 적은 사람까지 개발에 참여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검정교과서를 출판하는 98개 업체는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만들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ㄷ업체 관계자는 “출판업계 대표들이 호소문을 회람하며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호소문에는 교과서 부실 제작 우려와 급하게 바뀐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출판업계의 어려움 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교과서기획과 관계자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부터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적용되면서 교육과정에 맞는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 서울 특목·자율고 ‘학생부 조작’ 사실로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2011-04-05
ㆍ‘다소 다혈질적인 면’ → ‘올곧은 성품이 돋보임’… 빈 칸엔 ‘다양한 독서’
ㆍ교육청, 23개교 1261건 적발·220여명 징계
서울지역의 상당수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에서 고3 수험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무단으로 정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서울시내 308개 고교 가운데 학생부 정정 건수가 많은 30개 학교를 선정해 감사를 벌인 결과 23개교에서 1261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학생부 부실관리와 관련해 교장·교감·교사 29명을 경징계(감봉·견책)하고, 198명에 대해선 주의·경고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감사 결과 학생부 정정은 일반계고보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에서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대상 30개 고교 가운데 특목고 11곳(외고 6곳·국제고 1곳·과학고 2곳·예술고 2곳), 자율형 사립고 9곳, 일반계·특성화고 2곳, 자율형 공립고 1곳 등에서 학생부 무단정정 사례가 발견됐다.
주로 대입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진로지도(550건)나 독서(359건), 특별활동상황(268건), 봉사활동(8건) 등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추가 입력 또는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학생부 기록이 중요해지면서 고1·2 때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입시에 유리하게 바꿔준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소 다혈질적인 면이 있으나 남자다운 멋과 의리가 있음. 자신의 감정을 조금만 더 조절한다면…’은 ‘남자다운 멋과 의리가 있고 올곧은 성품이 돋보임’으로 바뀌고, 아예 빈 칸으로 남아 있던 창의적 재량활동 영역은 ‘다양한 독서와 이를 바탕으로 글을 작성’했다는 내용으로 탈바꿈했다. 특정 직종의 꿈을 장기간 키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1학년 때 외교관, 2학년 때 교수, 3학년 때 교수’였던 장래희망을 1~3학년 모두 ‘교수’로 통일하는 식으로 장래희망을 수정하는 등의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3학년 담임교사가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부 문제는 학교에 대한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인 만큼 앞으로도 감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부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자 서류 무단정정 행위를 ‘학생 성적 관련 비위’로 분류해 관련자를 중징계한다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외고 재단 이모 전 이사장과 감사 2명에게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학교 법인카드를 백화점이나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등 생활비 명목으로 3억1000만원을 썼다. 이 전 이사장 일가가 2005년부터 이런 식으로 빼돌린 돈은 17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되면서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교육청 감사가 시작될 때까지 이사 신분은 유지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측이 7일까지 이 전 이사장 등이 저지른 비리를 바로잡고 손실액을 회수하지 않을 경우 현 이사장과 이사 6명의 임원 취임 승인도 취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지난10년, 물가 31% 뛸때 국립대학등록금 최고 83% 올라
2011-04-06
지난 10년간 등록금, 물가 상승률의 2~3배 올라
국립대 등록금은 지난 10년간 1.8배나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견줘 2.6배나 상승폭이 크다.
6일 국회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학생 1인당 등록금 변동 추이’를 보면, 2001년 국립대와 사립대의 1년 등록금은 각각 243만1100원, 479만7100원이었다. 2010년 등록금은 국립대가 444만3800원, 사립대가 753만8600원이다. 10년 새 국립대는 82.8%, 사립대는 57.1%가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31.5% 올랐다. 라면값은 56.2%, 자장면값은 47.3%, 영화관람료는 24.9% 올랐다. 다른 물가보다 대학 등록금이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예산을 ‘뻥튀기’해 교비회계에서 이월적립금을 쌓아두는 사립대의 욕심 △교육여건 개선보다 건물 신증축 등에만 집중하는 사립대의 지출구조 △기성회비를 올리는 데 제약이 없는 국립대의 수입구조 등을 근본 원인으로 들고 있다.
예산 뻥튀기는 사립대가 예산을 짤 때 수입은 실제보다 낮춰 잡고 지출은 많은 것으로 계획을 세워, 실제 연말 결산 때는 학교마다 수백억원의 돈을 남기고, 이를 고스란히 이월적립금으로 축적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수도권 26개 대학 누리집에 공개된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이 2009년 실제 수입에서 지출하고 남은 돈은 8318억원이나 됐다.
또 대학들은 토지 매입과 건물 신증축 등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데에도 등록금을 썼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전체 사립대가 2009년 한 해 토지와 건물 매입비, 건물 신축비에 들인 비용 1조2000억여원 가운데 사학법인 부담금은 10.8%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원인으로는 국립대 ‘기성회비’가 주범으로 꼽힌다. 국립대 수입은 정부의 일반회계에 편입되는 수업료와 대학 자체 수입인 기성회비로 구성되는데, 대학 자율화의 일환으로 2002년 법이 바뀌면서 국립대가 기성회비를 올릴 수 있게 됐다. 2010년 현재 국립대 연평균 등록금 444만여원 가운데 기성회비(363만원)의 비율은 81.8%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 대학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의 공공성을 위해 국가 보조금 지출 비율을 늘리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대학 교육비의 76.9%를 민간이 부담하고, 정부 부담은 23.1%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민간부담률이 가장 높다. 오이시디 평균은 34.8%에 불과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립 초·중·고교에 국가 교부금을 통해 재정을 지원하듯이 사립대에 재정을 지원하고 그만큼 등록금을 인하하면 된다”며 “이는 사립대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연합] 고교 수학여행 '유전 해외, 무전 국내'
2011.04.06
'빈부격차' 비교육적 행태 지적..해당학교 "문제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전국 일부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자발적 신청, 학과 특성에 따른 체험학습 등을 이유로 국내와 중국과 유럽 등으로 행선지를 나눠 수학여행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시.도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테마학습 차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수학여행조차 가정 형편에 따라 가야 하는 비교육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전국 시.도교육청과 일부 학교에 따르면 대구 A고교는 다음달 말부터 6월초 사이 2학년들을 3그룹으로 나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베이징으로 여행을 가는 학생들은 37만여원, 제주도는 20여만원의 경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국내 여행과 국외 여행으로 그룹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서울 B고등학교 2학년도 다음달 중순 250여명은 제주도로, 나머지 학생 가운데 150여명은 중국 상하이, 100여명은 베이징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경비는 제주도가 30여만원, 중국이 60여만원이다.
이 학교 역시 학생들의 선호도 조사를 거쳐 국내외 국외 여행으로 팀을 나눴다고 말했다.
경북 C고교 역시 2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중국팀(280여명)과 유럽팀(40여명)으로 나눠 실시하기로 했다.
학교측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을 못가겠다고 밝힌 일부 학생에 대해서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산의 D고교는 140여명의 학생은 중국으로, 360여명의 학생은 제주도로 오는 6월 중순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다.
학교측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은 해외 관광 및 여행 등과 관련된 학과 학생들"이라며 "실무와 관련된 테마학습 여행의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부 학교의 '따로 따로' 수학여행에 대해 일부에서는 "옆 친구처럼 해외 여행을 가고 싶어도 결국 돈이 없어 국내로 수학여행을 가야하는 학생이 있을 것 아니냐"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조차 빈부의 격차를 느끼며 가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한 학교 학생들이 주제에 따라 소그룹으로 나눠 국내 여러 곳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같은 학교에서 국내외로 나눠 여행하는 것은 빈부격차를 느끼게 할 수있는 비교육 처사"라고 밝혔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도 "소그룹으로 테마여행을 하는 것을 권고했지만, 한 학교에서 국.내외로 나눠 수학여행을 추진하는 것은 위화감을 줄 수 있어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 A고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국내외로 나눠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해 "경제적 차이에 의한 것도 있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경북의 C고교 관계자도 "중국과 유럽으로 나눠 여행하는 것은 학생들의 필요와 관심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경제적 관점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주제별로 수학여행을 나눠 실시할 필요도 있다"며 "해당 학교에서 사전에 학생.학부모와 충분히 협의해 결정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kwang@yna.co.kr (끝)
[뉴시스] '주5일제 수업' 전면시행…학부모들 "홀로된 아이·사교육비 증가우려"
2011-04-07
【서울=뉴시스】사건팀 =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현재 격주로 시행되고 있는 '주5일제 수업'을 매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맞벌이 부부 가정의 교육 문제와 저소득층 자녀들의 문제,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이모(42)씨는 "아이들은 쉬는 날이 늘어 좋겠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며 "주5일 수업이 전면 확대되면 토요일에도 학원을 보내야 되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주말 여행도 갈수 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은 좋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면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사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을 대신 돌봐주는 등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이모(50)씨는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시기에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특히 공교육에만 기대고 있는 저소득층 학생 부모들은 자녀들을 집에만 방치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사교육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학부모와 선생님,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성급하게 결정해 사교육 시장만 더 확대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5일제 수업이 확대될 경우 매주 토요일 학교대신 학원을 보내게 돼 사교육 비용만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두고 있는 이모(45)씨는 "돈 많은 학생들은 학원을 가거나 차별화된 활동을 통해 주5일제 수업을 보다 능률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다들 사교육을 하는데 우리 아이만 보내지 않는다면 불안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40·여)씨도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게 되면 아이를 맡길 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학원이나 과외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늘어나는 교육비를 감당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모(42·여)씨 역시 "아이가 주말에 학교를 안 가면 학교에서 못해주는 공부를 해줘야 된다는 부담이 든다"며 "수업 일수가 줄어들면 학교 교육이 더욱 부실해져 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사교육비가 크게 늘 것 같아 부담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you@newsis.com
[한겨레] 카이스트 ‘차등 수업료’ 폐지 방침
2011-04-07
총학 “성적따라 액수 달라 무한경쟁 부추겨” 비판
잇단 자살 원인 지목…총장, 학생들과 내일 간담회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올해 들어서만 재학생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차등 수업료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거나 크게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서남표 총장이 결단하면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도 “학생들이 바라는 대로, 긍정적으로 문제가 풀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카이스트는 2006년 서 총장이 취임한 뒤 이듬해부터 학칙을 개정해,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일부 또는 전액 내도록 하는 차등 수업료 징수제를 시행해왔다. 그 이전까지 학생들은 수업료 전액을 국비 장학금으로 면제받았다. 이번 학기에 적용된 수업료 정책을 보면, 학기당 평점(4.3 만점)이 3.0 미만이면 0.01학점당 6만3000원씩 수업료를 내야 한다. 성적이 미달된 첫 학기엔 학생이 내야 하는 수업료의 절반을, 다음 학기에 또 미달하면 4분의 3, 세번 연속 미달 때는 전액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총학생회는 “이 제도가 학내 무한 성적경쟁을 부추기고 공동체·협동문화를 위축시킨다”며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다. 학교 쪽은 지난달 29일 장아무개(25)씨가 올해 들어 세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비상특별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마련해왔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말 학교 쪽에 △차등 수업료제 폐지 △등록금심의위원회 설립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한 평가보고서 작성·공개 등 12가지 요구안(표 참조)을 냈다. 총학생회가 지난 1월 ‘로봇영재’ 조아무개(20)씨의 자살 뒤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재학생 64%가 ‘현행 수업료 정책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서 총장은 총학생회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8일 저녁 교내 창의관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서 총장이 학생들과 직접 토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며, 이때 차등 수업료제 폐지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학생회 쪽은 “서 총장 취임 뒤 5년 동안 줄곧 요구해온 사항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신입생 이아무개씨는 지난 4일부터 본관 앞에서 서 총장의 학교 정책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 총장은 지난 4일 학교 누리집에 글을 올려 “최근 발생한 학생들의 죽음에 대해 총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글에서 “가중된 압박감은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는 등의 표현을 써, 학생들로부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학생의 나약함만으로 몰아간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조선] 의대 가려고 外高 가는 학생 점점 많아져
2011-04-07
전국 외고 30개교 분석 수험생 거의 절반이 자연계 과목 택한 학교도
일부학교, 이과반 편법 운영… 안양외고에선 올해 53명이 의대·한의대 입학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의대 등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 일부 외고에서는 지난해 고3 수험생의 40% 이상이 수능시험에서 자연계 선택 과목에 응시했다. 이에 따라 당초 외국어 영재나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외고 설립 목적과 달리 '외고가 의대를 가기 위한 수능 실력을 키우는 학교'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6일 '2011학년도 고교별 수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외국어고 졸업생 중 12.5%가 수리탐구Ⅱ(사회·과학)영역에서 사회 과목 대신 과학 과목을 선택했다. 수리탐구Ⅰ(수학) 영역에서도 외고생의 12.2%는 학교에서 배운 '수리 나' 영역이 아닌 자연계 학생들이 배우는 '수리 가' 영역을 선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소재 외국어고 재학생들의 '수리 가' 영역, 과학탐구 선택비율이 각각 23.9%와 24.0%로 가장 높았다. 그 중 안양외고와 고양외고는 고3 수험생의 49.6%와 45.9%가 과학탐구 선택 과목에 응시했다.
올해 외고 졸업생들이 외국어고 입시를 치르던 2007년 당시 교육 당국은 '외국어고 졸업생들은 동일계열(어문계열) 진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외국어고에서는 자연계 교과목을 정규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먹히지 않으면서 정부의 외고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본지 조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외고를 졸업하고 올해 수도권의 한 의대에 입학한 외고 졸업생 A씨(20)는 "중학교 3학년 때 외고에서도 '이과반'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의대 진학에 유리할 것 같아 외고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외국어고에서는 정규 교과 과정에 물리·화학 등 과학 선택 과목이나 자연계 수학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공계 지망 학생들이 외국어고에 들어간 이유는 자연계 과정이 있는 일반고보다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외고 진학이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외고들이 홈페이지 등에 공시한 진학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일부 외국어고의 의치대·한의대 진학 실적은 자연계열을 운영하는 일반계 고교보다 월등했다. 경기도 안양외고는 졸업생 53명을 의대·한의대에 입학시켰고, 경기도 고양외고와 경기외고 역시 각각 28명과 23명을 의·치·한의대에 합격시켰다고 발표했다.
일부 외국어고는 교육 당국이 금지한 '이과반'을 편법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중3 학부모는 "지난해 외고 입시 설명회를 갔더니 아예 '우리 학교는 의대에 많이 진학한다'며 이과반 운영을 대놓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입시 정보기관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아직 성장기에 있는 고등학생들은 희망 진로가 수시로 바뀌다 보니 외국어고에 입학하고 나서 대학 입시는 자연계열로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학생들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1984년부터 어학 영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특수 목적 고등학교. 1992년 3월 구(舊) 교육법(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서 설립 목적을 '어학 영재 양성'으로 규정했으며, 지난해 6월 말 법 개정에서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으로 목적을 바꿨다. 2009년에는 33개교에 달했다가 지난해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고가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는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경향] 초등 수학 교과서, 어른도 쩔쩔매는 문제 수두룩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2011-04-07
ㆍ창의력 키운다며 무조건 “왜” 질문만
ㆍ학부모 “우리 애만 모르나” 답답한 교사들 책 펴내
ㆍ사회 책엔 상류층 집만 계층 위화감 조성 내용
“장관님은 왜 ‘21÷3’의 답이 ‘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실 수 있으세요? ‘527+694’가 ‘1221’이라는 것을 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까?” (한 학부모가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가끔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가 잘 모르겠다며 수학 교과서를 가져왔는데, 본인도 문제를 못 풀어서 쩔쩔맨 순간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 6명이 <교과서를 믿지 마라!>(바다출판사)라는 책을 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충북 비봉초등학교 신은희 교사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초등학생인데 교과서가 왜 이렇게 어렵냐. 우리 애만 이해를 못하는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 현장의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책까지 내게 된 이유다.
어른도 풀기 어려운 초등학교 2학년 수학문제.
교과서는 또 창의력을 향상시킨다면서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를 상투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3학년 1학기 교과서를 보면 ‘영주가 사과 6개를 한 봉지에 2개씩 담습니다. 몇 봉지에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사과그림 6개 제시)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답은 ‘3봉지. 직접 담아보니까’ 정도다. ‘몰라’ ‘그냥’이란 답변도 수두룩하다. 저자들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답에 생각을 물어보고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답답해하면서 흥미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발달과정 무시한 뒤죽박죽 순서 = 아이들은 2학년이 되면 336+328-297 같은 세 자리 숫자 계산을 해야 한다. 3학년이 되면 7131-4285+3696 같은 네 자리 숫자 계산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계산 원리는 정작 4학년 때부터 나오면서 36+60-52로 더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한다.
3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 137쪽에는 ‘395초=6분35초’라는 계산식이 나온다. 이는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 개념을 알면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개념은 다음 학기인 2학기에야 나온다. 직전까지만 해도 ‘12÷3’ 같은 한 자리수 나누기를 배웠을 뿐인데 갑자기 중간 과정을 건너뛰는 셈이다.
수학뿐이 아니다. 사회 3학년 1학기 교과서 16쪽은 ‘우리 고장의 자연환경’을 아직 배우지 않은 개념인 ‘지형’과 ‘기후’로 나누라 하고, 17쪽은 곧바로 미국과 네덜란드의 지형을 알아보자고 나온다. 저자들은 “산, 들, 하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세계 지형과 기후를 공부하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슬기로운생활 2학년2학기 6단원에 언급된 ‘우리 집이 좋아요’ 단원의 예시 가옥.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내용도 있다. 슬기로운생활 2학년 2학기 6단원에는 집의 모양과 쓰임을 배우는 ‘우리 집이 좋아요’ 항목이 나온다. 그런데 교과서에 제시된 사진에는 넓은 기와집과 근사한 단독주택 등 상류층의 부유한 집들만 등장한다. 저자들은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몇 명이나 이런 집에서 사는지 교과서 만든 사람에게 따져묻고 싶다”고 말했다.
◇교과서 제작 구조 바뀌어야 = 교과부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는 수학 교과서를 더욱 쉽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교과서 제작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정부가 현재 편찬 작업 중인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도 비슷한 문제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먼저 교과서를 만드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보통 교과서를 제작하는 기간은 1년 정도로 잡는다. 그러나 연구진을 공모하고 꾸리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순수하게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동 발달과정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짜여져야 하는 초등교육과정의 특성이 무시되고 있다.
신 교사는 “2007 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정부는 교사들에게 설문지를 돌리는 것으로 대체하고 제대로 된 검토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든다더니, 이제는 초·중학교 영어 목표를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으로 잡는 등 교육과정 목표 자체가 너무 높아 교과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안은 임금삭감 '개악'안"
2011.04.07
교과부 4% 인상안, 실제는 30만원 임금삭감 효과... "조리종사원 중식비, 면제해야"
장재완 (jjang153)
학교 내 행정 사무보조원과 급식실 조리종사원, 영양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과부의 졸속 처우개선안으로 30만 원 가량의 임금을 삭감 당했다며 '임금체계 개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대전지부(준)와 충남지부(준)는 7일 오전 대전교육청과 충남교육청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비정규직 임금삭감 저지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반대하는 힘찬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교과부는 '학교회계직 노동자 처우개선안'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4%의 임금인상안을 발표했다. 또한 이에 준하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체계를 변경하려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 그러나 이는 '처우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임금을 삭감하는 개악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선, 교과부가 4% 인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3년째 공무원 임금이 동결될 때 비정규직 임금도 동결해 놓고, 올해 공무원 임금을 5.1% 인상하면서 비정규직은 4%만 인상하는 차별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교과부가 개선안이라는 미명 아래 임금체계를 변경하면서 '인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렇게 계산된 임금은 예전의 임금 보다 30~40만원이 삭감되었다는 것.
실제 235일 근무하는 조리종사원의 경우, 예전에는 119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4%인상됐다는 3월 임금은 89만원을 받아 30만원이 삭감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임금체계를 변경하려면 현행법상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이를 동의해야 하는데, 이러한 동의 없이 이미 3월 임금을 지급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 따라서 변경되지 않은 취업규칙에 따라 임금을 계산할 경우, 차액 30만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앞으로 이러한 임금체계 개악을 막아내기 위해 교과부 장관과 교육청을 상대로 한 교섭과 법적 투쟁, 물리적 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취업규칙 변경 거부 운동'도 함께 벌여나갈 계획이다.
"시내버스기사도 버스요금 내나... 조리종사원 중식비 면제 해결하라"
아울러, 대전지부(준) 학교급식실 조리 종사원의 중식비 면제 투쟁도 함께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전지역 학교급식실 조리종사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도 월 5만 원가량의 중식비를 공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의 교육 공무원들의 경우 중식비로 15만 원 가량을 지원받고 있지만, 조리종사원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만든 음식을 돈 내고 사 먹고 있다는 것.
이들은 '시내버스 기사도 버스비를 내야 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라며 대전교육청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해왔고, 이에 따라 올 3월 시교육청이 '2011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마련하면서 '조리종사원 중식비 면제 조항'을 삽입해 각 학교에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를 의결해야 이를 시행할 수 있게 해, 학교장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곳곳에서 이 안이 '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전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중식비 면제'를 학운위에서 의결하도록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동균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대전지부 준비위원장은 "대전시교육청이 조리종사원 중식비 면제를 학운위에 떠넘겨 학부모와 조리종사원의 갈등으로 비화시키고 있다"며 "대전시교육청이 나서서 이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종사원 외에도 학교에는 다른 분야의 비정규직 등이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쉽게 동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학교 급식과 관련된 문제는 학부모들이 그 비용을 부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운위의 심의를 반드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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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힘빠진 대학평의회’ 사학비리 감시 구멍
2011.04.08
총장·재단, 설립취지 외면 평의원에 보직교수 앉히고
자문결정 무시도 다반사…도입 6년만에 ‘유명무실화’
일부 사립대가 사학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설치된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평의원을 보직 교수로 채우는 등 평의원회를 무력화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해 ‘2009학년도 학교회계 결산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하면서 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았다. 올해 평의원회 의장을 맡은 김중렬 경제학과 교수는 “평의원회가 결산안 자문을 위해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는데 대학 본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산 보고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모든 사립대는 교수·학생·직원·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교과부에 결산안을 보고할 때 반드시 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최근 교과부의 정기 회계감사에서 박철 외대 총장이 홍보비 유용 등의 이유로 경징계 요청을 받은 것도 평의원회를 무시하는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총장이 평의원회의 자문 기능을 존중했다면 홍보비 유용 등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학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평의원회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5년 법제화한 지 6년이 지났지만 평의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사학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4년제 사립대 145곳 가운데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11곳은 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평의원회를 설치한 134곳 가운데 68곳(50.7%)은 평의원회에 보직 교수가 1명 이상 참여하고 있었다.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총장이 교무처장이나 산학협력단장 등 보직 교수를 교수 평의원으로 위촉했는데, 보직 교수들은 사실상 총장 거수기 노릇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의원회 구성과 평의원 선출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3명의 교수 평의원 가운데 1명이 보직 교수인 성신여대의 경우, 교수회, 직원회, 학생회에서 2배수 후보를 추천하고 총장이 최종적으로 평의원을 위촉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총장이 선임권을 행사한다.
성신여대의 한 교수는 “사립학교법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했어야 하는데 모든 걸 정관에 위임하다 보니 총장과 재단이 평의원회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평의원회는 대학 구성원이 재단이나 총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구이므로, 무력화하게 되면 사실상 사학은 비리의 무풍지대에 놓인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펴낸 ‘2009 사립대학 감사백서’를 보면, 2007년 종합감사를 받은 7개 대학에서 평균 20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된 데 견줘, 2009년 종합감사 때는 4개 대학에서 평균 23건이 적발되는 등 사학의 불투명한 운영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기사등록 : 2011-04-08 오후 09:11:33
[한겨레] 교과부 간부에 ‘학생부 조작방조 교장’ 논란
2011.04.08
‘교육청 징계 대상’ 이옥식 한가람고 교장 1급직위에 내정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 무단 정정을 방조해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대상에 오른 서울 한가람고 이옥식(53·사진) 교장을 학교교육지원본부장으로 내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최근 학교교육지원본부장(1급 대우 계약직) 자리를 공모한 결과 이 교장을 본부장으로 내정하고, 신원 조회와 검증을 거쳐 2주 안에 인사 발령을 낼 것이라고 7일 밝혔다.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교육과정, 교원정책,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유아교육 등 유·초·중등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이고, 전국 모든 학교 학생부의 무단 정정 조사도 지휘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이 교장은 최근 시교육청의 특정감사 결과 교사들이 고3 수험생들의 학생부 내용을 대학 입시에 유리하게 무단 정정한 것을 묵인해 시교육청으로부터 경징계 대상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자사고인 한가람고는 학생부 정정 건수가 지난 9월 현재 154건에 이르러 징계 대상 학교 23곳 가운데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5일 서울시내 특목고와 자사고 등 30곳에 대한 학생부 정정 실태를 감사한 결과, 23개 학교에서 1261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해 교장과 교감, 교사 29명을 경징계(감봉·견책)하고, 198명에 대해선 주의·경고 조처를 내렸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학교지원본부장으로 임명돼 교장직을 사임하면 징계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교장은 시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3년 동안 교장직을 불법으로 유지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7월 7월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직계존비속의 배우자는 이사정수의 3분의 2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학교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장의 아버지(지난해 11월 사망)는 한가람고의 법인인 봉덕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인사과 관계자는 “이 교장은 한가람고를 개혁하고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는 점에서 공모 응시자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내정했을 뿐, 시교육청의 징계 대상인지 몰랐고, 족벌사학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시교육청 징계로 법적인 결격 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임명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조선] '집중이수제(특정 과목 몰아서 배우기)'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불만
2011-04-08
이번 학기부터 초1~2·중1·고1서 시행 중
2년에 배울 것을 1년에 뚝딱… 진도 따라가기 힘들고 같은 과목 반복해 지겹고
일부 "실험수업은 효율적"
과목 수만 줄어든다고 학습부담 준다는 건 난센스
시험 늦게 보는 쪽이 유리… 성적평가 공정성 문제도
서울의 A고등학교 1학년 이모(17)양은 요즘 수학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A학교는 올해 1학년 1학기에 수학 상·하를 다 가르치고 2학기에는 수학1 진도를 나갈 계획이다. 과거 같으면 2년에 걸쳐 배우던 것을 1년에 몰아서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수학 수업만 8시간. 이양은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서 이해하기 힘들다"며 "원래 좋아하지도 않던 수학이 더 싫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학-영어-수학-국어-도덕-음악'. 부산 B고등학고 1학년 강모(17)군의 수업 시간표는 일주일 내내 거의 비슷하다. 도덕과 음악을 일주일에 4시간씩 배우고 강군이 좋아하는 미술과 사회는 1시간도 없다. 강군은 "같은 것만 배우니 너무 지겹다"며 "(몇 과목을 몰아서 수업하니) 시험 범위가 너무 많아진 것도 힘들다"고 했다.
올해부터 초1·2, 중1, 고1 학년에 적용되고 있는 '집중 이수제'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집중이수제는 학생들이 동시에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학습 효율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특정 과목을 특정 학년이나 학기에 몰아서 배우게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작된 이후 각 학교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과학이 집중이수과목에 포함된 인천의 한 중학교 1학년들은 1년에 배울 과학 과목 분량을 한 학기에 다 배워야 한다. 교과서 내용을 삼등분해 3명의 교사가 동시에 진도를 나가는 식이다. 이 학교 김모(14)양은 "앞부분 쉬운 내용과 뒷부분 어려운 내용을 한꺼번에 배우니까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선생님께 '잘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그냥 외우는 수밖에 없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학부모·학생들 사이에선 '성적(成績) 시비'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의 C고등학교는 올해 사회를 집중이수과목으로 택했다. 그런데 사회 교사가 부족해 1학년 중 홀수반은 1학기에, 짝수반은 2학기에 가르칠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시험을 늦게 보는 짝수반이 유리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학교 박모 교사는 "시험이 끝나면 학생·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질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최대한 시험을 공평하게 내려고 하지만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중이수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한 과목에 하루 2~3시간씩 충분한 시간을 주면 과학 실험이나 미술 실기, 토론 수업 등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단시간에 집중해 배우면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경남 김해 지역 중학교 김민주 교사는 "외국엔 한 학기 내내 '공룡'이라는 한 주제에 파고들어 심화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깊이 있게 사고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외국과 다르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입시 제도, 교육 과정 등이 외국과 다른 상황에서 무조건 선진국(미국·영국 등)처럼 과목 수만 줄이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울 대방중 이창희 교사는 "도덕 같은 경우 교과 내용이 학생들의 발달 단계와 연계되는데, 한꺼번에 몰아 배우면 단계별 습득이 힘들다"고 말했다. 20년 경력의 김모(사회 담당) 교사는 "과목 수만 줄여주면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발상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거의 비슷하거나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이수제
올해부터 초·중·고교에 적용되는 새로운 수업 편성방식으로 각 학교가 과목별 수업시기를 자율적으로 편성해 한 학기에 8과목 이내에서 수업을 하도록 했다. 수학·국어·음악·체육 등 각 과목을 3년 가운데 특정 학년에 몰아서 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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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주식회사'의 그늘④] 경희대의 교양 강화 '놀라운 실험' 결과는?
교수 :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참 많습니다. 사랑하는 애인의 미소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죠.
학생 : 제 애인에게 100만 원 주면 함박웃음을 지을걸요.(웃음)
교수 : 무섭군요. 진심도 돈으로 살 수가 있나요?(웃음) 이 친구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 믿습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나중에 돈을 살 수 없는 것을 목록으로 써서 내라고 하겠습니다.
교실 안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점심시간 직후에 시작된 수업이었지만 강의실을 가득매운 50명의 학생 중 누구 하나 지루해 하는 사람은 없었다. 30일 있었던 경희대학교 교양 수업 중 한 장면이다.
이날 교양수업은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철학 수업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이란 무엇인가'가 이번 강의의 주제였다.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 행복이란 '선'의 실천이라고 못 박았다. 인간이란 존재의 모든 행위와 선택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선을 지향한다는 것. 그렇기에 모든 존재의 이유는 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소 어려운 철학 내용이지만 교수는 이날 발표된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비롯해 등록금 문제, 대학 기업화 등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 문제를 예로 들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 즉 선의 실천이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기업화 된 대학들, 직업훈련소?
대학이 기업화됐다지만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고유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드문드문 눈에 띤다. 1학년 수업에 회계학을 필수과목으로 정한 중앙대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경희대는 올해부터 교양수업을 대폭 강화했다.
2011년부터 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학부생은 1년 동안 학교에서 정한 교양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이날 있었던 수업도 이것의 일환이다. 지난 3월 출범한 경희대 교양교육 전담기구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1학년 학생들의 교양수업 전체 커리큘럼을 책임지고 있다.
다른 대학이라고 해서 교양수업이 없는 건 아니다. 경희대가 특별한 건 이를 위한 별도의 컨트롤타워, 즉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신입생 전원이 1년 동안 공통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두개 의 중핵(中核) 과목을 신설했다. 1학기에는 '인간의 가치탐색', 2학기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것. 이 큰 주제 속에 여러 강의들을 짜 놓았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은 이것을 1년 넘게 준비했다. 2009년 8월부터 교양교육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해 11월, 16명으로 구성된 교양교육개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 결과, 전문지식과 연구역량 강화, 취업에 필요한 실용적 직업교육, 폭넓은 식견과 열린 정신을 위한 교양교육, 이 세 가지의 균형이 이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도정일 대학장의 생각은 단순했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과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은 취직을 잘하는 게 당연시하게 여겨졌다"며 "대학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이 원하는 실용적 직업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보니 교양교육을 왜 하는가 등의 회의가 대학 내에서는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교양을 하는 목표 의식도, 방향 감각도 없다보니 내용이 부실하고 빈곤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좀 과격한 용어를 쓰면 비참한 상태까지 다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장을 받아 취업을 하는 게 대학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지금의 대학은 졸업장 발급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지만 대학 교육이라는 건 취업 등 실용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건 훈련이지 교육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은 훈련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훈련은 교육의 요소를 가질 수 없다"며 "하지만 현재 대학은 취업이 제1의 목표가 되어 다른 것을 모두 잠식시켜버렸다"고 주장했다.
"교육의 본질은 단순 취업이 아니다"
결국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도 학장은 "대학에서 공부한 뒤 직장을 얻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교육의 본질, 목표는 단순 취업에 있는 게 아님에도 취업 이상의 것을 교육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교육이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전망이 어둡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대학은 기술적 탁월성을 가진 사람들만 길러내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게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3년 전 발생했던 금융위기를 예로 들며 "당시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기술적으로 훌륭한 젊은이들이 사회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자신 회사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만 생각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사회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반인간적인 행동은 아닌가 등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튼튼한 교양 베이스가 결핍됐을 때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준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날 수업을 들은 김민영(가명·20) 씨는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수업이라서 재미있다"며 "철학이라는 건 고리타분한 줄만 알았는데, 나와 사회 안에서 풀어낼 수 있는 거라는 걸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윤성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는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교양에 목말라하던 학생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도 없고 질문을 하면 다양한 대답이 돌아 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1학년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짰으나 재학생들도 대폭 수강신청을 한 상황이다. 이에 한 반에 40명으로 제한했던 정원은 부득이 50명으로 늘렸다. 그래도 모자라 경희대에서는 최초로 400명이 수업을 듣는 대형 강의도 이번 학기에 처음 개설됐다. 도정일 대학장은 "예상보다 1000명이 넘게 수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불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바람, 그 여파는?
이러한 움직임은 경희대에게만 국한될지도 모른다. 도 학장은 "교육의 본질을 일깨우는 게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대학가에서도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몇몇 대학교에서는 인문·사회를 중심으로 교양 강의 강화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사실이다. 포스텍(옛 포항공대)은 올해 신입생부터 2년 동안 공통 기초교육과정인 '포스텍 칼리지'를 이수해 전공에 구애받지 않는 기초·교양교육을 받게 할 방침이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포스텍 칼리지' 과정을 통해 전공, 학과에 상관없이 글쓰기, 영어, 사회봉사, 공통기초과학, 이공계 핵심기초과목을 집중 공부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명이었던 인문사회부 전임교수를 20명으로 늘렸다.
좋은 교양 강의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울대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 '서울대학교 온라인 지식나눔 서비스'를 지난 학기부터 시작했다. 교육은 인문, 사회, 경영,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강좌와 전문강좌, 기획강좌 등으로 구성됐다.
전남대학교의 경우, 2011년부터 기존 핵심교양과목 51개 중 기초학문 성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학사관리가 어려운 과목 21개를 핵심교양과목에서 제외시켜켰다. 또 핵심 교양과목을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사회의 이해, 자연의 이해 등 4개 분야로 나누고 올해 신입생부터 분야별로 1과목 이상 의무수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수강과목 관련 고전읽기가 의무화됐다. 뿐만 아니라 교양과목 운영을 담당할 책임교수 7명을 임명했다. 교양관련 교과목 개발, 교과과정 운영 등 강의의 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는 흥미 위주의 단순 지식 전달 교양수업을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핵심교양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 통해 어떤 게 내가 만족할 인생인지 고민하게 해야"
도정일 대학장은 "대학교에서는 어떤 게 뜻깊은 인생인지, 내가 만족할 인생인지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의 대학은 좋은 직장, 높은 돈, 즉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을 취할 수 있는 방법만을 가르쳐주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도 학장은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돈이라고 했다"며 "살면서 돈은 중요하지만 삶의 목적을 거기에 두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돈은 우리가 어디로, 즉 목적으로 가기 위한 다리라고 볼 수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다리 위에서는 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의 대학 교육은 우리가 전부 다리 위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로 길러내려는 게 목적인 듯하다"며 "그게 못내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허환주 기자
[대학주식회사의 그늘⑤] 카이스트 괴담, 그들에게 '경쟁'이란
징벌적 등록금제로 대표되는 ''서남표식' 카이스트 개혁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3개월 동안 3명이 자살을 했다. 사회적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변화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다 7일 한 명의 학생이 더 자살한 뒤에야 조금 바꿔보겠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은 4번째 자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5일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에 찾아가 직접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의 의견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경쟁'에 익숙한 몇몇 이들은 "이 정도의 경쟁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비정한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제법 커 보였다. 다만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학내 분위기 역시 예상보다 차분해보였다. 다음은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들이다.<편집자>
지난 6일 늦은 오후, 대전에 위치한 카이스트 학생식당 앞에는 세 장짜리 대자보가 붙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것. 카이스트에서는 지난 석 달간 세 명의 학생이 자살을 해 무한경쟁식 교육 정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학생은 "학점경쟁에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었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또 "학교는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놓고 네모난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맞추도록 강요한다"며 "결국 우리는 진리를 찾고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 학생은 "숫자 몇 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다"며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에 없다"고도 했다.
외로운 카이스트
연일 카이스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석 달간 세 명의 학생이 자살한 것에 이어 7일 또다른 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렇다 할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 보직교수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해 차등 부과해오던 수업료를 8학기 동안은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들은 현행대로 한 학기당 150여만 원의 기성회비와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는 방침은 고수했다
연쇄적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카이스트 학생들. 이들을 바라보다 또 다른 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니 카이스트 학생들은 경쟁에 내몰리는 자신들의 상황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5일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카이스트 정문 주변에는 여느 대학에서 볼 수 있는 유흥가는 보이지 않았다. 허허벌판에 대학 하나만 세워져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으나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좀처럼 볼수가 없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시내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학교 내에서만 생활한다고 한다. 학생 전원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생 절반 이상이 1개 이상 동아리에 가입해 있다. 전국 대학에서 이렇게 동아리 가입율이 높은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갑천을 끼고 들어서 있는 카이스트 캠퍼스가 왠지 고립된 섬처럼 보여지는 이유였다.
"징벌적 등록금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그건 아니다"
언론에서 카이스트 재학생의 연쇄 자살을 두고 연일 '경쟁이 죽음을 불렀다', '징벌적 등록금제가 문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캠퍼스 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했다. 캠퍼스 내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고인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하지만 언론에서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갖다 붙여서 기사를 쓰는 듯해요. 여기 카이스트 학생들 중에는 징벌적 등록금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카이스트 홍보관 앞에서 만난 김호철(가명·22) 씨는 기자가 예상하고 있던 답과는 다른 답변을 주었다. 김 씨는 "물론 징벌적 등록금제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여러 이유 중 하나일수는 있다"며 "하지만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다 적용되는 징벌적 등록금제가 압박으로 다가와 죽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징벌적 등록금제는 카이스트는 2006년 서남표 총장이 취임 다음 해부터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일부 또는 전액 내도록 하는 차등 등록금제를 일컫는다. 그 이전까지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을 국비 장학금으로 면제받았다.
이번 학기에 적용된 등록금 정책을 보면, 학기당 평점(4.3 만점)이 3.0 미만이면 0.01학점당 6만3000원씩 수업료를 내야 한다. 성적이 미달된 첫 학기엔 학생이 내야 하는 수업료의 절반을, 다음 학기에 또 미달하면 4분의 3, 세번 연속 미달 때는 전액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김 씨는 "나도 입학하고 난 뒤, 등록금이 성적에 따라 다르게 내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며 "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다들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경쟁으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징벌적 등록금제로 받는 스트레스는 중·고등학교 때 느꼈던 스트레스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라는 것.
"경쟁? 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카이스트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이 곳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이미 오랜 동안 경쟁을 해 왔다. 그렇다보니 이 곳에서의 경쟁도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학생들도 상당수일 테다.
경영과학부 수업의 일환으로 1주일 동안 10만 원의 자본금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과제를 받아 캠퍼스 내에서 음료수를 팔고 있던 한 학생은 "외부에서 보면 카이스트라는 학교가 무척이나 경쟁에 내몰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 중 경쟁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경쟁을 견디지 못한다면 카이스트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18살에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그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소위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도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카이스트에서 과도하게 징벌적 등록금제를 실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동기부여를 위한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십수 년을 경쟁만 하고 살아 온 이들에게 경쟁은 어찌보면 인생에서 필수적인 항목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현재의 경쟁 방식에 적응하는 건 아니다. '적당히'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려온다.
일례로 지난 4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친애하는 KAIST 가족 여러분께'라는 글은 "도가 지나쳤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다.
서 총장은 이 글을 통해 "명문 대학 학생들은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며 "이런 학생들은 경쟁력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며, 스스로 이런 대학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학생들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해외) 일류 대학의 경우, 개교 이래 학생들의 자살 사건은 계속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세상 그 무엇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노력 없이, 고통 없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고 기존 경쟁 체제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 마디로 현 사회에서 경쟁은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 설사 이로 인해 누군가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도 그건 어쩔수 없는 일로 치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선택을 하게끔 내버려두지 않는다"
동기부여를 위해 경쟁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공짜는 없다"고 말하는 총장이 황당하다는 게 학생들 반응이다. 학생회관에서 만난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민지(가명·24) 씨는 "아무리 우리가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굳이' 글을 통해서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박 씨는 "우리가 경쟁에 내몰려 있다고는 하지만 연애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가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물론 미래의 꿈을 위해 이런 것들을 잠시 접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하지만 학교에서는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선택을 하게끔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높은 재수강비, 징벌적 등록금제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경쟁만을,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스스로 공부를 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지를 결정하도록 학교에서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다양한 선택에 대해 지원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카이스트는 외통수로만 가고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은 박 씨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학생회관 앞에 세워진 '총장님께 보내는 질문'이라는 게시판에는 전날 총장이 쓴 글에 대한 학생들의 성토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경쟁을 통해 카이스트에 왔지만 경쟁하고자 온 사람은 없습니다'
'총장님, 전체 메일 문구, 전면 재검토해주세요'
'꿈을 쫓으려 들어온 사람들도 있지만 꿈을 찾기 위해 들어온 사람도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학생들, 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최인호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경쟁위주로 돌아가는 대학에 어쩔수 없이 수긍하면서도 이것이 문제라는 것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또한 이를 바꿔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언론에서는 징벌적 등록금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카이스트의 문제는 그게 아니라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에 있다"며 "학생들은 공부를 함에 있어 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잘하는 학생에게 격려하는 식이 아니라 못하는 학생에게 벌을 줘서 공부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현재의 카이스트 시스템"이라며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신이 나서 공부를 하기 보다는 이리저리 치여서 공부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결국 이로 인해 카이스트 학생사회에는 협력과 협동심 등이 사라지고 있다"며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는 문화가 지금의 카이스트에는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식당에서 만난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승선(가명·22) 씨는 "남에게 뒤쳐지는 게 싫어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를 했다"며 "카이스트에 들어오고 난 뒤에도 뒤쳐지는 게 싫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그렇다 보니 하루하루 쫓기듯 뭔가 열심히 해야만 될 거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물론 이런 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걱정이 되는 건, 여기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와 경쟁을 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그러한 압박감은 갈수록 커질 거라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카이스트를 떠나 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한 학생은 "학점으로 줄 세워 등록금 받는 거.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하고 치사하다"고 했다. 그는 "걸리면 수백만 원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고스란히 부모님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 죄책감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치사하게 돈으로 불효자식 만드는 잔인함을 학교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남표 총장, 8일 학생과의 대화, 그 효과는?
카이스트는 자살을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학교는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마음 상태가 불안정한 학생들에게 별도의 상담을 실시하겠다는 것.
또한 외부 전문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카이스트 학사 운영 방안, 자살 방지 대책 등에 대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갖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서남표 총장은 8일 저녁, 학생들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네 번째 학생이 자살을 하자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는 징벌적 등록금제를 수정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카이스트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환주 기자(=대전)
������ 성명/논평 |
이명박 정부는 서울대를 비롯한
모든 국립대의 기업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작년 12월 8일 국회에서 서울대법인화법안이 날치기로 통과된 이후, 기업화의 쓰나미가 우리나라 국립대학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대학과 학문을 국가권력과 자본의 시녀로 전락시켜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학문발전을 지체시키며, 대학 직원들의 고용불안정을 극심하게 만드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서울대의 법인화는 국립대학 기업화와 고등교육 공공성 파괴의 출발점이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아무런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채 국회에서 날치기로 처리된 서울대법인화법안은 원천무효이다. 국민의 세금을 중요한 재원으로 삼아 운영되는 국립대학은 국가와 사회의 공공적 이익을 위해 봉사할 책무를 띠며, 그러기에 고등교육과 학문 활동의 공공성을 책임지고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교육기관이어야 할 국립대학을 국민적 동의도 전혀 구하지 않고 비민주적인 날치기 방식으로 사립대학화 해 관치와 자본의 통제 하에 두려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교육적 모범이 되어야 할 서울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법인화 작태를 당장 그만 둘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서울대 법인화의 문제는 단지 날치기라는 절차적인 하자에만 있지 않다. 서울대법인화법 날치기 통과를 시작으로 한 국립대의 법인화 시도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한국의 대학교육을 대재앙에 빠트릴 위험천만한 것이다.
법인화에 들어가면 대학은 수익사업에 목을 매고 대학의 교육과 학문은 권력과 자본의 요구에 더욱 더 종속될 것이며 순수학문과 기초학문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대학과 학문의 균형발전은 더욱 더 저해될 것이 자명하다. 그 결과 대학과 학문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대학서열과 학력주의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법인화는 대학등록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한국에서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 등록금을 억누르는 역할을 부분적으로 하였다. 그러나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며, 그만큼 국민의 부담만 커질 것이다.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 그 운영과 조직에서 한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립대의 법인화는 기업과 시장경쟁의 논리를 대학에 도입하여 대학이 수행하는 연구와 교육기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신분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극도로 높일 것이다.
최근 일부 사립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동권 침해의 악행들이 기업화된 국립대에서도 횡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는 직원들을 대학이라는 학문과 교육 공동체의 정당한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착취적 이용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한 국립대의 법인화 시도를 당장 멈출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호도하듯이 우리가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의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은 국립대 구성원들의 철밥통을 지키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대학과 학문의 진정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국립대의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이 OECD국가 중 최하위라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대학과 학문의 발전이 더딘 것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시장과 경쟁의 논리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고등교육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를 시작으로 국립대들을 법인화하는 것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방기하고, 대학교육을 시장과 관료의 손아귀에 내맡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근본에서 뒤흔들 국립대의 법인화 시도를 당장 멈추고,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국민들의 보편적인 권리이다. 정부는 교육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짓밟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할 서울대법인화법을 즉각 폐기하라!
하나, 서울대법을 날치기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 구성원과 시민에게 즉각 사과하고,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사퇴하라!
하나,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법인화 추진 위원회’를 즉각 해체하고 서울대학교의 법인화 전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정부는 등록금 폭등, 지방대학 몰락, 기초·인문학을 고사시켜 고등교육의 재앙을 가져올 다른 국립대에 대한 법인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하나, 서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위해 고등교육 재정을 GDP 대비 1.5% 이상 확충하라!
하나, 학장 직선제 폐기, 교원 성과연봉제 등 국공립대 교수 사회에 대한 新 관치를 초래할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우리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세력들과의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서울대법인화법 폐기와 국립대 법인화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힘차게 결의한다.
2011년 4월 9일
서울대법인화법 폐기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결의대회 참석자 일동